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관계가 풀린다는 건 고무적이다. 중동에서 이란은 미국이나 나토를 상대하는 위치에 있다. 가령 시리아에 미국이 공습하면 이스라엘에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이다.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의 배후에 서며 중동에 한발 담그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안된다.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지중해항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교두보고 푸틴이 ‘강한 러시아’정책을 추진하며 역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미 중동판은 북을 배후로 하는 이란중심으로 짜여진지 오래다.
이란대통령이 언제든 맘먹으면 유엔총회장에서도 만날 수 있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는 게 현국제정치판이다. 북을 형님으로 모시는 나라, 이란이 미국을 맘대로 만난다? 그렇다면 북이 미국에 정상간 전화하자, 만나자 하는 건 순전히 오픈트랙일 뿐이 아닌가. 북 역시 언제든 맘먹은대로 만날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맘을 먹지않고 있을 뿐이다. 아직은 중동이 정리되지 않았고 유대자본·제국주의연합·이스라엘을 더욱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리라. 중동에서는 평화공세를 펼 때 극동에서는 압박공세를 취하고 있다.
큰그림을 보면 2012.12.12로 시작한 2012~2013의 북미·반미전면대결전은 상반기의 3월말~4월초 최고조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이후 경제건설에 집중하며 7.27정규군열병식과 9.9비정규군열병식으로 군력·일심단결을 강화한 후, 8월말부터 델타4헤비격추·후쿠시마지진들·F-5E추락 등 ‘보이지않는전투’로 추정되는 일이 벌어지는 한편 이산가족상봉·금강산관광재개회담연기를 시작으로 북의 대남선전공세가 연일 말방사포로 맹폭하고 있다. 하여 과연 이 고강도드라이브의 끝이 무엇인가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정세의 초점이 있고 코리아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북은 상·중반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해졌다.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의 위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경제건설에서의 마식령속도가 ‘거창한 창조’를 상징하며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극동·중동의 정세변화라는 ‘거창한 변혁’은 연말까지 어떻게 이뤄질까 알만한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여기로 집중된다. 9.18 베이징에서 시작해 9.25~26 베를린 찍고 그이후 런던까지 날아다니며 벌어지는 북미반관반민비공식회담들의 의제와 결론이 은근히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례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그만큼 앞으로 이뤄질 결과의 폭과 깊이가 클 거라 예견하는데 어떤 무리가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