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기아자동차비정규직 지회 파업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평가 둘(다함께, 노해전)

일물이평	2007-09-12 18:05:33, 조회:1,785, 추천:315

평가1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은 정말로 무엇을 남겼나
최일붕

지난 호 <맞불>의 전지윤 동지 기사 “9일 간의 영웅적인 점거 파업이 남긴 것”은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상기시키고 있다. 비록 글 끝 부분에서 “기아차의 정규직·비정규직 투사들은 이번 투쟁에서 쓰라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글의 어디에도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제시하는 교훈은 없다.
이는 기아차 회원 동지들과 전지윤 동지 등이 이번 투쟁을 분석하는 데서 초전투적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지나치게 타협한 소치이다. ‘초전투적’이라 함은 전투성의 도가 지나쳐 현장조합원 선진 부분의 정서와도 접점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원칙이나 강령과 달리 전술은 대중의 후진적 부분에 영합하는 기회주의로 빠져서도 안 되지만, 대중의 선진 부분보다 앞질러 나아가서도 안 되는 것이다. 전술은 더도 덜도 말고 대중의 선진 부분과 보조를 같이해야 한다.
공감 얻기
역설이게도, 활동가들은 이번 점거 파업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 밖으로 성공을 거두자 원래 이틀로 예정했던 파업을 연장했고, 전투성에 도취돼 정규직 조합원의 선진적 부분과도 정서적으로 유리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암묵적·명시적으로 갖고 있던 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작용했던 듯하다. 그 결과 파업 참가자들은 고립됐고, 고용 안정화와 차별 시정 요구들을 성취하지 못했다. 특히 아흐레 동안 공장을 멈추게 한 파업치고는 너무도 얻은 게 없다.
회사측이 너무나 단호해서 얻은 게 없다고 우리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원의 극소수인 ‘금속 노동자의 힘’(이하 금속힘) 등 전투적 노동자 단체들의 용감하고 헌신적인 지지를 넘어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동정과 그 선진 대중의 실질적 지지를 받았다면 회사측은 큰 압력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회사측의 양보를 보증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양보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을 것임은 틀림없다. 특히 구사대(5백여 명 규모로, 사무직과 중하급 관리자가 70퍼센트를 차지했다)에 대한 보수적 노동자들의 지지를 약화시켜 구사대의 준동과 광분을 막거나 미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점거의 효과를 없애기 위한 회사측과 구사대의 ‘라인 직접 연결 시도’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가정을 너무 진전시키는 것은 탁상공론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면 이번 파업은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노동자 투쟁의 최대 수확을 거뒀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이번 투쟁이 의식과 조직이라는 성과를 남겼는가 하는 물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의식과 조직은 노동자 투쟁을 평가할 때 요구 성취 여부 외의 다른 중요한 기준, 어쩌면 더 중요한 기준이다.
이 문제에서도 답변은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파업 중단은 경찰 진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사대의 위협에 기가 질려 제풀에 꺾인 결과처럼 보인다. 이는 노동자들(파업 참가자든 아니든)의 자신감과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조직상의 성과로 말하자면, 비정규직지회 상근간부들은 비정규직지회의 독자성을 인정받고, 전에 정규직 노조로 직가입했던 5백여 명을 반환받기로 한 것을 내세울지 모른다. 하지만 자의에 따라 이적한 사람들을 ‘반환’받는다는 것도 우습지만, 비정규직지회의 ‘독자성’을 ‘성과’로 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독자성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정규직 노조와 통합한 효과는 그만큼 감소되는 법이다.
조직 통합과 단결의 효과
비정규직지회가 노조 안에서 독자적 조직(지회냐 분회냐는 중요하지 않다)으로 남는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결의 효과는 반감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문제들을 비정규직지회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들로 치부할 것이다. ‘너희 일은 너희 지회가 알아서 해’ 하는 답변이 돌아오기 십상일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정규직 노조의 개량주의적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편한 일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들을 정규직 지회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들로 치부할 것이다. 노동조합 본래의 부문주의는 극복되기는커녕 더 강화되는 것이다.
대체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조직 통합을 하면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는 정규직 노조원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이다.
무릇 노동조합이란 사용자의 착취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단결을 구현하는가 하면 전투적 조합원들을 단속하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구체적 상황에서 이 두 가지 서로 모순된 측면 가운데 어느 측면이 더 우세한가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적 조직이 정당화되거나 그렇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말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멸시하고 배척하는 경우에는 정당화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당화될 수 없다. 올해 기아차의 경우는 후자였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와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었고, 이에 대해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80퍼센트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은 통합 실행을 꺼렸다.(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에 맞서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직가입시키기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비정규직지회의 감정을 악화시켜 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는 짓이었다.
엘리트 의식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이 정규직 노조로 이적하는 노동자들을 “맨날 파업하는 게 싫어 옮기는 자들”로 매도하고 비방한 것도 노동자의 단결을 해치는 처사였다. 그래 놓고는 그들을 ‘반환’받는 것을 성과로 치켜세우는 것도 모순이지만,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이 보아 넘긴 점은 “맨날 파업하는 게 싫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노조원이길 택하는 사람은 효과를 내는 파업을 원하고, 파업에 참가해도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그들 이적자들은 이번 비이적자 동료들의 파업에 대체로 동정적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정규직 활동가들 다수의 도덕주의적 태도와 이질감으로 말미암아 이번 점거 파업은 이미 전투적인 활동가와 조합원의 전투성을 보여 준 것을 넘어 훨씬 더 광범한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파업 중에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소속 조합원들을 퇴근시켜, 조업 중단이 ‘사고’로 처리되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이 발생해, 이들의 여론이 악화하기 시작할 때도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조 지도부 탓만 했지, 정규직 조합원 다수의 정서를 헤아려 보려 애쓰지는 않았다.
물론 정규직 조합원들을 불신하는 비정규직 활동가들도 금속힘 등에 속한 정규직 활동가들은 ‘예외’로 볼 것이다. 한편, 비정규직 동료들에 대한 금속힘 등 정규직 활동가들의 태도에도 온정주의적 요소가 적잖은 부분 있었던 걸로 보이는 대목이 있다. 전술상의 주요한 결정은 점거 농성자들이 직접 또는 대표자를 뽑아 토론을 통해 할 수 있었고 또 그래야 했는데도 대부분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들 차원에서 이뤄졌다.(농성자들은 몇백 명밖에 안 돼, 총회 형식으로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대리주의적 방식은 활동가들의 엘리트 의식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 대중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엘리트 의식은 때때로 종파적 태도로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좌파’를 자처하는 활동가들은 자주파나 국민파에 속하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에 대해 그저 비난조로만 대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그들을 직접 선출한 정규직 현장조합원들의 다수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점에서 <맞불>의 관련 기사도, 필자 자신도 그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곤 했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 사회 변혁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종파주의나 심지어 초좌파주의로 미끄러질 위험성이 언제나 있다. 때로 외부 세계가 자신에게 너무 엄혹하게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이 들 때면 언제나 우리는 대중이 정치적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고 스스로 조직할 잠재력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전략과 전술
또한 정치 전략과 전술을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동전선이 중요한데, 흔히 좌파들은 공동전선을 좌파들만의 결집체로 이해하기 쉽다. 이번 연좌파업 투쟁에서 이것은 정규직 노조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8월 31일의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는 그 명칭에 걸맞지 않게 너무 소규모였다. 그런 거창한 집회를 좌파 단체 상근자들과 좌파적 학생들뿐 아니라 개량주의적 지도부 하의 노동자들도 광범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계획하지 않고 금요일 이른 오후에 열기로, 그것도 화요일에야 비로소 결정했다는 사실은 기아차 활동가들이 공장 밖으로부터의 연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정치는 하나의 옵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다. 특히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시기에는 노동조합 운동가에게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사용자측의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용감함과 의지력, 투지를 보여 주었다. 특히 그들의 대다수가 오륙십대 아주머니들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더 희망을 일깨운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미덥지 못하다는 이유로 정규직 동료들과 함께 같은 노조에서 일하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도덕주의적 의심과 불신, 위화감 등을 갖는 비전략적·비전술적 방식으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라는 사용자들의 전략·전술을 분쇄할 수 없음도 보여 주었다.


< 맞불 > 58호 (발행일 : 2007-09-15 / 기사 입력일 : 2007-09-12 )

평가2

기아차 사태의 의미와 교훈

파업파괴

07년 8월 31일 당일 벌어진 기아비정규직지회 파업파괴사태는 끔찍했다. 수 백명의 구사대들이 회사를 휘젖고 다니며 비정규직들을 폭행하였고, 20여명의 ‘특전사전우회’가 비정규직 투쟁천막과 이 투쟁을 지지했던 ‘금속 노동자의 힘’ 천막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으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100여명을 둘러싸고 온갖 위협과 무시와 성희롱적인 모욕을 가했다. 그리고 기아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연대하려고 갔던 많은 여성을 포함한 200여명의 동지들의 기아 정문 밖 연대집회가 구사대들의 위협과 폭력에 의해 와해되었고 차량이 파괴되었다. 수백명의 구사대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온갖 난동과 폭력으로 연대동지들을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기아 정규직 일부가 구사대에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심지어는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연대집회에 참가했던 동지들조차 여전히 비정규직 노조를 비난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에게 정규직노조의 입장을 옹호하기에 바빴으며, 구사대들이 몰려나올 때는 마치 구사대처럼 연대동지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분간이 안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번 기아자동차에서 벌어진 구사대에 의한 비정규직지회 파업동지들과 연대집회 동지들에 대한 백색테러는 현 남한자본주의 체제의 속성을 노동현장에서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오로지 자본과 그 하수인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지배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자들만이 존재할 수 있는 파시즘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억압적 사회체제라는 것을 공장 안에서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속에서는 자본의 지배 질서에 대항하는 것은 곧 반역이며, 이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몽둥이를 휘들러 때려잡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이번 기아차 파업 파괴사태는 바로 이러한 속성이 공장안에서 재현된 것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자본과 부르즈와 정권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들을 돌아본다면 이번 사태가 사실 전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한에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차별과 착취, 억압과 탄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있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작년 포항 건설노조의 하중근 열사를 비롯한 그동안의 수많은 열사들의 죽음은 그러한 것들 중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며, 이러한 것들은 지금도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노조집행부와 노동자 이데올로기

그러나 이번 기아 비정규직노조 파업파괴 사태는 단순히 과거와 같이 경찰이나 용역깡패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 기아 비정규직노조 파업파괴에는 많은 조합원들이 구사대로 동원되었고 이에 대해 기아지부는 어떠한 제지나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상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점거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기보다는 오히려 파업중단을 요구하고 압박하였다. 투쟁 중에 있는 비정규직 노조의 500여명의 조합원들을 기아지부에 직가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과거 사측의 구사대역할을 했던 비정규직을 직가입시키는 등 비정규직노조를 압박했다. 또한 점거파업을 비판하는 등 결론적으로 이번 기아 비정규직 파업파괴 사태는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파업이 자본과 정권에 의해 파괴되었던 과거와 달리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노조의 공격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결국 이는 노노갈등이라는 형식으로 자본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기아차 자본은 그 틈을 비집고 구사대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을 공격하였다.

또하나의 이번 파업의 특징은 일부 정규직 조합원들이 직접적인 파업파괴에 동참하였다는 점이다. 많은 정규직 조합원이 회사와 구사대의 주장에 대응하고 반박하기는 커녕 그들의 논리에  동의하고 합세하여 비정규직 투쟁을 몰아붙였다는 점도 이번 파업파괴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민주노조 역사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운동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파괴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하게 즉흥적이거나 부분적이라기보다는 그동안의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점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애사주의와 타사경쟁주의 등의 소위 반노동계급적 실리주의가 민주노조 안에 독버섯으로 자라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실리주의 속에서는 정규직에게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로 보일 리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나 투쟁도 자신들의 안정과 이익에 침해된다면 언제든지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들 사이에 반목과 분열은 결국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지배하겠다는 자본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승리자는 역시 그 누구도 아닌 기아원청자본이다. 그러나 여기에 동원된 구사대들조차 비정규직노조 파업파괴에 이용되었지만 이들은 언젠가 자본이 이용하는 또 다른 구사대에 의해 탄압받게 될 것이다. 결국 잠시의 작은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을 견제하고 결국은 자본의 노동자 분열과 지배에 이용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을 자본의 노예로 내모는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이익을 위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계급운동의 원칙을 공유하고 지켜야 한다. 이번 사태는 바로 이러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동일한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인식하고 공유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민주노조운동의 심각한 대사건이다.

운동의 원칙과 통합

이번 기아차 사태의 문제의 중심에 1사1노조의 조직통합과 비정규직의 조직과 투쟁 간에 어떤 관계가 있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금년 2월 금속노조는 1사1노조라는 산별노조의 조직방향을 결정하였다. 최근 몇 년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투쟁으로 일어섰지만 각개격파 당했다. 그 어떤 대중 조직도 이들과 연대하고 책임있게 엄호해주지 못했다. 심지어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마저도 정규직들의 무관심 속에 고립된 투쟁을 해야 했다. 따라서 분산과 고립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는 노동자운동내의 고민거리였고 이에 대한 답으로써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를 택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운동내부에서 이견이 있기도 했다. 또 노동자들의 투쟁들이 단지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연대하고 엄호하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도 정확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쨋든 이런 속에서 노조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높이려면 산별로 가야한다는 명제는 대세가 되었고 결국 민주노총은 산별로 전환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통합이 무엇을 위한, 어디를 향한 조직통합이냐가 문제였다. 당연히 그것은 억압받고 탄압받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통합이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에 맞는 것이었다.

기아 비정규직지회는 2005년 어렵게 출범한 이후 2006년 투쟁을 통해 단체협상을 이끌어냈지만, 사측은 금년 들어 이를 무시하고 갖은 불법을 자행하고 탄압을 자행했다. 비정규직지회는 2월 2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하청업체의 해고위협과 분사화  문제 등 현안 투쟁 그리고 노사합의를 깨는 등의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했고,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5월에는 다시 2006년 노사협상의 내용을 성취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아지부는 비정규직투쟁에 협의하고 연대하기보다는 금속노조의 1사1노조만을 내세우며 직가입을 추진하였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기아노조에 직가입시키는 형식으로 조합원들을 빼갔으며, 심지어는 그동안 비정규직노조를 비난하고 구사대로 활동했던 비노조원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기아지부에 직가입시키는 등 민주노조의 원칙을 훼손하였다. 이것은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였다. 금년 2월에 금속노조의 1사1노조 통합원칙은 통합시한을 2008년으로 하여 2년간의 충분한 기한이 있었으며, 특히 사무직(4월 통합 완료했음)과 비정규직 지회 자신들의 입장을 존중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비정규직지회가 직가입의 문제점을 금속노조에 제기하여, 금속노조가 기아지부의 직가입을 중단할 것을 결정한 이후에도 직가입은 멈추지 않았다. 투쟁중인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연대는 커녕 비난과 온갖 비방이 난무하였다. 기아지부는 오로지 1사1노조로의 형식적 통합만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에 대한 온갖 비난과 악선동이 나무하였다. 이것은 바로 사측에 공격의 빌미를 주었으며, 조합원들에게도 비정규직과 그 투쟁에 대한 이해보다는 거부감과 증오를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8월 31일 당일 구사대를 비롯한 많은 조합원들이 자신 있게 비정규직조합원들과 연대집회동지들을 집단 구타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이러한 태도들은 8월 31일 연대집회에 참가한 집행간부들의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당일 연대집회에 참가한 금속조끼 일부 집행간부들은 구사대와 조합원의 정서를 이유로 여전히 비정규직의 투쟁을 비난하였고, 구사대의 흥분을 들어 무리하게 집회를 제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또한 구사대 수백명이 들이 몰려나올 때는 오히려 구사대와 같은 태도로 돌변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철저하게 드러냈다. 미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기아화성 집행부 부장 등이 8월 23일 이후 거점 파업 중이던 비정규직지회 여성 조합원들에게 온갖 성희롱과 성적이고 인간적인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일부 집행간부들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태도는 거부를 넘어 완전히 반노동자적 태도로 일관 하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것이 이번 사태를 보는 핵심이며 이번 사태를 단순하게 끝낼 수 없는 이유이다.

파업파괴사태의 책임과 해결

8월 31일 파업파괴 밤 비정규직지회는 결국 정규직노조와 통합에 합의했다. 구사대들의 파업파괴와 난동속에서 자칫 기아 민주노조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 사측의 새로운 라인공사로 인한 점거파업 효과의 상실 등등의 상황에서 결국 기아지부와 비정규직 지회는 통합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와 기아지부가 통합했다는 이유로 이번 파업파괴 사태를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는 너무도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현장내의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너무나도 분명히 보여줬다. 그리고 위기의 결과 뿐만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지도 너무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것을 그냥 넘긴다면 그것은 일시적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더 큰 암덩어리를 키우고 종국에는 민주노조운동을 와해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고려되어야 할 점도 있다. 기아 사측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현장의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현 집행부를 흔들어 어용세력을 키우고 집행부를 장악하려고 하는 의도이다. 따라서 기아노조는 민주노조의 원칙과 기풍을 지키고 민주노조운동을 재확립시켜야 하는 문제와, 이와는 반대로 흩트러진 조합원들의 혼란을 안정시키고 사측과 구사대의 준동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으로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측면은 3가지다.

첫째는 기아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이다. 우선 현 기아 집행부는 민주노조의 원칙에 의거해 사측의 노조무력화 및 어용세력의 조합원 분열 책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원하청의 탄압에 맞서 9일간 거점파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고생한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에 대한 엄호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수호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에 관한 모든 것과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비정규직지회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합의를 통해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비정규직지회와의 갈등, 특히 파업에 가해진 갖가지 조치들을 포함한 문제점들에 대해 평가와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지회의 그동안의 투쟁을 인정하고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협의하여 진정한 산별정신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로서의 현 기아지부 집행부는 민주노조의 진정한 지도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상급단체로서 금속노조의 책임이다. 이번 사태는 기아지부와 비정규직지회 사이의 단순한 조직통합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의 문제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정규직지회의 현안투쟁 진행과정에 직가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분명 금속노조는 일단 직가입 중단을 결정했었다. 그럼에도 이것이 실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그리고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기아지부를 지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속노조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당시 금속노조가 이에 개입하고 조정했다면 문제 해결은 지금보다는 수월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아지부의 자체 해결과는 별도로, 상급단체로서 금속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 또한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산별의 정신에 부합하고 상급단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을 위기에서 구하는 의미있는 조처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반성이다. 이번 기아 파업파괴사태는 위에서와 같이 이미 드러난 민주노조의 원칙들의 문제들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보다 근본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번 구사대나 파업파괴에 참여한 많은 정규직들이 사측의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의 세계화와 경쟁이라는 자본의 논리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이러한 온갖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노동자들에게 전파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자본의 논리가 횡행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가 중요 원인이지만 내부적으로 본다면 운동지도부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삶에 찌든 노동자들에 파고들어 노동자들을 민주노조에 대항하는 구사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아 사태는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것은 자본의 주장이 노동자 분열이데올로기로 작동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것을 방어하고 지본의 논리를 공박해야 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온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 결과 경제적 실리주의라는 자본의 달콤한 분열전략이 노동자들 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반노동계급적 실리주의가 바로 민주노조운동을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운동이 자본의 논리로 넘어가느냐, 아니면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운동으로 전진하느냐를 결정하는 분기점에 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 정규직이다’,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킨다’ 등등 구사대들이 주장했던 변명들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민주노조운동의 논리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분열되고 개인화되어 노동자들 전체의 대의보다는 잠시뿐인 그리고 정규직의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다른 노동자를 공격할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구사대로 참여했던 그 노동자에게조차 언젠가 자본의 또 다른 공격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이것은 자본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통제하기 위한 논리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왜 운동 지도부는 이러한 논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가? 왜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지 못할망정 투쟁중단을 요구하며 비난하고 공격했는가? 그리고 이것이 사측의 논리를 강화하였고 자본의 논리를 빠진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파업 파괴자로 만든 것은 아닌가? 이번 비정규직파업파괴 사태는 이러한 당면하고 긴급한 질문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이번 기아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파업파괴 사태는 노동운동내부에 커다란 암 덩어리가 심각한 정도로 커져 있으며 이것이 민주노조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 답할 수 있다. 노동자편냐 사측이냐가 이번 사태의 핵심문제다. 어정정한 중간지대는 있을 수가 없다. 중간지대는 사측의 영향력에 포섭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이번 구사대의 준동에서 보여지듯이 사측의 온갖 노동자 분열논리에 휘둘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결국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한 적극적 대처와 노동자들에 대한 계급의식의 문제가 심각함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해야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을 부정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과 전진을 가로막는 반노동계급적 실리주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바로 몰계급적 운동경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 몰계급적 운동이 남한 노동운동의 주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노동운동 뿐 아니라 전체 운동들이 침체를 거듭해 왔다. 기본적으로 부르즈와적 속성에 젖어있는 이 경향은 계급외적이거나 형식적 집회투쟁에 집중하는 반면 노동자들의 현장투쟁이나 계급투쟁은 방기해왔다. 이들은 민주노조운동을 통일운동의 하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노동자들을 현혹해왔다. 통일은 바로 노동자 민중들이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진정한 통일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남한의 노동계급운동과 남한사회의 변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미 실패한 스탈린주의적 사상의 토대위에 결국 외적 통일만을 외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운동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들의 권력쟁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남북관계의 안정을 위해 노동자들의 과격한(사실 과격하다는 표현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이들의 주장은 지본가들과 다를 것이 없다) 투쟁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두려움 때문에 노동운동이 경제적 실리에 머물기를 원하며 그러한 정도로 운동을 한정시키려 한다. 이 표현이 바로 사회적대타협이나 노사협조주의다. 이러한 운동관으로 보면 착취받고 탄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은 공감이 가지도 않고 달갑지도 않고 오히려 정세에 따라서는 통일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보기 쉽다.

이러한 주 세력의 운동관과 더불어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세력들의 운동관도 이들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소위 서구사민주의 모델을 내세우는 세력들은 결국 이 주 세력과 비교해 반북한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날 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은 서유럽 노동자들의 성과에만 주목할 뿐,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루었는지에 대한 인식도 없고, 또 서구 사민주의가 어떤 기반위에 즉, 자본주의 억압체제의 기반위에 존재하는 특수 부분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으며, 자본주의 위기가 닥치면서 사민주의 역시 위기에 몰리는 한시적 체제임을 보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부드럽게 친부르즈와적 태도로 나가야 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도 과격한 투쟁(?)은 지지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하기가 힘들다.

바로 이러한 반노동자적 경향들이 우리 운동내부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파괴 사태는 바로 이러한 운동내부의 노골적인 반노동자적 운동경향의 결과물인 노동자계급 분열과 해체라는 암덩어리가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반 노동자적 자사 실리주의, 정규직 이기주의는 바로 이러한 운동내 주 경향들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온갖 기회주의와 개량주의를 퍼뜨리며 노동자들의 의식을 마비하고 관료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자들의 노동자의식을 향상하기보다는 그들을 통제하고 그들을 다루기 쉽게 하는 것으로, 그리하여 골치 아픈 투쟁이나 현장의 문제들을 외면하고 심지어는 직권조인으로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행태들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아름답게 치장하며 노동자들을 현혹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 실리주의다. 그리고 그것은 그럴싸하게 노사합의주의와 노사상생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계급은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파괴사태의 중요한 핵심 요인인 것이다.

마치며...

기아 비정규직 노조의 9일간의 거점점거파업은 결국 사측과 구사대 등의 파업파괴로 끝났다. 이들의 점거파업은 사측과 구사대에 의해서 민주노조라고 입버릇처럼 떠들던 정규직노조나 어떤 상급단체의 연대나 지지없이 외롭고 고립된 투쟁으로 끝났다. 하지만 원하청 사측의 지속된 탄압에 맞선 9일간의 점거투쟁이 비록 자본과 구사대의 난동과 폭력 속에 마무리되었지만, 이 투쟁은 결코 끝난 것은 아니다. 이 투쟁은 현 남한 자본주의 모순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이고 독자적인 점거파업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역동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많은 노동자들에게 자본의 본질과 속성을 인식시켰으며, 이 투쟁을 통해서 기아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은 진정한 노동자로 거듭나게 됐다. 이 투쟁은 또한 운동내의 기회주의 경향들의 한계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부각시켰다. 반노동자적 경제적 실리주의의 귀결이 무엇인지, 관료주의의 문제와 한계가 무엇인지, 민주노조의 위기와 노동자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사실 등등 현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존재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자본주의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오늘의 시기에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중간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노동자로서 살 것인지 자본의 하수인으로 살 것인지 양자택일만이 있을 뿐, 어중간한 입장은 결국 자본에 휘둘리고 이용당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은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의 대한 답을 준 사건이었다. 그것은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외치는 가슴 벅찬 투쟁이었다.

2007. 9. 11
노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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