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06년 전국노대] 노동자대회에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께 드리는 글
노정협   2006-11-13 13:28:27, 조회:888, 추천:179
노동자대회에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께 드리는 글



양극화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모순이 깊어진 결과다!


정권과 자본가들도 이 사회가 양극화 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하루에도 수십 건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양극화가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 사회는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양극화 대책은 눈속임과 거짓말, 술수로 가득 차 있다. 노무현도 양극화의 심각성을 말하면서 양극화가 판치는 비정한 사회를 따뜻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만히 그 주장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잘 나가는 상장기업은 역대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서민들은 계속 어려운 양극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민생이 어려운 근본원인입니다.(2005.10.31.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노무현이 한 말)

그런데 상장기업은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는데 서민들은 왜 계속 삶의 고통 속으로 빠져드는가? 도대체 여기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가? 노무현은 이 비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대신에 노무현은 양극화의 대안으로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해서 임금을 자제하고 이걸 가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나눠 갖자고 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수출이 잘나가고 상장기업이 역대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데 민생이 어렵다면 자본이 이 결과물을 다 가져가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왜 노동자 계급이 양보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의 성장이 사회 전체의 이해와 적대적으로 대립하기 때문이다. 자본은 성장하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을 외친다. 자본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기계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한다. 그렇게 되면 자본은 노동자를 최저로 고용하고 그 고용방식도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비정규직으로 해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의 성장은 노동자에게는 실업문제의 확산, 비정규직의 확대, 노동강도의 강화 등 생존권에 대한 압살로 나타난다.

이렇게 자본의 성장과 노동자의 성장은 명백히 적대적인데도 불구하고 자본은 성장 우선 논리를 외친다. 자본주의는 사회 전체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등골을 파먹으면서 성장을 구가한다. 이것이 노무현이 말한 대로 하면 민생이 어려운 근본원인이다.

노동자 계급은 이 사회 전체의 생산물을 생산한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은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들이 넘쳐 날수록 자본을 성장시키지만 자본에게 대부분을 뺏기고 있다. 노동자 계급을 착취해서 성장하는 남한의 독점자본은 그 자본의 힘으로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노조를 탄압하고 말살하려 든다. 노동자 계급은 결국 자본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서 이 괴물로부터 지배를 당하고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피를 먹고 자라나는 괴물들은 노동자 계급을 지배하면서 수백 평의 화려한 주택에 거주하고, 허영과 방탕을 일삼으며 호사스런 삶을 산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은 생산의 주인이면서도 생산의 결과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하기 때문에 주변부 인생으로 전락하게 된다. 노동은 더 이상 삶을 윤택하게 하고 활력과 창조성을 심어주는 기쁨이 아니라 고역이 될 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노동자와 자본가 간에 화해할 수 없는 계급적대 사회이다. 자본가들은 소수의 음모자들이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악선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간 적대는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서 조장되는 게 아니라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엄연한 경제적 현실에서 비롯된다.

노동자 계급은 이 적대적인 현실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각종 신문과 언론매체, 교육기관 등은 이 적대적인 현실을 은폐하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감추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계급 간 양극화가 더 심각해지고 적대적인 현실의 모순이 더 깊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노동자 계급은 여기에 맞서 제대로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개량주의 세력과 노사상생을 외치는 협조주의 세력들은 자본주의 모순에 맞서 투쟁하지 않고 자본과 협조해서 자본이 던져주는 떡고물을 챙겨 먹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이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자본은 자본의 성장과 사회 전체의 성장이 같이 가는 거라고 말한다. 말만 하면 성장이 먼저고 성장이 돼야지만 분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양극화를 인정하면서도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자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부추긴다. 결국 자본주의에서 양극화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방안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난 8월 8일 정부에서는 32만이나 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중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하겠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과 달리 현실은 KTX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발표와 더불어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외주화 하겠다는 비정규직 학살계획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자본의 양극화 대책에 맞서서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은 자본의 성장 즉 사회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반사회적인 이기주의 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은 “어!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자본의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로 빠져들고 있다.


역사의 쇠망치로 억압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자!

양극화의 심화는 자본의 공격이 더 극심해진데도 원인이 있지만 역으로 노동자 계급의 일련의 투쟁이 패배로 돌아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97년 남한 자본주의의 공황 이후에 노동자 계급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 자본의 몰아치는 공격에 계속적으로 패배했다. 자본은 정리해고 당하지 않으면 희망퇴직을 받거나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구조조정을 인정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대공장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조차도 이러한 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정리해고만 아니라면 모든 구조조정은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이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 대부분의 정서이다.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야할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을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 정리해고의 대책이 고작 위장된 정리해고인 희망퇴직을 수용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는 개량주의는 자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현장에 패배주의 정서를 심고, 또 이것을 근거로 현장 동력이 없다는 투쟁회피론에 면피를 주고 양보교섭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고용불안이 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완충장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반노동자적인 논리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래서 조반장이 중심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의 앞잡이가 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런 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들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자본과 협조하는 자본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주장하는 개량주의자들이 주도한 남한노동운동의 15년의 세월은 이렇게 노동자 계급의 패배와 생존권의 위기라는 참혹한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를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협조주의 노선은 자본을 더 광적인 착취자로 만들어서 노동자 계급을 유린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 투쟁의 패배를 자양분으로 하는 자본의 성장이 노동자 계급과 전체 인민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대의 독점자본은 노동자 계급과 농민 등 전체 근로인민을 수탈해서 전체 사회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인의 고통과 억압은 한 줌도 안 되는 독점자본에게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이 오히려 삶의 행복과 기쁨과 즐거움, 풍요와 안락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이 자신들의 고통과 억압을 줄이기 위한 투쟁은 자본가 계급에게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행복을 빼앗아 가는 적대적인 약탈이 되는 것이다.

다수 근로인민의 피와 땀과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면서 그들을 억압과 생존권의 박탈로 몰아넣는 자본가 계급은 더 이상 이 사회의 지배계급이 될 자격이 없다. 지배계급이 될 자격은  커녕 오히려 파렴치하고 뻔뻔한 반사회적 범죄집단에 불과하다. 이 흡혈귀 같은 범죄집단에게 더 이상 이 사회의 지배를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사회의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 계급과 근로인민이 땀 흘려 만든 생산의 결과물들을 자본이 독점적으로 차지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자본이 차지하는 사회적 부와 생산수단은 이제 사회 전체의 이름으로 소유되어야 한다.

노동자 계급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는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를 사회 전체의 이름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이 새로운 사회의 지배계급이 되려면  사회 전체가 죽던 말든 자신만의 이해에 탐욕스럽게 매달리는 자본가 계급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에서 착취 받고 있는 중심계급이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해방되지 않으면 전체 사회가 해방될 수 없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하면서 전 사회를 해방시켜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는 현실의 노동자 계급에게는 아직 자신의 임무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의 노동자 계급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자본이 조장한 내부 분열과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노동자 계급의 현실은 여전히 정규직만의 조합주의적 이해에 사로잡혀서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남의 나라에서 넘어와서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이것은 노동자 계급이 반사회적인 범죄집단인 자본을 흉내 내는 것밖에 안된다.

전태일 열사는 고통 속에 살면서도 억압받고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들의 대변자로 자처했다. 전태일 열사는 현실의 모순을 자각하기 위해 학습하고 철저하게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겼다. 전태일 열사를 단순한 평화주의자나 인간주의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열사의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자본과 권력의 회유와 안락, 협박에 굴하지 않고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 그런 비타협적인 삶을 살다가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리고 죽어서도 죽음의 세계로부터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전태일 열사의 투쟁정신을 기념하는 2006년 노동자대회는 연이은 노자간의 계급투쟁에서 밀려온 노동자 계급이 자본과 자본가 정권에 반격을 시도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낡고 타락한 자본주의를 대신해서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를 자각하고 실천에 옮기자! 노동자 계급은 억압과 착취의 쇠사슬을 끊어낼 역사의 쇠망치를 가지고, 자신을 해방하는 동시에 전체 인류를 해방할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유서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 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 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이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 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이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사회적 합의주의’ 폐기 없이 총파업은 없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이 또다시 수정되었다.

민주노총은 11월 9일 투본대표자회의에서 15일로 예정되어있던 전면 총파업 투쟁 계획을 22일로 연기했다. 이 날 결정된 핵심내용은 15일에는 4시간 부분파업을 하고 20일까지 정부의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여, 민주노총의 4대 핵심요구에 대한 답변이 없을 시에는 2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12일부터 3박4일 동안 강력한 총파업 상경투쟁을 계획하던 건설운송노동자들의 투쟁의지는 관료들의 판단을 읽지 못하는 순진한 발상으로 전락했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한 달 전부터 공언해왔던 민주노총이었다.

“일주일 후면 총파업 규모를 40만으로 조직 하겠다”, “총파업을 앞두고 현장 분위기는 뜨지 않고 지도부의 투쟁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지도부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결단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선거에 불참 하겠다”, “민주노총 탄생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 될 것이다”며 온갖 수선을 피우던 민주노총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계획은 이렇게 또다시 전체 노동자 대중을 기만하며 유실될 위기에 놓여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하루하고 말 파업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는 긴 기간의 실제적 파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피로도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고 총파업투쟁이 연기된 이유를 밝혔다. 이것은 반만 진실이다. 총파업의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는 금속과 공공 사업장들은 비정규직 투쟁을 제외하고는 그동안의 투쟁으로 인해 축적된 피로도는 없다. 또한 파업투쟁 돌입 이후에도 민주노총의 계획은 11월 22일, 29일, 12월 6일 8시간 전면파업을 제외하고는 4시간 부분파업이기 때문에 관료들이 걱정할 만큼의 조합원 피로도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총파업 연기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그들이 얘기하는 정치적 상황의 고려이다.

지난 11월 7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비정규 개악법안만 단독상정 되었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기습상정’ 운운하지만, 사실 이것은 그동안 자본가 정권이 올해 내에 비정규개악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혀왔던 것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11월 6일 노무현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서 올해 내에 비정규 개악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이상수 노동부장관도 지속적으로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였으며, 이 날 법사위 회의자리에서도 “이 법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더라도 심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

자본가 정권으로서는 이미 올해 2월에 환노위까지 통과되었고, 민주노총이 빠지긴 했지만 형식적으로는 노사정 합의가 된 안이기 때문에 시간을 늦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자본가 정권의 의지가 명확한데, 총파업 일정이 연기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료들이 여전히 사회적 합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투쟁을 교란시키는 사회적 합의주의

지난 9월 19일 민주노총 38차 대대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용도폐기를 선언하고 한국노총 상층부와의 공조를 '재고'한다"는 안이 제출되었다가 대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파기 한다"로 수정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노사정 대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수정안은 부결됐다. 또한 당시 대대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국회 차원에서의 노사정 협상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였다. 여전히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은 폐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총파업 투쟁 전선을 교란시키고 있다.

다만 예전과의 차이는 이미 사회적 파트너로 이용가치가 떨어진 민주노총 대신에 민주노동당이 국회 내에서의 사회적 합의 파트너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2004년 비정규 개악입법안이 처음 제시된 이후로 끊임없이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철저하게 압박용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압박용 총파업은 현장을 조직하지 못했고, 민주노총 관료들이 사회적 교섭의 파트너로 자리 잡지 못할 정도로 총파업 대오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자본과 정권에 의해 철저히 버림받았다. 자본과 정권은 언제라도 한국노총을 끌어들여서 노사정 합의의 형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이 민주노총을 의식할 때는 민주노총이 힘이 있을 때뿐이다. 그러나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관료들만의 총파업은 더 이상 자본과 정권이 민주노총 관료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신시키기에 충분했다. 자본과 정권은 더 이상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사회적 합의의 그림을 완성시키려는 기만책을 쓸 필요가 없다. 이것이 올해 내에 비정규 개악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자본과 정권의 자신감의 근거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료들은 여전히 사회적 파트너로 서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또다시 총파업 일정을 연기하며 20일까지 민주노총의 4대 요구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는 관료들의 모습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여전히 주인을 향해 꼬리치는 꼴과 같다. 관료들은 4대 요구에 대한 답변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자본가 정권에 대한 면담과 협의를 요청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 투쟁에 대한 열기가 고조될 리 없다. 민주노총 관료들의 삭발은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가 정권에 대한 항의와 불만의 표시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현장의 조직력을 탓하기 전에 현장이 이토록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대대 결의도 거치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까지 추진했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대표임을 자임하지 말라!!

이러한 민주노총 관료들과 환상의 팀워크을 자랑하는 조직이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본과 정권과의 교섭에 주력해왔다. 이제 자본과 정권은 노골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1월 7일 법사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동당은 아직까지 11월 7일 법사위에서 비정규개악법안 처리가 연기된 배경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시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사용사유제와 기간제한제에 대한) 최근 민노당이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절충하면서 협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면서 “만일 민노당이 충분히 절충의 의사가 있다면 보름정도 진지한 논의를 하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재논의의 조건과 기간을 분명히 못박았다. 민주노동당은 사용사유제와 기간제한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유연한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총파업 투쟁을 교란시키고 왜곡시키는 주범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들 임의대로 결정적 시기마다 자본과 정권에게 양보안을 던져왔다. 그 결과 2년 동안 비정규개악법안은 자본과 정권의 의도가 관철되는 형태로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 1년 전에도 민주노총은 교섭결렬을 선언했지만(물론 이것은 자본과 정권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이 더 이상 교섭을 진행할 명분을 상실했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즉각 나올 것을 요구하는 현장의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정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에 의해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지속되었다. 그 때 이미 민주노동당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사용사유제한에 관해서도 심각한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기간제 노동 관련하여 ‘엄격한 사유제한’은 민주노동당에 의해서 10가지의 사유에 대한 ‘허용’으로 변질됐다. 또한 실제 10가지의 사유에는 ‘△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자본가 계급 임의대로 언제라도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에 노동자 투쟁 대오가 물대포를 맞아가며 살인적인 추위와 공권력에 맞서 투쟁하던 그 때, 자본가 정권의 국회 안에서는 이러한 뒷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동당은 또다시 자본가 정권에게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절충’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에게 버림받고 대대에서 “모든 노사정 대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수정안까지 제출되는 상황 때문에 노골적으로 사회적 교섭을 요구하지 못하는 민주노총 관료들을 대신하여 민주노동당은 자본과 정권에게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개악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논평을 냈다.


“지금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국회의원의 결단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사회적 합의의 노력을 보여줄 때다.”

민주노동당은 자본가 정권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고 있지만, 정작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전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에 대하여 자신들 임의대로 수정안을 작성하고 마치 그것이 전체 노동자의 요구인 냥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민주노동당 관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적 없다. 민주노총이 그러한 결의를 했는가?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그러한 결의를 했는가?

민주노동당은 명백히 직권남용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전개된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작태는 현장에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는 데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무엇을 위한 총파업투쟁이라고 현장을 조직할텐가? 개악법안 철폐인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료에 의해서 누더기가 된 수정안 쟁취인가?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대표임을 자임하지 말라!! 단 한 번도 현장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자본과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임의대로 수정안을 제출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민주노동당에 의해서 노동자계급의 요구안이 수정, 개악되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면 안된다. 현장의 동의 없는 민주노동당의 수정안 제출에 대하여 끝까지 그 책임을 묻고 이 시간 이후로 그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료들과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

총파업 투쟁을 사수하자!!

총파업 투쟁을 가로막는 것은 사회적 합의주의 만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관료주의의 동전의 양면이다. 관료들이 노동계의 대표를 자임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치적 노선이 사회적 합의주의이다. 따라서 총파업 투쟁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부의 관료주의와의 투쟁이 필수적이다.

관료주의는 총연맹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공장에서의 관료주의는 조합주의와 결합된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다.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관료들에 의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계급적 요구는 철저히 사장된 채,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실리적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닌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자계급의 관심이 차단되고 있다.

지금의 냉담한 현장 분위기는 이렇게 사회적 합의주의, 관료주의, 조합주의가 결합되어 끊임없이 현장에서 재생산된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장에 나와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비정규직에만 해당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투쟁에 결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역으로 현장조직력이 안되기 때문에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기 어렵다는 관료들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부터 이러한 추악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투쟁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 주체는 선진활동가들이 되어야 한다. 조합 간부들의 형식적인 총파업찬반투표에 국한되지 않는 현장을 조직하는 투쟁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총파업 사수를 위한 현장투쟁을 배치하여 현장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현장토론을 조직하고, 집회를 배치하고, 선전선동을 강화하자! 언제든지 총파업을 철회할 명분만 찾고 있는 관료들의 작태를 폭로하고, 현장에서부터 이들을 압박하자!!

민주노총은 물론 민주노동당까지 포괄하여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자!! 어떠한 수정안도 거부하고, 이번 투쟁의 목표가 수정안 쟁취가 아닌, 개악법안 폐기임을 분명히 하자!! 그럴 때만이 이번 투쟁을 끝장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다. 비정규개악법안 폐기! 로드맵 폐기! 라는 단일한 전선으로 총파업 투쟁을 올곧게 세워내자!!


2006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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