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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사회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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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02:12:57, 조회:1,780, 추천: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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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려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을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7인의 가수 중에 방청자 투표로 탈락시키기로 애초에 약속했으면 탈락시켜야지 왜 인간적 동정심에 사로잡혀 룰을 어기고, 공정한 약속을 어기고 김건모의 재도전을 받아들였는가? 김건모도 잘못이고, 방방 뜬 이소라도 잘못이고, 낄데 안낄데 가리지 않고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든 김재동도 잘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김영희피디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서 이 난리판을 자초했는가? 그리고 사퇴하면 모든 논란이 사라질 줄 알았는가? 가수들도 문제다. 장르가 달라 비교할 수 없는 노래에 평점을 매기는 프로그램인줄 애초에 모르고 거기에 덜컥 도전했단 말인가? 가수들은 MBC상업프로그램의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나서 왜 이제 와서 김건모가 탈락하니까 울고불고 난린가? 정말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열불이 난다. 정말로 분노하고, 분개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정의는 어디 갔는가?
이렇게 시청자들은 뿔 날만 하다. 공정사회의 룰, 사회적 약속, 신뢰. 이런 걸 한 순간에 헌신짝 처럼 내던지고 시청자들을 우롱하는가?
그러나 말이다. 왜 우리는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룰을 어기고, 공정사회의 보편적인 규칙을 어긴 것에 분노한다면, 우리는 그 보다 수백배, 수천만배 더한 일들에 정말로 분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이 747공약을 내세우고서는 어차피 그건 선거용이라고 전체 국민을 우롱하고, 대운하를 안 한다고 해놓고는 보만 연결하면 대운하가 되는 4대강 사업을 금수강산을 파괴하며 강행하고 있고, 충청도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해 놓고는 충청도민들 전체를 농락하고, 과학도시를 유치한다고 해놓고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공약은 못하냐며 설레발치고, 등록금상환제를 통해 등록금 대출을 약속해 놓고서는 그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설령 지킨다 해도 취업 이후에 갚으라고 해서 취업도 안 되는 학생들에게 잔뜩 빚만 떠안게 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한다고 해놓고 수백 만의 청년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을 약속해 놓고 3억, 4억하는 아파트에 서민들은 정작 들어가지도 못하고 하고, 범죄투성이 이건희 죄는 사면하면서도 양심수들은 단 한명도 석방하지 않고, 공정사회 운운하면서 반칙, 편법, 불법, 비리, 사기 같은 온통 불공정사회만 만들고, 용산철거민들을 학살해 놓고서는 학살 피해자들을 되려 가족, 동료를 살해한 중범죄자로 만들고, 청와대가서 쪼인트 까인 김재철 같은 넘을 사장에 떡 하니 앉혀 놓고 파업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그런 MBC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수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PD를 이제 와서는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라서 생존권을 파괴해놓고서는 자신들은 책임을 면피하고...
정말로 분노해야 하는 수백 가지, 수천, 수만 가지 복장 터지는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데 왜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 가지고 그토록 분노하고 있는가? 박완서의 말을 빌면 왜 우리는 정말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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