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7월의 시편

프롤레타리아 군인

2013-07-24 17:42:06, 조회:627, 추천:231

7월의 시편

1. 사랑이여, 다시 깊은 꿈이여

2013.07.02(화)/사무실

비가 내립니다.
오랜만에 여름비,
축축이 거리에 내립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내줄 것도 아무것도 없고,
허망한 것 같은 시간에
도시의 거리를 바라봅니다.
잃어버린 사랑의 꿈,
그 누구에게 의존할까.
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다.
꼬박꼬박 작은 행복을 찾는
그런 소박한 인간이 되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 소중할까.
기약도 없이 살아온,
내 사랑과 이별과 별거와
또 다시 깊은 꿈,
진정한 사랑으로의 복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일까.
꿈이 아니라, 현실로,
내 사랑 꿈꾸다.

2013.07.02(화)/ 사무실

최목사

2013.07.02(화) 밤 / 집

노동자 집회엔 늘 뵈인다.
엊그제 쌍용 자동차 분향소 집회에
단식 농성 닷새 채우고
너무나 힘들다며 접더니
어제 오늘 비가 오는데도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집회 현장에 나와
오늘 우중에 피켓 들고
땅바닥에 앉아 있더니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으면
길바닥에 깔개 박스 하나 깔고
바로 그 자리에 누워
몸뚱이 헌신 하듯이,
그렇게 쌍차 24분 희생자 위해
자신의 영혼을 바치다.

2013.07.02(화) 밤. 집

동지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거리에 앉아
투쟁이다.
기인 세월, 동지들의 죽음을 찾아
맨 땅바닥에 누워
눈물로 통곡한다.
죽은 형제들, 살려내라고,
수없는 나날을 울고불고
다시 죽이지 말라고,
분노로 가득찬 거리,
제발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내 형제들, 제발 살려달라고.

2013.07.03(수)밤 / 집

남궁 원

위대한 별 하나 지다.
그 누가 말하랴,
그의 죽음을,
그의 운명을.
이 땅 역사에 최초로 아로새긴,
공산주의 노동자,
그 누가 알랴.
아아 남궁원 동지여,
별처럼
저 하늘에 찬란히 빛나소서,
꿈으로 깨어나소서.
이 땅 역사가 되소서.

2013.07.06(토) 밤/집

나를 위한 삶도 있어야지

2013.07.08(월)밤/ 집

생계를 위해 일도 해야지.
자신과 식구들을 위해
먹을 것, 입을 것, 누울 자리,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야지,
그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줄까.
깊은 꿈속에서 이제 깨어나,
다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노동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빛나는 별처럼
찬란하게 살아가야지.
나도 나를 위해 사는 게 있어야지.

이제 정말로 나를 위한 삶도 있어야지.

분향소

여기만 오면 꼭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오는 것 같다.
무수한 온갖 사람들의 발길에
꽃이 피고 영혼이 깨어나는 것 같다.
새로운 삶들의 시작,
많은 깨우침의 자리,
영정 앞에 머리 숙일 때마다
놀라운 정신의 깨달음,
새로운 노동자의 역사가 시작되다.
그 누가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짓밟는가.
저 무례한 자들의 폭력에 맞서
다시 과감한 투쟁을 선언한다.
역사를 깨우쳐,
다시 살아나라.
동지들이여.

2013. 07. 09(화) 밤/ 집

대한문 분향소

죽은 자들에게 자유를 주어라.
산자들에게도 자유를 주어라.
여러 해 쑥대밭에
분노로 일어서니,
동지들, 깊은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니,
온 세상이 용광로처럼 들끓어
활활 불타올라,
이 우주를 깨우치니,
아아 죽음을 넘어
새 역사를 창조하는구나.
아아 우리의 투쟁,
산자도 죽은 자도 다 깨어나,
이 땅 해방으로 함께 가세나.
동지들, 끝까지 함께 가세나.

2013. 07. 09(화) 밤/ 집

자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그 무엇인가.
살림살이, 직장, 돈, 식구들, 친구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처참한 처지에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동지들이여.
이제야 동지의 처지를 이해하는가.
배고프고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아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도 무엇보다 소중한 것,
동지들이여,
바로 그것은 이 땅 자유 아닌가.

2013. 07. 11(목) 밤
집

집회 1

장대비가 내리고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거리의 사람들,
목마른 사람들처럼,
끝없이 와서 외치고,
나는 그 대중 속에
작은 거인으로 앉아
집회를 주시한다.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경찰 보초병들의 안전 보호,
이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수없이 죽어간 동지들의 뜻,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고,
이 땅에 자유를 가져오고,
이 땅에 일상을 찾아주고,
가진 것 하나 없어도
포근한 마음 찾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세.
우리 노동자들의 긴 외침소리,
저녁거리에 울려 퍼지네.

2013. 07. 14(일) 밤/ 집

집회 2

무지막지한 폭우 속에서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은 채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수의 노래 소리를 듣고
몸짓패들의 움직임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소리, 외침소리,
노동의 소리, 투쟁의 소리,
혁명이 거리에서 무르익을 때
수십, 수천, 수만 명의 대중들,
꿈쩍 않는 동지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새 시대의 움직임들,
엄청난 폭우에도 굴하지 않는
새로운 인간들, 새로운 노동자들,
거리에서 울리는 혁명의 노래,
역사는 어느덧 용광로처럼,
저 밑바닥에서 불타오르고,
어느덧 또 대중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외침 속에
새로운 역사, 새로운 시대,
이 땅에 터져 나오는,
혁명가의 이야기,
놀라운 삶으로 깨어나다.

2013. 07. 14(일) 밤/ 집

가난함

생활의 핍박에
나는 나도 모르게
엄청 고통당한다.

가난이란 무엇인가.
생사의 갈림길이 아닌가,
혼자 스스로 당하는 고통에.

그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줄 것인가.
이토록 척박한 땅에.

한 푼 가진 것 없는
그런 빈곤의 추락에
나는 나 자신 얼마나 놀라는가.

이제 가난함에 주눅 들어
아침 눈뜨고 일어나니
바로 깜깜한 절벽이네.

그런데 그토록 오래 잊었던 가난의 추억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나는 얼마나 힘들어하는가.

이 세상의 핍박에
나도 깜짝 놀랐네.
정말로 나도 깜짝 놀랐네.

2013. 07. 15(월) 밤/ 집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박정식 동지 영전에

사람들은 나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세상 고통의 바다에
나는 왜 그만 살기로 했을까.
사랑하는 내 동료들 놔두고
난 왜 먼저 가는가.
꿈처럼 사랑한 나의 노조 놔두고
나는 왜 먼저 이 세상 그만 두었는가.
사람들는 정말로 나의 죽음을 이해하기나 할까.
내가 이 땅 사랑하는,
수많은 노동 형제들을 놔두고
왜 먼저 이승을 하직했는지 알까.
목매여 울고 울다가
진짜 목매여 죽어버렸는데
그 누가 나를 위해 노래해줄까.
기인 꿈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이미 저만치 가버렸네.
동지들이여,
나의 사랑하는 동지들이여.
그러 하드라도 슬픔과 아픔,
고통과 비참을 딛고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과 슬픔을 딛고
나를 대신해,
비정규직 철폐 이루어 주게.
이 땅 노동자들의 해방을 만들어주게.

2013. 07. 16(화) 밤/ 집

운명

죽고 사는 것이 뭐라도 되는가.
누구를 위한 삶에
자신을 죽이는가.
꽃 같은 나이에
스스로 목을 매고 죽은
노동자의 한,
통곡소리 요란한데
어찌하여 저들을 먼저 죽이고
가야하는 것 아니었던가.
노동자의 빛나는 노동이
저 개 같은 자본보다 못하단 말인가.
만국의 노동자들이 동지의 운명을 보고 있는데,
아 동지여,
박정식 동지여,
다시 살아나
우리 노동형제들에게 함께 투쟁해 가자해야지,
왜 죽긴 죽냔 말인가.
동지여, 편히 영면하소서.

2013. 07. 18(목) 밤 /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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