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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7호] 브라질 PT당에 맞서 PT가 투쟁에 나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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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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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22:26:05, 조회:2,897, 추천: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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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PT당에 맞서 PT가 투쟁에 나서다
브라질 투쟁의 점화와 브라질 PT당의 한계
2013년 6월 브라질의 버스요금 인상과 월드컵을 주관하는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시위자들에 대한 군사경찰의 폭압이 오히려 시위자들의 투쟁의지를 더 강화시켰고 브라질 전역의 수백만 사람들의 단결력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시위대는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미디어를 통해서 모였으며, 시위대의 숫자는 자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파울로 이외에도 약 100개의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으며, 시위대는 6월 17일 이후 약 250만 명을 넘어섰다.
무엇이 브라질 민중들을 화약고처럼 타오르게 했나? 버스요금과 월드컵비용에 대한 브라질 민중들의 반대의 내면에는 뿌리 깊은 지배계급의 억압과 불평등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이 있다. 시위자들은 처음에 버스요금과 지하철의 요금을 인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의 폭력은 오랫동안 지속된 브라질사회의 사회불평등과 노동착취로 억눌린 민중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야 말았다.
지난 500년간 지속된 브라질의 역사는 소수의 부자들이 다수의 빈자들을 억압했던 압제의 역사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 전, 즉 1500년경에 포르투갈의 제국주의자들은 브라질에서 선사시대부터 살고 있던 토착민들을 노예로 삼았고, 아프리카에서 사냥해 온 식민지 노예들을 브라질에 강제이주 시켰다. 이로써 브라질은 아프리카계 흑인들과 토착민들 그리고 빈민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과 노예제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가 그로부터 약 400여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브라질의 사회는 백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힌 인종차별과 더불어, 그것을 통하여 자신들의 각종 특권을 유지하려는 지배층들의 의식이 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 속에 자리 잡힌 사회이다. 브라질 사회는 인종차별과 계급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모순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사회이다.
브라질에서는 1822년 브라질의 지배계급이 포르투갈 제국주의자들로부터 독립했고, 1888년 대토지 소유계급이 공식적으로 노예제도를 끝내겠다고 선언했고, 1889년 지배계급이 브라질 제국을 근대자본주의 공화국으로 탈바꿈 시켰고, 1929년 게툴리오 바르가스(Getulio Vargas)의 개혁이 있어왔으나, 이들은 실제 개혁이 아니라 지배계급 내부의 거래의 산물들이었다. 브라질은 1930년에서 1945년 사이 빠르게 산업화되었지만 바르가스와 그 뒤를 이은 대통령들은 브라질 경제를 산업화시키되, 지배계급의 질서는 그대로 유지하려는 기조로 나갔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구시대의 정치는 점차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 당시 브라질 노동자당(Brazilian Labour Party, Partido Trabalhista Brasileiro, PT)의 조아오 굴라트(Joaao Goulart)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온건하게나마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우익 정치세력들과 대토지 소유주 그리고 군사 쿠데타 세력들은 굴라트 대통령의 이 조치를 ‘사회주의적 책략’이라고 비난하면서 1964년 3월 미국 정보부의 후원을 받은 일군의 군 장성들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그로부터 21년 동안 브라질에서는 군사독재체제가 형성되었다.
1985년에는 자본주의적 대토지 소유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호세 사르네이(Josse Sarney)가 긴 군사독재체제를 끝내고 민간인 출신으로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는데, 여기서도 민중적인 저항이나 보통선거와 같은 직접적인 투표권 행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정치적인 협상을 벌여 군인들을 중앙정치무대에서 철수시키고 부자와 권력자들이 정부요직을 독차지 하는 식이었다.
1978-1979년에 브라질에서는 처음으로 군사독재체제에 저항하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사회운동의 물결이 일어났다. 브라질 노동자당(Partido Trabalhista Brasileiro, PT)은 1978년에서 1979년 사이에 수백만 산업노동자들의 거대한 노동봉기의 물결 속에서 1979년에 부상하기 시작했다. 상파울로 금속노동조합 의장이었던 룰라는 군사정부에 공개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상파울루 주에서 발생한 첫 번째 총파업 투쟁을 시작으로 룰라(Luiz Inacio Lula da Silva)가 이끌던 브라질 노동자당이 국가권력의 억압과 불평등에 대항하는 대중적 시위를 전개했다. 1978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시기에 브라질에서는 사회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반동의 물결에 의해 브라질 노동당의 압력과 진보적 개혁조치들에 놀란 지배계급은 이 조치들을 무력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언론 매체들의 공공연한 조작 때문에 상파울루 주의 총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지도자 룰라는 1989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지만, 토지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브라질의 거대한 외채상환중지,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면서 노동자 민중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그러나 1994년과 1998년 선거에서 룰라는 전 재정장관이었던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Fernando Henrique Cardoso)에 의해 패배했다. 그는 IMF와 함께 브라질 통화를 위한 화폐안정계획을 도입했는데, 이것은 브라질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승리를 가져왔다.
브라질 지배계급은 1990년에서 2002년까지 브라질 인민들이 1978부터 1989년까지 아래로부터의 민중투쟁을 통해 달성했던 모든 사회적 성과들을 파괴하려는 목적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단행했다. 1990년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사유화와 고실업, 대량해고, 은행들에 대한 편파적인 구제 금융 지원, 무역 및 금융 자유화와 탈산업화를 조장하였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2002년 룰라가 다시 대선에 나섰지만, 이 때 그는 브라질 부채를 완전히 상환하는 것을 포함하여, 신자유주의에 의해 도입된 조건들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브라질노동자당(PT)의 광범위한 사회 프로그램의 비용에서도 경제적 ‘근본주의자들’을 돌보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룰라의 선거홍보는 성공적이었다. 룰라의 첫 번째 시기는 부채상환과 재정책임을 목적으로 엄격한 경제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주요한 신자유주의적인 의제에 고착되었다. 이것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여 구상하고 있었던 것 보다 덜 야심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브라질 노동자당(PT)은 유권자들에게 얼마간의 혜택을 나누어주려는 정책을 구사하면서도 전체 노동자들의 기반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인 구조 개혁을 촉진시켰다. 그리고 브라질 노동자당(PT)은 신자유주의적 목적이 지배하는 일종의 라틴 아메리카 사회민주주의적 ‘제 3의 길’ 전략을 구상했다.
2002년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PT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변화는 부분적이고 타협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룰라 대통령은 극빈층들을 돕기 위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정책을 취했다. 다시 말해, 보다 많은 사회 정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최저 임금을 올리며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개혁 조치들은 브라질이 그동안 중국을 포함하여 신흥공업국가들에게 원유와 가스, 식량과 광물자원을 팔고 그 대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덕분에 브라질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것이었다.
2002년 이후 룰라의 노동자당은 점점 더 자본가계급을 향해 변질되어가기 시작했다. 2006년 룰라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에서 “브라질에서 급진적인 변화는 없다”고 선언하는데 그 이유는 금융계를 안심시키려는 것이었다. 브라질의 노동자당 정부는 2002년 집권한 이래 수 년 동안 극적인 이동을 해왔다. 2006년에 룰라는 투표자의 60%의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단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적인 기반을 가진 후보자로서가 아니라 세계금융자본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는 후보자였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공황은 브라질에서 그동안 회피되어왔던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을 격화시키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최근 직면하고 있는 정부 지출 삭감과 낮은 경제 성장률이라는 조건 속에서 부자와 빈자들의 갈등은 이제 사생결단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브라질 PT의 투쟁을 위하여
이번 시위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월드컵을 주관하는데 들어가고 있는 천문학적 비용문제로 촉발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부분적인 사회의 개량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사회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브라질에서 임금소득에 비추어 최고로 높은 대중교통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촉발된 ‘무상교통운동(The Free Fare Movement; Movimento Passe Livre, MPL)’이 브라질 사회를 격동시키면서 보다 광범위한 사회정의를 위한 요구와 맞물리고 있다.
이번 브라질의 투쟁은 브라질의 노동운동진영이나 사회운동진영에서 주도하는 운동이 아니며, 과격한 급진주의 운동도 아니고 충분히 조직화되거나 정치화되지도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다수의 브라질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막대한 불평등과 억압에 대항한 다수의 비명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계급의식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한편, 극우 보수주의 집단들은 현재의 정치적 국면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초기에 ‘무상교통운동’을 강력하게 거부했던 보수주의 집단들은 이 운동을 빨리 진압해야한다던 초기 입장을 버리고 재빠르게 이 운동을 옹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반부패’ 슬로건을 내걸면서 브라질 노동자당과 현 연방 정부 권력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를 잠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시위 물결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대중들의 시위와 저항의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
브라질 민중들의 투쟁의 불길이 타오르자, 중도좌파성향의 현 노동자당(PT) 정부는 버스요금인상을 철회하고 이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투쟁 속에서 브라질 민중들은 브라질 PT당의 개량주의 한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분노가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성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동적 행위이다. PT당에 대한 투쟁은 브라질 독점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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