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회보험 현장,
노조무력화, 생존권 말살 위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전국에서 현장권력이 강력하게 유지되던 몇 안 되는 사업장 중 하나인 사회보험 현장이 적들의 탄압에 의해 난자당하고 있다. “지금 투쟁 못하면 현대중공업 같이 될 것이다”는 말을 절감하는 상황이 눈앞에 닥쳐있다. 2월 17일 사보중앙운영위(중운위)에서는 지난 실무교섭에서 논의된 가 합의안을 보고하였다.
<가합의안>
공단과 노조는 조직안정을 통한 대국민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아래 사항을 합의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준수한다.
1. 노조는 공단 정상화와 대국민 서비스증대 등의 내용을 포함한 대국민 성명서를 중앙일간지에 2005.2.23까지 게재한다.
2. 노조는 쟁의행위기간을 제외하고는 노조 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며, 중식당번근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한다.
3. 공단은 2004.6.30 합의한 복직대상자중 미복직자 및 당연퇴직자 10명은 임용결격사유가 해소되거나, 사면.복권을 받을 경우 복직시킨다. 또한, 공단과 노조는 미복직자의 사면복권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
4. 공단은 직위해제자 및 징계의결요구 중인 직원의 징계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 같은 정부와 공단의 횡포는 자신감의 표현이며, 아예 노조를 거꾸러뜨리려는 의도이다. 징계처리를 막아줄 테니 노예문서를 쓰라는 협박이다. 그러나 집행부는 “노조를 포기하라”는 이 안을 이후 조합원 총회에 붙여서 묻겠다 한다.
우리는 이처럼 쓰라린 굴욕을 눈뜨고 지켜 볼 수만 없다.
사보 현장의 탄압은 결국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전조이며, 05년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탄압을 위한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교섭을 자행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발아래 무릎 꿇는 일이기 때문이다. 질식할 것처럼 목을 죄어오는 현장의 탄압을, 이 비상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파업만이 살 길이다!
그러나 현장은 적들의 침탈에 의해 각개격파 돼 있다. 8대 어용집행부에서 9대 민주파 집행부의 당선은 거듭 후퇴된 집행부의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판단이었지만, 2년 반의 무투쟁기조는 현재 사보노조에 심각한 질병이 되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일상적인 투쟁에 대한 사측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원거리전보 등의 협박이 노골적으로 진행되어도 현장의 조직력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적들을 공격해 갈 것인가? 이러한 고민을 안고 사회보험노조 현장노동자회 의장 권영규 동지를 만나 보았다.
**사회보험노조 현장노동자회 의장 권영규 동지와의 인터뷰***
1. 사보는 공공현장에서 몇 안되는 조직력이 탄탄한 사업장이었는데, 현장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00년 파업 패배 이후다. 내부에서는 투쟁에 대한 피로도를 핑계로 협상위주의 전술을 폈다. 집행부는 상황에 따라 끌려 다녔다. 스스로의 전망이나 정체성을 없애면서 끝없는 하향을 했고 결과적으로‘무투쟁기조’가 조합원들의 피로도를 높였다. 그러나 현장의 건강성은 살아있다. 지금 현장이 안 움직이는 건 현장탄압이 너무 심하게 들어와 조합원들을 개별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 현재 해고, 직위해제 등 사측에서 자행하고 있는 현장탄압에 대해 말해 달라.
현재 사측은 기존의 단협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주5일제 합의 시에도 거듭된 양보를 요구하였고, 그나마 해고자 복직 약속까지 현재 이행하지 않고 있다.
탄압의 양상은 기존의 탄압방식을 탈피하여 현장을 탄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측은 투쟁복을 착용하고 근무하는 일상적인 투쟁까지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와 불법적으로 파면과 직위해제 그리고 원거리전보로 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즉, 노조의 근간인 현장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무차별적인 탄압을 자행하면서, 모든 상황의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공단업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노조의 책임이라는 언론플레이까지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사측의 이런 무차별적인 탄압에 매우 힘겹게 투쟁지침을 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3. 지금 사측의 현장탄압은 기존의 공격과 다른 차원의 노조 무력화 공세라고 보는데?
그렇다. 결국 이런 일련의 탄압은 노조를 무력화하여 구조조정을 획책하겠다는 음모와 직결된 문제이다. 이후 하반기 조직진단의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과 결원을 해소한다는 명분의 원거리전보, 소규모지사 통폐합, 항아리형 조직구조를 피라미드구조로 바꾸겠다는 사측의 일관된 주장에 따른 근거가 될 것이 농후하다.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현장을 위협해서 지도부로 하여금 운신의 폭을 좁히도록 만들었다. 노무관리가 강화됐다. 조직진단은 경영진에서 하는 것이지만, 애초에 인력충원을 우리의 요구로 걸어야 한다. 인력충원을 전제로 하지 않는 조직진단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원거리 전보는 심각한 생존권 파괴 문제이다. 소규모 지사를 통합하면서 남는 인원을 수도권으로 올리는 식이다. 향후 구조조정 방향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4.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 노조 집행부 차원의 대응은 어떠한가? 2월17일 중앙위가 열렸는데?
중앙위에서 보고된 합의안은 해고자 복직문제, 휴게시간 준수, 현안관련 내용이 아니라 단협을 하향시키는 내용이다. 사측에게 승복하겠다는 얘기다. 협의회차원의 문건이 아니라 고용안정의 문제이고, 단협에 들어가야 할 문제인데 집행부는 그러한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다. 현재 동력이 죽어있기 때문에 투쟁을 일단락 짓고, 그 이후 임투 공간에서 원거리전보를 막아야한다는 것이 집행부의 입장이다. 합법적인 투쟁공간에 들어가서 징계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면 배경부터 원천무효화 시켜야 한다.
노조의 자세, 집행부의 시각은 심각한 문제다. 조합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부분부터 잘못됐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조건에서도 조합원들은 본조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서 지부장을 비롯한 동지들이 투쟁기금까지 자발적으로 결의하자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투쟁지침 해제로 투쟁복을 벗으면서 조합원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패배감에 젖게 만들었다.
사측의 말도 안 되는 징계로 직위해제 볼모가 된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길은 투쟁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집행부의 대응은 노조 포기이다.
더군다나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권에서 자행하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 사회적 교섭을 맞춰주는 꼴이다. 이는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들을 비롯해 동지들에 대한 배신이다. 노동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조합원들에게 현장회가 가진 영향력은?
집행부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식이 조합원들에게 깔려있다.
합의안은 그렇게 나왔지만, “쫓아낼 정도는 아니다, 집행부가 노조 팔아먹겠냐.”는 식이다. 조합원들은 현장조직에 대해 생소하게 느낀다. 현장회가 거의 자기들만의 독선, 투쟁만을 하기 위한 조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악선동이 돼 있다.
6. 이에 대한 현장회 차원의 대응은? 총회 부결투쟁을 하는 것이 급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 종파나 분파를 넘어서 모든 조합원이 단결투쟁 할 수 있는 그런 노력, 행동, 실천이 결집해야 한다. 어제 현장회, 평의회, 해방연대 등 제 조직 단위, 현장 활동가들이 모여서 초동모임을 했다.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일종의 비상투쟁위원회 같은 거다.
현재 위원장이 직권으로 총회를 상정한 상태다. 부결투쟁을 조직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조직화를 서둘러야 한다. 조합원을 상대로 하는 성명서를 내고, 각 단위들이 자기 단위 내에서 단위모임을 갖고, 조합원 연서명을 받을 것이다. 최대한 총회 부결을 조직해야한다. 총회에서 부결되면 사퇴하는 것이 사보노조 내 전통이기도 하다.
집행부에 대한 비판, 합의안의 진실을 알게 하는 것이 총회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합의안을 받는 것은 노조안하겠다. 노동자로서 모든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총회 지부에서나, 전사넷에서 합의서의 위험성과 허구를 사측의 침탈과 연동해서 선동해야 한다.
7. 현재 꾸려진 비투위(가칭)의 위상과 목표는?
워낙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제조직 활동가들, 전 집행간부 등이 모이게 된 것이다. 부결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총회에서 부결시키는 것만으로 대안이 서는 것은 아니다. 총회가 부결되면 현 집행부의 지도력이 와해될 것이다. 전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꾸려진 단위에서 비대위 체계를 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이 힘을 갖고 투쟁을 결의 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서로 차이가 있겠지만, 아직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차이가 있더라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대담하게 문제를 받아들이고 가야한다. 투쟁으로 쟁취하고, 생존권 사수해야 한다. 부결 이후에도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갈라질 게 아니라,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올바른 입장을 제시하는 기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럴 때에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8.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은 파업밖에 없다고 보는데, 현장회 차원에서는 파업의 주체를 어떻게 조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다. 노동자가 힘이 없을 때 협상하는 것은 구걸이다. 총회 부결을 시작으로 결국 파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부결 이후 비대위 체계로 가고, 전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것이 현재 고민지점이다. 불법파업이라도 감수해야한다.
“투쟁없이 쟁취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한 고민과 실천 속에서 기존의 무투쟁 기조를 바꿔야 할 때다. 업무지침강화라는 현장탄압과 사측의 탄압이 조합원들을 개별화 시키고 있다. 패배주의로 전투적 기풍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현재 사보노조 탄압은 올 한해 전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탄압이 있을 것인가를 알려주는 사태라고 생각한다. 투쟁으로 위기를 돌파해야한다.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 투쟁의 각오가 필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