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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6호] 통상임금 논란과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쟁취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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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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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23:26:18, 조회:3,198, 추천: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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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논란과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쟁취 투쟁
통상임금 논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에 8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려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발언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들은 "한 나라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회사 사장 말 한마디에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방미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인 회동 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런 부분까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통상임금의 심각성이 알려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세하게)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즉 박근혜 정부는 GM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독점자본가들을 대표하여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를 언급하면서 ‘경제위기’를 운운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GM 회장의 발언 속에는 ‘통상임금 논란’을 둘러싼 총노동과 총자본의 한판 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통상임금의 정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통상임금이란 “정기적 일률적으로 소정근로의 양과 질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된 임금으로서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됨이 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일반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해고예고수당,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의 가산임금, 연차유급휴가수당, 평균임금의 최저한도 보장의 산정기초가 되고, 주휴수당 역시 그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여 산정할 수당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판례는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 소정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다는 실질적 요소와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된다는 지급형태상의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왔다. 그러나 최근 “지급형태상 고정성과 일률성”에 초점을 맞추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일률성에 관해 최근 판례는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더라도 일정한 고정적 조건을 만족시킨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경우’에도 요건에 충족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통상임금의 대법원 판례
임금은 실제 근로 제공에 대해 지급되는 것과 생활보장의 의미가 포함된 가족수당, 통근수당 등 복리후생을 위한 것으로 분리된다는 법리가 임금이분설이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보수를 의미한다.”며 임금범위를 재정립했다. (대법원 1995년.12.21 선고 94다26721)
1995년 이후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례가 이어졌고 통상임금의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어왔다. 아래에는 최근 쟁점이 된 금아리무진 사례와 그동안 이어졌던 통상임금 판례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금아리무진 사례(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판결)
‣ 단체협약 제27조
- 상여금을 만근 기본급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근무시 350%, 3년 이상 근무시 550%, 8년 이상 근무시 650%, 12년 이상 근무시 750%를 지급
- 상여금 지급은 분기별로 지급하며 매분기 말까지 재직한 자로 하고, 퇴직자에 대하여는 월별로 계산 지급한다.
□ 분기별로(정기성) 일정 근속에 해당되는 모든 근로자들에 대해(일률성) 350, 550, 650, 750%의 일정 비율(고정성)로 지급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됨.
□ [피고] 상여금은 매월 월급 지급시기를 초과하여 분기별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판결] 6월 이상 근속한 근로자라면 근속에 따라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분기별로 정기적(분기별),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이다.
□ [피고] ‘퇴직자에 대해서는 월별계산 지급’하는 것은 근무성과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판결] ‘상여금 지급은 매분기말 재직자’로 규정하여 상여금 지급에 중도퇴직자를 제외하지 않았고, 퇴직하더라도 재직기간에 비례하여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이므로 통상임금이다.
환경미화원들의 사례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22061판결)
모든 환경미화원들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한 기말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 명절휴가비는 모두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포스코 사내하청사례 (광주고등법원 2012. 1. 20.선고 2011나1735 판결)
단체협약에 의해 매년 설날과 추석날 각 기준임금의 100%씩을 설 추석상여금으로 지급하고, 매년 11월 20일 당시 기준 근무 중인 자들에게 월동비로 각 590,000원을 지급한 경우 설․추석상여금, 월동비는 근로자들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로서 성질상 통상임금에 해당.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노동부 입장
이와 같이 1995년 이후 대법원 판례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1월 14일 제정된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산정지침’을 보면 복리후생비 예를 들어 가족수당, 교육수당, 급식비, 근무 장려를 위한 근속수당, 체력단련비, 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넣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김기덕 변호사의 말대로 “통상임금이란 법정 외 근로, 즉 초과근로를 제 값을 쳐주지 않고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임금제도” 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다.
1. 통상임금이라 함은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조의 규정에 의거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 일급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하며, 이러한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1) 근로에 대한 대가성, 2)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1임금산정기간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합니다.
2. 따라서 연간단위로 그 지급율이 설정되어 있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 됩니다.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확대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부정하는 지침을 계속해서 시행해왔던 것은 이 나라 정부가 저임금-장시간노동의 구조를 계속 양산해왔음을 보여준다.
통상임금 문제의 본질
현재 통상임금 논란은 대법원 판결로 임금이 추가발생 되는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지급했어야 할 임금을 대법원이 확인시켜 준 것”에 불과하다. 한국지엠을 비롯한 60여개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자는 의미인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38조 6,000억 원에 이르고, 앞으로 5년간 71만~80만개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에 적극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총과 자본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38조원의 체불임금만은 아니다.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에 관한 문제이다. 적은 기본급을 유지하면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계속 확대시킨 것은 사용자가 시간외 노동을 값싸게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기본급이 낮다 보니 노동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잔업 특근수당과 연차수당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사용자는 ‘일을 더 하게 해 달라’는 노동자들을 낮은 시간외 수당을 지불하고 잔업특근을 마음껏 시킬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시켜온 핵심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시간을 마음껏 늘릴 수 있으니 생산증대를 위한 자본투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과 여가,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로 통상임금의 문제의 본질이 폭로되어야 한다. 하루 12시간 뼈 빠지게 일해야 겨우 노동력을 재생산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최소한 ― 물론 이마저도 현재의 생산력에 비하면 장시간이지만 ―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 주 40시간만 일하고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공장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
6월 국회에서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다루겠다고 한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노사가 윈윈하는 미래지향적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통상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대화를 민주노총에 제안하였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혼란을 부추겼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온 대법원 판결은, 지난 20년 간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하고 투쟁해온 결과로,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의가 있다.
현재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전체 임금체계에 대한 고려 없이 통상임금 범위만을 변경할 경우 근로자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대공장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 문제는 결코 대기업 정규직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위탁 된 환경미화원들, 직고용 환경미화원들의 경우에도 통상임금 소송이 계속 진행돼 왔다. 광주 동구의 환경미화원들은 지자체를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하여 2010년 광주 동구는 환경미화원 미화원 29명에게 모두 3억 3천만 원을 지급했다. 결국 대공장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은 현재의 ‘통상임금 논란’이 전체노동자 계급을 향한 공격임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하여 민주노총 일부에서는 ‘통상임금 소송 반환금의 일부를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쓰는 연대임금 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것이 노동자들끼리의 연대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연대임금 전략’이 박근혜 정부와 자본가들이 체불임금을 안 갚아도 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체불임금을 갚으면 어떻게 쓸 것인가는 노동자들이 결정할 사항이지 경총에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반(反)노동 정책
현재 통상임금 논란은 박근혜 정부의 반(反)노동정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계에 제안하는 ‘노사정위 참여’와 ‘임금체계 개편’은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들은 이참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근속에 따른 임금체계가 아니라 ‘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또한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가? 지난 22일 안전행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간제 공무원 수요를 조사해 필요한 만큼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주는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반(反)노동 정책에 맞서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단결하고 투쟁하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
지난 3월 7일 OECD의 ‘2013년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2011년 기준)은 OECD 34개 회원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7개국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30.5%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37.5%)에 비해서는 7.0%포인트 감소한 것이지만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많은 것이다. (2013년 3월 7일 문화일보)
한국의 현대차 공장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의 하나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세계 최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했다. 2010년 기준 OECD 가입국 평균이 1,749시간, 한국 평균이 2,316시간인 반면 현대차 기술직은 2011년 2,678시간 일했다. OECD 평균보다 1년에 6개월을 더 많이 일했다. 과로사와 돌연사가 1년에 10여명 이상 발생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신 임금은 외국 완성차 노동자들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2013년 최저임금 시급이 4,860원인데 현대차 기술직 1호봉은 5,566원이다.”
“주간연속2교대와 함께 현대차의 장시간 노동의 낡은 관행과 잘못된 상식의 파괴는 이제 시작이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어리석은 삶을 폐기해야 한다. 일하는 기계이고 돈 버는 기계에 불과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두웠던 과거와 결별을 해야 한다. 정부는 1953년부터 60년간 유지하며 주68시간까지 허용하던 근로기준법을 올해 주52간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있다.” (2013년 3월 27일 <울산저널>, 세계 최장시간 노동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대원레미콘에서 일하는 노동자 B씨(57)는 “올해 20년째 대원에서 일하는데 새벽 4시에 나가려면 3시에 일어나야 한다. 퇴근시간도 따로 없다. 보험료 등 소모품비 빼면 한 달 200만 원 받는다. 20년 동안 임금 오른 건 3,000원이 전부다. 몇 시간씩 현장에서 대기해도 임금은 똑같다. 1회전(한 바리) 갔다 오는 횟수로만 돈을 준다. 맞벌이 안하면 못 산다”고 말했다. (2013년 05월 22일 <울산저널>, 인간답게 살게 해주십시오)
저임금의 굴레 속에서 하루 10시간~12시간, 14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노동자는 결코 인간답게 살 수 없다. 지난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주 44시간 노동에서 주 40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하는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2004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11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였고,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는 등 법을 개악했다. 법정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지만, 자본가들의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게끔 해놓았다.
한미 독점자본가 계급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도발적으로 제기한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정도의 수세적 논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동안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각종 수당을 신설하는 왜곡된 임금체계로 인해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잔업, 특근 등 장시간 과도노동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 자체가 본래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왜곡된 임금 체계로부터 비롯되었다. 따라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하는 이 논란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 기만인지를 대대적으로 폭로하자!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을 계기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과도노동의 악순환을 과감하게 끊어내는 공세적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도록 하자!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위하여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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