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펌(서지철에서- 직권중재)

enejwl

2005-06-11 22:56:13, 조회:1,005, 추천:358

‘승리의 길’은 과연 누구의 승리를 노리는가?

승리의 길은 ‘직권중재 대응, 논점을 분명히 해야’라는 글을 통하여 각종회의에서 제기된 직권중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소아병적 사고의 연장’이라며 집행부의 연구용역사업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용역사업을 통하여 ‘우리의 주 5일제 요구안을 어떻게 관철시켜 나갈지?’ ‘무너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어떻게 강화시켜 나갈지?’ 이에 대한 대답은 없다.
단 하나의 요지는 ‘직권중재’에 절대 불변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연구용역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권중재’가 우리 노조에 떨어진 이상, 집행부의 연구용역사업은 현장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연구용역이 구조조정의 실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의 길이 제기한 글과 이에 대한 반론의 글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가 밟고 가야 할 돌다리를 하나 하나 만들어 갔으면 한다.

<구조조정의 수단 => 직권중재, 연구용역, 노사정합의>

자본가 정권은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 비용손실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무대포식의 구조조정은 현장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을 야기시키면서 큰 비용손실을 낳는 관계로, 절대적인 체결권을 가지고 있는 노조간부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십분 활용하는 세련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속에서 현장노동자들의 저항은 노사합의라는 미명아래 소아병적 행동이라고 무시당하고 매도당할 것이며 자본의 구조조정은 노사합의라는 형식을 빌리면서 당당하게 현장에 관철될 것이다.
그것이 궤도현장에 관철되는 직권중재의 연구용역사업이며, 상급단체의 노사정합의로 나타나고 있다. 배일도 집행부 당시 서울모델 또한 이의 변종된 모습이다.

직권중재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것은 노동자의 투쟁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과 자본의 구조조정을 큰 저항 없이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양자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간의 힘의 국면속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노조에서 전개되는 직권중재의 내용은 후자의 역할이 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구조조정의 내용을 연구용역의 결과로 담아 노사합의를 통해 지하철 현장에 관철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구조조정을 우리의 조직인 노동조합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늘에 대고 주먹질 하는것’ 보다 더 허망한 ‘노조의 연구용역(구조조정) 참여’>

우리 지하철노조는 직권중재에 직면해 있다.
이에 ‘승리의 길’은 현시기의 투쟁전술을 ‘직권중재 거부냐? 아니면 제한성속에 적극적 대응을 할 것이냐?’의 양자 택일문제로 바라보면서 전자를 소아병적 행동, 후자를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며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 어떠한 미사어구에 불구하고 그 길의 결과는 ‘자본의 구조조정을 노사합의로 함께 하자’는 자본가 정권의 대 노동전술과 일치한다.
자본가 정권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현장의 저항을 노동조합이 완충장치 역할을 하면서 막아줄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하기에 노동조합의 연구용역 참여를 자본가 정권은 직권중재를 통해 강제해 낸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흉내라도 낸다면 이는 분명 틀린 결과를 낳는다. 이는 노동조합이 정권의 구조조정 파트너가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지도부로써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쟁지도부로써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투쟁의 중심에 노동조합이 당당하게 서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 대중조합원들이 단일하게 조직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이후의 조직적 전망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이 ‘사용자에 대한 파트너로써의 역할로 그 임무를 다할 것인가? 아니면 현장 조합원들의 대중투쟁 지도부로서의 그 역할과 임무를 다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시기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나 주5일제 투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의미는 더욱 중요하게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자는 바로 투쟁지도부와 승리의 길 그 자신이다.>

‘조성된 조건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라는 미명아래 조합간부들의 투쟁의지 없음이 면죄되고 있다. 즉, “파업이후 현장이 어렵지 않느냐? 이러한 상태에서 직권중재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되지 않느냐? 나아가 이왕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낳지 않느냐?” 이러한 연쇄논리, 그 이면에는 조합간부들의 투쟁의지 없음이 깔려있다.
승리의 길은 조합간부들에게 솔직함을 요구(노동조합 간부들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소위 선명성이라는 명분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승리의 길중에서)하면서, 투쟁의지 없음을 서로 확인하면서 면죄로 삼기보다는, 그 자신이 투쟁의지 없음을 솔직히 고하고, 대중들에게 가야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실되게 고백해야 한다.
이렇다면 현재의 문제점과 이후 조직적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될 수 있다.
즉, “연구용역은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수 있는 현장의 조직력은 부족하다. 나는 별로 투쟁할 의지가 없는데 너희들은 어떠냐? --- 그렇다면 연구용역에 매진하자” 이것이 승리의 길의 현재모습이다.
하지만 “연구용역은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수 있는 현장의 조직력은 부족하다. 나도 힘이 없고, 너희들도 힘이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우리 두손을 맞잡고 다시 한 번 일어설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반드시 일어서도록 하자”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자들은 현장조합원들이 아니라 바로 투쟁지도부와 승리의 길 그 자신이다.
투쟁을 책임지고 집행하는 자들이 투쟁의지가 없는데, 그 누가 강고한 투쟁의지를 견지할 수 있단 말인가? 자본가 정권의 직권중재라는 직접적인 탄압앞에 투쟁지도부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데, 그 누가 이를 벗어나려 하겠는가?
이의 결과로 현장의 패배주의는 더욱 급격하게 확산될 것이며, 자본의 구조조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현장에 관철될 것이다.
또한 각종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제기가 천둥인지, 지둥인지 헷갈렸다면 이는 분명 그 이유가 투쟁지도부 자신들에게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투쟁앞에 머뭇거리는 투쟁지도부에게 투쟁을 조직하고, 투쟁을 전개하자라는 고민의 결과가 천둥이면 천둥이고 지둥이면 지둥인 것이다.
천둥이던, 지둥이던 ‘투쟁의 의지를 가지고 현장을 실제적으로 조직해 나가자’는 표현을 ‘직권중재를 거부할거냐 / 적극적 대응할 것이냐’로 재단하는 모습은, 투쟁할 의지가 없는 집행부가 취할 수밖에 없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변명일 뿐이다.

‘빚쟁이가 빚을 갚고 싶어도 돈이 없다면 갚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시기 빚쟁이가 해야 할 일은 갚아야 할 돈을 버는 것이다.
이것처럼 직권중재를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현장의 조직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 직권중재가 구조조정의 수단이라는 것을 공유한다면 이에 대하여 저항할 수 있는 현장조직력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승리의 길은 ‘돈을 벌고자 하는 빚쟁이에게 돈이 없으니 갚지 말라’는 주장과 동일하게 ‘투쟁력이 없으니 연구용역에 열심히 참여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면 돈이 갚아지고 우리의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단 말인가?

투쟁을 책임지는 단위가 우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힘찬 투쟁의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관철수단인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현장에 폭로하고, 공사의 현장탄압에 맞서 전두지휘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쟁을 힘있게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현장의 조직력은 조금씩 되살아 나고, 패배주의는 극복될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직권중재를 거부할래 / 말래’의 논쟁이 아니라 자본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이 중심을 잡고 분쇄해 나가는 모습일 것이며, 노동조합이 투쟁지도부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지하철의 민주노조운동은 더욱 내공이 쌓이면서 단련될 것이며 마침내 해방역의 광장에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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