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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민주노총 8/31중앙위원회와 9/21대의원대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노투정선팀

2004-09-24 22:13:44, 조회:1,717, 추천:430

민주노총 8/31중앙위원회와 9/21대의원대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철현 (정책선전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서기)

지난 8/31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는 이번 9/21 제32차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 ‘사회적 교섭에 관한 건’을 안건상정하려 했으나 다수 중앙위원들의 반대로 내년 1월 정기대대로 안건상정이 미뤄졌다. 그리고 이번 임시 대대에서는 ‘근로자파견법 개악안 저지를 위한 총파업’ 계획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우리는 민주노총의 중앙위와 대대 결과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겉으로는 두 회의기구에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계획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게 하고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도록 한 것은 회의장 밖의 냉정한 투쟁의 현실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에 대해서 직권조인을 검토한다고 하고, 궤도연대 파업에 대해서는 직권중재 결정을 하면서 공권력 투입 협박을 했다. 그리고 LG정유칼텍스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직권중재 결정과 더불어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코오롱 노조에게는 공권력을 에워싸고 복귀협박을 했다. 자본가 언론에서는 ‘고임금론’, ‘참수 협박 패러디 사건’등을 통해 사상 유례없는 악선동을 하면서 투쟁 사업장들을 고립시켰다.

몇몇 사업장을 제외하고 상반기 대공장 사업장들 대부분은 정권의 협박과 자본가 언론의 집중 공격에 밀려 백기항복을 했다. 이 사업장들이 정권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다면 노무현 정권의 ‘사회적합의주의’는 좀더 확실하게 본색을 드러내면서 파탄 났을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현재와 같은 백기항복과 복귀 이후 서약서 강요, 대량 징계 등의 탄압에 굴욕적으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상반기 투쟁 사업장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투쟁들이 없었다면 노무현 정권은 민주노총 내의 사회적 합의주의자들과 더불어 일사천리로 노사정위 참여를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 중앙위에서 ‘사회적 교섭기구 참가 건’ 자체가 완전 폐기되지 못한 것은,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중앙위원들의 전술의 한계가 아니라 상반기 투쟁 전선의 오류와 한계의 결과 였다.

파견법 개악 기도로 드러난 사회적합의주의의 실체

9/21 민주노총 대대에서 노사정위 안건을 부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예 폐기시키지도 못하는 안건 상정 유보는 이러한 외부적인 상황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투쟁의 갑작스런 변수가 생겼다.

정권과 자본은 상반기 투쟁의 승리에 고무되어 지난 9월 11일 파견법 전면 확대와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권과 자본의 노골적인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9월 16일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의 열린우리당 기습 점거 농성이었다. 이 투쟁을 거점으로 해서 파견법 개악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전국적 구심이 확산됐다. 대대가 열리는 21일에는 전국 각 시도로 열린우리당 점거 농성이 전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향후 노사정위가 새로운 형식과 의제, 위상 격상, 독립성 강화 등으로 인해서 과거와는 다른 노사정위임을 강조하면서 ‘참여와 투쟁의 병행’을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 7월 25일 열린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대표자회의에서도 노사정위 참여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단위노조 현장의 많은 어려움으로 인해 제도개선에 대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기대심리 또한 무시하기 힘들지 않은가?”라고 하여 노사정위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가 한편에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부의 파견법 확대 발표는 노사정위원회가 아무리 형식과 명칭을 바꾼다 하더라도 노사정위는 바로 ‘노사정위’임을 보여줬다. 교섭 자체가 봉쇄돼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제화’ 기구로서의 노사정위에 대한 기대는 순전히 ‘헛된 기대’임이 드러났다.

총파업의 교란요소와 투쟁 과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총파업결의는 비록 수많은 한계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상반기 투쟁사업장들의 투쟁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총파업 결의는 됐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먼저 10월 28일 경으로 1주일 앞당겨진 ‘전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가결을 조직해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교란요소를 극복해 내야 한다.

‘교섭주의 전략’을 추진하는 관료주의자들은 보건의료노조의 투쟁, 궤도, LG정유칼텍스, 코오롱 노조 등 주요 상반기 투쟁의 고비고비마다 개입하여 ‘협상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그 알량한 ‘협상력’을 발휘한 결과가 상반기 투쟁전선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2002년 4월 2일 발전노조 파업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적 투쟁을 패배로 몰아갔던 ‘교섭주의자’들은 “합의타결에 집착하였다”라고 자기고백을 했다.

보건의료노조의 관료주의적 중앙교섭은 이른바 현장파업을 질식시키는 ‘10장 2조’와 노동자민주주의에 침을 뱉는 극악무도한 서울대병원 지부장 ‘징계’조치를 낳았다. 궤도의 공동투쟁은 가장 먼저 복귀한 인천지하철노조의 배신과 직권중재와 공권력투입, 구속협박에 굴복한 서울지하철 허섭집행부의 어처구니없는 백기항복과 김종식 직무대행의 대중기만술 등으로 인해서 패배했다. LG정유와 코오롱노조의 투쟁은 단사노조의 불철저함과 더불어 화학섬유연맹 중앙과 민주노총 중앙의 기만적인 중재와 일방적인 항복종용 등이 핵심적인 패배의 원인이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노사정위 참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본과 정권의 근로자파견법 개악 기도가 눈앞에 와있는데 향후 노사정위 전면 거부를 하지 않은 대의원대회는 ‘총파업결의’와는 반대되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대대에서의 ‘총파업결의’는 그 자체로 성과다. 하지만 이 결의가 대중적 압박과 더불어 관료들에게 최소한의 협상의 여지도 주지 않는 정권과 자본의 일방적 공세로 인해 만들어진 상황의 산물이라는 점이 총파업 조직화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교란요소는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되는 것이다. 대대 하루 전인 20일 있었던 전노투 상황실 회의에서도 이번 파견법 개악이 직접적으로는 비정규직을 겨냥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규직의 말살로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반기 투쟁에서 자본과 정권은 ‘고임금론’을 유포하면서 ‘집단이기주의’로 조직된 대공장 정규직을 공격하였다. 정규직 대공장 투쟁이 대부분 항복과 타협으로 끝나자 자신감을 얻은 자본과 정권은 곧바로 비정규직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노동자적 연대의식이 아니라 정규직 자신의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요구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 되어 투쟁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때 총파업 투쟁은 승리할 수 있다.

전노투는 아직 행동력이 약하다. 전노투가 대중투쟁을 직접 조직할 힘을 갖추지도 못하고 있다. 전노투는 상반기 투쟁에서 나타났던 약점과 총파업 투쟁의 조직화에 있어서 두 가지 교란요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실천을 해야 한다. 전노투 구성 초기에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누가 올바른가?”를 둘러싼 논쟁들은 이제는 “누가 치열하게 행동을 하는가?”로 올바름을 증명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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