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항쟁 25주년 전야 성명서] 비문명의 21세기 한국사회!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노정협   2012-06-09 21:28:47, 조회:889, 추천:148

비문명의 21세기 한국사회!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17세기에, 물리학자의 시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준엄한 종교재판소의 법정에서서 이단자로서 사형을 선고받으려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 속 깊이 확신을 가지고 단호히 외쳤다.
“그래도 그것―지구―은 돌고 있다!”
그리고 이 과학상의 명제는 전 인류의 공유재산이 되었다.
오늘날 공산주의자도 옛날의 갈릴레이에 못지않은 단호함으로써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그것은 돌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돌고 있다 ― 소비에트 유럽을 향하여, 세계소비에트공화국을 향하여!
그리고 공산주의인터내셔널이 지도한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으로 밀려 나온 이 수레바퀴는, 어떠한 절멸조치, 어떠한 징역형이나 사형 판결로도 멈출 수는 없다.
그것은 돌고 있으며, 공산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때까지 계속 돌 것이다!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배후 주모자로 구속되어 1933년 12월 파쇼권력의 법정에서 행해졌던 불가리아 공산주의자인 디미트로프의 법정 최후진술이다. 당시 독일은 1930년 1월 히틀러가 연립내각의 수상이 되고 1933년 2월 27일 파쇼권력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을 조작하고 공산주의자들을 체포하였다.

파시즘의 법정에서 노골적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선동한 디미트로프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디미트로프의 영웅적인 최후진술은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디미트로프 석방을 위한 각국에서의 시위가 격화되었다. 결국 파시즘 법정은 방화사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구속된 지 1년만인 1934년 2월에 디미트로프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파시즘의 법정에서도 디미트로프가 국제공산주의당 조직인 코민테른 활동을 한 것에 대해 ‘국가변란’,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2012년 한국의 정치상황이라면 방화사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하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별건기소’를 통해서라도 디미트로프에게 중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법정에서 노골적으로 공산주의 혁명을 선전·선동한 것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의 상의 ‘국가변란’, ‘찬양고무’죄를 뒤집어씌우고 국제 코민테른 활동을 근거로 ‘회합통신’, ‘이적단체 구성’, ‘반국가단체’ 등 죄목을 뒤집어 씌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구속시켰을 것이다.

파시즘의 법정에서 벌어졌던 일들 이상의 시대착오적이고 ‘백색테러’와 같은 가공할만한 폭력적인 상황들이 2012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종북’이라는 간단한 낙인 하나면 국회의원조차도 순식간에 ‘간첩’이 되고 ‘빨갱이’가 되어 ‘전향선언’을 해야 하고, 자신의 내면의 생각을 만천하에 까발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종북세력’이 되고 급기야는 ‘간첩’이라는 무시무시한 낙인을 뒤집어쓰고 고소를 당하거나 의원 신분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폭력 상황에 처해져야 한다.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 신분에게 가해지는 공세가 저렇게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면 진보적 개인, 단체에게 가해지는 공세는 그 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가혹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병진 씨는 학자적 양심으로 몇 차례 방북을 했다는 이유로 ‘박사 간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8년형을 선고 받고 3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른바 ‘왕재산’ 사건으로 구속된 당사자들에 대해서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도 무기징역을 포함해서 1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방북했던 한상렬목사는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밖에 자주민보의 이창기 대표와 한성 기자 등 반제자주 통일운동을 하는 수많은 인사들이 국가보안법의 가혹한 희생양이 되어 처절하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흔히들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공세를 한국판 매카시즘 공세라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제국주의의 첨병이고 반공주의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도 쿠바 여행금지 조치에 맞서 구속을 각오하고 수백, 수천 명의 활동가들이 쿠바 방문을 감행하면서 사실상 무력화 되고 있다. 공화당 부시 정권 하에서 쿠바 여행금지 조치가 강화될 때도 쿠바 방문은 기껏해야 벌금을 무는데 그쳤다. 최근에는 이러한 금지조치가 사실상 완화되면서 사문화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방북을 이유로 원시적 수준의 가혹한 형벌이 가해지고 있다.


해방연대에 대한 기소 이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진실을 말한 죄


국가보안법의 미친 칼날은 통일운동 인사들에게만 가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석방되었던 해방연대 회원 4명에 대해 검찰(공안2부장 변창훈)은 6월 7일 불구속 기소를 했다.

검찰은 6월 7일 <국가변란 선전·선동단체 「해방연대」조직원 기소보도>라는 검찰 기소장에 대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살포하였다. 언론에서는 검찰이 살포한 자료를 가지고 해방연대 기소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검찰은 이 보도자료에서 ‘국가변란 선전·선동’이라는 혐의를 뒤집어 씌었다. 검찰은 친절하게도 국가변란이 “헌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의하지 아니한 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구현을 위한 헌법상 제도를 파괴·마비시키고, 새로운 제도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설명서를 달아 놓았다.

검찰은 지배계급이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형식적, 위선적으로 제정한 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이나 “헌법 제19조, 제21조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배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종북세력 척결’을 내세우고, 새누리당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한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가 ‘국가관’ 운운하면서 파쇼기구를 독려하고 있으니 공안기구가 여기에 맞춰 춤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공안검찰에게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수사나 외피조차도 다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니 양심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부르주아 헌법 조항도 형식적으로 인정한 선전 활동조차도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국가변란 획책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심지어 ‘(이런 생각들이) 자기들 머릿속에만 있고 외부로 표출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기관지도 만들고 인터넷에서 알리고 전파를 했기 때문에 선전·선동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운동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한겨레, 종북논란 틈타…‘코걸이 귀걸이’ 보안법 활개, 2012.06.08)

공안검찰에게는 ‘국가변란의 현저한 위험성’ 여부도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생각이나 주장, 급진적 사상을 ‘외부로 표출’하는 선전 자체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숲 속에서 외쳐도 혹여 누군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진실을 발설한 죄로 처벌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진실 폭로 자체가 단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의회제도의 정당성, 우월성을 입증해보라!


검찰은 해방연대에 대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시장경제체제, 3권분립과 의회제도’를 부정한다고 국가보안법 기소 이유를 밝히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바로 사적소유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착취질서다. 그런데 사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누군가의 선전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전유,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라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내적 모순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검찰이 진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사수하려면 해방연대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먼저 기소해야할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실현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에서의 상품생산이 지배하는 ‘시장경제체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주장하는 ‘시장경제체제’는 이미 4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 대공황으로 인해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 심지어 국제 부르주아 계급의 잔치인 다보스 포럼이나 이명박 정권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현재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으로 재임 중인 강만수조차도 “자본주의는 끝났다”고 외치고 있다.

강만수의 주장을 해방연대는 맑스주의적 관점으로 보다 과학적으로 ‘알리고 전파’하는 ‘선전·선동’을 했던 것이다. 검찰은 해방연대가 “노동자정치학교 및 「자본론」 강좌 운영” 등 ‘사회주의 혁명 사상의 대중 확산 시도’를 했다고 기소장에서 밝히고 있다. 맑스를 지지하든 적대하든 간에 상관없이 ‘자본론’은 이미 부르주아 학자조차도 자본주의 공황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저서라고 인정하고 있다. 해방연대를 기소한 검찰의 기소장에 자본론 강좌를 했다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더라도 정치검찰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반동집단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전 세계의 웃음꺼리가 될 뿐이다.

검찰은 해방연대가 ‘3권 분립과 의회제도’를 부정한다고 기소장에서 밝히고 있다. 정치검찰에게 몇 가지만 묻겠다. 부르주아 국회의원들 중에서 부패와 사기에서 자유로운 자들이 얼마나 되는가? 국회가 노동자 민중을 위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한 적이 있던가? 국회가 과연 노동자 민중을 위해 단 한번만이라도 진보적인 법률을 제정한 적이 있는가? 국회에서 저지른 일이라고는 비정규직 법안 개악, 정리해고제 입법화, 한미FTA 비준 등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작태밖에 없었지 않은가? 의회제도의 핵심은 ‘대의제도’인데 과연 이 대의제도가 자신들을 뽑아준 노동자 민중의 의사를 진정으로 대변한 적이 있었던가?

해방연대가 ‘의회제도’를 부정한 것이 국가보안법 기소의 핵심 이유 중의 하나라면, 검찰은 ‘의회제도’의 정당성, 우월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의회제도를 부정한 것을 법적으로 처벌할 논리적, 역사적 근거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해방연대」는 극좌 사회주의혁명 세력으로 종북주의 세력과는 구분필요(다만,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철폐 등 주장은 동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철폐가 북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따르자면 단적인 예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는 국민 과반수 이상은 천안함 사건이 ‘모략극’이라는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 국민 과반수이상을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라!

검찰 주장 중 가장 정신 나간 희대의 초헛소리는 바로 ‘국보법 철폐’가 북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검찰과 국정원 같은 파쇼적 억압기구는 통일단체나 노동단체, 개인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드는 배후조정자들이다. 국가보안법의 미친 칼날을 피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이 바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 미친 주장을 어떻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가?  

비문명 즉 파쇼적 야만이 판치는 21세기 한국사회의 반동적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자! 노동자 민중 진영 전체가 총단결 해서 지배계급의 공세를 저지하자! 군사 파쇼 독재 권력에 맞섰던 87년의 피어린 6.10 민주주의 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 투쟁의 성과,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권리를 지켜내고 발전시키자!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고 투쟁한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파쇼적 공안기구를 해체하라!

국가보안법 구속자를 전원 석방하라!

해방연대 회원 4인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라!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복직이 거부된 해방연대 회원을 복직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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