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적극 복귀할 움직임이다. 민주노동당도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가 폭력으로 무산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전이다.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민주노총과 민노당의 이런 결정이 여론을 의식한 일회용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민주노총은 상임집행위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거나 산별연맹이 대의원 의사를 직접 취합하는 방식으로 노사정 대화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도부가 먼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뒤 사후 추인을 받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대의원 대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변칙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폭력으로 대의원 대회가 무산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노동운동이 폭력으로 번져서는 안 되듯 합법적인 노동운동이 폭력에 의해 좌절되는 것 또한 불행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자투표는 자구책의 하나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제 내부의 적과 확실하게 선을 그을 단계가 됐다.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우기고 여차하면 폭력을 동원하는 극소수 강경파에는 단호해야 한다. 세계 노동운동사를 살펴봐도 노동운동의 최대 적은 자본가가 아니라 내부의 극좌 맹동세력이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다수 노동운동세력이 한 줌도 안 되는 극좌 맹동주의자들과 결별해야지, 국민의 지탄을 받아 공멸해선 안 된다"는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모처럼 변신을 모색하는 민노당의 움직임은 반갑기조차 하다. 민노당은 오늘부터 4월 초까지 기업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창당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장에 나가 본 소속 의원들이 기업 하기 어려운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초청대상을 벤처.중소기업.여성기업가로 국한했지만 머지않아 대기업 경영진도 만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이 어려우면 노동자들의 삶도 어려워진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더 많은 노동쟁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민노당은 기업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자주 만나 건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늦게나마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민노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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