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로>
반전투쟁에서 나타나는 좌우편향 비판
1. 베트남전은 이라크전의 거울이 될 것인가?
미제국주의자들과 제국주의 동맹국들이 일으킨 야수적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 민중들의 결사적 저항으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로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의식 속에서 월남전의 악몽을 떨쳐 버리려 하면 할수록 현실에서의 전쟁은 점점 더 월남전의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내에서의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들 사이에서의 반전여론의 확산, 전쟁 명분의 상실, 이라크 민중들의 참혹한 죽음에 비할 수 없지만 미군 전사자의 증가, 군인들의 사기저하와 낙담, 회의, 공포의 증대와 이것의 극단적인 역반응으로 나타나는 잔인한 폭력성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미제국주의는 당시에도 직접적인 군사통치를 하면서도 자신들의 괴뢰정부인 남베트남 정부를 내세워 대리통치를 함으로써 베트남 인민들의 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베트남 민족해방전선(NLF)를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 인민들은 98년 1월 31일 구정 대공세를 통하여 미제국주의와 제국주의 동맹국, 남베트남 괴뢰정부의 숨통을 끊는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제국주의는 구정 대공세에 맞서 수백 명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하여 무차별적인 베트남인 학살만행을 자행하고 1968년 말경에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했던 폭탄보다 더 많은 양의 폭탄을 사용해서 수십만 명의 베트남 인민들을 학살했다.
현재 미제국주의자들과 강도연합인 제국주의 동맹국들이 일으킨 이라크 제국주의 전쟁은, 이라크 민중들의 영웅적 결사저항으로 인해 동맹국 일부의 파병군 철수 발표와 추가파병 중단 등으로 인해 분열되고 있다. 미제국주의는 지난 6월 28일 30일로 예정됐던 일정을 기습적으로 이틀 앞당겨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를 이라크 임시정부로 주권이양 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라크 임시정부는 일본 제국주의시대 당시 만주국과 같은 괴뢰정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괴뢰정부를 내세워 대리통치를 함으로써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정부로의 기만적인 주권 이양 발표를 전후로 하여 이라크는 한층 더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미제국주의는 괴뢰정부를 내세워 ‘국가안전법’을 발표하여 이라크 민중의 저항을 탄압하는 한편 이라크 괴뢰정부와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충돌 뒤로 빠지면서 자신들의 희생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이라크 내전의 양상이 첨예해질수록 미군의 군사 개입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고, 미군의 희생도 많아지면서 미국 내 여론도 점점 더 극우적 움직임과 이에 대비되는 전투적인 반전투쟁의 양극화되고 첨예한 적대적인 충돌로 변해갈 것이다. 아니 “역사는 너무나 느리게 발전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역사를 (그러한 방향으로) 밀어부쳐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격렬한 대중파업과 학생운동, 흑인, 여성운동의 전투적 투쟁으로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뒤흔들었던 월남전 당시에 비해서 미국과 전세계의 반전투쟁 세력들의 투쟁의 힘은 아직 약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스탈린주의 정권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았던 전투적 반전운동 세력들은 “상상력에게 권력을”이라는 무정부적 요구에 그치면서 정치혁명을 일정에 올리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월남전 파병에 맞서 아무런 저항의 힘을 조직할 수 없었던 남한의 노동자들은 미제국주의의 강도적 동맹국을 자처하며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파병을 강행하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에 맞서서 파병반대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대한한공,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파병군대의 수송거부 선언’을 했고,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1만 6천여 명의 교사 노동자들은 ‘교사선언’을 통하여 파병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반전평화 수업’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화물연대는 공항까지 군수물자를 운송하는 걸 거부하고, 아시아나항공 서비스지부의 경우에는 활주로에서 비행기 선적 업무를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 미군부대 내 미화원 노동자들은 미군부대의 청소를 거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 29일 ‘파병반대’라는 정치적 요구를 걸고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광화문 앞에서의 철야농성에 결합과 대국회 압박투쟁을 전개하면서 7월 24일에는 ‘이라크 파병 저지 10만 총궐기 대회’에 집중하는 ‘파병저지 총력투쟁 지침2’를 산하노조에 내렸다.
한편 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7월 24일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좌파’는 민주노총의 관료주의, 개량주의 세력들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맞서서 대중토론회를 개최하고 이후의 실천방향을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
노사협조주의적 우파는 통일투쟁, 현장의 전투파는 임단투 집중이라는 정식이 최근에는 민주노동당의 등장과 반전투쟁이 활기를 띠면서 선거 참여와 불참, 파병반대 집중과 현장투쟁 집중이라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파는 정치투쟁에 집중하고, 좌파는 현장 내 경제투쟁에 집중하는 이중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립구도는 일도양단으로 나눠질 수밖에 없고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우리는 이 글에서 반전투쟁과 현장 투쟁으로 대립해서 나타나고 있는 좌우 편향의 뿌리를 살펴보고 그것의 굳건한 결합을 모색할 것이다.
2. 우파는 반전투쟁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가?
노무현 정권은 제국주의의 강력한 동맹자로서 부르주아지의 이해를 자국의 이익으로 포장하여 파병을 하려고 한다. 결국 파병반대 투쟁은 노무현 자본가 정권과 남한 자본가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파 내 국민파로 불리는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은 반미에 초점을 두지 노무현 정권과 국내 자본을 공격하려 하지 않는다. 이른바 우파 내 자주파의 경우에도 근본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
최고의 반제국주의 투쟁은 자국의 자본가 국가와 자본을 공격하여 제국주의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만약 노무현 정권이 대중투쟁의 압박을 받아서 파병결정을 철회한다면 부시정권이 수행하는 제국주의 전쟁에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레닌은 사회배외주의에 빠져서 제국주의 전쟁에 찬성하는 카우츠키 같은 국제적 기회주의자들을 공격하고 자국 내에서의 계급투쟁을 강화하기 위해서 ‘제국주의론’을 썼다. 그러나 우파들은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제국주의 대 식민지의 대결구도로만 일면적으로 이해하고 자국 내에서의 계급투쟁을 회피한다.
우파는 파병반대 반전투쟁에서 국익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포장하는 반면 우파는 “우리 민족에게 한반도 평화보다 더 큰 이익은 없다”(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던가 “국익을 농락한 자들이 국익을 위해 파병”(박현준,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연구원)한다고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반대를 주장한다. 이들은 도대체 국익이 어느 계급의 이익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파는 노무현 정권의 파병을 정면으로 공격하려 하지 않고 “수구 사대 세력의 압박”으로 돌리면서 우회하려 한다. 미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워싱턴 정가의 보수 우익 세력들과 이와 결탁한 대자본가들인 ‘네오콘’의 책임으로 돌린다.
하지만 부시를 정점으로 하는 ‘네오콘’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캐리의 경우에도 추악한 제국주의 전쟁에 찬성을 했다. 클린턴 정권도 ‘아버지’ 부시 정권에 뒤지지 않게 아프카니스탄 침공 등 수없이 많은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켰다. 민주당과 캐리는 제국주의 전쟁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과 자국의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위해 적극 지지하되 동맹국과의 공동전선을 펼치지 않는 일방적, 패권적 전쟁으로 말미암아 미국이 고립되었다면서 전쟁 수행의 절차적 방식을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우파는 미국의 강압에 의해 “개혁진보 세력이 파병지지 대 파병반대 세력으로 분열되었다”고 정세인식을 한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은 단지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과 국내의 한나라당, 조중동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파병한다고 보면서 노무현 정권의 능동적인 파병의지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을 직접 공격하면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광범위한 세력들을 끌어 안을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정세인식이 있기 때문에 우파는 적극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의 부르주아지에 대해서도 민족자본으로 친화성을 보이기 때문에 자국 자본가들을 공격하여 노무현 정권에 타격을 가하지 못한다. 96년 말 97년 초 노동법 개정 반대투쟁 당시 비폭력, 평화주의를 외치면서 총파업 투쟁의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당시 정갑득 현대자동차 집행부는 “생산도 투쟁이다”라면서 생산에 협조하면서 비폭력, 평화 집회 중심의 전술을 사용했다.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투쟁이 벌어지면 자본은 이렇게 말한다. “얼마든지 연대투쟁에 참여해도 좋다. 단 생산에 타격을 가하지만 말아라!” 따라서 현장 내에서 협조주의가 정착되어 생산에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면 바깥 집회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하든 용인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노총은 2차 총력투쟁이 벌어졌던 6월 29일 11만 명의 노동자들이 반전파업에 결합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사업장 내의 현안 요구를 내건 시기 집중 파업에 ‘파병반대’라는 정치적 구호들을 덧씌운 것에 불과하다.
6월 29일 시기 집중 투쟁에 동참(단지 시기를 맞춘 것에 불과)한 현대자동차 노조 이상욱 집행부는 7월 3일 ‘짧고 굵게’ 초특급으로 파업투쟁을 마무리했다. 노무현 정권의 파병 의도는 저지되지 않았다. 과연 29일의 파업이 진정한 정치파업이었다면 ‘실리주의적 결과’ -그것도 1차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 인상액의 80%에 불과하고 2, 3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그것의 적용조차 되지 않는- 만을 남기며 초특급으로 파업을 마무리 할 수 있는가? 현대자동차 노조 이상욱 집행부는 임투 전선이 무너진 지금 파병반대 파업을 진지하게 조직할 수 있는가?
현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파병에 동참하고 있다. 이 ‘신심’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과 치열하게 맞서면서 반전투쟁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의 파병강행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가하여 ‘상생’의 노사협조주의인 사회적 합의주의노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가 사회적 합의주의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반전투쟁은 노무현 자본가 정권과 국내의 자본을 타격해야 한다는 요구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다.
3. 현장투쟁이 전부인가?
우파가 ‘반전투쟁’에 외형적으로 적극적이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데 반해서 현장 내 전투파들은 반대 편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현장투쟁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무슨 놈의 반전투쟁인가?”라는 한마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정서는 부분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2003년 KT는 5,500명의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속수무책으로 희망퇴직을 동의해 주었다. KT내 대표적인 민주파 활동가들의 조직인 ‘KT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경우에도 현장 내에서 자본이 자행하는 강제적 정리해고의 위장된 형태인 대량 ‘희망퇴직’에 맞서서 대중행동을 조직해 내지 못했다. 이러한 현장조직이 얼마 뒤 다른 사업장 현장조직에 공동의 반전투쟁을 제안했다.
물론 현장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더라도 ‘반전투쟁’은 얼마든지 제안하고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발등에 떨어진 현안문제를 가지고도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조직력으로 과연 현장노동자들을 반전투쟁으로 조직해낼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이러한 현장조직들이 진행하는 반전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반전투쟁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는 반전투쟁에 시민적 개인으로 참여하도록 하여 들러리로 전락시킬 뿐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3일 ‘철도사업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철도사업법’은 “여객과 화물을 나누고, 노선을 4개 위상(지선, 간선, 도철선, 국제선)으로 세분화하며, 여기에 더해 운송사업과 차랑관리사업을 나누었다. 그리고 선로와 철도역 등의 시설물을 철도사업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이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제3장 철도운송사업, 제4장 철도차량관리 사업]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철도사업법’은 철도 민영화의 완결판이고 이것이 그대로 입법화된다면 철도는 수십개 이상으로 민간 사업주들한테 분할 매각되고 “철도 노동자들의 미래는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민간 사업자에게 고용된 비정규직원으로 전락할 것이다.”(2004년 7월 1일, 「철노 서울」)
이렇게 심각한 ‘철도 사업법’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정보를 민주노동당 의원들로부터 접한 철도 내 우파 현장조직인 ‘통일단결’이 주축이 된 김영훈 집행부는 2주여 동안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우연한 실언으로 현장에 알리게 되었다. 6월 30일 중앙위원회에서 중앙위원들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집행부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느라고 현장에 알리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 중앙위원회에서도 민주노총의 파병반대 지침의 일환으로 김선일씨 추모 리본 달기가 논의되었다.
철도 내 전투파 활동가들은 ‘철도사업법’을 막기 위한 리본이 아니라 김선일씨 추모 리본을 패용하는 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철도노조의 한 중앙위원은 이에 대해 “현장 내에서 조직력이 있어야지만 군수품 수송도 막고 진짜 반전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구조조정도 막지 않으면서 무슨 놈의 반전투쟁인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주장은 반전투쟁과 현장투쟁을 대립시키면서 “현장투쟁에 집중하자!”는 전투파들의 반편향을 낳는다. 현장노동자들은 전투파 활동가들의 이러한 정서적 인식구조와 실천적 태도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현안문제가 아닌 사안을 가지고 ‘정치투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주의적 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면 결국은 자신의 직접적인 현안문제로도 싸움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는 조합주의를 낳기도 한다.
반전투쟁과 현장투쟁은 대립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전쟁은 자본주의 가장 극명한 폭력이라는 특수성과 자본주의의 폭력일반이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노동재해와 직업병, 정리해고 등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폭력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현장 내에서 자본의 공격과 이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사수투쟁을 비타협적으로 진행한다면 노무현 정권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치투쟁으로 전면화 될 수 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민주노총의 파병반대 투쟁 때문에 사회적 교섭 틀이 깨지겠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근로조건 개선 외 이라크 파병 반대와 같은 정치적 이슈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으로 간주해 의법 조치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를 볼 때도 반전투쟁을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파병을 강행하려는 노무현 정권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사회적 합의주의의 한 축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 대립되지 않은 것을 대립시킨다면 전투적 활동가들의 건강한 실천이 부지불식간에 기회주의적 실천을 낳을 수 있다.
4. 좌우편향을 극복하고 노무현 자본가 정권의 숨통을 끊자!
지난 7월 13일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1만 6천여 명의 교사들은 ‘파병반대 시국선언’에 서명 하면서 동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실정법 위반’이라고 엄포를 하자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파병반대는 오히려 평화를 바라는 우리 헌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7월 17일 오전 10시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회 본청 앞에서는 파병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헌법에 위반되는 이라크 파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제56회 제헌절을 맞아 “헌법이 부정하고 있는 침략전쟁은 이라크 전쟁을 중단시키고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며 ‘헌법정신’을 강조했다.
이러한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강조는 부르주아 헌법에 선언적으로 명시된 “국제평화에 복무”한다는 선언의 허위성을 폭로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부르주아 헌법에 대한 환상을 품고 생산과정 내에서 자본의 착취질서를 부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진행된다면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혁명의 독수리였던 로자 룩셈부르크는, “만일 임금노예제도가 법률에 명시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입법적인 방법’으로 임금노예제를 폐지할 수 있는가?”라며 개량주의의 대부인 베른슈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다. 그리고 “자본주의 착취현상은 법적 처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착취 속에서 노동력이 노동자의 생활수단 형태로 소비되는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특성을 지닌 상품이라는 순전히 경제적 사실에 달려있다. 간단히 말해서, 자본주의 계급지배의 근본적 관계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반 위에서 입법개량을 통해 변화될 수 없다”면서 베른슈타인을 논박했다.
자본주의 법률은 헌법 제1장 제23조에 ‘재산권 보장’을 명시하고 민법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소유권에 대한 수없이 많은 보호장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적 착취관계라는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포장하는 외피에 불과하다. 물론 악법 철폐투쟁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외피를 민주적 법률로 바꾼다 하더라도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라는 자본주의의 착취질서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
‘대한민국 헌법’에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전문)하고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제5조 1항)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의하면 노무현 정권은 헌법을 어긴 전범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제국주의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최근 일본 제국주의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은, 제국주의 전쟁에 동참하여 자본의 이해를 도모하는데 있어서 거추장스러운 ‘평화헌법’의 포장을 벗어버리려는 일본 제국주의의 몸부림인 것이다.
제국주의 전쟁은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잉여자본의 수출과 식민지로부터의 노동력의 초과착취, 각종 원료조달, 식민지 시장 쟁탈을 위한 자본 간의 갈등이 자국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이러한 제국주의 전쟁은 침략정책을 평화정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본질에서 기인한다. 노무현 정권이 제국주의 전쟁의 동맹자를 자처하는 이유는,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참여 등의 자본의 이해와 한반도 내에서의 남한 자본의 안정적인 자본축적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방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헌법의 ‘주적 개념’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병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운동 진영들도 ‘주적 개념’을 정확하게 노무현 정권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자국과 자국의 부르주아지를 공격하는 것이 최고의 반제투쟁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러시아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제국주의 자본의 각축장이었다. 러시아 산업자본은 유럽 제국주의 금융자본에 완전히 종속되어 자국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볼셰비키에게 있어서 일관된 주적 개념은 자국의 ‘짜르정부’와 부르주아지였다. 당시 부르주아지가 1905년 혁명 초기에 짜르에 저항하는 파업에 일시적으로 동참하고 1917년 당시에 임시정부에서 이중권력을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적’은 짜르와 자국 부르주아지였고, 농민은 동맹세력이었다. 러시아 혁명은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를 끊으면서 세계 혁명의 서곡이었다.
우파인 종속론자들은 미국은 주적이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동맹세력으로 간주한다. 반면 97년 경제공황 이후에 다시 부각하고 있는 ‘신종속론자’(신식민지론자)들은 반제투쟁에서 미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자국의 민족자본, 중소자본에게는 친화성과 연대성을 표시하게 된다.
봉건제라는 역사의 퇴물을 걷어치운 부르주아지는 자코뱅(산악파) 혁명정부를 통하여 ‘자유, 평등, 박애’라는 상승하는 계급의 진보적 이해를 대변했다. 하지만 우파 부르주아지들인 지롱드파는 1874년 테르미도르 반동과 1848년 6월과 1871년의 파리꼬뮌 당시 노동계급에 대한 대량 학살, 노동계급의 혁명적 진출에 놀란 독일 부르주아지들의 반동화, 러시아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들의 반동화 등을 거치면서 역사의 반동으로 전락했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현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제국주의 전쟁은, 노쇠한 자본주의가 얼마나 전 인류를 공멸로 몰고 가는 재앙적인 체제인가를 섬뜩하게 보여 주고 있다.
남한 내에서 열린우리당과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인 노무현 정권은 이미 진보적 역사발전을 가로막는 악취 나는 쓰레기더미로 전락했다. 노무현 정권은 김선일씨라는 한 ‘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파병원칙을 고수하여 그를 비통한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전 ‘국민’을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써 노무현 정권은 전체 ‘국민의 국가’가 아니라 자본가 독재의 주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 주었다. 김선일씨의 죽음 이후에 노무현 정권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고 개량주의자들을 끌어 들여 사회적 합의라는 외피를 씌어서 노동자 계급을 압살하려고 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역사적 파산은 노동자계급만이 유일하게 역사발전을 추동해 내는 진보적인 계급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혁명을 배신하고 제국주의의 주구가 된 독일 사민당의 로스께 일당에게 죽임을 당한 로자의 피맺힌 외침을 뼈에 아로 새기면서 노무현 정권의 단발마적 만행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자!
우리는 사회주의운동이 부르주아민주주의에 얽매여서는 안되며, 반대로 민주주의
의 운명은 사회주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단정한다. 우리는 노동계급의
해방투쟁이 포기된다면 민주주의가 보다 많은 생존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지만 반
대로 사회주의운동이 세계정책의 반동적 흐름과 부르주아의 민주주의의 유기에
맞서 싸울 정도로 강력해지면, 민주주의는 그때서야 보다 많은 생존기회를 얻게
된다고 결론내리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려는 사람은 사회주의운동
을 강화시키기 원하지 약화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투쟁을 포기하는
사람은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개량이냐 혁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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