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비정규직지회 후속대책위 항의에 대한 답변
민주집중제에 대한 왜곡과 조합주의로의 몰락
지난 5월 20일 사노신은 「화성지회 선관위,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선거권 보장 안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에서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직가입을 결정한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이하 기아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에게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선관위가 선거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규정했고, 화성지회는 직가입 원서를 쓰는 조합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준다고 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화성지회의 방침에 대해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조합원총회결과에따른소속변경후속대책위원회(이하 후속대책위)에서 직가입 원서를 작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후속대책위는 5월 22일 사노신의 기사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상황에 대해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정치적 음해와 왜곡”을 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글을 작성했다. 이에 사노신은 후속대책위가 민주집중제를 왜곡하며 관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점과 정규직 노조의 관료주의에 맞선 투쟁을 회피하며 자신들의 굴복을 정당화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후속대책위의 항의에 답변한다.
민주집중제에 대한 왜곡
- 행동의 통일을 위한 비판과 선동의 자유는 의무이자 권리이다.
후속대책위의 글에서는 조합원 총회 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당시 부지회장과 조직국장이 사퇴하고 부결선동을 진행한 것이 “민주집중제의 원칙을 일방적으로 져버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집중제란 무엇인가? 조직적 결정을 확정하기 전에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문제제기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행동의 통일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견이 있을 때에는 상급기구에 의견을 피력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따르도록 한다.
기아차지부 임시대대에서 분회설치안이 통과된 후 4월 25일 진행된 기아비정규직지회 확간회의에서는 직가입 안건을 총회에 부치고, 집행부가 가결선동을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 기아비정규직지회가 1년 6개월 동안 가져온 계급적 조직통합의 전제조건이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를 결정한 것에 문제의식을 가진 몇몇 간부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부결선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퇴를 하고 부결선동을 진행했다.
후속대책위는 부지회장과 조직국장이 확간회의 결정사항에 따르지 않고 사퇴한 후 부결선동을 한 것이 민주집중제를 저버린 반조직적 행위라고 말한다. 확간회의 역시 의사결정기구이지만 여기에서 결정된 사항에 이견이 있어 상급결정기구인 조합원 총회 시점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기 위해 부결선동을 진행한 것은 민주집중제를 저버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조직적 결정을 묵인하지 않고 바꾸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호소하는 것은 조직구성원의 주체적인 활동을 위한 당연한 의무이며 권리이다.
사퇴한 간부들과 부결을 주장한 조합원들은 이후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직가입이 결정된 것에 승복하였다. 자신들이 의견을 최대한 피력한 후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된 사항에 승복한 것이다. 이것이 ‘반조직적 행위’이고 ‘불신’을 만드는 것이라면 조합원들이 집행부와 다른 의견을 표현하고 선전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오히려 김수억 후속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이 후속대책위 회의에서 직가입 원서 작성을 결정하기도 전인 16일부터 조합원들에게 직가입 원서를 돌리는 등 조직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행동을 한 이후 사후승인을 받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후속대책위 일부 위원들은 민주집중제를 왜곡하면서 부결선동을 진행한 것이 반조직적 행위라고 매도하며 다른 위원들과 조합원들을 혼란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소수의 의견을 말살하는 것이야 말로 조합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다.
△ 부결선동을 진행한 조합원들은 직가입 총회 이후 부결을 주장했던 이유와 함께 총회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입장서를 내었다.
- 민주노조의 원칙을 저버린 것은 부결투쟁이 아니라 참관거부이다!
후속대책위는 직가입 총회 부결을 주장했던 조합원들이 후속대책위 회의에서 직가입 원서 작성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요청을 거부했다. 후속대책위는 19일 ‘직가입 원서를 제출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관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요청에 대해 회의참관을 거부하는 위원들이 있으니 회의 전에 논의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날 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고 사실상 참관은 거부되었다. 회의에서는 직가입 원서 제출을 결정하였고, 이후 대책위원장이 참관을 요청한 당사자들과 면담하자고 연락했다.
참관여부를 논의해서 통보하겠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매우 관료적인 작태이다. 지금까지 기아비정규직지회의 역사에서 조합원의 참관을 제한하는 일은 없었다. 후속대책위는 ‘대다수의 위원들이 직가입 원서를 쓰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직가입을 반대했던 조합원들이 들어와서 의견을 내더라도 직가입 원서를 작성하기로 결정날 것이다. 어차피 부결투쟁을 진행했던 당사자들은 회의체계에 들어와서 논의해도 지난번처럼 따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유로 회의참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후속대책위는 마치 직가입 원서 작성이 결정된 것처럼 하면서 민주적 토론의 절차를 무시했고,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조합원들이 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선판단을 하고 참관을 거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결투쟁을 진행한 당사자’에 한해 참관을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후속대책위의 모습이야말로 자신들의 의견과 배치되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비민주적인 행위이며 반조직적인 행위이다.
직가입 원서 작성은 명백한 굴복이다!
후속대책위는 직가입 원서 작성과 제출이 정규직 노조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기아차지부 임시대대에서 조직통합안 부결과 직가입 조합원들의 조합원 자격논란이 일었을 때 기아비정규직지회는 10월 11일자 긴급특보를 통해 기아차지부가 직가입을 통한 조직통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명백한 규약위반”이며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지난 해 5월 조합원 총회를 거쳐 △ 비정규직 현장쟁의권 보장 △ 2·3차 하청 조합원 인정 △ 해고문제 등 현안문제 해결 등의 전제조건을 걸고 이것이 관철되어야 비정규직이 휘둘리지 않는 최소한의 조직통합을 이룰 수 있음을 입장으로 가져왔다. 따라서 기아차지부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4월 기아차지부 임시대대 이후 직가입을 결정하면서 무너졌다.
후속대책위는 5월 20일자 유인물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권’과 ‘조합원 자격 시비’에 대해 “탈퇴하지도 않은 금속노조 원서를 두 번씩 써야 한다는 이 상황과 논리의 근거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직가입 원서 작성의 부당성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속대책위는 “더 이상의 시비거리를 차단”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조합원들의 직가입 원서를 받아 2l일 화성지회에 제출했다.
후속대책위의 주장대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전전긍긍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째서 정규직 노조의 관료주의에 대항하여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직가입 원서를 순순히 쓴다는 결정을 한 것인가? 현재 조합원들은 직가입 원서 작성의 부당성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속 대책위 일부 위원들은 부당함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조직하기는 커녕 조합원들을 핑계로 자신들의 굴복을 계속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용세력들과 정규직 노조 관료들의 시비는 투쟁으로 떨쳐내고 당당히 선거권를 쟁취할 때만이 분회에 들어가서도 비정규직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직가입 원서를 제출하면서 화성지회와의 갈등을 회피하는 것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이후 화성지회가 관료적으로 비정규직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확대시켜줄 뿐이다. 1사1조직 추진과정에서 정규직 노조가 조직된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제어하려고 드는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시비거리’만 피해가겠다는 것이 바로 실용적인 논리이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는 투쟁보다는 당장의 조합 틀을 안착시키려는 것이 조합주의적 사고이다.
△ 후속대책위는 5월 20일자 유인물을 통해 직가입 원서 작성의 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시비거리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직가입 원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규직 관료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투쟁이 필요하다
사노신은 참관을 요청한 조합원들이 연락을 받지 못해 후속대책위 회의에 참관을 못한 사실을 확인하고 20일 기사를 작성하였으며, 당사자들이 대책위원장과 면담한 후 참관을 거부당한 이유를 자세히 전달받고 정확한 이유를 게재하기 위해 기사를 수정하였다. 기사는 직가입 원서 작성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후속대책위 참관이 거부당한 것이 대해 부당하다는 논조를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기사를 수정한 시점이 게시판 시스템 상 반영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음해"에 불과하다.
현재 화성지회 선관위는 직가입 원서를 제출하더라도 선거권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 정규직 노조에 의해 진행되는 1사1조직의 폭력적인 과정을 폭로하면서 조합원들을 주체화시키는 것, 이로부터 비정규직의 현장쟁의권과 2·3차 조합원 인정을 쟁취하는 싸움을 조직하는 것이다.
후속대책위는 비정규직지회가 직가입 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시점부터 이어져온 자신들의 후퇴와 굴복을 ‘현실적인 상황’을 핑계로 감추려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대부분 직가입 원서를 썼다고 하여 이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후속대책위는 잘못된 직가입 원서 작성 결정과 제출한 행위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서명운동을 비롯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여 선거권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처음의 계획을 올곧게 실행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