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치신문’(가칭)을 다시 생각한다
1. 사회적 합의주의의 급부상, 원인은 무엇인가?
‘노동자정치신문’(가칭)은 창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창간을 앞두고 ‘노정신’의 문제의식과 그 동안의 노정신 발행에 대한 스케치를 하려 한다. 전반적인 문제의식과 주어진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힘차게 창간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스케치에 채색을 하고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은 창간을 준비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몫이다.
2004년 임단투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노총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회적 합의주의’의 공식화이다. 노자협조주의 세력이 아예 내놓고 ‘사회적 합의주의’를 자신의 정치노선으로, 노동자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나, 현장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전망을 보여주고 이것을 현장을 중심으로 조직해 나갈 현장세력을 결집시키지 못했다. 현장파는 전투적 현장주의에 갇혀서 현장투쟁의 전망을 창출하지 못했다. 현장투쟁의 전망이 없는 현장의 전투성은 맹목적인 투쟁, 시지푸스의 노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노자협조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대세력으로서의 필요성과 의의는 인정받았지만 스스로 전투성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얻을 것이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투쟁 패배의 후유증을 떠안고 투쟁의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현장 노동자 대중에게 확실하게 믿고 의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으로 각인되지 못했다. 전투적 현장세력의 응집력은 약화되었고 조직은 느슨해졌다. 겉으로는 투쟁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현실적 타협을 모색했다.
이제 전국적으로 정세적 영향력을 미치는 전투적 현장세력은 없어졌다. 현장파는 현장의 여러 세력 중 하나로 전락했다. 기껏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하는 세력’이란 양적인 비교우위를 점할 뿐이다.
한편 중앙파는 자신의 손에 통제되는 총력투쟁의 조직화를 시도했다. 현장노동자의 정서에 적당히 영합하고 투쟁을 자본과 자본가 정부의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노동자투쟁의 역동성은 관료주의적 통제를 깨고 대결구도를 만들자 놀란 관료주의자들은 노동자의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파업의 파괴를 조장했다. 투쟁의 모양내기와 압박효과 높이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현장구도를 토대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세력, 노골적인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은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장악할 수 있었다.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투쟁, 직접적으로 실익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정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최대한 노자대등한 모양새를 갖추어서 상층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자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자는 것이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천에 숨겨진 송곳은 천을 뚫고 나온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를 보라. 합의된 사항마저도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지 않은가? 남은 것은 “합의했다”는 그것뿐이다.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없다. 속빈 강정! 이것이 사회적 합의주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한편 민노당의 제2야당으로의 약진은 정치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를 내세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형식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매일 싸우는 것 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낫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전국적 상황, 현장의 상황은 현장 활동가들에게 명확한 정치적 결단과 선택을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장의 전투성과 정치적 전망을 긴밀하게 결합할 것인가? 현장의 회의적인 전투적 반대세력으로 남을 것인가? 탐스럽게 보이는 선악과 나무인 사회적 합의주의의 유혹에 몸을 던질 것인가?
2.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노정신은 전투적인 대중적 현장투쟁과 정치적 전망을 단일하게 결합시키는 것이 이 시대 노동운동의 살 길이자 나아갈 길이라는 정세인식에 기초해서 발행하게 되었다. ‘전투적 현장성과 노동자계급해방의 전망을 결합’시키는 것이 노정신이 추구하는 정치의 핵심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확보되어야 한다.
첫째, 현장에서 노동자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전투적 현장 활동가들은 정치적 전망을 확보해 나갈 세력의 손을 기꺼이 굳게 잡아야 한다.현장성과 정치가 대립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는 지나갔다. 현재 우리 앞에 엄정하게 놓여 있는 문제는 “어떤 정치인가”, “그 정치는 과연 우리의 투쟁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제2야당이 되어 ‘진짜 야당’을 자임하고 있고 민주노총 지도부와 연맹 지도부 대공장의 지도부들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미친 듯이 주장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 때, 정치가 없는 ‘현장성’은 맹목적이고 공허하다.
둘째, 신문이 전략적, 전술적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제 정치운동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현장조직운동, 노조운동에서도 전략적, 전술적 노선과 입장의 대립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다수당이 되어 국가를 장악하여 점진적으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사민주의 모델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는 민주노동당 노선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다. 올 임단협에서 주장된 ‘사회발전기금’은 조세정책을 통하여 노자가 공동으로 계급간의 부의 격차를 줄이고 계급을 국민 또는 시민으로 만들자는 전체 계급의 중산층화 전략이다. 이제 전략과 전술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전술에서 갈등과 대립을 사사건건 벌이게 되었다. 따라서 신문은 전투적 현장운동, 노조운동의 전략적, 전술적 입장을 적합한 방법으로 제공하여 현실투쟁에 적용될 때에만 전투적 현장투쟁의 대안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공개적인 대중적 실천을 통한 검증과 집단적 권위 형성이 필요하다.
대중운동, 정치운동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가는 전국적으로 더욱 더 현장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전국적인 대중적 현장운동, 노조운동, 정치운동의 시기가 되었다. 이 상태에서 대중적 실천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전투적 현장세력과 신문은 긴밀하게 결합하여 타오르는 대중투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역동적이고 치열한 대중투쟁의 흐름에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정치를 대중투쟁의 현장에서 보여 주어야 한다.
현장투쟁의 전술은 몇 사람의 머리에서 고안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투쟁의 경험을 일반화하고, 국제적 투쟁경험을 현실에 적용하고, 부단한 현장투쟁에의 관심과 개입, 고민과 반성의 반복을 통하여 정립된다. 전술적 적용을 반복함으로써 전략적 목표와 방향은 스스로 검증되어야 한다. 전략 없이 전술의 일관된 적용과 체계화는 없다는 것, 전술 축적 없는 전략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투쟁과 평가를 통하여 배워야 한다.
넷째, “내가 옳다”가 아닌 대중투쟁의 조직화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다양한 세력들이 합쳤다 갈라지는 과정은 “나는 옳고 너는 옳지 않기 때문에 너와 함께 할 수 없거나 함께 하자”는 논리였다. 이는 활동가들 자신의 신념의 문제였고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매일 입만 열면 외치고 모든 글을 도배하던 ‘대중’은 없었다. 대중은 대상화되었고 그리하여 활동가들은 자신을 대중으로부터 소외시켰다. 대중들은 활동가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활동가들을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활동가와 대중들 사이에는 구조적인 단절과 거리감이 만들어졌다.
대중성이 취약해진 현장의 활동가들과 현장조직은 현장에서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그리하여 노조의 뒤로 숨거나 노조의 부속물로 전락하게 되었다. 노조 집행부의 관료주의화는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 사이에 간극을 벌렸지만 노조원 전체가 선출한 공식적인 대표체라는 지위에 의하여 거의 유일하게 현장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제는 구체적인 대중투쟁 방안을 제시하고 대중과 함께 투쟁하는 공동투쟁의 조직화를 통하여 진정으로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입장, 노동자계급해방의 전망을 열어나갈 수 있는 입장인지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 때 비로소 대중적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다!
노정신은 이런 일을 현장의 전투적 활동가들과 함께할 것이다. 현장의 건강한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수단이자 조직이 되고자 발행을 시작했다. 이제 창간을 일정에 올리고 힘차게 달려가려고 한다. 일정을 정하고 창간으로 밀고나가는 것은 동지들의 몫이다!
3. 노정신에 제기된 몇 가지 문제
노정신은 그 동안 노정신의 편집방침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생산되고 발행되었다. 그 동안 노정신에 제기된 몇 가지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 후 동지들과 함께 정정해 나가고자 한다.
1) 내용은 좋은 데 어렵다!
독자나 회원 동지들로부터 이런 평가가 많이 나왔다. 어렵거나 압축적인 용어나 문장, 긴 문장도 이에 한몫 했다. 쉽고 간결한 집필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
여기에 대한 비책은 없다! 부단히 고민하고 쓰고, 논의하고 다듬고 활발한 구체적 제기를 통하여 정정하는 과정의 반복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읽는 동지들도 그냥 차창에 지나가는 풍경을 보듯이 기사를 읽지 말라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읽고 함께 논의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부득이하게 쓸 수밖에 없는 용어나 내용도 있다. 이것은 학습을 통하여 그 용어나 내용을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2) 글씨가 작고 분량이 많고 오타가 많다.
글씨 크기나 자간이 너무 좁다는 제기가 있었다. 읽는데 피곤하고 눈에 잘 안들어 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편집에 대한 제기였다. 현재 이 문제는 신문에 반영하여 고쳤다. 분량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내용 있는 분량이 많은 것은 좋다. 그런데 분량이 많은 만큼 충분한 도움을 못준다면 문제다.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신문내용을 만들고 신문에 직접 참가하여 함께 신문을 만들어 나가면 많은 분량은 많은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오타는 읽는데 흐름을 끊거나 짜증이 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기사작성이 부지런히 하여 충분하게 기사를 검토하면서 오타를 줄여나가겠다.
3) 제안을 실천으로 연결시켜라.
현장 활동가들은 당면한 현장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 관심이 가장 크다. 절박한 자기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신문에 기사만 작성하고 구체적 행동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공허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는 기사를 행동으로 조직하지 못하면 신문은 기사만 쓰는 매체이지 현장의 실천이나 투쟁을 조직하는 수단이자 주체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노정신이 가장 경계하고 배척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선봉대를 제안했다. 그러나 선봉대 건설은 제안으로 끝났고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것은 박일수 열사분신투쟁이 타결되어 급격하게 열사정국이 해소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현재 우리는 전국 정세의 변화에 반작용을 일으킬만한 힘이 없다. 역량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나 역량의 문제를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역량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량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정세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 적절한 시기를 잡고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일수 열사분신투쟁 때 선봉대 제안이나 구성시도가 울산집회 전에 시도되었으면 달랐을 것이다. 둘째, 신문을 창간하여 신문에 참가하고 지원하는 동지들이 주체가 되어 집단적으로 신문을 만들고 신문에서 제기한 주장을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셋째, 노정신 자체만이 아니라 노정신 주장에 동의하고 함께 할 수 세력이 공동으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4) 논의를 조직해야 한다.
신문의 생명은 ‘발 빠른 대응이다!’ 선동을 중심으로 선전을 결합하는 신문에서 시기적절성은 신문의 생명이다. 빠르게 독자의 손에 전달하고 신문창간 준비와 함께 적절한 단위를 구성하여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만날 수 없다면 개인의 간단한 소감문이라도 제출하자.
신문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거나 중요한 문제제기가 아닌 경우 노정신 홈페이지의 토론방을 이용함으로써 신문의 일관성과 중심성을 살리되 다양한 논의와 깊이 있는 논의를 함께 조직하도록 하자. 회원,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참여를 위하여 홈페이지를 준비 중이다.
5) 현장의 글을 많이 실어 달라.
현장의 글은 대환영이다! 노정신은 인터뷰나 현장기사를 계속 실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또 정말 정세에서나 현장문제의 성격이 중요한 현장의 글을 제때에 실감나게 실어야 하는데 발간일정에 맞춰 쫓기듯이 하고 있다. 현장의 글은 생생한 현장상황을 통해 정세의 상태나 현장의 정서와 역학관계를 실감나게 알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노정신이 현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현장에 깊이 뿌리박은 현장 활동가의 신문이 되고 노정신 기사가 현장투쟁의 시험을 견디어 낼 때 노정신에는 생생한 현장 투고가 넘칠 것이다. 한 가지 부탁은 “현장 글을 많이 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고 적극적인 기고를 해 달라는 것이다! 노정신은 현장에서 노동자계급해방을 전망을 추구하는 모든 노동자의 신문이 될 수 있도록 분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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