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13-05-31 23:25:52, 조회:5,053, 추천:199
|
![]() |
|
|
![]() |
“아베노믹스”는 아베정권과 일본경제를 구원하는가?
1. “아베노믹스”의 내용 및 전개과정
지난 2012년 12월에 출범한 자민당 아베 정부는 디플레이션(과잉생산-수요부족으로 인한 물가의 지속적 하락)으로부터 탈출과 엔고(円高)시정을 위해 “아베노믹스(Abenomics)” 정책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의 핵심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이다.
아베노믹스는 장기불황 원인을 총수요부족에서 찾는 케인즈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일본경제 장기침체가 총수요부족에 의한 지속적인 물가하락에 있다고 진단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에 달하도록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또 다른 중요한 정책목표는 엔고(円高)를 시정하여 일본수출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내용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정책, 사회자본 확충을 핵심으로 한 재정지출, 기업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양적완화의 핵심은 일본은행이 소비자 물가상승률 상향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기관의 자금이 풍부해지고, 이 자금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로 이어져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또한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공급량이 증가하여 엔화가치가 하락되고 환율이 올라가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둘째, 재정지출 확대전략의 핵심은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국가채무 위기에 대한 우려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우선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성장전략의 핵심은 민간기업의 투자의욕과 제조업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경쟁력회의’를 설치하고, 국제시장에서 전략시장(국민의 건강수명 연장, 경제적 클린에너지 수급실현, 안전하고 편리하며 경제적인 차세대 인프라 구축, 세계의 집중을 받는 농업 및 수산업 등의 지역자원’이라는 4대 분야를 전략목표로 설정)을 창조하고,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입지경쟁력을 갖는 국가로 만들고, 산업과 인재가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2013년 1월 22일에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①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 상향조정 ②무기한의 대규모 자산 매입 ③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정책협조 강화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통화정책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중장기 물가안정 달성을 위해 전년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존의 1% 지향(goal)에서 2% 목표(target)로 상향조정하고, 둘째, 2014년 1월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장기국채 2조엔, 단기국채 10조엔)로 금융시장에서 무기한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일본 은행의 국채매입규모의 75%이상은 단기국채에 집중되어 있으며, 자산매입기금의 잔고가 2014년 중에 10조엔 정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2013년 1월 11일 재정지출 10.3조 엔 규모의 대형 경기부양책 (일본경제재생을 위한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총사업비 규모 20.2조 엔 중 재정지출규모(국비)는 10.3조 엔으로 부흥방재대책(동일본대지진 복구, 노후화된 사회자본 갱신투자 확대,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 강화)에 3.8조엔, 성장에 의한 부의 창출(민간투자의 환기에 의한 성장력의 강화, 중소기업, 소규모사업자, 농림수산업 대책, 일본기업의 해외전개 지원 등, 인재육성, 고용대책)에 3.1조엔. 생활의 안심, 지역활성화에 3.1조엔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재정지출 사업 중 공공사업관련 예산은 5.5엔으로 재정지출규모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공공사업에 투입될 5.5조엔은 신규 건설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볼 때, 아베노믹스에서 추진하고 있는 양적완화의 방식은 일본 정부가 신규로 국채를 발행하여 그것을 중앙은행이 직접 사도록 하여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양적완화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시장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국채를 사고 이 채권을 중앙은행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채권시장에서 판매된 국채의 양 만큼 다시 정부는 채권을 발행해서 채권시장에 쏟아내는 것이다. 즉 이 방법은 최소한 시장논리에 따라 채권의 매매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수요공급의 시장논리에 따라 금리결정이 이루어지니 적어도 무질서한 양적완화는 아니라는 것이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의 논리였다. 그런데, 지금 아베노믹스에서 이루어지는 양적완화의 방식은 정부와 일본은행의 정책공조(자본가계급과 국가의 공동작전)에 의해 이루어지는, '시장논리'도 무시한 인위적인 방식이다.
----------------------------------------------------------------------------------------------------------
아베 정부가 주장하는 아베노믹스의 파급경로를 간단하게 도식으로 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양적완화의 파급경로(①):일본은행 본원통화 공급 증가 →시중은행 유동성 증가→민간기업유동성 증가 →민간기업 투자증가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가계소비가 증가).
-양적완화의 파급경로(②):일본은행 본원통화 공급 증가 →시중은행 유동성 증가 →외환시장 엔화공급 증가 →엔화 약세에 따른 민간기업 수출증가 →수출증가에 따른 투자증가 및 일자리를 창출 →가계소비 증가)
-재정확대의 파급경로: 국토개조를 위한 정부의 공공사업실시 →관련분야 민간기업 투자증가 및 일자리 창출 →가계소비 증가
-성장전략의 파급경로: 전략시장육성과 규제완화실시 →민간기업 투자증가와 일자리 창출 →가계소비 증가
-총체적 파급효과: 투자, 정부지출, 소비, 수출의 증가로 물가상승 기대치 증가 →경기회복 기대로 인한 기업 투자 및 물가상승 예상에 따른 가계소비 촉진 →총수요 확대로 인한 경기회복의 선순환 가속화
--------------------------------------------------------------------------------------------------------
2. 아베노믹스의 도입 배경
아베정부의 정책들은 일본의 악화되는 경제공황에 의해 추동되어졌다. 일본은 1980년말 이래 장기불황에 시달려왔다. 일본에서 오래 지속된 장기경제침체(stagnation)는 2008년 경제공황 시기에 더욱 심화되었고, 일본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들은 반복적으로 실패를 거듭함에 따라 공공부채가 거대하게 증대하여 하여 현재 부채는 GDP의 240%에 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건으로 인해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아 기업의 생산이 저하되고, 중국과 동차이나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사건으로 인해 중국에 수출이 감소됨에 따라 일본은 2012년에 가장 큰 무역적자를 기록하였다.
일본 금융정책당국(일본은행)은 제로금리정책과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시도했으나,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행이 수행했던 모든 방법들은 실패했고,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일본의 경기침체 상황들은 아베정부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설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아베노믹스”를 필두로 한 아베정부의 공격적인 금융정책과 새로워진 경제활성화를 위한 필사적인 분위기는 1929년 말부터 시작하여 193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의 복사판이며 1930년대 일본의 군국주의를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29년 말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시기에 일본정부는 1931년 12월에 군사에 들어가는 공공비용을 확대시켰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율을 삭감했고, 엔화의 가치를 하락시켰다. 이러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거대하게 추진된 경제 프로그램은 일본 내에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국가적인 억압과 해외시장 개방을 통해 천연자원 수탈을 위한 군사적인 공격과 함께 수행되어졌다. 일본의 1931년 만주공격과 1937년 중국공격은 전쟁에 투입된 무고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1941년에 태평양전쟁의 분출을 위한 무대가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도 우파 아베정부는 민족주의적인 경제정책과 군사주의를 위험스럽게 혼합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Peter Symonds, Japan’s Currency War. Militarization and Monetary Policy, Global Research, 2013.1.26). 일본의 이러한 군국주의 부활의 조짐은 일본이 ”동아시아의 이스라엘”의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에서 친중국블럭과 친미블럭 사이의 양극화를 극대화시킬 것이며, 미국을 돕는 순종적인 동맹군으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Peter Lee, Japan is Becoming the Israel of East Asia Counter Punch, 2013.5.17.)
아베정부의 아베노믹스 정책은 달러화의 가치를 계속 유지시켜서 세계화폐로서 역할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미제국주의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과 미국의 공조체계가 형성되는 이유는 일본의 아베정부가 엔-달러 환율을 높여서 엔화의 가치절하를 통하여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목적과 미국의 오바마정부가 달러의 가치절상을 유지하여 휴지조각 같은 달러화의 인위적인 지배력과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한 G7, G20 국가들은 아베노믹스를 지지하고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통화완화를 비난하려는 유로존의 불만을 무마시켰고, G7, G20의 동의도 얻어냈다. 이로써 미국은 아직까지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G7, G20 과 같은 세계 독점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들의 이해관계와 아베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아베노믹스를 “뜨거운 감자”로 여기면서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3. “아베노믹스”의 모순과 그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베노믹스”의 모순과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
부르주아 언론들은 “아베노믹스”가 “환율전쟁”을 촉발시키고, 기존의 금융질서를 혼란시킨다고 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저주”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환율질서, 금융질서가 교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아베노믹스가 그들이 말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얼마나 “모순”에 차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고, 얼마나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인지를 살펴보고,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지금 현재 일본정부의 목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 이르게 하는 것인데, 설사 이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인플레이션 자체가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아베정부가 원하는 인플레이션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 즉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상태에서도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게 되는 반면에 실질임금이 떨어지게 되어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생활유지비가 급격하게 증대하게 되어 민생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물가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임금인상이 이뤄져야 아베노믹스의 선순환(필자주: 통화완화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와 기업투자가 증가하고, 또한 엔화약세로 환율이 올라가 수출증가로 기업실적이 회복되고 임금상승, 소비증가가 이루어지는 순환구조를 말한다.)이 작동된다. 그러나 과연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올릴 수 있는 전향적 조치들을 과연 취할 수 있을 것인가는 그들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이것이 막혀버리면 아베노믹스는 주가상승에 흥겨워 하는 수출기업들의 잔치로만 끝날 것이다.
또한 만일 아베노믹스가 성공하여 일본정부가 엔화가치를 절하시켜 환율을 올려서 일본 수출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더라도 수출기업들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이 기업들이 자기들이 이익을 보는 만큼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을 것이다. 한편 수입기업들은 자신들이 무역에서 입는 손실을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 저임금이나 노동강도강화로 전가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환율증가로 인해 수입물가가 올라가는데 임금이 물가에 비례해서 올라가지 않으면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은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저하로 인해 생활유지비가 증가되어 민생파탄에 빠지게 된다.
둘째,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의 관계를 보자. 만약 아베노믹스가 의도한 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시중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당연히 채권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국채가격은 보통 금리와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어서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금융기관(은행, 보험회사, 연기금 등등)들은 국채가격 하락에 의한 평가손실을 당할 수밖에 없다.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런 금융기관들은 국채가격이 하락하면 자산가치가 떨어지므로 자산건전성을 위하여 (또는 대차대조표를 맞추기 위하여) 국채를 시중에 투매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채금리 및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최근 몇 주 동안 이들 기관들이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국채금리가 급격히 요동치는 부작용이 벌어졌다. 국채금리의 증가로 일본 정부의 부채가 지금보다도 더 급격하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 정부 부채의 하중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셋째, 아베노믹스는 주변국가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것이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으로 인해 풍부해진 자금들이 금리차를 노리기 위해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 불리는 현상인데, 실제 최근 국채를 매도한 일본의 대형금융기관들은 해외채권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중국, 브라질, 인도와 같이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들이나 우리나라처럼 금융시장 개방도가 매우 높은 나라들로 이들의 ‘핫머니’가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돈들은 금융시장의 거품을 형성하여 이들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도 있고, 갑작스런 자금 회수로 인해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난 97년 외환위기시 겪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세계적인 금융자본의 이동이 컴퓨터 앞에서 버튼 누르는 것으로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러한 세상에서 아베노믹스로 인한 부작용은 일본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이들과 관계없는 다른 나라들에게까지도 금융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
결국,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베노믹스는 모순에 차 있는 것이며, 그 모순으로 인한 부작용을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아베정부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명백히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공황 시기에 “양적완화”의 본질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장기불황을 탈출하려는 아베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아베노믹스의 핵심정책인 “양적완화” 자체가 일본의 과잉생산에 의해 폭발된 공황으로 인해 깊어져가는 장기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양적완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양적완화는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정부가 공황시기에 “공황타개”, “경제활성화”라는 말로써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을 미혹하면서, 노동자계급이 만들어 놓은 부를 갈취하여 그들의 사적 부를 채우기 위한 방법이다.
“양적완화”는 정부가 마구 찍어낸 휴지조각에 불과한 지폐들이 금융자본가들과 산업자본가들에게로 가서 마치 “가치가 보장된 화폐 (예: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arization)”로 변하여 자본가들이 사회적 부를 사적으로 갈취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양적완화”로 인한 물가상승과 누적되는 부채 등으로 인해 실질임금감소와 그로 인한 노동강도강화 및 노동조건의 악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등으로 빈곤화되어가고 있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각 국가의 경제위기의 발생경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같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에서 본격화된 “양적 완화” 혹은 “부채의 화폐화”의 애초의 직접적인 동기는 부채로 파산하는 독점자본들을 화폐를 찍어 구제하는 것이었다. 유럽의 경우 양적완화의 목적은 유럽연합이 국가부도에 처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재정긴축 이행을 조건으로 그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여 국가부도를 막아주는 형태였다. 일본의 경우 양적완화의 목적은 주로 엔화시세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디플레이션, 즉 과잉생산-수요부족으로 인한 물가의 지속적 하락을 저지해 경제를 진작시키려는 것인데, 그러한 자금의 살포가 노동자들을 위시한 대중의 소득증대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 주식시장의 투기, ‘거품’만 부풀리면서 그 불안정성만 심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일본정부가 2%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을 목표로 엔화를 풀고 있다는 것은 과잉생산-수요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양적완화의 방법은 각 국에 따라 약간씩 달라도 본질은 같다. 무한정으로 찍어낸 휴지조각에 불과한 지폐들은 자본가계급의 기구를 거쳐서 금융자본가와 산업자본가들의 사적재산불리기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스테펜 렌드만(Stephen Lendman)은 미국에서 양적완화, 즉 미국연방준비은행(FED)이 돈을 무한정 찍어내어 은행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s)만을 맞추는 방법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무한정 찍어낸 휴지조각과도 같은 지폐가 금융자본가들과 산업자본가들의 투기, 고액의 임금, 보너스, 경쟁, 합병 등에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경제성장과 직업창출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Stephen Lendman, Japan’s Monetary Easing: Fighting Deflation and Stimulating Economic Growth?, Global Research, 2013.4.6).
또한 마이크 휘트니(Mike Whitney)도 일본정부의 유일한 희망은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임금을 올리고, 실업률을 낮추고, 성장을 증대시키고 디플레이션을 끝장낼 국가재정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아베 정부의 계획 속에는 이러한 희망이 없다고 한다. 마이크 휘트니는 뱅스터(Bankster: Banker와 Gangster 합성어로 금융서비스 기관에 일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며 주로 자본가계급과 그의 하수인들의 복리에 관심을 가진다.)들이나, 기업의 소유주들은 정부가 공공프로젝트에 화폐를 써버리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소유주들은 모든 화폐가 사적소유의 기업에게 흘러들어가 소위 “일자리 창출자(job creators)들”인 그들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돈을 긁어모으길 원하며, 사치스럽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한다.(Mike Whitney, The BoJ’s Kuroda Wheels Out the Heavy Artillery, Counter Punch, 2013.4.9)”
양적완화는 또한 시장에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무제한 증대시키는 것이므로 “환율조작”과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각국의 자본가계급의 국가기구들은 이렇게 양적완화를 통하여 “환율조작”에 개입하여 자국의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출을 늘리고 다른 나라에서 수요를 훔쳐오는 짓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되었을 때 가장 곤란을 겪는 집단은 양쪽 무역상대국들의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이다. 수출과 수입여부에 상관없이 자본가계급은 국제무역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자국의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전쟁”은 국가가 자국의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타국들과 경쟁하는 그러한 “전쟁”이 아니라, 소위 제국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국가독점자본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양적완화”는 겉으로 보기에 각 국에서 시행되므로 마치 각국의 국민적 이해가 대립되는 것으로 보이며, 거기에 따라 “환율전쟁”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가지는 자본가계급이 그들의 이해를 노동자계급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각 국내에서 벌이는 계급간의 “전쟁”인 셈이다. 이것은 자본가계급에 의한 노동자계급의 또다른 수탈, 착취이다.
4. 자본주의는 세계 경제공황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기구는 “양적완화”와 “환율조작”을 통해서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경제공황을 타개해보려고 하나, 그들은 경제공황을 해결할 수 없다. 경제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과잉생산”공황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공황은 자본가계급이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상태가 될 때, 바로 과잉생산에 도달했을 때 발생한다. 경제공황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해결방법은 “경기부양” “양적완화” “긴축” 등 이지만, 이것들은 신자유주의적인 “긴축”이냐? 케인즈주의적 “경기부양”이냐? 등에 따라 이름만 달리할 뿐 그 본질은 같다. 본질적으로는 자본가계급의 위기, 즉 그들의 이윤추구가 막히는 위기를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적완화”의 본질은 공황의 시기에 자본가계급이 자신들의 이윤추구의 위기를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며,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은 경제공황의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의 폭발로 인해 자본가계급이 자신들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함에 따라 점차 빈곤화 되어가고 있다.
한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2008년 경제공황이후 경제성장은 약화되었고, 실제 실업률이 증대했으며(23%), 직업이 없는 미국인들이 2500만 명(25million)에 달하고 있고,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거의 9%에 도달하고 있고, 미국가구의 절반이 빈곤상태에 있다(Stephen Lendman, Japan’s Monetary Easing: Fighting Deflation and Stimulating Economic Growth?, Global Research, 2013.4.6).
이렇게 볼 때,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모순의 폭발과정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아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대표적인 정책인 “양적완화”는 가치가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엔화 지폐를 무한정 찍어냄으로써 자본가계급의 이익추구에 기여를 하고, 공황의 모순을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전가시키려는 기만과 사기로 가득찬 방법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아베정부는 경제공황 타개의 방편으로 “양적완화”뿐 아니라 군국주의의 부활을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아베정부는 이미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에서 경제공황의 모순이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량조절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양적완화”는 자본가계급에게는 사적 소유의 증대를 이룩하게 하고, 노동자계급에게는 물적 생활의 기반을 파탄시키는 것이어서 자본가계급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나, 궁극적으로는 “양적완화” 자체만으로는 세계 경제공황의 모순이 해결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자본가계급은 “양적완화”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회복될지는 몰라도 이미 지속적으로 생산에서 이윤을 만들 수 없는 상태, 즉 과잉생산상태에 빠져있고, 이러한 과잉생산상태는 “양적완화”라는 통화량의 증대로만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생산상태는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을 자본가계급이 사적으로 소유하려고 할 때 발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인격화된 자본”이어서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와 사적소유를 포기할 수가 없다. 그들이 그것을 포기한다면 이미 자본가계급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세계공황에 대한 대안이 없는 이유는 자본가계급이 사적소유와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공황의 대안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 즉 증대되는 사회적 생산력을 발전을 질곡으로 몰아넣는 사적소유를 철폐하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전한 사회적 생산력을 자본가계급의 사적소유에서 벗어나게 해서 사회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