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펌-노학연]정성진의 반자본주의 선언 서평에 대한 단상적 비판
안티swp   2005-09-12 03:39:07, 조회:1,621, 추천:348
이달의 책   『반자본주의 선언』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 정성진, 정진상 옮김 / 9,500원 / 책갈피 펴냄

                “반세계화 운동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이다”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부터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분적․점진적 개량이 아닌, 체제 전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가 도처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후 한 동안 ꡐ죽은 개ꡑ로 버려졌던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관련 심포지엄이나 강연장에 청중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제1차 ꡐ맑스코뮤날레ꡑ가 대성황을 이루었던 것은 그 좋은 예이다. 또 몇 해전부터 해외에서 출판된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관련 서적들도 얼마 시차를 두지 않고 곧바로 국내에 번역․출판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던 ꡐ운동권ꡑ ꡐ불온ꡑ 출판물에 대한 수요가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후 급감하고, 이에 따라 이들을 출판․판매했던 출판사와 서점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들 정도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전공하는 필자에게도 관련 기고나 학술 발표, 강연 요청 등이 특히 작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지지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정파 (ꡐ다함께ꡑ 등)에 대한 지지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의 시작인가?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

얼마 전 출간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책갈피, 2003)은 바로 이처럼 지난 세기말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의 산물인 동시에 이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기여로 간주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캘리니코스는 현존하는 마르크스주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의 지도적 인물로서, 『마르크스의 사상』(책갈피), 『역사의 복수』(백의) 등 그의 주요 저작들이 이미 대부분 번역․출판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 현상은 갑작스러운 것도, 우리나라에만 특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 붕괴 후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ꡐ역사의 종언ꡑ 선언이나 마가레트 대처의 ꡐTINAꡑ(ꡐ자본주의 시장 경제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ꡑ) 주장은 성급한 오판임이 판명되었다. ꡐ역사의 종언ꡑ과 ꡐTINAꡑ 슬로건 아래 이루어진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세계적 규모에서 불평등과 경제위기, 생태위기, 전쟁을 격화시킨 주범임을 인류가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5년 프랑스의 공공부문 총파업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의 신호탄이었다. 1996～1997년 우리나라에서 노동법개악 반대 총파업이 그 뒤를 이었다. 1997년 시작된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와 브라질로 번지면서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경제위기로 세계를 몰아 넣었던 해인 1998년은 공교롭게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출판 150주년의 해이기도 했다.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를 전후하여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식민주의 등 각종 개량주의 조류로 대거 전향했던 세계 좌파 지식인들이 다시 마르크스주의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도 적어도 이 때부터, 즉 『공산당 선언』 150주년 해인 1998년 이후부터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난 세기말에 시작된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가 좌파 지식인 지도의 지형 변화에 머무르고 대중 투쟁과 결합되지 못했다면, 또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가 ꡐ마르크스로의 복귀ꡑ만으로 그치고, 레닌주의를 필수적 매개로 하는, 정확한 의미에서의 ‘고전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면, 오늘과 같은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 현상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세기말 시작된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는 1999년 11월 ꡐ시애틀 전투ꡑ 이후 폭발적으로 대두된 반세계화 운동 (캘리니코스는 이 통상적 명칭은 부적절하며 반자본주의 운동이 정확한 용어법이라고 주장한다)에서 그 실천 주체를 발견했다. 더욱이 1999년 ꡐ시애틀 전투ꡑ를 계기로 본격화된 ꡐ마르크스로의 복귀ꡑ 붐은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하여 미국 제국주의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제기되면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국제반전운동이 고양되는 가운데, 제국주의의 정치경제학인 ꡐ레닌주의의 재발견ꡑ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적 석학인 슬라보예 지젝까지 레닌주의의 현재성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 21세기 초 마르크스주의는 20세기 초에 버금가는 ꡐ황금시대ꡑ를 다시 한번 맞이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프랑스에서는 ꡐ극좌파ꡑ로 분류되는 트로츠키주의 정파들 (특히 ꡐ혁명적 공산주의 동맹ꡑ과 ꡐ노동자 투쟁ꡑ)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가 20%를 넘어 공산당, 사회당 같은 중도좌파 정당들의 지지도를 능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가 ꡐ새로운 10월ꡑ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물론 아직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운동들의 운동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처럼 지난 세기말부터 특히 1999년 ꡐ시애틀 전투ꡑ 이후 출현한 반세계화 운동과 함께 새롭게 고조되고 있는 체제에 대한 전면적 저항의 혁명적 낙관주의를 배경으로 하여 출간되었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와 같은 혁명적 낙관주의를 21세기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행동 강령까지 제출하고 있다.
반세계화 운동은 흔히 1999년 ꡐ시애틀 전투ꡑ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되지만, 실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자본주의 모순과 적대가 세계적 규모에서 격화되고 이에 대응하여 새롭게 고조된 세계 민중 투쟁 (특히 1995년 프랑스의 공공부문 총파업과 1996～1997년 우리나라의 노동법개악 반대 총파업)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반세계화 운동은 또 1989～1991년 소련․동유럽 블록의 붕괴 이후 인류의 숙명으로 간주돼 왔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웅변했으며, 집단적 저항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부활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론적․정치적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이 같은 반세계화 운동이 추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이 운동은 그 통상적인 반세계화 운동이라는 명칭처럼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가? 또 이 운동은 단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지배적으로 된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해서만 반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 운동이 진정으로 타도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인가? 반세계화 운동은 흔히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이라고 불리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양한 운동의 집합체이다. 실제로 1999년 제3차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시애틀에 집결한 운동은 세계 각지의 노동 운동, 환경 운동, 농민 운동, 각종 NGO, 좌파 조직들이었는데, 이들은 ꡒ세계는 상품이 아니다ꡓ, ꡒ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ꡓ는 슬로건 아래 하나로 합류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때 ꡒ다른 세계ꡓ란 무엇을 지칭하는가? 나아가 오늘 반세계화 운동 내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저지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 내에서 성취될 수 있다고 보는지의 여부, 그리고 이 과제를 기존의 국가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지의 여부, 또 이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로서 조직 노동운동의 중심성을 인정하는지의 여부, 2001년 9․11 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이후 대두되고 있는 반전 운동과 연대 여부 등의 쟁점들을 둘러싸고 상이한 입장들이 존재하고 있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처럼 오늘날 반세계화 운동 내부에서 제기되는 주요한 쟁점들과 특히 반세계화 운동 내부의 상이한 흐름들을 자신이 지지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의 노선

캘리니코스는 반세계화 운동이 세계화의 어떤 특정한 양상이 아니라, 세계화 그 자체에 대해 총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또 탁월하게 국제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이 운동을 반세계화 운동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캘리니코스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세계적 불평등과 금융 불안정 및 과잉 생산 위기, 생태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자본주의 체제를 추동하는 경쟁적 축적의 논리에서 찾는다.
캘리니코스는 최근의 세계화를 시장근본주의의 전세계적 확산이나 금융세계화 등 주로 경제적 세계화로 이해하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수 견해에 반대하면서, 오늘날의 세계화는 무엇보다 미국 제국주의의 새로운 얼굴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화 과정에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세계화는 ꡐ무장한 세계화ꡑ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캘리니코스의 핵심 논지다.
그 다음 캘리니코스는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①반동적 반자본주의, ②부르주아 반자본주의, ③지역주의적 반자본주의, ④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⑤자율주의, ⑥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등 여섯가지로 분류한 후, 마지막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의 입장에서 앞의 다섯 가지 반자본주의 운동 전략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다소 도식적이긴 하지만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이와 같이 유형화해서 비교․분석한 것은 이 책에서 캘리니코스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특히 현재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아탁(ATTAC -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과 같은 개량주의적 반자본주의 전략과 최근 우리나라 좌파들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자율주의에 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흐름들은 오늘날 세계화의 제국주의적 본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을 반전 운동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반자본주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노선의 구체적 대안을 정식화한다. 이를 위해 먼저 캘리니코스는 자신이 지지하는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운동이 기초해야 할 가치로서 ①정의, ②효율성, ③민주주의, ④지속가능성 등 4가지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의 가치의 정식화는 『반자본주의 선언』의 자매편으로 몇 해 전 출판된 『평등』(Polity, 2000)에서의 논의에 기초한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또 이와 같은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주의 경제 모델의 기본 윤곽을 제시한다. 캘리니코스는 일부 좌파들이 지지하고 있는 시장사회주의론으로는 시장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착취와 불평등 및 경제․생태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시장 자체를 근원적으로 지양하고 이를 계획 경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계획 경제는 필연적으로 관료화되어 민주주의를 침해하게 된다는 상투적인 비판에 대해 캘리니코스는 계획 경제에는 수직적․관료적 계획 경제 모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래로부터의 수평적․민주적 계획도 있다고 응수한다. 이와 같은 논지는 『역사의 복수』에서 이미 피력된 바 있다. 『반자본주의 선언』은 이 같은 아래로부터의 수평적․민주적 계획의 사례로서 팻 데바가 1988년 고안했던 ꡐ협상 조정ꡑ 모델을 소개한다.
끝으로 캘리니코스는 이와 같은 수평적․민주적 계획과 같은 ꡐ최대 강령ꡑ을 구현하기 전에 반자본주의 운동이 현실 운동에서 주력해야 할 ꡐ이행기 강령ꡑ으로 ①제3세계 부채의 즉각적인 탕감, ②토빈세 도입, ③자본 통제의 회복, ④보편적인 기본 소득 도입, ⑤주당 노동시간 단축, ⑥공공 서비스 보호와 재국유화, ⑦누진세, ⑧이민 통제 폐지, ⑨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의 도입, ⑩군산복합체 해체, ⑪시민적 자유 방어 등 11가지를 열거한다. 이 11개의 ꡐ이행기 강령ꡑ들은 그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 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투쟁 슬로건과 요구들의 정수를 뽑아 낸 것들로서 향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행동 강령으로 유용하게 참고될 수 있을 것이다.

비판과 반비판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출간되자마자 전세계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의 기본 교재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독자를 많이 확보한만큼 반자본주의 운동 진영 내부에서의 비판도 벌써 많이 제출되어 있다. 예컨대 ꡐ노동자 자유 동맹ꡑ의 폴 햄튼은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본뜨고 있지만, 『공산당 선언』에서 비판된 공상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캘리니코스가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의 객관적 모순에 기초하여 형성되는 변혁주체에 기초지우지 않고 이른바 반자본주의 가치들로부터 도출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 영국공산당의 킷 로빈슨과 ‘사회주의 미래 운동ꡑ의 필 샤프는 캘리니코스가 제시한 ꡐ이행기 강령ꡑ 중 ②토빈세 도입과 ③자본 통제의 회복은 기본적으로 민족개량주의적 요구로서 트로츠키의 ꡐ이행기 강령ꡑ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강령들은 노동자 투쟁에 기초하여 제출된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부에 단순히 요구될 뿐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틀 내에서 얼마든지 수용될 수 있고, 또 이 강령들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 투쟁의 고양에 기여하여 사회주의 이행의 가교 역할을 하는 트로츠키의 ꡐ이행기 강령ꡑ과는 이질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를 ꡒ반자본주의 운동에서 공상적 및 개량주의적 강령을 채택하여 이를 공식적인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분장ꡓ한 ꡒ기회주의ꡓ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반자본주의 선언』이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에서 이탈했다는, 주로 구스탈린주의자들로부터의 비판과는 정반대로 캘리니코스가 민주적 계획 모델로서 수용한 바 있는 ꡐ협상 조정ꡑ 모델과 비슷한 모델인 ꡐ참여 경제ꡑ 모델 (ꡐ파레콘ꡑ)을 최근 체계화한 바 있는 마이클 앨버트는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이 마르크스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한다. 앨버트는 마르크스주의는 이른바 공산당 관료와 같은 ꡐ조정계급ꡑ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반자본주의 혁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할지라도 ꡐ조정계급ꡑ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할 뿐이며, 참된 의미의 노동해방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ꡐ공상적 사회주의ꡑ이니 ꡐ민족개량주의ꡑ니 하는 스탈린주의자들의 캘리니코스 비판은 아무런 근거 없는 중상일 뿐이다. 캘리니코스는 사회주의를 결코 윤리적 가치들로부터 도출하지 않았다. 캘리니코스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모순과 적대가 1999년 ꡐ시애틀 전투ꡑ 이후 대두한 반자본주의 운동의 배경으로 되었으며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직 노동운동이 이와 같은 반자본주의 운동과 결합해야만 함을 역설하고 있다. 또 사회주의를 반자본주의 운동의 가치들로 정당화한 것은 오히려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창조적 발전으로 지지되어야 한다. 또 캘리니코스가 제시한 이행기 강령이 민족개량주의,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 역시 『반자본주의 선언』 전체에 흐르고 있는 노동자 국제주의의 정신을 감안할 때 전혀 부당하다. 그리고 캘리니코스가 지지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는 앨버트가 주장하듯이 ꡐ조정계급ꡑ, ꡐ노조관료ꡑ의 이데올로기이기는커녕 아래로부터 사회주의의 정신을 구현한 기층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의 이데올로기이다. 오히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에서 주목되어야 할 부분은 앨버트와 같은 아나키스트들이 애호하는 노동자 자주관리 원리까지 적극적으로 평가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 사회주의’의 간명한 체계화

1999년 ꡐ시애틀 전투ꡑ 이후 반자본주의 운동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팜플렛과 논문, 저서들이 출판됐지만, 반자본주의 운동을 그 배경과 주요 쟁점, 과제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또한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현재 세계 ꡐ극좌파ꡑ 정치 조직 중 최대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ꡐ국제사회주의 경향ꡑ(IST)의 정치를 간명하게 체계화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자본주의 선언』은 1983년 출판된 『마르크스의 사상』(책갈피, 1993)에서 캘리니코스가 명쾌하게 해설한 바 있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이론과 실천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뜻에서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20세기의 『공산당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1996～1997년 노동법개악 반대 총파업을 통해 21세기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의 주요한 원천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 반자본주의 운동은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으로부터 적지 않은 유용한 이론적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티swp (2005-09-12 03:22:49) ⓧ


"반자본주의 선언에서 주목되어야 할 부분은 앨버트와 같은 아나키스트들이 애호하는 노동자 자주관리 원리까지 적극적으로 평가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니코스의 문제는 반자본주의 세력들의 결집이 현장 내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있지 않고 소부르주아화된 반세계화 세력들 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해서 어찌해볼까 하는 것에 있슴다.

또 하나는 스탈린주의적인 관료화된 중앙집중주의를 반대하다가 너무 멀리나가서 폴라니 류의 자율주의들의 주장을 따라 분산화된 계획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임다. 관료화된 중앙집중주의의 반대는 민주주의적 중앙집중제이지 결코 분산화된 계획의 옹호는 아니지요. 이는 마치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애를 버리는 격이지요.

앨버트와 같은 아나키스들의 문제의식까지 적극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할만한 그 무엇이 아니라 반 마르크스주의적, 반레닌주의적인
자율주의자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죠.

앞에서는 아텍을 개량주의의 한 조류하고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이것이 이행기 강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트로츠키의 이행기강령을 개량주의 강령하고 타락시키는 것이지요.

결국 정성진이 말하는 반자본주의 선언이 꼼선언의 현재화라고 말하는 것은 맑스에 대한 모욕임다.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반자본주의 선언이 얼마나 개량주의적인지 비판하게 될검다.

더군다나 마르크스와 레닌이 살아 있어 남한의 '다함께'를 본다면 그들이 얼마나 소부르아적이고 반 트로츠키적인 세력인지를 보고서 통탄하겠지요.

우리의 운동은 '다함께'가 아니라 실천운동에서 통일전선론에 바탕을 둔 공동투쟁을 강화하면서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강령적 수준의 이념을 가지고 구별정립하는 것이죠. 구별과 차이에 기초한 굳건한 통합의 토대마련이 되야지 이도 저도 아닌 다함께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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