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오늘 현중노조 강령선포식 앞두고 뿌린 선전물

하청노조 [누리집]

2005-06-15 10:32:39, 조회:2,132, 추천:411

노사상생, 복지노조 아래에서 미래는 없다

열사가 통곡한다

오늘은 이상남, 박일수 열사의 절규를 땅에 묻는 날이다. 열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노동해방,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의지를 땅에 묻는 날이다. 대대적인 행사로 치장된 현중노조 신 강령선포식을 앞둔 오늘, 우리는 골리앗 투쟁의 함성, 자랑스런 투쟁의 역사를 포기해야하는 뼈아픈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장은 조합원의 것 이었다

자랑스런 88~89년 128일 투쟁, 90년 골리앗 투쟁. 2만명의 조합원들이 집회장에 모여 직접 자신들의 요구를 만들고 어떻게 싸울지 결정했고 실천했다. 바로 조합원 모두가 단결과 투쟁의 주체였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간부와 대소위원 등 자신들의 대표자들을 직접 선출했으며 그들이 직권조인하고 배신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신심 있고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대표자들을 새롭게 선출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노동자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현장은 바로 조합원들의 것이었다. 지금과 같은 관리자들의 숨막히는 통제, 중대재해로 죽어나가고 근육이 엉망이 될 정도의 노동 강도는 생각해볼 수 없었다. 그랬다. 현장은 조합원의 것이었으며 지금까지처럼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를 쫙쫙 펴고 일할 수 있었다.

자본가들에게는 새로운 출발, 밝은 미래
현중 조합원들에게는 87년 이전으로의 후퇴, 암울한 미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평화란 없다. 현중노조가 표방하는 “노사상생, 노사 공존공영의 새로운 노조운동, 선진 복지노조”는 현중노조가 하나의 노무관리부서로 완전히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중노조는 현대자본의 나팔수가 되어 자본가들의 사상을 유포하고 있다. “노사가 상생관계 임을 깊이 인식하여 노사 호혜적 협력관계”를 추구한다고 선언한다. 128일 골리앗 투쟁을 “폭력 시위”로 묘사하고 “투쟁해봤자 손해”라는 현중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다.

이미 128일 투쟁, 골리앗 투쟁을 통해 구현되었던 노동자 민주주의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조장선까지 사측의 노무관리자로 포섭되어 조합원들에 의한 조합원들의 통제와 탄압이 자행되고 대의원기구는 이미 어용이 장악해서 사측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장 조합원들의 입은 틀어막히고 있다.

“노사 상생, 선진 복지노조”는 조기출근, 조기체조, 시업시간 통제, 호선 승하선 통제 강화, 노동강화 강화, 산재은폐,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노동자 권리의 완전한 박탈을 목표로 하고 현중자본의 이윤을 위한 임금노예의 길을 강요하는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조선업종 호황 속에서도 과연 현중 조합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가? 오히려 1인 다기능화, 빨라지는 검사시간, 블록의 대형화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산재은폐로 신음하고 있는 현중 조합원들이 비정규직보다 돈 몇 푼 더 받는 것 말고는 무엇이 다른가?
목, 어깨, 팔, 다리, 허리가 저리고 아파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조합원들, MRI를 찍어보면 근육이 완전히 걸레가 되었음에도 산재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조합원들, 명휴는 사라지다시피하고 월차조차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조합원들, 최근엔 안전수칙을 지키기 않으면 경고, 징계를 받아야 하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노사상생, 복지노조”는 참혹한 고통과 지금까지 투쟁을 통해 쟁취했던 모든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노사상생 선진 복지노조”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지난 20년간의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에서 자본의 앞잡이가 되어 자행되어 왔던 어용세력들의 배신행위들을 “세련된 문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선언, 이념, 강령의 요약된 내용은 “기업 경쟁력” 강화이며 “파업 투쟁을 자제하는 것, 임금을 동결하는 것, 죽어라고 일”하라는 것이다. 과거 파업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내팽겨치고 직권 조인했던 그들과 너무나 똑같은 방식인 것이다.

오늘 강령선포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노무현 정권과 현대자본과 경총,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 등은 대대적인 여론 작업을 통해 현중노조의 강령선포식을 새로운 노조운동의 좌표로 선전할 것이다.
자본가들은 현중노조의 강령선포식을 통해 민주노총의 임단협 투쟁,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 투쟁을 “대기업 이기주의”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권 사수투쟁을 “폭력 시위”로 왜곡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나아가 올 가을에 “노사관계 로드맵”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현중노조 강령”을 전체 노조운동의 새로운 “강령”으로 대체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현중노조 강령선포식”은 노무현 정권과 현대자본이 “모든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모든 권리로부터의 박탈, 민주노조의 무력화”를 목표로 치밀하게 기획된 작품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오직 단결투쟁 뿐이다.

사측의 “명령”에 의해 동원되어 강령선포식 행사장에 무기력하게 참여하는 조합원 동지들의 참담한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노동자가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결” 이외에는 없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하고 자신의 투쟁지도부를 선출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현중노조가 말하는 것처럼 “완전한 고용안정과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노사상생 선진 복지노조” 아래에서 미래는 없다. 이제 현중 2만 조합원과 1만5천 하청노동자들의 미래는 128일과 골리앗 투쟁의 전통처럼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함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

노사협조주의 일본 노동운동의 현실

현중노조는 일본연수를 통해 일본 노동운동이 “민주적 합리적 협조주의 성향”의 노동운동이며 “노동자들의 종신고용보장,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을 불러왔다고 대서특필했다. “일본 모델”이 현중노조 이념과 강령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본 노동자들의 종신고용 보장이나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은 68년에 전국에서 일어났던 투쟁이 혁명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본가들의 타협의 산물이었으며 일본 노동운동의 “협조주의 성향”은 오히려 종신고용보장과 노동자들의 복지를 파괴하고 있다.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현재 29%로 10년만에 무려 10%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일본 노동시장은 종신고용이 보장되고 임금도 높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으며 임금도 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급격히 양극화하고 있다” [서울경제, 2005년1월24일, 日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경우 현대중공업처럼 노사화합 선언을 하고 양보교섭을 했지만 지금 일본 조선업들의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으며 무분규 사업장인 도요타 자동차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노동강도 강화, 임금의 성과급화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권리의 박탈 속에 신음하고 있다.

지금 현중노조가 노사 상생, 노사 공존공영을 외치면서 “강령 선포식‘을 한 대가로 일시적으로 동종 다른 사업장보다 임금을 더 많이 줄 수 있지만 이것은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때려잡은 현대자본의 “자축”의 의미이다.
이제 그 효과가 사라지게 되면, 즉 민주노조운동이 파괴되고 현중 조합원들이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상대적인 고임금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조합원들을 덮치게 될 것이다.

노사협조주의 노동운동의 결과는 현장 조합원들과 분리된 노동조합 관료들의 부의 축척과 현장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강화, 조합원 사이의 경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무권리 등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고통뿐이다.
최근 직영 조합원이 하청업체에 다니는 자식이 다쳤는데도 업체에서 산재도 내지 못하고(공상처리도 해주지 않고)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하청노조에 의뢰를 하는 현실은 직영조합원과 그 자식들인 하청 노동자들의 미래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2005년 6월 15일

현중노조 신강령선포에 반대하는 노동자 일동, 현중사내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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