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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7호](옥중기고)인도 서벵갈 주, 대규모 금융사기로 혼란에 빠지다 ― 자본가 정권에 사기 당한 서벵갈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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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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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22:27:46, 조회:3,331, 추천: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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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벵갈 주, 대규모 금융사기로 혼란에 빠지다
― 자본가 정권에 사기 당한 서벵갈 주민들 ―
이병진(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6조 2천억 원 특대형 금융 사기극
사라다(Saradha)그룹 회장이 2013년 4월 25일 카시미르에서 체포되었다. 수딥타 센(Sudipta Sen) 회장은 불법적인 금융사기 혐의로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 조사를 앞두고 도망쳤는데 이틀 만에 붙잡혔다. 사라다그룹에 속한 70여개의 기업들은 자본 거래가 금지되어 사라다그룹은 사실상 파산했다. 현재까지 사라다그룹의 금융사기에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의 피해금액은 55억불(한화로 약 6조2천5백억 원)이며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융사기로 피해를 당한 서벵갈 주민들은 무려 330만 명에 이른다.(Shantanu Guha Ray, "Collapse of Ponzi Scheme Spreads Panic in West Bengal", NY Times, May 23, 2013)
사기 피해를 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에 사는 금융지식에 어두운 가난한 농민들이다. 이들이 느끼는 충격과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서벵갈에서는 평생 모은 재산을 탕진하게 된 소액 투자자들이 절망하여 자살하고 있고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던 회사 직원들도 심적 고통으로 자살하고 있다. 서벵갈 주정부는 피해자들을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왜냐하면 이번 금융사기 사건에는 현 지방정부의 집권세력인 뜨리나물회의당(Trinamool Congress)이 깊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수딥타 센은 체포되면서 뜨리나물회의당의 고위 정치인들이 이번 사건을 무마시켜주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뜨리나물회의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인 쿠날 고쉬(Kunal Ghosh)와 스린조이 보쉐(Srinjoy Bose)를 중앙수사국(Central Bureau Investigation)에 고발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중앙조사국도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금융사기에 서벵갈 주정부까지 연루되자 서벵갈 주는 혼돈에 빠져 들고 있다.
왜 쉽게 사기를 당했을까?
이번 금융사기사건은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 즉, 폰지사기(1920년대 유명한 금융사기꾼 Ponzi 이름을 따서 폰지사기라고 부른다.) 사건이다. 폰지사기는 높은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서 그 돈을 다른 투자가들에게 돌려막기 식으로 지급하는 금융사기 수법을 사용한다. 1920년대에 폰지사기 사건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는데 폰지사기 사건 이후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본의 유통을 금융기관에서만 하도록 엄격히 제한하였다. 인도 역시 금융기관 이외에는 자본을 유통시키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라다그룹은 합법적인 금융회사로 가장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2년 반 동안 돈을 예치하면 원금의 1.5배, 5년 동안 맡기면 2.5배, 7년을 맡기면 4배를 주겠다고 하였다.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감추기 위해 계약자들에게는 회원권, 토지분양권, 건물 임대권 등과 같은 것을 주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소개한 사람에게는 투자금액의 20%~30%의 소개료를 지급하였다. 최근 인도의 정기예금 금리가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라다그룹이 약속한 수익률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돈에 눈이 먼 무지한 농민들은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과 투자자들을 끌어오면 소개료까지 챙길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너도나도 금융사기에 속아 넘어가게 되었다.
자본가 정권과 금융사기 기업의 유착
서벵갈의 주민들이 비현실적인 수익에 쉽게 속아 넘어 갔었던 원인 가운데에는 뜨리나물회의당과 금융사기 기업의 유착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사라다그룹의 대표기업인 장미계곡그룹(The Rose Valley Group)은 서벵갈 지방의 작은 사채 금융회사였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예금액의 16%~33%의 소개료를 즉시 지급하여 예금자들을 빠르게 끌어 모았다. 이는 명백한 금융거래법 위반이다. 이런 불법을 숨기려고 회사는 고위 경찰 간부들의 부인을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대리점 대표로 이용하였다. 그러나 이런 불법 행위들이 2011년 금융당국에 적발되어 영업정지를 당했는데도 이 회사는 불법 행위를 버젓이 계속하였다. 그 정도로 사라다그룹의 힘이 막강하였다.
사라다그룹이 불과 5년 만에 서벵갈 최고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뜨리나물회의당의 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서벵갈은 1977년 맑스주의인도공산당(CPI-M)이 집권한 이래 30년 이상 계속해서 집권을 해 왔다. 그런데 서벵갈의 경제발전이 지체되자 서벵갈 대중들 사이에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해졌다. 자본가계급은 대중들의 그런 기대심리를 교묘히 부추기며 이용하였다. 정치적으로는 토착자본가계급 정당인 뜨리나물회의당을 창당하였고 경제적으로는 금융사기꾼들을 이용하여 대중들에게 빠른 경제발전의 환상을 심어 넣었다. 사라다그룹은 이런 자본가계급의 요구와 대중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사기 행각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사라다그룹은 ‘채널10’이라는 TV종합유선방송국과 2개의 신문사를 접수하였다. 서벵갈 언론을 장악한 사라다 자본은 노골적으로 뜨리나물회의당을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하였다. 사라다 자본은 노골적으로 뜨리나물회의당을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하였다. 사라다그룹이 소유한 사칼벨라(Sakalbela) 신문사 사장 쿠날 고쉬(Kunal Ghosh)와 파라티딘(Pratidin) 신문사 사장인 시린조이 보쉐(Srinjoy Bose)는 뜨리나물회의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들이다. 뜨리나물회의당이 2011년 주정부 선거에서 맑스주의인도공산당을 이기고 승리하자 사라다그룹은 서벵갈 최고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하였다. 서벵갈의 정치권력, 언론권력을 거머쥔 사라다그룹 자본은 거침없이 사업영역을 넓혔다. 2011년 1월에는 대규모 오토바이 생산 공장(Global Auto mobiles)에서 오토바이가 생산되는 것처럼 홍보하였다. 그러나 이 공장은 조그만 자전거 생산 공장임이 최근에 밝혀졌다.
사라다그룹은 9개의 거대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사업의 성공과 번영의 열매를 가난한 대중들과 나누겠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하였다. 뜨리나물회의당의 고위 간부들도 사라다그룹의 프로젝트 사업이 서벵갈의 미래라며 지지와 호응을 보냈다. 그때마다 사라다그룹은 엄청난 정치자금을 뜨리나물회의당에 제공하였다. 사라다그룹은 금융 사기범들답게 정치자금 제공수법도 지능적이었다. 예를 들면, 주정부 수상이고 뜨리나물회의당 대표인 마마타 베너지(Mamata Banerjee)가 그린 그림을 37만 달러(약 4억2천만 원)를 주고 구입했다. 사라다그룹은 TV와 언론사들의 광고에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대중들을 현혹시켰다. 주정부에 구호물품과 구급차를 기증하여 좋은 기업이라고 선전하였다. 주정부 역시 사라다계열의 언론사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이들 언론사는 주정부의 공식 언론사 기능을 하였다.
서벵갈의 좌파전선 정부는 2003년에 ‘서벵갈금융기관투자자이익보호법(West Bengal Protection of Depositors Interests in Financial Institutions)'을 제정하여 2009년도에 주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통령의 동의를 받기 위해 대통령에게 보내졌는데 2011년에 새롭게 집권한 마마타 베너지 정권이 법안 내용이 너무 강하다며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본가계급이 투자자 보호에 위축될까봐 걱정하는 뜨리나물회의당 정권의 계급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만약에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이 실행되었다면 사라다그룹의 다단계 금융사기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극심하다.
신자유주의 노선의 실패
인도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취약한 금융체제이다. 이번 서벵갈의 금융사기 사건은 중앙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는 2008년부터 사라다그룹 자회사들이 불법 다단계 금융업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영업정치 처분만 내리고 사후에 철저히 감독조차 하지 않았다. 불법행위 초기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이와 같은 엄청난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가 다단계 금융사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를 위원회 의장이 직접 밝혔다. 신하(Upendra Kumar Sinha) 의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우리는 전적으로 주정부에 의존합니다. 주정부가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Shantanu Guha Ray, NY Times, May 23, 2013)
인도증권거래위원회 의장은 현재 인도 금융체제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짚고 있다. 즉, 인도 중앙정부는 사실상 금융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자본가들의 천국이다. 인도는 1969년 은행을 국유화시켰다. 이런 전통 때문에 인도는 국가가 자본가들을 강력히 통제하는 국가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본가들에게 매우 유리한 금융제도의 토양을 갖고 있다.
인디라 간디는 ‘빈곤퇴치’와 ‘평등’이라는 정치구호를 내세우며 사회보장정책을 강조하여 반자본가 정치인 행세를 하였지만, 사실은 독점자본가들의 이익을 적극 옹호하였다. 인디라 간디 수상은 1975년 4월 25일 인도상공인연맹(The Federation of Indian Chambers of Commerce and Industry) 회의 연설에서 기업가들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높은 이윤을 정부가 보증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면서 주(state) 단위 상업은행들의 금융거래와 주식거래를 자유화시켰다.(Editorials, "Once Again a Ponzi Lays Waste", Economy and Political Weekly, Vol XLV Ⅲ No.19, May 11, 2013)
이때부터 인도 금융체계는 명목상 국가의 규제를 받지만 지방단위 은행들이 활성화되면서 자본가들의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하였다. 정부 관료와 자본가들은 끈끈한 유착관계를 맺으며 후원자와 고객(patron - client) 관계를 강화시켜 나갔다. 일부 자본가들은 고위 관료들, 정치인들과 결탁하여 다단계 방식으로 자본을 끌어 모아 항공산업, 건설, 정보산업(IT), 소비재산업, 병원, 통신산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후진적인 인도의 ‘정실자본주의’ 특징 때문에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와 선전을 믿고 인도 대중들이 쉽게 다단계 금융사기에 넘어가는 것이다.
인도는 1990년에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을 따라 대대적으로 외국 자본에 자본시장을 개방하였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명목상 갖고 있던 자본가들에 대한 자본통제 능력도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중앙 정부가 쥐고 있던 자본 통제권을 개별 주정부에 떠넘김으로써 자본가들의 자본축적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인도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 외국자본이 쉽게 들어와 투자할 수 있게끔 금융시장을 자유화시켰다. 그러나 서벵갈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이 보여주듯이 자본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기와 불법을 저지르며 서민대중들의 재산을 약탈해가고 빼앗아 간다. 자본가들은 그들 계급이 더 쉽고 크게 대중들의 재산을 빼앗기 유리한 금융제도를 만들면서 “금융세계화”, “경제발전”, “신자유주의”, “금융자유화” 같은 그럴싸한 말로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우리는 친 노동자, 농민 정권에서 자본가 정권으로 교체된 서벵갈에서 일어난 특대형 금융사기 사건을 지켜보면서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려는 자본가들과 그 자본가 계급을 옹호하는 정권의 속성을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들은 높은 이익금을 준다는 말도 안 되는 사기에 속아 넘어간 서벵갈 농민들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인도 농민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기 전에 과연 우리 현실은 서벵갈 농민들보다 더 좋은가?<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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