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펌-사보현장회 성명서시리즈]상황반전(2) 우리노조 대응기조와 문제점 분석

현장	2005-02-06 12:23:28, 조회:1,330, 추천:362

상황의 반전, 승리를 위해 (2)

2. 그간 우리노조의 대응기조와 문제점 분석

[노조의 대응]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절충주의의 관성

현장회에서 지난 수년간 제기해왔던 구조조정, 생존권위협은 이제는 예측과 위협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비단 전직 위원장들만이 아니라, 이제 지금이 위기라고 하는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위기는 진단만 갖고서는 안된다. 위기, 이제야 누구나 다 느끼고 있지만 문제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서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해 주5일제를 비롯한 임보협 타결 이후, 집행부가 교체되었다. 현 9대 집행부는 선거과정에서 이전 집행부와는 사뭇 다른 기조를 제시했다. 그간 현장회만이 아니라 탄압의 본질을 꿰뚫고 여기에 노사협조적인 관점이 아닌 노동자의 관점에서 생존권 사수 전선을 쳐야만 우리의 생존권이 방어될 수 있다는 비교적 투쟁적인 동지들의 의견과 입장을 공약으로 내어놓고 현 집행부는 탄생되었다.

그러나, 지난 집행부 6개월간의 궤적은, 결코 이전의 노사협조주의적 집행부와 본질적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무리한 공세를 퍼붓는 사측에 대해 노조원들의 투쟁의지를 효과적으로 결집하는 전선조차 만들지 못했다. 매번 현장 지부투쟁에서 사측은 매우 원칙적이고 전투적 입장을 고수한 반면, 노조는 타협적이고 절충적인 입장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즉자적인 투쟁은 지양하겠다...

몇몇 동지들은 은평과 의성에 강도높게 대응했다면 오늘과 같은 강동의 어처구니 없는 침탈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강동을 전력으로 방어했다면 지금의 무더기 해고와 무더기 직위해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현 시점 매우 의미있는 지적이다.

노조가 이제까지 해온 과정들이 이전의 노사협조주의와 전혀 다르지 않았던 반면, 조금이라도 달랐다고 하는 것은, 투쟁을 끊임없이 천명하고는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천명하는 투쟁은 오늘의 투쟁이 아니라, 두고보자는 내일의 투쟁이다. 집행부는 그것을 매번 “즉자적인 투쟁을 지양하고, 우리는 우리나름의 일정에 따라 합법 쟁의공간을 마련하여 준비된 투쟁을 하겠다”고 하면서 노조원들에게는 참고 기다려달라고 주문하는데, 그 사이 사측은 아주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투쟁은 내일, 탄압은 오늘

준비된 투쟁을 한다 해도, 사측의 사전 폭격에는 방어를 해가면서 투쟁을 준비해야한다. 전쟁준비를 하는 중에, 적기들이 날아와 아군의 무기고와 화약고와 모든 기지를 폭파해버리고 있는데 뭘 가지고 내일의 전쟁을 한단 말인가?
더구나, 노조가 전쟁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적들의 입장에선 그 전쟁 이전에 최대한 공격을 퍼부어 최대한 아군의 전투력을 상실시키고, 포로를 더 많이 잡아가고, 더 많은 것을 약탈하여 이후 전투와 협상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가 아니던가.
그리하여 수많은 동지들을 일단 해고 징계시킨 후, 노조가 이른바 ‘준비된 쟁의와 협상’에 들어가면, 그 해고 징계된 포로와 볼모를 협상 조건으로 내세울 것이며, 그 조건을 걸어 2000년 같이 우리의 무장해제, 무쟁의선언을 요구해올 것이 뻔하지 않는가?

이래서야 협조가 투쟁보다 낫더라는 투쟁무용론을 확산시키게 될 뿐이며, 이렇게 확산된 투쟁에 대한 불신감은 이후 더 긴급한 상황의 생존권 사수투쟁조차 어렵게 만들 것이다.

방치하지 말라

내일의 투쟁과 오늘의 탄압. 이 둘의 사이에서 노조원들은 끊임없이 개별화되고 있고, 내일의 투쟁은 다시 또 내일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개의 우리 동지들은 오늘의 탄압에 반응하여 흩어지고 있다.
집행부 동지들이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현장은 계속해서 적들의 공격에 하나 둘 쓰러져나가고 있고, 직위해제된 동지들은 적의 포로로 노조의 어떤 구출작전도 없이 계속 방치되고 있다. 감사실이 대폭 증원되어 계속 포로를 잡아가고 있는데도 노조는 방치하고 있다. 거의 무노조의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본부의 투쟁에 대한 비적극적 자세는 본조의 이러한 대기주의와 맞물려 현재의 무노조상황의 연장을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본부의 대오각성을 바란다.

이 모두는 집행부의 너무나 안이한 대기주의가 자초하고 있는 것이며, 회생불능의 상태로 떨어지기 전에 시급히 노조는 적들의 탄압에 반응하여야 한다.

[문제점]

독선을 버리자

먼저 집행부는 위원장과 집행부의 독선을 버려야 한다. 집행부는 투쟁을 선언했으면서도 아직도 투쟁이 “과도하게” 확산될 것을 두려워한다.
아직도 적잖은 동지들이 쓰러져가면서도 투쟁을 외치고 있으나, 본조와 본조의 주축 수도권 본부는 오히려 그 동지들을 고립시키고 그 동지들의 투쟁의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조가 진정으로 노조원의 생존권을 투쟁으로 사수하고자 한다면 이 동지들과 전선에 함께 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집행부가 노조의 단결과, 노조원들의 정서와 피로감을 이유로 대며 끌어들이고자 하는 쪽은 역설적으로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자들인데, 이들은 오히려 돌아서면 집행부와 본조의 지침을 교란하고 있다.

투쟁교란인자를 잠재우는 것은 지침해제가 아닌 엄정한 지침의 집행이다.

그러나 노조원의 단결을 도모하고, 이러한 투쟁교란인자들을 잠재우는 것은, 투쟁을 끊임없이 미루거나 지침을 거둬들여 수위를 낮추고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현 집행부의 토대 자체를 스스로 허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확고한 집행부의 투쟁의지와 이에 따른 선도적 실천만이 그들을 끌어올 수 있다.

지금 제도적 시각들이 또다시 생존권의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

아직도 정책실과 일부의 동지들은, 지금 사회보험노동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을 구조조정과 생존권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노인요양보험이나 사례관리, 실사권과 같은 업무영역의 확대와 공단(보험자) 역할론 같은 제도의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이들은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투쟁을 일차적이고 단기안목적인 투쟁으로 폄하하고, 제도문제가 마치 거시적 시각을 확보한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이는 보건직, 조직진단, 인사규정 개정 등에서 노사협조적인 논리를 부추겨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도를 초반 방어하기는 커녕, 징계자 원거리전보 규정과 같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족쇄적 제도를 오히려 노조가 협조하여 도입하는 아이러니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이렇듯 잔악한 탄압의 모든 기제들을 갖추고,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체계와 오기에 가까운 노조말살책동을 부리고 있는 사측의 탄압조차도 노인요양보험을 가져오기 위한 이성재의 노력으로 평가하는 부류도 있었다.

즉각, 조직진단과 제도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수정되어야 한다.
노조원의 생존권에 우선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 벌어지는 현장투쟁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큰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 2말3초 합법공간에 의존하는 대기주의에서 즉각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지금은 투쟁회피의 논리가 될지는 몰라도, 그때 가면 지금과 똑같은 고민이 여전히 남을 것이며 결국 그 대기주의는 집행부의 발목을 걸게 될 것이고, 2말3초의 파업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며, 성사된다 해도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 합법공간이라는 것은 법의 해석의 문제에서 극히 불안정한 상태일 뿐이다. 언제 어떠한 이유로 불법의 너울이 씌워지고 파업 동참은 물론 준법투쟁까지도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집행부는 대기했다가 한번 크게 싸우겠다는 일확천금식 대기주의에서 벗어나서 현장투쟁들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야한다. 그것이 큰 싸움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사측 자신감의 배경

사측은 현 집행부 초반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집행부와 노조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서슴없는 탄압을 날리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속되는 노사관계에서 이미 노조와 집행부의 실상을 간파했으며, 이에 따라 저들 나름으로는 노조를 제압할 구도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심어놓은 교란인자들을 활용하여 노조의 여론을 제 멋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 그간 그런 공작들이 먹혀왔다는 자신감이다.

사측의 집행부 제거 음모를 막는다는 것은

집행부는 각급 회의자료에서마다, 사측이 현 집행부를 제거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사측은 집행부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성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현장의 투쟁성을 거세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다리를 자르고 뒤에 머리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집행부가 집행부의 보전을 위해서 투쟁을 자제하는 것은, 사측의 의도에 부응하는 것이지, 그 의도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공단이 강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공단은 과연 허점 없이 강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에도 목숨을 걸 정도로 취약한 정부이다. 두 번째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자, 민주노총보다도 자본가들과 정부가 더 난리이다.

투쟁을 피하려는 쪽의 논리가 흔히들 “파업유도에 말리면 안된다”는 것이 있는데, 이는 우스운 논리이다. 적들이 오히려 파업을 바라고 있으니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파업은 우리의 유일한 무기인데, 적들이 바라고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적들이 파업을 유도한다면, 취약한 지도부의 취약한 파업을 원한다. 찬성율 51%에 수많은 내부 교란세력들에 의해 방해받는 취약한 파업, 하자마자 며칠도 안되어 전선이 깨어지고, 결국 투쟁무용론만 전파하게 될 그런 취약한 파업이라면 유도할 것이다.

역시 파업은 우리의 무기이다

그러나 5000노동자가 단결하는 파업, 집행부가 1선 2선을 정해놓고 나부터 해고하라, 나부터 구속하라, 전체 노조간부 활동가들부터 솔선해서 튀어나오고 노조원들이 혼연일체로 받들어 나서는 그 강고한 파업이라면, 그들은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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