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펌-현중노조 강령선포식 반박 (직영) 기자회견문]

노정신

2005-06-15 15:13:28, 조회:1,299, 추천:384

기자회견문

“노동조합 창립 정신마저 뒤흔드는 현대중공업노조의 소위 이념과 강령 선포식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동조합만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경영자의 오만함에 수많은 조합원들이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힘들게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현 집행부에서 2005년 조합원 교육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노조의 역사를 폭력시위로 왜곡, 매도하고 수많은 동지들의 숭고한 희생정신마저 짓밟아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88년~ 89년 ‘128일 파업투쟁’, 90년 ‘골리앗 투쟁’, 92년 ‘직권조인 반대투쟁’, 93년 ‘현총련 공동투쟁’, 94년 ‘LNG선상 파업’, 97년 ‘노동법개악 반대 투쟁’, 그리고 2000년 초 산별노조 건설에 이르기 까지 단 한 차례도 조합원의 총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투쟁한 적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구속, 해고의 고통을 겪어야 했고 위원장의 독단적인 직권조인으로 노조 민주성이 상실된 과정도 있었습니다. 또한 식칼 테러와 차량 납치 테러로 인해 죽거나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현대중공업노조의 역사는 정권과 자본의 회유와 탄압을 막아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이었으며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토대인 노동조합의 설립 정신을 지켜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현 집행부는 과거의 피어린 역사와 정신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자본에게 적극 협력하겠다는 요지의 이념과 강령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 조합원 전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으며 의결기구의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선포식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 집행부에서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는 이념과 강령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참여와 협력’이라 표현 말고는 과거 현대중공업노조의 역사적인 과정에서 단체협약 등 각종 제도와 해마다 진행되는 단체교섭 등으로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어느 노동조합이라도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노동조합을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집단의 힘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며 그 참여의 폭은 생산과정에서 성과분배까지 노동조합의 단결의 힘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이 이념과 강령에는 사회 양극화, 노동자간 차별의 문제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어 노동조합의 사회적인 책무를 망각한 채 오로지 조직 이기주의에만 치중하는 협조주의 노동조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마치 현 집행부만 뭔가 새롭게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자본에게 협력하겠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노사협의회 체제’로 전락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재벌, 보수언론들에 의해 재 가공되어 올해 전국에서 진행되는 임, 단협, 비정규법안, 최저임금 등의 여러가지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노릴 것입니다.

현 집행부가 이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2004년 하청노동자 박일수 노동자의 분신자살 사건을 개인 비관자살로 매도하고 ‘분신 대책위원회’ 활동을 짓밟은 사건으로 인해 금속연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민주노총 소속에서 제명된 현 집행부는 정체성을 숨길만 한 포장이 사라지고 홀로 남게 되었는데 뭔가 새롭게 이념을 세우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자 이미 자본에 종속되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포기한 일본의 노사관계로 눈을 돌리고 노조간부들 수 십명이 수천여 만원의 노조비와 회사 지원금을 받아 일본 연수를 다녀오는 등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 후 노조 기관지를 통해 일본식 노사관계를 자세히 알리고 전 조합원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 집행부의 ‘자본에 협력하는 선포식’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이미 실패한 일본 노동운동을 따라하는 것 또한 거부하며 다음의 내용을 요구합니다.

- 다 음 -

-. 우리는 오늘 진행될 예정인 소위 이념과 강령 선포식은 현중노조의 역사뿐만 아니라, 임.단투, 비정규직 관련입법, 최저임금 조정 등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린 투쟁을 전개하는 중요한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므로 철회 할 것을 요구합니다.

-. 우리는 노동조합의 운영과 활동방식의 틀을 정하는 노동조합의 이념 과 강령은 조합원의 권익과 노동 조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합원들과의 자유로운 토론과 공청회, 현 집행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언론 보장 등의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자유로운 투표가 보장되는 조합원 총회를 요구합니다.

-. 우리는 현대중공업노조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비정규노동자(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권익을 쟁취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다시는 노동자가 분신항거 하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 교섭 등의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2005년 6월 15일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전직위원장 일동 ■

정병모(87년 11인 대책위원), 송명주(4대 위원장) ,이갑용(8대 위원장),
김임식(10대 위원장), 김종철(12대 위원장), 김덕규(13대 위원장)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현장 민주 활동가조직 의장 일동 ■

김형균(전진하는 노동자회), 최시화(선봉 동지회), 박순철(동맥 동지회)
남구보(하나회), 백형록(4분과 동지회), 안재홍(5분과 동지회),
남정대(일출 동지회), 김병조(엔진 분과 동지회), 이정하(해양 한울 동지회)
김호문(중전기민주노동자회), 문영일(중장비 민주노동자회),
오영성(청년 노동자회), 조돈희(현대중공업 해고자 원직복직투쟁위원회)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