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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노동자대회, 열사투쟁 전선에 선 총파업사수대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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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6일,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예고안을 반대하며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이 열린우리당사를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선봉투쟁에 화답하며, 9월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하반기 강력한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오늘은 비정규직 투사들의 선봉투쟁과 정규직 대의원들의 총파업 의지를 다시 한번 대중적으로 확인하고 힘있게 결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번 총파업투쟁이 당면하여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에 상정될 비정규직개악입법을 저지시키면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 하반기 투쟁의 성패는 내년 입법예고될 노사관계로드맵 분쇄 전선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보호입법 대(對) 비정규직권리보장을 둘러싸고 벌어질 이번 자본과 노동의 대격돌은, 노동유연화와 노조무력화의 법제도적 완성판인 노사관계로드맵 전선의 ‘전초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판에서 우리가 막아내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욱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판에서 단결하여 승리한다면 내년 투쟁에서 우리는 더욱 더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연대회의 열린우리당 점거투쟁이 보여주는 것
성급한 평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비정규직 대표자들의 열린우리당 점거는 두 가지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나, 비정규직운동의 현재 역량으로는 자체로 강위력한 대중투쟁이 불가능하며 그에 따라 대표자들 소수의 점거나 단식 등과 같은 극한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둘째, 그와 함께 비정규직운동의 정규직운동에 대한 의존성이 반복되고 또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규직 의존성’은 현실에서 곧잘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게 나타나는 정규직에 대한 혹은 총연맹에 대한 원망·비난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으로, 다시 말해 이는 비정규직의 주체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다.
총연맹이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하자마자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열린우리당 점거투쟁을 푼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대표자들의 주체적인 결의나 투쟁의 목표가 열린우리당, 즉 정부와 자본을 직접적으로 향해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총연맹을 향했던 것이 되는 것이고 대의원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된다.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총파업 결의’만으로 충분한가? 우리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야 하는 이유는 그간의 경험이 말해준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동안 선언으로 남발되기 일쑤였다. 실질적으로 생산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는 그래서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확인하는 그런 총파업이 아니라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쳐, 시늉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기에 전국의 선진활동가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런 고민을 즉각적으로 하게 된다. “총파업을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조직할 것인가” “무엇으로 강위력한 총파업을 조직해낼 것인가?”
반복되는 패턴, 계속 반복해야 하는가?
그런데 열린우리당 점거와 총연맹의 총파업 결의 이후 현대자동차 사업장에서 나타난 투쟁 양상은 무언가 어긋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한다. 사측의 5공장 정리해고 및 노조탄압에 맞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죽음을 불사한 단식투쟁은 결국 사측과 정규직 노조 간의 교섭과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비정규직노조를 여전히 교섭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그에 따른다면 한 동지의 평가처럼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의 비정규직투쟁의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어 나타난 투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하청)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라인의 정규직 대의원이 달려가서 해결한다. 비정규직노조가 제아무리 강고하게 투쟁해도 안되는 문제를 정규직 노조가 나서면 쉽게 해결된다. 작년서부터 대공장의 정규직노조들은 비정규직을 고용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내외부에 비판에 따라 임단협에서 비정규직특별안을 만들고 비정규직 임금과 노동조건을 대리교섭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올해 현자 임단협은 ‘굵고 짧은’ 것이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임금 인상분을 정규직 인상분의 80%로 합의함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규직은 비정규직투쟁에 있어 항상 대리자의 역할을 해왔음을 보게 된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바로 이로부터 나온다. 그러한 관행과 패턴이 이번 총파업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대표자들의 열린우리당 점거가 결국 정규직운동을 추동하기 위한 것으로만 제한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투쟁주체들 스스로가 총파업투쟁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총파업 성사와 승리를 위한 조건의 필수적인 하나이다.
총파업 성사와 승리를 위한 조건들
또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 현재 총파업 성사를 위한 준비는 이렇게 진행된다 -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것(총연맹이 기획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현장을 조직하는 것. 그런데 이는 한편으로 비정규직 동지들을 총파업 전선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또 한편 광범한 미조직노동자들 다수를 총파업 전선에 합류시킬 방도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7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 100%가 총파업 전선에 서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며 그를 위헤 분투해야 함은 마땅하다. 하지만 계급적인 견지에서 볼 때 보다 중요한 것은 또 필요한 것은, 단사 현장에서부터 총파업을 준비하고 조직하고 실행하는 과정 전반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총파업 투표를 통해 조직할 수 있겠지만 현장 그리고 지역의 미조직 노동자들, 즉 대부분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조합원 총투표라는 방식을 통해서는 조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조직노동자들을 총파업투쟁전선으로 결합시켜내기 위한 방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투쟁의 성과가 비정규직 노조에게 돌아갈 수 있으며 민주노총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조직률과 투쟁력의 확대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5일 총파업 투표 이전 국면에서 정규직노조과 비정규직노조, 정규직선진활동가와 비정규직투사들의 공동행동으로써 전 공장적인 총파업 선전선동전이 반드시 조직돼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공장에서 총파업 선전선동은 조직된 정규직 조합원들을 향할 뿐 아니라 1,2,3차 하청노동자들, 미조직 노동자들을 직접 향해야 한다. 지금 바로 미조직노동자들의 직가입을 선동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함께 나서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전 공장의 전체 노동자들을 향하여 총파업을 호소하고 조직해나간다면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뤄내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만약 민주노총의 투본 지휘 아래 꾸려지는 실천단과 질적으로 다른 총파업 선봉대를 조직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
총파업을 넘어 대중파업으로!
우리가 단순히 자본가정부의 법개악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한층 강화된 단결과 계급적 연대를 꾀하고자 한다면, 이번 총파업 전선은 조직된 조합원 총투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조직노동자들을 깨우고 전선에 합류시키는 다양한 선전선동과 투쟁전술이 제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 때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비정규직 투쟁주체들은 (자신의 조직화 대상이기도 한) 미조직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는 방안들을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정규직노조를 총연맹을 압박하고 의존하고 기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과제를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미조직대중의 조직가이자 투쟁지도부로 서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1917년 러시아혁명, 1956년 헝가리 민중봉기를 보면서 유럽의 위대한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운동은 한 방향으로만, 즉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인다. 모든 중요한 정치적 대중행동은 그 절정에 다다르고 나서는 일련의 경제적 대중파업으로 귀결된다. 이런 법칙은 개개의 대중파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혁명 일반에도 해당된다. 정치투쟁이 확산되고 명확해지며 강화됨에 따라, 경제투쟁은 퇴조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됨과 동시에 더욱 조직화되고 강화된다. 이 두가지 투쟁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것이다. ... 모든 고양된 정치행동의 물결 뒤에는 수많은 경제투쟁의 싹을 틔우는 기름진 퇴적물이 남는 것이다. 또한, 그 역도 성립한다. 자본에 대한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경제투쟁은 정치투쟁상의 모든 휴지기에 노동자들을 지탱시켜 준다.”
우리는 이번 총파업 전선을 ‘대중파업’으로 밀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총파업은 준비되어야 한다. 대중파업은 ‘준비한 총파업’ 따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대중파업은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고 끊임없는 새로운 활력과 자극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번 총파업을 내년 노사관계로드맵을 사전에 봉쇄하는 공세적인 투쟁으로 조직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 전체 노동자들을 깨우고 자극하는 대중파업을 이루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동지들 모두가 바로 그 대중파업의 주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