[노동자정치신문 철도파업특별호]
철도총파업 전야제에 참석하신 동지들께 드리는 글
외주용역화 분쇄! 양보 없는 인원충원!을 걸고
총파업투쟁으로 전진하자!!
특단협 투쟁 승리는 과연 무엇인가?
민주노총은 29일 파업을 철회한데 이어 11월 29일 투본대표자회의를 통해 12월 2일 총파업을 유보하면서 사실상 비정규개악입법 분쇄!투쟁을 무력화시켰다. 이로써 하반기 정세의 핵심이었던 공무원노조 투쟁과 비정규개악입법 분쇄 투쟁은 조각조각 난 채, 적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
‘조각난 투쟁이 적들에 의해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투쟁사업장 중심으로 전국전선을 구축할 것인가, 그리하여 질긴 놈이 끝내 승리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안고 적들의 축배를 부숴버릴 것인가!!’ 그 중심에 철도 동지들이 있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장엄하고 당당한 총파업 전야제 자리에서 우리는 냉철히 우리 자신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특별 단체 교섭 투쟁의 승리는 무엇인가?”
총파업 투쟁을 하던 하지 않던 우리에게는 잠정 혹은 최종 합의안이 던져질 것이다.
승리는 정확히 이 합의안을 통해 확인될 것이다. 우린 약 170개의 항목을 요구안으로 던졌다. 우린 알고 있다. 이 170개의 항목이 모두 동일한 비중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중 우리는 요구의 중심사항을 확대간부수련회 및 임대를 통해 6개 요구안으로 정식화하였고, 퇴직연금 불이익 보전과 직권중재 및 손배가압류 철회 등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고용안정 및 구조조정 중단, 공공철도 건설, 노동조건 개선, 해고자 원직복직’의 4대 요구안으로 압축되었다. 우리는 이 4대 요구안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놓칠 수 없는 중요 사안임을 매번 확인하여 왔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핵심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쟁점 사항은 교섭의 흐름에서 보듯 인력충원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인력충원의 숫자적 표현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력충원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2년 2.25파업에서 이루어졌고 용역진단의 결과를 통해 나온 것이다. 우린 이미 지난 2.25를 통해 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6,800여명의 인원은 사실은 새로운 요구가 아니라 기 합의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집행부는 정부와 철도청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주40시간제 시행유보’와 ‘관리직 20% 현업배치’ 등을 제안하며 충원규모를 5,215명으로 줄였다. 변변한 싸움도 해보기 전에 수정안을 제시하는 것은 양보교섭이자 스스로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패배적 행위이다!
지난 7월 궤도연대 파업 당시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등에서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인원충원 규모를 대폭 양보하는 수정안을 던졌으나 공사에서는 이마저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계속되는 항복을 요구했다. 결국 궤도연대는 정부의 직권중재에 굴욕적인 백기항복을 하고 파업을 접었다. 이러한 과정을 철도파업에서도 되풀이 할 것인가?
철도청의 자구안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다. 비정규직, 외주화를 통해 조직된 철도노동자 투쟁의 아킬레스건을 끊으려는 공격이다. 철도를 분사, 자회사형태로 팔아넘기고, 조각내려는 음모다. 결국에는 구조조정이 계속 방치된다면 철도노동자는 차례차례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힘을 쓸 수 없는 몸통만 남게 될 것이다. 이 몸통은 나중에 비효율적인 인력, 여유인력이라는 이름으로 철도청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린 합의안에서 인원의 규모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외주화를 얼마나 막았는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만약 핵심 4대 요구안에서 ‘외주화 완전폐기’를 쟁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외주화의 인정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보라! 투쟁 동력이 가장 높은 파업투쟁에서 외주화 폐기를 쟁취하지 못한다면 파업의 마무리 이후에 충원된 정규직의 수배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다. 과연 이 때 철도노조는 외주화 반대를 가지고 총파업에 또 다시 돌입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부별 싸움에 맡겨놓을 것인가?
자신의 직종은 상관이 없다거나, 나의 바로 앞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만큼 우리의 힘과 투쟁력은 소진되고 우리자신이 비정규직화, 외주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인원충원 규모의 숫자놀음이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의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철도노동자가 기억해야 할 것!
우린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냉철히 판단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과연 교섭으로 인원 충원 규모를 얼마나 하는 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싸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인원충원 규모가 늘수록 우린 “이 정도면 남들은 당장 정리해고 되는 마당에 만족할 만 하다”라는 수세적인 만족감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외주화를 완전히 혹은 엄밀히 차단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수세적인 만족감’이 거대한 패배임을 확인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싸울 힘이 부족하다”, “여건이 좋지 않다”는 언론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힘을 키우고 여건을 만드는 것은 “철도노조의 조직력과 투쟁력”이다. 눈앞의 구조조정을 방치하여 투쟁을 체념케 하는 것, 교섭의 우위를 앞세워 교섭력만을 비대화시키는 것, 싸우기 전에 요구안을 수정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약하게 하는지를 우리는 그 동안의 타협과 굴욕적인 백기항복의 경험에서 확인해 왔다.
앞으로 조직력은 비정규직의 조직화, 현 조합원과 일반직 직원의 조직화가 결합되었을 때 급성장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철도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치하거나 그 투쟁에 무관심한 태도는 옳지 않다. 이점에서 우린 반성을 거듭해야 한다.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12월 2일자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노조는 주40시간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을 1년간 유보했다. 정규직들이 연장근로를 해서라도 비정규직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권과 자본의 대공장 이기주의, 고임금론 공격에 맞서는 최상의 투쟁 전략과 전술은 정규직의 양보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철옹성 같은 연대이다!! 투쟁력은 일시에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 좋은, 말 잘하는 이들의 ‘선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장에서 얼마나 현장의 노동자와 결합하여 현실의 문제에 맞서 투쟁하는가? 현장의 생생한 투쟁이 살아나고 있을 때, 즉, 서울열차 투쟁, 서울기관차의 투쟁, 구로차량의 투쟁, 부곡역 투쟁, 서울차량의 투쟁, 새마을호 여승무원 투쟁 등을 비타협적으로 전개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승리란 단 한번 뿐이다. 이런 의미라면 우린 승리가 요원한 듯하다. 우린 ‘완전한 비정규직, 외주화 철폐 등의 구조조정 분쇄, 완전한 생존권 보장, 완전한 노동조건 개선, 해고자 원직복직’을 획득하고 있지 못하다. 교섭에 무게중심이 옮아가며 ‘주고받는’ 것이 관례화된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계급적인 투쟁기조를 분명히 하고, 우리의 과제를 인식했을 때 우리는 승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철도 동지들, 하반기 전체 노동자계급 투쟁의 승패가 우리에게 달려있다. 함께 전진하자!!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핵심요구안 쟁취하자!
구조조정 어림없다. 총파업으로 박살내자!
2004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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