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자율평론에서 펌] 백철현의 자율주의 비판에 대한 반비판

퍼나르미	2006-10-26 16:25:16, 조회:1,481, 추천:311

단상 :

(1) 네그리/하트는 국가가 소멸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국가의 경계선이 약화되거나 사라졌다고 했을 뿐이다. 그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국가가 소멸했다면 국가에 대항하는 투쟁은 무의미할 것이다. 국가가 생산하는 모든 말에는 어떠한 행위도 강제할 권력이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국가는 여전히 다중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전의 국가 기능은 국경이 사라지면서 대두된 새로운 세계시장이라는 질서 속에 편입하게 된 것이지, 그래서 국가형태가 변형된 것이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국민국가는 제국의 마디로서, 제국적 명령의 한 기관으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백철현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텍스트를 지 맘대로 읽어서 그런 것이다.

(2) 네그리/하트는 국민국가를 악으로 규정한 적이 없다. 선악의 도식은 백철현의 것이다.

(3) 백철현의 사고는 이렇다. ‘카우츠키(혹은 세계체제론)는 자본의 세계화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네그리/하트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따라서 네그리/하트는 카우츠키주의자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방식 사실 좀 한심하다. ‘노무현(혹은 신자유주의자들)은 FTA협상에서도 드러났듯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맑스도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맑스는 노사모(혹은 신자유주의자)다.’ 이런 주장이 한심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내게 ‘맑스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가 어떻게 저 개량적인 노사모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라고 되물을 것이다. 지당하고 당연한 반응이다. (백철현이 ‘재구성한’) 카우츠키는 ‘제국주의(혹은 그것의 확대로서의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지지한다’, 노무현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하지만 ‘맑스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그가 노사모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네그리/하트가 ‘제국이 평화를 구축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그들이 카우츠키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맑스는, “혁명적 관점에 입각해서만”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네그리/하트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역시 혁명적 관점에 입각해서만 “제국은 제국주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오늘날 FTA 투쟁들 속에서 놓치는 것이 맑스의 문제의식, 바로 ‘자본주의에 맞서는 혁명적 관점’인 것과 마찬가지로, 백철현은 네그리/하트의 문제의식, 바로 ‘제국에 맞서는 혁명적 관점’을 읽어내지 못한다. 아니 읽어낼 능력이 없다.
- 맑스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것은 뭔가 낯선 것일지 모르겠다. 그건 맑스의 글을 보면 된다. ｢자유무역에 관한 연설｣, ꡔ맑스/엥겔스 저작선집 1ꡕ(박종철 출판사) 344쪽~359쪽. 동일한 맥락에서 네그리/하트는 ‘유럽연합을 찬양’한 적이 없다. ‘유럽연합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은 있다. 맑스가 자유무역을 찬양한 적이 없고 그저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4) 백철현의 두뇌구조는 이렇다. ‘자율주의는 당체제를 거부한다. 따라서 무정부주의자이다.’ 당체제가 제국의 마디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네그리/하트는 당체제가 오늘날 프롤레타리아트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다. 지도하는 자와 지도받는 자의 위계적 모델은 오늘날 제국도 취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제국은 리좀적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당모델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피어났지만 오늘날은 낡은 투쟁의 산물일 뿐이다. 당모델을 지향하기에는 우리들 모두는 ‘지도하는 자들(전위들)’의 대안(그래봤자 권력장악모델인 그것) 이상을 네트워크 속에서 생산해 낼 수 있다. 백철현은 ‘대중은 수동적이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사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자들이 ‘대중의 수동성’을 적극 생산할 뿐이다. 지들이 ‘대중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똑똑하고 투철한 줄 착각한다. 네그리/하트에게는 '구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구성은 다중의 삶을 이전과는 다르게, 즉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창조해내자는 의미에서 오늘날의 대안적 투쟁형태이다. 무정부주의가 '구성'이라는 사고와 대결하는 지점에서 네그리/하트는 '구성권력'을 말한다.(그리고 사실 백철현은 아나키즘을 잘 모른다. 그래도 이왕이면 '아나키즘은 문제다'라고 전제하는 것이라면, 아나키스트들한테 뭇매를 맞기 전에 아나키스트들에 대해 좀 진지하게 접근해 줬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 참고 : 네그리/하트는 ꡔ다중ꡕ이라는 텍스트에서 무정부주의를 비교적 자세하게 비판한다. 곧 출판될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5) 네그리/하트가 고대 로마의 ‘제국’ 개념을 사용한다고 해서, 고대 로마와 제국이 똑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은 너무 많으니 무엇이 그것과 어떤 점이 유사한지만 언급하자. 제국이 작동하는 방식은 (피라미드를 생각하라) ‘미국’을 최정점으로, 그 아래에 ‘국민국가들과 초국적 기업’을, 그리고 더 아래에 ‘방송, 신문, NGOs 등’을 자신의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 로마의 정치형태인(그리고 마키아벨리나 스피노자가 분석하고 있는) ‘군주정’-‘귀족정’-‘민주정’의 결합 방식은 제국이 기능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제국의 가장 아래층에 ‘NGO’를 넣었지만, 네그리/하트가 규정하는 ‘NGO’는 국민국가 안에 편입되어 있는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든 집단적 기관을 포괄한다. 그런 점에서 당이나 노조도 그들이 좋아하는 말, 즉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한 제국적 메커니즘의 한 기관으로 기능할 뿐이다.

(6) 백철현은 놀랍게도 “네그리는 걸프전 같은 제국주의 전쟁을 옹호하면서도 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다. 마치 네그리/하트가 전쟁에 대한 책임이라고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그들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문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대목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백철현의 사고 속에서, ‘네그리/하트’는 제국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에 대해 ‘사과’를 해야만 한다. 자율평론도 ‘네그리/하트’를 좋아하니 그들도 ‘이라크 전쟁’을 비롯된 ‘걸프전’ ‘코소보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사과를 해야 한다. “자율평론 회원들이여! 사과하라!!!” 하하하!

(7) 2/3쯤 보고 반론할 생각을 접었다. 백철현씨 같은 주장은 이미 많이 본 경험이 있다. 블랙타이거 같은 이가 그렇다. ‘블랙타이거=백철현’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블랙타이거의 말에 별 반응을 보이기가 민망했던 것처럼, 사실 백철현의 글에 이렇게 답글을 달고 있는 나도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답변해 달라고 쪼르는 이가 있으니 그 수준에 맞춰 시간을 들여봤다. 그런데 더 쓰려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에 맑스 글이나 한글자라도 더 보는 게 유익한 일일 것 같다.

노동자	2006-10-26 \| 16:49:40

가장 악랄한 신무정부주의자의 글.니놈이 무슨 맑스의 글을 한글자라도 더봐?그래도 이정도의 글발이면 착취된 잉여노동 속에서 여유부리며 심오하기 그지없는 관념의 유희를 즐기시는군 ,이런 몹쓸인간아! 퉷 !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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