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061123금속산별완성대대유인물] 산별 완성인가? 계급적 단결과 현장권력 강화인가?
노정협   2006-11-23 10:41:09, 조회:1,288, 추천:265


산별 완성인가? 계급적 단결과 현장권력 강화인가?



산별완성 대의원 대회에 참석하신 산별 대의원 동지들! 그리고 비록 산별 대의원은 아니지만 산별노조 건설에 누구보다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로 달려온 전국의 동지들!

오늘은 산별노조 건설! 이라는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20여년의 기대와 우려, 무수한 논란과 쟁점이 완성된 규약 제정과 조직 체계 건설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다. 그러나 이처럼 역사적인 산별노조 건설의 날은 그 출발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기업지부, 지역지부 논란은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이라는 형태로 어정쩡하게 봉합되어 있고, 완성 대대 준비위에서 마련한 규약은 현장 민주주의와 현장권력을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산별 완성 대의원대회를 치르는 이 순간에도 정세는 엄중하다. 자본과 정권은 호시탐탐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파업권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려 하고 있고, 비정규직 법안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그러한 자본과 정권의 음모에 맞서서 민주노총 전체의 4시간 파업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오늘 이 자리에는 노조의 존립 그 자체만을 가지고도 목숨 걸고 싸워야만 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이 자랑스럽게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별노조 건설=계급적 단결이라는 등식은 구호와 토론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구호와 토론이 끝난 자리에서 돌아보는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정규직 노조의 고립과 외면 속에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원하청연대의 원칙은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을 가로막고, 통제하는 공허한 원칙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규직 대의원이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합의해 주는 기가 막힌 일도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굴뚝농성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공장을 볼모로 하는 투쟁이라는 악선동과 연대 단절이라는 협박을 일삼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파괴하는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대체인력 투입 저지가 아니라 정규직 대체인력은 정규직노조가 맡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이 맡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자본의 사주를 받아 비정규직 투쟁을 파괴하는 어용 세력들에 대해서 노조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관망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규직 중심의 조합주의 운동이 판치는 현실의 틈을 비집고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부추기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교묘히 갈라놓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단지 기업별 노조의 한계 때문에 비롯됐는가? 그리고 오늘 산별 완성 대의원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가면 봄눈 녹듯 한 순간에 해결될 문제인가?

자본과 정권은 산별노조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막상 많은 단사에서 산별노조를 결의하고 나자 이제는 이중파업과 이중교섭이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노조 사무실도 산별노조 시대에는 현장 밖으로 나가야 하고, 계급갈등을 부추기는 각종 플랭카드도 현장 내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자본은 벌써부터 현장권력과 현장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산별노조로 만들려고 길들이기를 하고 있고, 산별노조를 자본과 정권이 원하는 대로 투쟁하지 않는 산별노조, 노사협조주의가 판치는 산별노조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산별노조가 건설되면 파업이 줄어들고 교섭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합리적 노사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이 있다.

남한 민주노조 건설의 역사는 선배 노동열사와 투사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투쟁의 역사였다. 민주노조 건설은 조합원들이 투쟁의 주인이 되는 현장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투쟁과 학습의 장이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산별노조 건설에 있어서도 이러한 민주노조 건설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산별 완성 대대 준비위에서 규약 제정 논의는 규약 소위에서 수많은 논란을 거치면서 절충과 타협으로 점철되었다. 조합원들은 조직 형태변경 투표에 참가했을 뿐 이러한 상층에서의 논의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심지어 산별노조 건설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들이나 산별 대의원조차도 산별논의의 핵심 쟁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는 실정이다.

산별노조의 내용이 형식을 만들고 역으로 형태가 조직적 내용을 채워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산별노조 건설은 다분히 형식주의적, 관료주의적으로 진행되면서 노조형식이 노동자 계급의 투쟁과 사상이라는 내용을 질식시키려 하고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노동자 투쟁과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노동해방이라는 사상에 맞지 않는 형식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그 속에서 또 다시 산별노조 건설에서 채워져야 할 계급적 사상과 내용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 또한 금속산별노조 건설을 자축하는 자리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전국의 선진노동자들은 14만의 거대한 단일노조의 탄생이 산술적인 숫자의 증가만이 아니라 투쟁의 질적인 상승을 가져올 수 있도록 이미 고착화되고 있는 관료주의와의 투쟁에 주저 없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이 투쟁을 통해서만이 산별노조는 노동자계급의 투쟁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다.

14만의 금속노조가 소수 중앙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거대한 이빨 없는 초식동물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에 선봉으로 우뚝 설 것인가는 관료주의와의 투쟁에서 승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 민주주의와 현장권력 강화하는 규약 제정을 위한 제안

1) 현장투쟁은 무조건적으로 지지, 엄호되어야 한다!!

자본의 공격이 일상화된 만큼 현장에서도 일상적으로 자본과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일상투쟁은 현장 구석구석까지 치고 들어오는 자본의 공세를 격퇴하는 투쟁이기 때문에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있는 임단협 투쟁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근래에는 이러한 현장의 투쟁이 공장 전체의 투쟁으로 확산되기도 전에 자본에 의해서 진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어용 집행부의 경우에는 이러한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은 투쟁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며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이행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자행되고 이들을 현장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자본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활동가들이 고립되어 탄압받는 것은 현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패배감을 확산시킨다.

이제 이러한 상황은 극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부의 지침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투쟁뿐만 아니라 현장의 자발적인 투쟁 또한 무조건 지지, 엄호되어야만 한다. 그 첫걸음이 최소한의 신분보장이다. 따라서 공식 기구에서 의결된 투쟁에 대해서만, 그것도 한시적인 기한을 두고 있는 현행 금속노조 규약의 신분보장기금 관련한 내용은 개정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신분보장기금의 대상을 모든 현장투쟁으로 확대하라!!
- 지급기한을 최대 1년으로 한정짓지 말고 원상회복 때까지 연장하라!!


2) 현장단위의 교섭권, 쟁의권을 보장하라!!

완성대대에서는 쟁의 관련하여 “현장단위의 쟁의가 조합의 통일된 투쟁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위원장은 즉각 중단을 명할 수 있다”는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규약 안이야말로 완성 대대 준비위에서 마련한 최대의 독소조항이다.

도대체 조합의 통일된 투쟁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장단위의 쟁의는 무엇이고, 산별 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현장투쟁을 중단시킨다는 초관료적 발상은 누구로부터 나왔는가? 산별 차원의 투쟁을 전개할 때 단사 차원에서 투쟁을 먼저 접어서 전체 투쟁에 악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마땅히 전체 금속 노동자의 이름으로 징계와 단죄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체 투쟁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단사의 이탈을 막으려 한다면 현행 금속노조 제64조 ‘쟁의행위의 효력’에서도 “조합의 산하 조직은 조합 의결기관에서 결정한 쟁의관련 사항을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중앙위원회에서 부득이한 사유에 의하지 않고 결정사항을 집행하지 않을 시 징계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러한 규약을 강화하고 파업 이탈에 대해 단호하게 징계하는 기풍을 강화하여 단사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위의 규약은 산별 중앙의 관료적 타협이나 투쟁 종료에 맞서서 항의하고 ‘계속 투쟁’을 하려 하는 현장 단위의 투쟁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료적 종료 지침에 저항하는 현장단위에는 징계를 내려서 현장에 대한 관료적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장 단위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대공장 이기주의를 강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본은 이중교섭과 이중파업을 없애고 중앙교섭만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사회적 최저요구인 기본단협이다. 중앙교섭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확대, 임금삭감과 성과급제 도입, 노동강도 강화와 자본의 통제, 구조조정 등 자본의 공격은 현장에서 몰아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단위의 투쟁과 지역지부 단위에서의 투쟁이 씨줄 날줄로 교차하면서 활발해져야 한다. 단위 현장 투쟁을 통해서 역으로 기본단협의 요구와 수준을 확장시키고 높여 내야 한다.

외국의 노동운동의 역사를 볼 때도 중앙단위의 관료적 투쟁 중단과 상관없이 벌이는 삵퀭이 파업이 현장권력과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관료화에 맞서는 최대의 무기였다.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 파업권을 말살하려 한다고 외치면서 산별노조 건설 논의에서는 현장 단위의 교섭권, 쟁의권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규약을 제출한다면 이 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는가? 현장단위의 투쟁에 대해서 통제하여 관료적 교섭력을 강화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장단위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지역, 중앙 차원에서 지지, 엄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현장투쟁을 제약하는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 현장 차원의 쟁의권을 보장하라!!


3) 비정규직 1사1조직 편제를 철회하라!

비정규직 투쟁은 몇 년째 자본가계급과의 핵심 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금속산별노조는 이러한 비정규직 투쟁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확대, 강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하도록 조직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비정규직 조직을 무조건적으로 1사 1조직으로 편제하여 정규직노조에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현실 조건을 직시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단협, 노동조건 등이 현저한 차이가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조의 자주성과 독자성이 보장되지 않는 1사 1조직은 비정규직의 현실적인 요구를 정규직 중심의 노조에서 주변적 요구로 밀리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현실의 간격은 오히려 1사 1조직 하에서 더 깊고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1사 1조직 편제는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성과 자주성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 파업권, 교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단사마다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편제는 해당 주체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동안 자주적, 독자적 투쟁을 전개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지 않고 1사1조직 편제의 원칙만 주장하는 것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비정규직 투쟁을 정규직노조의 통제 하에 두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편제 관련하여 주체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라!!
-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 하에 비정규직 투쟁의 지지, 엄호를 결의하라!!



2006년 11월 23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Nara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