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종탑을 찾는 기자들과 연대동지들은 두 여성노동자가 사측이 24시간 감시하고 있고, 사방이 아파트와 학교건물 빌딩으로 둘러싸인 종탑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런 내용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종탑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합니다.” 그래서 흔들리는 철근을 밟고 ‘내려갔다 올라’옵니다.그리고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이 곳에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답변을 할 수 있지만, 동지들 앞에서 더 이상의 수치심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최소한의 움직임이 ‘민주노조운동을 욕보’이고 ‘고공농성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반노동자적인 행태’이자 ‘정당성 자체를 거덜 내는 행동’이며 ‘연대동지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이자 배신행위’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탑농성 200일을 앞두고 몸도 지쳤는지 무릎신경통으로 걷는 것조차 힘듭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혹시 삐끗하여 넘어져서 다칠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여민희 조합원은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혈뇨를 보고도 저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낌새가 이상해 물었더니 그제서야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유럽 연수중인 홍승권 선생님께서 지인을 통해 항생제를 보내주셨고, 주말이라 연락할 곳이 없어 연대하는 동지의 친구인 신경외과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수액을 놓아 주셨습니다. 염증이 잡히지 않으면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등허리가 아파 눕지도 앉지도 못하면서 괜찮다하며 오히려 걱정하는 나를 책망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보다 더 안절부절 했습니다.
종탑농성200일을 앞두고 흘러나오는 건강상의 문제는 투쟁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섭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마음이 급해질까봐 쉬쉬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항생제투여를 하고 잠시 쉬기만 하면 나을 병을 두고 신장이 망가질 것을 걱정해야만 하는것이 ‘종탑농성’입니다.
재능교육자본과의 투쟁에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부족하면 부족함을 채워주고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동지적 비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의 악의적인 비방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