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대구옥에 갇혀 계시는 손정목 선생님에게 드리는 편지 모음

임채희	2010-05-09 19:44:57, 조회:1,518, 추천: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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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 보내는 편지 모음-손정목 100409

손정목 선생님께

저는 임채희라는 사람입니다.

양심수후원회에 부탁해서 옥중의 편지할 사람을 부탁 드렸더니 손정목선생님을 추천해 주셔서(사무국장 임미영동지)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빈민활동에 종사했고 지금도 노점상이나 철거민 노동자들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 살며 또 연구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몇 년전인가 신문에서 선생님의 사건을 접해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감옥이란 곳이 어떠한지는 선배들의 글과 우리 동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폐쇄된 공간/ 독방/ - 이전에 이종선생님이란 분께서 40년 옥살이를 하면서 경험한 삶을 정리한 시집 한권을 얻게 되었는데 <독방>이란 제목을 단 시집 이었습니다.
감옥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고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지 적혀 있더군요.
또 서준식 선생님의 옥중서한집을 보면서 많이 생각합니다.

저는 감옥이 다 폐쇄되고 모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한사람의 수인이 있는 한 그곳은 결코 자유란 없다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재능이 많은 사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옥 같은데 갇혀 있으면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손실입니까. 인류의 삶은 끊임없는 전쟁과 투쟁 속에서 한 번도 감옥이 없어져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감옥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이상은 누가 누구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이 없는 그런 사회가 아니었습니까.

선생님의 투쟁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란 게 양심과 사상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 탄압하는데,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그런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폐지되고, 모두가 자유롭게 살고 발언하고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어느 곳에서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 사회주의 운동은 바로 이런 잘못되고 강요된 체제에 맞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강요합니다. 저가 어떤 분에게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자본주의하에서는 대자본가들에게도 고뇌와 걱정이 있고 심지어 두 살짜리 아이들에게도 고뇌와 걱정이 있다”라고요.
자본주의는 세상 전체가 걱정투성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 손정목 선생님의 삶과 투쟁이 바로 이런 잘못된 세상에 맞서 싸우기 때문에 지금 감옥에 갇혀 계시구나 생각이 듭니다.

기록 <양심수 명단>에 보니 갇혀 계신지도 삼년이 넘었습니다.
사회가 민주화다 뭐다/ 참여정부다 뭐다 해도 사상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보면 결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구나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투쟁이 감옥의 문을 부수고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저도 밖에서 미력하나마 노력하겠습니다.

편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남주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란 시입니다.

“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는 아무도 없다.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나를 목 메이게 해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해놓고 개처럼 묶어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놓고 짐승처럼 가둬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놓고 밥으로 목 메이게 해놓고
잠자리에서 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압제자 말고는 부자들 말고는

그럴 사람이 있다면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그럴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봐라

나와서 이 사람을 보아라
벽에 갇혀 사슬 묶인 손으로
주먹밥을 쥐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 앞에서 묶인 팔다리 앞에서
나는 자유다라고 어디 한번 활보해 봐라
이 사람 앞에서 굶주린 얼굴 앞에서
나는 배부르다라고 어디 한번 외쳐봐라
이 사람 앞에서 등을 돌리고
이사람 앞에서 얼굴을 돌리고
잠자리에서 편할 수 있으면 있어봐라

남의 자유 억누름으로 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압제자는 말고
남의 밥 빼앗음으로 해서 배부를 수 있는 부자들 말고“

- 시가 좀 길었네요.

우리들의 삶을 이렇게 구절구절 정확히 읊을 수 있는 시인이 이 땅에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해 아래서 뵙게 되기 바랍니다.
자주 편지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편히 지내시고 또 활발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서울 이문동에서 임 채희 올림

2009년 9월 9일 아침나절에

감옥으로 보내는 편지 2

손정목 선생님께

추석 전에 선생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곧장 편지를 내지 못했네요. 밖의 일상이란 것이 항시 일에 바쁘고 시달리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며 지내기 일쑤랍니다. 거리에 나가 일도 해야 하고, 조직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강의 같은 것도 해야 하고, 자잘한 업무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몇 날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추석 무렵은 옥에서는 쓸쓸하지 않았나요? 공휴일이니 옥의 사무도 쉬었겠군요. 운동시간에 휘황찬란한 가을산과 가을하늘, 오곡이 무르익는 저 산야에 눈길을 주나요? 저는 오히려 도시의 삶에 묶여 그 가치들에 대해 덜 생각하고 도시노동자적인 사고에 묶이어 있나 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빛남도 해방투쟁에 도움이 되지 못하나 봅니다(?).

온갖 인생의 쓰라림을 본 자만이 사물에 대해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선생님처럼 감옥살이에 그토록 오래 갇혀 지내셔도 세상 돌아가는 본질은 더 핵심에 가 있겠지요.

저는 추석시기에 20년 이상 감옥살이도 하시고 일제하에서부터 해방운동에 헌신해 오신 한 노혁명가의 구술 자료를 교정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신 손선생님의 말씀이 그야말로 제 머리를 사로잡는 확신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아 그래서 70년 이상의 해방투쟁에 그렇게 복무해 오시면서도 많은 좌절과 갈등 속에서도 그토록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굳건히 지키고, 죽음 같은 세월 속에서도 혁명에 대한 확신을 결코 놓지 않는 노혁명가의 삶과 투쟁은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한 모범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책이 11월 초순에 출간될 것입니다.

사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떠나서 한 인간이 이 척박한 남한 땅에서 혁명의 길을 70년 가까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많이 생각해봅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자신의 선배들의 삶과 투쟁에서 많이 배운다는 것입니다.

혁명적 전통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지난 10월 3일 추석날, 용산 철거민 학살현장에 새로 된 국무총리라는 자가 방문하여 10개월여에 이른 투쟁에 해결지점을 약간 제시한 듯합니다.

저는 빈민들 속에서 10여년을 보냈습니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노가다로 살면서 도시 빈민들의 삶과 투쟁을 함께 하면서 수많은 비참과 고통을 보았고 또 동시에 그들의 분노와 증오/ 원한도 보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이 수많은 인민들의 삶은 오직 사회주의를 넘어서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해방세상에서만 빈민들의 고통과 비참도 끝나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운동의 발전은 도시 빈민들까지 진척되어야 진정으로 해방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여름, 쌍용차노동자들의 투쟁도 전 세계의 공황에 의해 촉발된 현상입니다. 공황은 더 많은 노동자들과 인민들에게 더한 고통을 안겨주는 듯합니다.

지난 9월에 지방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새벽녘에 영등포 역전에 기차에서 내려 영등포역 대합실을 지나게 되었는데 노숙자들이 얼마나 많던지, 대합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공황의 깊이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노숙인공동체운동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한 도시빈민들의 절망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 도시빈민들이 이 처참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고 더욱 혁명투쟁에 진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현실의 운동과정에 빠져 학습이나 공부도 많이 하지 못합니다. 경제학이란 것도 알아야하겠고 늘 상 자본론을 읽는데 진도가 더딥니다. 자본주의를 알아야 하겠는데 너무나 피상적이 아닌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이해도 관념화된 부분이 없지나 않은지 반성합니다. 철학이란 것도 해야겠고 사회주의 이론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야겠고, 할 공부가 태산 같은데 현실의 탓이나 하면서 게을리 합니다.

이론과 사상의 진전 없이는 우리의 운동도 한 치도 전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그 험한 시기부터 운동에 뜻을 두고 살아왔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문 듯합니다. 여전히 80년대의 인간으로 살아가고 실천하는, 그런 낡은 활동가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합니다.

진짜 일하는 사람, 일 잘 하는 사람, 투쟁 잘하는 사람은 한 가지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그것에 주목하고 그것에서 투쟁을 끌어내고 큰 투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사소한 일에서, 사소한 것에서 사태의 핵심을 틀어쥘 줄 안다는 것입니다. 제가 수십 년 동안 경험하고 투쟁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 말 한마디, 행동 하나, 글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고, 사소한 것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하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데도 사소한 것에 소홀이 하지 않고, 아무튼 요즘 <사소한 것에 대하여 >라는 철학적 사유에 빠져 몇 날 며칠 고민하며 생각에 잠겨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사물의 모든 발전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고 그것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투쟁의 주도권도 그렇고 동지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고, 모든 것이 다 그렇다는 것입니다.

손정목선생님!

‘0.75평의 자유’란 기록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고난의 행군에서 살아나 만인에게 자유의 의미를 알으켜 주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손정목선생님의 투쟁이 만인에게 알려지고 새로운 세상의 건설에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선생님이 석방되고 해방의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잘 지내시고 또 편지 내겠습니다.

2009년 10월 5일 아침나절

임 채희 올림

감옥으로 보내는 편지 제 4호

손 정목 선생님께

추운 겨울 한 복판에 계시는 손선생님!
옥살이에 한이 설인 남한의 양심수로서 이 차가운 겨울 날씨
지내시기는 괜찮으신지요.
그란도 기나긴 수인의 몸으로 많이 지쳐계신 선생님을
이렇게 학대하는 교도소의 행정에 항의합니다.
뭐하나 잘못한 게 없고 오히려 세상의 고통에 항의한 것인데
그것이 뭐가 잘못되었다고 구속시키고
가두어 놓았으면 되었지 어찌 감옥살이하는 사람들까지 괴롭힌단 말입니까.
세상이 어찌 변해있는지도 모르는
야만적인 대구교도소 소장과 보안과장은 인민의 이름으로
규탄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 자신들의 그 삶조차 바꾸어낸 양심수들의 노력과
투쟁을 무지하게 무시하는
대구교도소의 행정에 다시 한 번 항의합니다.
손선생님께서  몸소 그 힘든 생활을 반드시 투쟁으로 돌파 하실 거라 믿습니다.
모름지기 혁명가는 자신의 주변 삶을 바꾸어내는 일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적절한 선에서
저들을 물리치시고 선생님께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셨으면 합니다.
손선생님께서는 자신의 그 많은 후원자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무엇이 걱정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하시고 싶은 대로 하셔도 별 일 없겠습니다.

그런데 편지가 너무 늦었습니다.
밖의 생활은 계속되는 투쟁으로 저도 힘들어서
편지가 너무 늦었네요.
수개월 동안 야간투쟁으로 이전과는 다른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 차리면서
이렇게 편지 내는데 한 달이나 걸렸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의 투쟁에 되도록 빨리 호응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혁명가에게 있어 투쟁은 행복입니다.(맑스의 말)...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오긴 했습니다만 ...
나태해지기 쉬운 우리의 현실은 노력해서 일을 찾아야하는
자신의 본분과 임무를 가끔 망각하게 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추구가 긴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창조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노숙인운동에 함께한 옛 노숙인 출신 활동가들이 가끔 찾아오기도 하고
제가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들도 저를 잊지 못하고 저도 그들의 삶을 잊지 못합니다.
그 처참한 삶에 저는 왜 우리가 혁명을 해야 하는지
그 운명에 다가서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현장투쟁 틈틈이 인터넷도 보고 잡다한 글을 쓰곤 하는데
얼마 전에 민주노총 자게판에 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실려 여기 편지에 동봉합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남한에서의 혁명투쟁은 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의 경제적 변화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북에는 개방과 개혁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 같고
중국식 방식으로 경제가 변용되는 듯싶습니다.
아주 중요한 기사라서 보냅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비롯되는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손선생님의 생각이 저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국내의 문제와 변화에 주목합니다.
미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세기의 30년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공황의 진앙지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군데에서 미군이 여러 세계 제국주의자들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국내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폭동과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경제적으로 몰락한 미국의 중산층들은 극빈층으로 추락하여
수 천만 명이 굶주림에, 추위에 시달리며
대단히 급진화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들의 선택은 역사에서 아직 가능하지 않던
오바마란 인물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미국 내의 유색인들의 불만은 엄청난 것입니다.
이들이 지금 세계 전장 곳곳에 파견되고 있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미국 지배층의 선택입니다.
저는 미국이 조만간에 세계 혁명운동의 최선봉에
서리라는 약간의 확신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아시아 여러 나라 -북한 /중국/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
그리고 남미의 여러 나라들 -니콰라구아/쿠바/
그리고 아프리카의 콩고 /짐바브웨 등의 혁명들과는 달리
저는 오히려 미국과 남한 같은 최고의 선진형 자본주의 국가에서
혁명이 발발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등의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울 것은 지천에 널려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철학적으로 깨어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옛말에 최고의 공부는 역사라 했나요.
역사 속에는 그것이 개인사든 세계사든
미래를 보는 눈이 들어 있습니다.
맑스는 자신의 자녀들이 인문학-철학/역사/문학 등을 많이 공부해서
생활의 나침반으로 삼게 된데 대해 많은 공력을 드렸고
그런 것을 자신의 자녀들이 깊이 공부한 것에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삶의 지식과 지혜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생의 바탕이겠지요.

손선생님께서 조선의 철학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신다니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정도전의 철학원전 들을 읽으면서
이데올로기 투쟁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대단히 철학적 논지가 소박하지만 당시 인간들의 인식 수준에 비하면
그 철학 논리는 대단합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투쟁/정치투쟁만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투쟁/이론투쟁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엥겔스).
여기에 중국연변에서 나온 <한국철학사상사>의 이황/이이의 리기론(理氣論)
자료를 동봉합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항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고 그들의 처지를 깊이 통찰하시여
편지대화가 가능하게 하면 더 큰 사람으로 자랄 것입니다.

편지가 조금 거칩니다.
현장투쟁에 매몰되어 있어
요즘 생각 정리가 잘되지 않아서요.
또 연말이라 그 많은 송년회 모임 들이 있어
일일이 찾아 다녀야하는 처지라 그렇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정성스레 편지 내겠습니다.
자료들을 보내오니 꼭 확인하십시오.


서울에서 임채희 올림

2009년 12월 21일 (월) 오후 // 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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