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계급과 계급모순
그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투쟁
계급모순의 격화
소련이 몰락하자 남한 내에서 개량주의자들은 정치적 전망을 잃어버리고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떠나갔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운동의 전망만 버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화해할 수 없는 계급투쟁도 버렸다. “더 이상 남한 내에서 노동자, 자본가간의 계급투쟁은 중심이 될 수 없다. 이제는 계급 간 모순으로 환원할 수 없는 다양한 영역 내에서 진보의 삶의 살자”고 그들은 외쳤다. 그들은 맑스주의를 낡은 것으로 버리고 포스트 맑스주의를 외쳤다. 그리고 “시민권의 확장이 계급적 차이를 완화시켜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피라미드형의 계급양극화보다는 다이아몬드형의 계급계층구조가 두드러지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면서 ‘계급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시민사회의 다원성’이라는 시민사회론을 외쳤다.
이제 청산주의 변절자들의 선언으로 계급과 계급투쟁은 끝나는가 싶었다. 여기에 군사독재를 문민정권으로 교체한 김영삼 정권의 등장으로 이들의 주장에 한층 더 힘이 실렸다. 자본은 격화되는 노자간의 계급투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이제는 계급간 양극화가 아닌 항아리 구조의 중산층 이데올로기를 유포했다. 자본가들은 중산층이 대거 육성됨으로써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은 산업자본주의 초기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맑스주의가 설 기반은 없고 혁명의 시대는 갔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맑스주의의 위기를 주장하는 근거의 핵심이고 현재는 또 다시 김형기, 박승옥 등에 의해서 주기적으로 유포되는 ‘노동운동위기론’의 실체다. 그런데 그들의 몽상적인 주장은 경주아폴로산업 노동자들과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맹(현총련) 투쟁을 필두로 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박살나기 시작했다.
중산층이라는 허위적 이데올로기는 20 : 80 사회에서 10 : 90 사회라는 적대적인 양극화로 인해서 산산조각 나고 있다. 삼성, 현대, LG 등 한 줌도 안되는 자본가들은 엄청난 순이익을 남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순이익 10조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해 1조7846억원이라는 막대한 순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무노조 신화’ 삼성은 소리도 없이 수만 명의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원거리전보 등의 협박으로 정리해고 하고 있고, 노조를 만들려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납치, 협박, 공갈, 테러, 회유를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핸드폰 위치추적으로 추악한 범죄를 일삼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자본은 알량한 사회 기부금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있다. 이건희는 아들 이재용에게 불법변칙적 방식의 주식양도로 수백억 대의 재산을 상속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냉혹한 이윤욕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가며 저항하고 있고, 경비대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피를 흘리고 있다. 핵심 노조 간부들은 납치폭력을 당하며 구속되고 해고당하고 있다. 저임금, 욕설, 폭력, 산재, 직업병, 체불임금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은 21세기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 실업으로 인해 가족은 해체되고 자살자는 속출하고 있다. 실제 경실련에서 2003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 6,005명 가운데 408명이 빈곤으로 자살하였고, 매월 58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나머지 자살자의 죽음의 원인은 심리적 이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취업, 입시문제 등 자본주의의 모순과 경쟁으로 인한 죽음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죽음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빈곤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의 증가로 피착취 계급의 도덕적 타락도 늘고 있다.
이러한 냉혹하고 적대적인 현실을 무시하고 개량주의자들은 여전히 자본이 유포하는 허구적인 계급간 화해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노사화합, 노사상생을 주장한다. 이것은 반동적인 이수호 집행부와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 대규모 포진한 협조주의자들에 의해 노사 파트너십을 주장하는 노사정위원회 복귀 기도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과 정권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개량주의자들이 유포하는 노사협조주의 논리를 분쇄하기 위해서, 노자간 적대성을 분명히 확인하고 계급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학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자본가계급
맑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계급분석을 한다. 산업자본가계급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노동자계급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지배계급이다. 자본가계급 내에는 화폐자본을 소유한 은행자본가와 토지를 소유한 토지자본가도 있다.
현대자본주의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이 하나로 결합하여 금융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현대, 삼성, LG 등 거대 산업자본이 중심이 되어 증권, 보험사 등 제2 금융권을 장악하여 금융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남한의 산업자본은 아직 은행을 직접적으로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자본은 은행을 자신의 손아귀로 움켜쥐려고 자본가 국가에게 은행소유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화폐자본가들은 직접적인 생산에 종사하지 않고 주식, 채권, 부동산 투자, 기업 사냥 등으로 인한 이자나 이전․매매소득 등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며 기생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5년에 남한에서 자본가계급의 비율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1.34%를 차지했다. 2001년에 남한에서 10명 이상을 고용한 자본가계급의 비율은 0.7%(신광영,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특별히 주를 달지 않으면 대부분 위의 책에서 인용한 수치다)로 줄어들었다. 남한에서 2003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사외이사 제외)의 경우 평균 58억의 연봉을 받았고, LG전자는 10억 6,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연봉에 포함되지 않은 판공비와 각종 비리를 통해 얻는 현금, 금융자산, 건물, 주택 등 부동산, 주식, 채권,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금융자산 등을 포함하면 상위 자본가들의 재산과 소득은 천문학적일 것이다.
2002년 9월 현재 전체 주식에서 1억 이상을 소유한 자들은 전체 주식 소유자의 2.1%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규모가 자그마치 200조에서 250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총자산 불평등 지니계수는 1977년 0.600, 1988년 0.655로 계급간 자산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소득 불균형 지니계수가 1997년 남한 자본주의의 경제공황 당시에도 0.389였던 것이 2002년에 0.427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때 계급 간 자산소득 불평등은 훨씬 더 악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건희, 정몽준 등 재벌집단들의 실질적인 소득과 부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정확한 통계와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 반면에 여기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실업자나 절대빈곤층의 경우에는 소득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통계수치는 계급간 불평등을 온존하게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자본가계급의 막대한 부의 축적은 상속과 증여 등으로 인해 재생산 된다. 최근에는 교육을 통해서도 자본가계급은 재생산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 질 높은 교육 환경, 기여입학, 비리입학 등으로 교육을 통해서도 자녀들을 자본가 계급의 일원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해 서울대 신입생 중 11%가 강남 출신이라는 통계는 교육에서의 불평등을 잘 보여준다.
2003년 12월 현재 고용주는 167만 명에 이른다. 종합소득세 1억 이상 납세자가 39,700명(2002년), 1억 이상 주식 소유주 80,000명(2003년), 10억 이상 고액예금자 52,000명-56,000명(2004년), 자본금 규모 10억 이상 기업체가 23,643개(2002년)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한에서 소자본가들을 제외하면 상층 자본가들은 고작 몇 만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압도적인 부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잉여가치를 법률가, 관료, 정치인들과 분배하고 자본주의의 지배집단을 형성한다. 임명되는 고위직 행정관료들의 엄청난 소득, 자산규모나 철저한 인사검증에도 불구하고 비리, 사기로 얼룩져 있는 것을 볼 때 그들이 노동자 착취분을 분배받은 수혜자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과 신중간계급 그리고 쁘띠 부르주아
노동자계급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자본가계급에게 노동력을 판매하여 살아가는 피착취 계급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에게 착취당하면서도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력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수적으로도 압도적인 계급일뿐더러 “대규모 생산에서 담당하게 되는 경제적 역할 덕분에 오직 프롤레타리아트만이 모든 노동인민과 피착취인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레닌, 국가와 혁명)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오랜 공백과 단절의 시기를 뚫고 70년대 전태일 열사와 여성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투쟁을 통해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87년 7,8,9월 노동자대투쟁과 96～7년 총파업 투쟁을 통해서 남한 사회에 자신들의 계급적 존재를 확인시켜 왔다.
자본은 노동력의 유연한 활용과 조직된 노동자계급 대오의 파괴, 비용절감 등을 위해 9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비정규직을 확산시켜왔다. 2004년 8월 현재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가지고 김유선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약 1,46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정규직 노동자는 643만 명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55.9%인 816만 명에 달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계급을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자, 여성, 이주 노동자들로 나눠서 내부를 분열시키고 노예적 경쟁을 하도록 부추긴다. 남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0년대 후반부터 깨지고 밟히면서도 자본의 분할 정책에 맞서 투쟁을 전개해 왔다.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500일 이상의 투쟁은 비록 패배했지만 이후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초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시적 취업, 잦은 직업변동, 자본의 빈번한 계약해지와 탄압 등으로 조직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영세, 미조직 노동자들보다 고용과 노동조건, 임금에서 상대적 안정성(!)을 보이면서 이동률이 낮아지고 점점 더 조직적인 투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연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투성도 증가하는 고무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평생 동안 억압과 한의 기억이 응어리져 있다가 노동자회나 노조의 형태로 조직화되면서 한꺼번에 분노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폭력적 관리자의 해고를 요구하면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기아 화성 보성 노동자들과 알몸시위를 하면서까지 저항을 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포스트 맑스주의자임을 자임하는 개량주의자 이병천은 자본가와 노동자계급 사이에 신중간계급이라는 ‘새로운 계급’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계급 중심성과 프롤레타리아독재론을 폐기하고 시민사회론을 주장했다.
물질적 노동의 중심성의 와해와 노동의 지식화 경향, 지식노동을 포함한 임노동 내부의 심대한 분화, 계층적 경계의 유동화로 인하여, 공장의 울타리 바깥 세계에서의 새로운 사회적 적대와 사회운동이 갖는 의미가 지대하게 됨으로써, 현대자본주의에서 대립과 투쟁의 장소는 전생활세계의 복합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전선은 현저히 분화․다원화되었다 … 이러한 사회의 핵심구조와 그 변혁의 전망은 더 이상 부르주아 독재론과 프롤레타리아독재론의 이분법으로는 결코 파악될 수 없다.(이병천, 「민주주의론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마르크스주의의 위기와 포스트 마르크스주의Ⅰ 서장』, 의암출판 )
이병천은 전통적인 산업노동자계급인 생산직 노동자(육체노동자)들이 줄어들고 정신노동(사무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공장(현장) 내에서의 노자 적대로 계급모순을 단순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병천은 자본이 생산과정에서 물질 노동자의 노동력의 가치(임금)를 넘는 착취로 계급모순을 만들어 낸다는 맑스의 주장은 비생산적 노동자의 증가로 틀렸다고 한다. 이병천의 주장은 서구 공산당들이 맑스주의의 핵심인 프롤레타리아독재론을 버리고 개량주의 정당으로 타락하게 되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병천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공장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사회로!’를 외치는 ‘사회적 노동운동론’과 맥을 같이 한다.
맑스는 물질적 생산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들로부터 직접적인 잉여가치가 창출되지만 생산물의 운송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운송산업이라는 추가 생산과정에서 새로운 잉여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또한 상업, 판매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본의 재생산 과정이 원활하게 되면서 자본 축적을 돕는다고 보았다.
전통적인 산업노동자 계급은 미국, 일본, 독일 등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약간은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나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미국에서도 철강,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서의 노동자계급의 감소는 기계화, 자동화 등 산업합리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리해고당하거나 노동자계급의 고용규모가 줄어든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명백히 국제적인 체계다. 산업 노동자 계급의 감소나 증대에 대한 어떠한 평가이든 반드시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 이상의 지역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 이곳에서는 단 10년 만에 63.6퍼센트, 즉 거의 3분의 2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 세계적 규모에서 보면 지금이야말로 역사상의 그 어느 시기보다 산업 노동자가 더 많은 시기인 것이다”라고 했다. (『노동자 계급에게 안녕을 말할 때인가?』의 서문으로 실린 폴 켈록의 글)
자본주의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분리하여 노동자계급 내부를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자를 경시하고 ‘화이트칼라’라는 허위의식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정신노동의 경우에도 뇌라는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극단적인 분리는 옳지 않다.
남한에서는 전국과학기술노조, 전국연구전문노조뿐만 아니라 교수노조가 등장함으로써 전문직 영역으로까지 노동자계급 대오는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무원노조와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의 등장으로 국가기구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노동자계급 대오로 편입해 들어오고 있다.
금융, 영업, 판매 등 사무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자본의 합리화 공세로 인해 불안정안 위치에 처하면서 화이트칼라라는 허위의식에서 탈피하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개량주의자들이 말하는 신중간 계급이라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주요한 성원이다.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라는 중심 계급 사이에는 농민, 도시 자영업자 등 쁘띠 부르주아가 있다. 쁘띠 부르주아는 독립적인 단일 계급이 아니다. 600만으로 추산되는 농민 층 내부를 보면 부농, 중농, 빈농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에는 농가부채,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인한 수입농산물의 급증 등으로 중농은 빈농으로 전락하고 있고, 빈농은 날품팔이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남한에서 도시 자영업자는 1997년 6월에는 429만5,000명이었으나 경제공황 이후 98년 6월에는 442만7,000명으로 13만2,000명이 늘었다. 1999년 6월에는 456만5,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3만8,000명이 더 늘어났다. 이것은 고용주의 일부와 노동자 가운데 실업이 된 사람들이 다양한 자영업으로 진출하여 일어난 변화이다. 자영업자는 97년 이전에는 계속적으로 줄어들다가 경제공황 이후에는 또 다시 늘어났다.(신광영,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이처럼 자영업자는 일시적으로는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는 없다. 식당, 상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 계급 대오와 파산한 자본가 계급 대오 일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충원되지만 이 업종에 침투하는 더욱 규모가 큰 자본과의 전투에서 밀려나가는 경향이 더 지배적이다. 로자는 소자본가가 몰락하는 경향성 속에서도 새롭게 충원되기도 하는 현상을 변증법적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자본주의의 중간 규모 기업의 발전이 단선적으로 쇠퇴해 점차 몰락에 이른다는 가정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 발전의 실제 과정은 오히려 순전히 변증법적인 것이며, 모순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간다. 중간 자본가 층은 노동자 계급과 마찬가지로, 대립적인 두 가지 경향―즉 하나는 상승시키고 다른 하나는 하강시키는―의 영향을 받는다 … 중간 규모 기업이 대자본을 상대로 벌이는 투쟁은, 약한 부대가 직접적이고 양적으로, 지속적으로 없어지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전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없어졌다가는 다시 급속히 등장하고 다시금 대산업의 힘에 의해 없어지는 소자본의 주기적인 제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중간층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이 두 가지 경향 가운데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발전과는 반대로 [그것을] 하강시키는 경향이다.(로자 룩셈부르크,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이렇게 소자본가는 상대적으로 또는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노동자계급 대오는 지속적으로 충원되고 있다. 반면에 자본가 계급은 거대자본으로 집적․집중이 강화되면서 더욱 더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는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 계급과 압도적인 노동자 계급으로 단순화되면서 노자간 계급적대는 심화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면서도 노동자의 착취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경영과 통제, 감독기능을 하는 경영자 층에 가까운 과장, 부장, 임원급의 고위직 집단들은 독립적인 하나의 계급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의 일원이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고용돼 있지만 자본가 계급의 하위적 일원이 되어 자본가 계급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보통 노동조합의 규약에서도 이들에게는 조합원 자격을 주지 않는다.
노동자계급을 육체노동자로 협소하게 보면서 노동자 중심성의 폐기와 ‘계급투쟁의 종말’을 외치는 세력들의 주장은 완전히 파산 났다. 노동자 계급의 이해는 자본이 악선동 하듯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압도적 인민 다수의 이해와 일치한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 중심성은 더욱 더 강화돼야 한다.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계급은 직업이나 직종, 신분, 소득규모에 의해 추정할 수는 있지만 이는 과학적인 인식이 아니다. 계급은 사회적 생산관계 하에서 맺고 있는 하나의 관계다. 이 관계 속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는 착취자가 되고, 노동력을 판매하는 노동자는 착취를 당한다. 이러한 객관적인 조건 하에서 계급이 형성되지만 계급의식은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자본가의 계급의식은 시장과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 이윤추구욕 덕분에 좀더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노동자계급 의식은 자본가 언론, 제도권 교육, 종교적 관념 등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대항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에 더욱 더 의식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소득향상이나 소비의 증대 등 노동자 계급의 생활수준의 향상을 근거로 노동자계급성을 흐리는 행위는 반노동자 계급적 논리다. 실제 90년대 중반에는 노동자의 자동차 소유를 근거로 계급적대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위기가 왔다는 분석들이 현장 활동가 사이에서 유포되기도 했다. 자본가들과 개량주의자들이 유포하는 ‘고임금론’과 ‘노동귀족론’은 바로 소득과 소비수준을 근거로 계급모순을 보려는 반노동자적 이데올로기다. 조직된 대공장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은 잔업, 특근, 야간노동을 밥 먹듯이 한 장시간 노동의 결과이자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정규직에 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생활격차는 정규직의 임금양보가 아닌 노동자계급 대오의 굳건한 단결로 자본의 이윤을 공격해서 상향평준화 해서 좁혀야 한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소득격차가 막대하게 벌어지고 분배 구조,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은 계급모순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지표가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노자간의 계급모순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자유로운 정리해고, 위장된 정리해고의 한 형태인 희망퇴직과 원거리 부당전보의 증가, 노조탄압, 부당해고,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것은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이 증대되어 노동자의 자본에 대한 노예적 종속이 심화됐음을 의미한다. 노동강도, 노동통제가 강화되고 산재, 직업병이 더욱 빈번해져서 현장이 죽음의 공장, 절망의 공장이 될 때 노자간의 계급모순은 실질적으로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내에서 말하는 ‘부유세 도입’은 분배구조에 대항할 뿐(이 조차도 자본주의에서는 만만치 않은 저항이 발생한다) 현장 내에서의 착취와 억압의 심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의 화해할 수 없는 계급모순과 적대성을 깨닫고 자신의 권리와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때,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계급모순을 철폐하기 위해 혁명적으로 투쟁할 때 비로소 확고하게 노동자 계급의식으로 무장됐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자본에 맞서 투쟁할 때 조직된 폭력기구인 자본가 국가와 충돌하게 된다. 자본가 국가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 중재와 화해를 하는 중립자, 초월자로 위장하지만 자본의 이윤과 소유권이 침해당할 때 착취자를 보호하는 국가 기구의 반동적인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결국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은 자본주의의 강력한 보루인 국가권력을 타도하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은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타도하지 않고 그 국가권력을 민주적으로 개조하여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 노동자 투쟁을 말아먹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의 배후에는 개량주의가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자들도 비정규직이나 실업문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계급대립과 모순을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자본가들도 수치를 통해 나타나는 계급간 양극화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투쟁을 통해 이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사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노사(정)이 화해나 절충,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에 맞서 온전하게 투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자간의 계급대립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본가 독재에 맞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단지 계급투쟁만을 인식하는 사람은 아직 맑스주의자라고 볼 수 없으며, 그들은 여전히 부르조아적 사고와 부르조아적 정치적 영역 내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맑스주의를 계급투쟁론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맑스주의를 축소시키며, 왜곡하고, 그것을 부르조아지가 받아들일만한 그 무엇으로 환원시키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계급투쟁에 대한 인식을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한 인식으로까지 확장하는 사람만이 맑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레닌, 『국가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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