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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노 단결로‘비정규직'없앴다 - 한겨레 신문기사[금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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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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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16:41:05, 조회:1,348, 추천: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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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단결로 ‘비정규직’ 없앴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절망속 희망찾기]
①금호타이어 노조의 상생
부푼 희망 속에 맞이했던 2004년 한해도 지속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의 현장에서 희망과 대안의 싹을 뿌린 사람들도 많았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궈온 현장을 몇차례에 걸쳐 찾아간다.
정규직노조 앞장서 비정규직노조 지원
불법파견 128명 정규직전환 이끌어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제조3과 홍성호(35)씨는 올해 초만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1호봉 정규직’이다.
홍씨를 포함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 128명이 올 3월5일부터 정규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끈질긴 투쟁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씨는 지난해 3월 금호타이어 정규직 노조 기획실장인 윤철희(35)씨를 만난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 담장 안에서 일하지만 엄연히 ‘신분’이 다른 윤씨가 그를 찾아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돕겠다”고 제안했고, 그 만남이 결국 새로운 삶을 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홍씨는 여러 도급업체를 바꿔가며 죽어라 타이어만 찍어내던 사내 하청노동자였다.
10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도 월급은 120만원에서 좀처럼 오를 줄 몰랐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른 작업복을 입어야 했고, 고되고 힘든 일은 모두 비정규직 차지였다.
그러나 홍씨는 윤씨를 만나면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그때부터 일주일에 두번씩 만나 비정규직 노조 결성을 추진했고, 지난해 11월24일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의 닻을 올릴 수 있었다.
다음 과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신뢰’ 구축이었다.
비정규직들은 “이러다 다음 계약 때 잘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고, 정년을 앞둔 정규직들은 “정년(56살) 이후,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내심 못마땅해했다.
방법은 설득밖에 없었다. 매주 월요일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간담회가 이어졌고, 수요일 열리는 비정규직 선전전에는 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꼭 함께 했다.
사무실이 없어 갈 곳 없던 비정규직 노조를 위해 정규직 노조가 사무실 한켠을 내줬다.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게 된 두 노조는 한 조직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환배치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노조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설사 전환배치를 수용하더라도 그 직무에 정규직을 충원하도록 하겠다는 사실도 분명히 밝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자는 것보다 비정규직이 하는 직무를 정규직 직무로 바꾸자는 쪽으로 접근한 것도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 결과, 올 3월 설문조사에서 정규직 노조원 57.7%가 “비정규직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18.5%로 나타났다.
노동 유연화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양산이 결국 노조 무력화와 노동자 처우 악화로 이어진다는 설득에 대부분의 정규직들이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부분·전면 파업, 광주지방노동청 앞 항의 집회 등 단결된 투쟁 속에 회사 쪽은 3월5일 불법 파견이 분명한 광주와 곡성 공장 노동자 128명을 정규직으로 우선 전환했다.
또 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나머지 불법 파견노동자 154명과 불법 판정을 받지 못한 45명도 각각 2005년과 2006년까지 추가로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는 합의안을 회사로부터 이끌어냈다.
이 회사 도급 직원으로 15년 동안 일해온 장모순(49)씨는 “우리의 단결된 힘이 이렇게 강한지 미처 몰랐다”며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받던 급료가 2배 이상 오르게 된 것은 물론, 단체협약 적용을 받아 임금인상, 사원아파트 입주, 생활융자금 등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전개해온 금호타이어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의 공동투쟁은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올 한해 노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뜻을 같이 하는 동료가 있기에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홍성호씨는 비정규직 노조 출범 1년째인 지난달 24일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광주/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12/005000000200412191823107.html [ 사진 및 기사를 볼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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