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정세와노동]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격변과 미제국주의

보스코프스키

2015-09-20 10:11:04, 조회:1,886, 추천:332

제목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격변과 미제국주의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중들의 투쟁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로 그리고 사우디와 그 주변국(바레인, 예멘, 요르단 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3월 중순 현재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인민봉기가 성공하여 독재자 벤알리, 무바락이 쫓겨났다. 리비아에서 가다피의 현 정부세력과 동부에 기반을 둔 구 왕정세력의 충돌이라는 부족 간 내전의 양상으로 전개되던 사태는, 가다피의 승리로 굳혀지고 있다. 현재 투쟁은 걸프 지역으로 그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3월 16일 군대를 동원해 바레인시위대를 유혈진압하면서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서쪽으로 모로코, 알제리에서부터 동으로 사우디, 이란, 그리고 남으로는 수단에 이르기까지 북아프리카와 중동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민중들의 투쟁의 근본적 원인은 경제적 문제이다. 즉 광범위한 빈곤, 높은 실업률, 식량가격의 폭등이다.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세계공황이 취약한 이 지역의 경제를 더욱 강하게 타격하였을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틈탄 투기자본의 곡물투기로 초래된 식량가격의 폭등은 투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장기독재정권, 왕정으로 표현되듯이 대중들의 무권리상태와 지배권력의 부패, 억압 등의 정치적 후진성이다.

투쟁의 주체는 청년 실업자, 노동자, 학생 등이 중심이 되고, 기존 지배블럭에서 소외되었던 자유주의 부르주아분파들, 혹은 걸프지역의 경우 시아파 성직자들이 결합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조직적으로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곳으로는 튀니지로서 튀니지노동총연맹(UGTT)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들도 혁명적 정당에 지도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집트에서는 노총이 어용노조로서 조직적 대응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자계급은 무바락이 물러난 정치권력의 공백을 이용하여 전국에서 광범하게 자연발생적 파업투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집트에서는 권력을 인수한 군부와 노동자계급 간의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또 격화 될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튀니지의 경우도 과도정부와 튀니지노동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집트와 미국

미국의 진보노동당의 기사는 [뉴욕 타임즈]를 인용하며 이집트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1/30)는 다음과 같이 (미국의 전략에서 이집트의 중요성―역자)을 설명한다.

미국은 이집트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석유는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에 공급된다. 이집트는 아랍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1979년 사다트-베긴 간의 평화협정으로, 다른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기도할 수 없게 되었다.

<“공산당의 지도력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지속될 것이고, 제국주의는 승리한다.” 진보노동당, 2011. 2.3.>

미국은 수에즈운하를 통제하고 강력한 이집트의 군사력을 포섭하기 위해 무바락이라는 친미정권을 세웠다. 그러나 이 정권이 점차 취약해지자 다른 대안적 카드를 그동안 키워왔다. 다음 기사를 보자.

이집트 시민혁명의 주요 축으로 ‘4·6 청년운동’과 ‘케파야’를 들 수 있다. ‘4·6 청년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초로 한 조직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인 엘바라데이가 지원하는 단체다. 그는 친미세력을 대표한다. ‘케파야’는 ‘이제 충분하다’라는 의미로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을 주도했던 단체인 ‘크마라’와 그 뜻이 같다. 이것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크마라’와 마찬가지로 이집트 시민단체 뒤에도 미국의 인권단체인 민주주의재단(NED)과 프리덤 하우스가 있다.

프리덤 하우스는 중앙아시아 컬러혁명의 배후였다. 그런데 이집트 혁명을 이끈 청년활동가들이 이 단체의 ‘신세대 프로그램’이란 과정을 이수했다. 이것도 우연일까? 민주주의재단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권 무력화를 준비해왔다. 이 단체의 웹사이트를 보면 이들의 주요 활동지역을 알 수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은 현재 민중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국가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이들 지역은 미국의 ‘신중동’ 프로젝트에 속해 있다.

이슬람 세계의 혁명 중심에 미국의 인권단체가 있다. 물론 그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 이들은 미국식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슬람 세계에 이식해 에너지 자원을 장악하고 달러 시스템을 공고화하려 한다. 패권의 영구화가 이들의 최종 목표다. 과거와 달리 그 수단을 자국 주도의 폭력적 전쟁에서 해당국 민중의 자발적 비폭력운동으로 바꿨을 뿐이다. 혁명 초 이집트 군의 주요 장성들이 펜타곤 초청으로 워싱턴에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혁명이 온전히 이집트 민중의 힘만으로 일궈졌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뒤에는 정교하게 계획된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미국은 이슬람 세계의 재편을 의도하고 있다. (윤석천/경제평론가, "사하라에도 단비가 내리는 걸까?", <<한겨레>> 2011. 02. 19.)

이렇게 미국이 무바락 이후의 카드로 키워온 ‘4·6 청년운동’과 ‘케파야’ 등이 투쟁에서 새로운 지도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매년 20억달러를 지원하며 키워왔던 군부가 또한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변수는 현재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파업투쟁일 것이다.

리비아

리비아에서의 내전은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정보의 왜곡과 은폐로 진실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다피 정권은 무바락이나 사우디 왕정 같은 친미정권이 아니라 오히려 미제와 갈등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은 크건 작건 간에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부족연합국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리비아의 특성 상 부족 간에 지배권력을 둘러싼 갈등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모순들이 주변정세에 자극을 받아 일시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비아 국내의 미제의 공작원들도 적지 않게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내문제를 빌미로 한 미제국주의자의 리비아석유를 지배하기 위한 간섭과 심지어 침략기도이다.

그러나 미제의 개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가다피의 승리가 임박해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제가 개입을 못한 이유를 몇가지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첫째, 미국이 반군에게 무기를 전달해줄 것을 사우디에게 요청하였으나 사우디가 거부했다는 보도([조선일보])에서 판단해보면, 아랍의 지배계급들의 반대가 있었을 것이다. 즉 반군의 승리는 사우디의 국내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리비아 인민이 높은 반외세 의식을 가지고 있고, 반군 내에도 미제의 개입을 거부하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셋째, 가다피 이후의 문제, 즉 안정적으로 리비아를 관리할 수 있는 친미세력을 발견할 수 없고, 더구나 알카에다 같은 반미적인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의 발호가능성이 있다.

넷째, 사우디가 미제의 발등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더구나 아프간, 이라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행동은 더욱 어렵다.

사우디와 미국

사우디와 주변국은 현재 아랍 정세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석유공급자이고, 바레인에는 미국의 제5함대의 기지가 있다. 이 지역의 갈등은 권력에 소외된 시아파가 집권층인 수니파에 저항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이란이 시아파의 정권이기 때문에, 시아파의 성장은 이란세력의 증대를 초래할 수 있다. 만일 이 지역이 시아파권력에게 넘어가고 이란과의 동맹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최악의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미리 단속을 해둔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사를 보자.

마이크 멀린(미국 합참의장―역자)은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지부티, 바레인 등 걸프지역을 5일간 방문한 후 쿠웨이트에 도착했다. 이 7개국은 거대한 석유생산국이고,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가 있는 곳이다. 멀린의 대변인은, 오바마는 그의 왕위를 지켜주려 한다면서, 사우디왕을 안심시켰다. 1991년 걸프전쟁은 쿠웨이트를 민주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1). (프랑스 보도국, 2/25) <“북아프리카에서 중동, 아시아로: 자본주의는 노동자반란의  뿌리를 자른다”, 진보노동당, 2011.3. 2.에서 재인용>

이란의 항의와 사우디-이란의 긴장격화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걸프협력회의(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3월 16일 군대를 보내 바레인시위대를 유혈진압한 것은 바로 이렇게 사전에 미국과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것, 사우디가 360억불을 풀면서 개량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비교적 저항세력이 취약한 것, 미제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2) 등에서 볼 때, 걸프협력회의를 통한 강경진압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본주의가 그리고 세계공황이 악화시키는 빈곤과 절망이 민중들을 투쟁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ㆍ민중을 지도하여 혁명으로 안내할 정당이 없다. 자연발생적 투쟁만으로는 희생은 거대하지만 투쟁의 열매는 너무나 빈약하다. 투쟁이 성공한 곳에서도 미제와 결탁한 자유주의 부르주아세력은 투쟁의 성과를 가로채가고 있다. 심지어 미제는 이 투쟁을 활용하여 이란, 중국에서 시위를 부추기고 있으며, 튀니지에서는 프랑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려 공작하고 있다3)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대공황은 바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계급적대를 키우고, 세계인민들을 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 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조직할 것이고 비약할 것이다. <노사과연>

--------------------------------------------------------------------------------

1) 멀린이 이들 국가를 방문한 형식적인 이유는 “1991년 걸프전 20주기 기념”이었다.

2)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필요할 경우 사우디 등에 대한 군사개입(침략)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3) 미셸 쵸스도프스키 교수는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에 대한 워싱턴의 전략은 이 나라들과 과거 식민종주국 프랑스와의 정치적 연결을 약화시키는 대신 친미정권을 새롭게 내오는 데 있다"며 "미국 세계제국경영의 일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의 군사침략 위한 정보조작 심각하다" 중동 전문가들, 리비아 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 >, [오마이 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37470&PAGE_CD=S0200

http://lodong.org/board/board.html?mtype=view&page=4&bid=1&num=168&seq=1127&replynum=168&shownum=167&key=&searchword=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