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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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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0:54:47, 조회:3,547, 추천: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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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경쟁, 저임금 경쟁'은 노동자의 길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임단투가 진행되면서, 언론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신문에도 노자 간의 공방이 진행되었다.
1. 생산성이 높은가 낮은가
8월 2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곽정수 기자는 “현대차 노사는 공멸을 원하는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HPV)은 30.5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18.6)의 1.6배다. 지엠(21.9), 포드(20.6), 닛산(18.7)보다도 뒤떨어진다. 그런데도 미국 공장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7만~8만달러로, 한국보다 1000~2000달러가 적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임금은 오히려 높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 박유기 금속노조 전 위원장은 8월 15일자 같은 신문에 “[왜냐면] 현대자동차 생산성 시비 근거 ‘HPV’의 허점”을 주장한다.
“스포츠실용차(SUV), 레저용차(RV)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에쿠스 리무진을 만드는 울산공장 5공장의 대당 투입시간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최근에 지은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 중국 공장, 체코 공장의 경우 모듈화(외주화)율이 상당히 높고, 자동화율의 경우 차체, 프레스는 100%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울산공장의 경우 20~40년 전에 지은 공장이기 때문에 모듈화와 자동화율이 현저히 낮다. 이를 단순비교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경우 대당 투입시간이 19.1로 나타나 도요타(27.1), 포드(21.7), 닛산(23.8), 지엠(23)보다 월등히 생산성이 높게 나타난다. 수구언론들의 논조대로 본다면 이 부분은 왜 칭찬하지 않는가?
결론을 정리하면 소형차 생산 공장이냐, 중형차 생산 공장이냐, 대형차 생산 공장이냐, 스포츠실용차·레저용차 생산 공장이냐를 따져야 한다. 각 공장에 투입하는 차급(모델)의 특성과 임금 수준, 모듈화, 자동화 비율이 제각각 다른 공장들을 획일적으로 단순비교 평가하는 방식의 대당 투입시간만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HPV)은 30.5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18.6)의 1.6배다”라고 생산성을 비교하는 논리는, 두 공장의 생산차종과 모듈화 비율이 다른 이상 전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박유기의 말대로 모듈화, 차급(모델)의 특성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획일적으로 단순비교해서 대당 투입시간만으로 생산성을 평가할 수 없다. 모듈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조립공장에서 대당 투입시간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중형과 고급차량일수록 조립공장에서 대당 투입시간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듈화 비중이 높은 공장이 생산성이 높고, 고급차량 조립공장이 생산성이 낮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박유기의 글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먼저 ‘자동화’ 문제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화’는 보다 발달한 기계를 도입하여 생산에서 인력의 사용을 줄이는 것, 즉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자동화율’이 다른 두 공장은 당연히 생산성에는 차이가 날 것이고, 이 때 생산차종과 모듈화율이 같다면 당연히 그 생산성(대당생산시간, HPV)은 비교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을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로 “두 공장의 자동화율이 다른 것”을 포함시킨 것은 박유기의 오류이다.
둘째 ‘임금수준’에 대한 것이다. 박유기는 “각 공장에 투입하는 차급(모델)의 특성과 임금 수준, 모듈화, 자동화 비율이 제각각 다른 공장들을 획일적으로 단순비교 평가하는 방식의 대당 투입시간만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임금수준”이 다르다면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즉 생산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산성이란 단위시간에 얼마만큼의 사용가치를 생산하는가의 문제이다. 울산 공장에서 1시간에 차량을 한 대 만들고 노동자 월급이 200만원인데, 중국공장에서 1시간에 차량을 2대 만들고 월급이 100만원이라면 두 공장의 노동자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성을 비교할 수 없는가? 아니다. 비교할 수 있다. 중국공장이 생산성이 2배 높은 것이다. 중국공장의 노동자가 월급을 100만원을 받든 200만원을 받든 아니면 50만원을 받든 동일하게 중국공장이 생산성이 2배 높은 것이다. 자본가들은 단위시간 동안에 사용가치를 더 많이 생산하느냐 적게 생산하느냐를 가지고 성과급 형태로 임금을 더 많거나 적게 지급하여 생산성과 임금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호도하지만 사실 임금과 생산성의 문제는 서로 범주가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생산성이 대개 자동화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면 대개의 경우 임금수준은 노동자의 투쟁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자 8월 21일 같은 신문에서 박정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공학박사)는 “[왜냐면] 현대차 자동차공장 생산성 논란 진실은…”에서 반격 한다.
“생산차종 측면에서도 동일 차급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과 베이징현대3공장의 생산성 차이를 비교해 보면 울산2공장의 대당 투입시간은 32.1시간, 베이징현대3공장이 16.6시간으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울산공장이 베이징현대3공장에 비해 모듈화율, 설비 자동화율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수 있으나 울산공장의 설비 현황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 울산공장 등 현대차 국내공장은 신차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설비 보완과 공장 합리화 투자를 실시해 왔고, 그 결과 해외공장 못지않은 자동화 및 모듈화 수준을 갖췄다. 현재 의장라인 모듈화율은 국내공장이 35.7%, 해외공장이 33.6%이며, 조립라인 자동화율은 국내공장이 10.1%, 해외공장이 7.9% 수준이다.”
즉, 비슷한 차를 생산하는 데도 대당 생산시간이 울산2공장이 32.1시간, 베이징현대3공장이 16.6시간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자동화 및 모듈화 비율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그는 “현재 의장라인 모듈화율은 국내공장이 35.7%, 해외공장이 33.6%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당 투입시간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프레스 공정을 제외한 차체, 도장, 의장, 품관, 생관, 보전에 투입된 인원이 생산에 투입한 노동시간을 총 생산대수로 나눠서 구한 값이다.(박유기 앞의 글)”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의장라인만의 모듈화 비율이 비슷하다고 전체 모듈화 비율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동화율에 관해서는 필자가 비판한 내용을 감안하고 보자.) “조립라인 자동화율은 국내공장이 10.1%, 해외공장이 7.9% 수준이다”라는 부분에서도 “조립라인의 자동화율”이 전체 공정의 자동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20~40년 전에 지은 공장”과 최근에 지은 공장의 자동화율(기계의 효율성)이 비슷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무인생산까지 바라보는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 미국의 이른바 ‘자동차 빅 3’까지 몰락할 정도로 치열한 독점자본 간 경쟁의 시대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2. 국가 간 노동자 임금이 높은가 낮은가
곽정수 기자가 같은 글에서 주장한 “미국 공장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7만~8만달러로, 한국보다 1000~2000달러가 적다”는 부분에 대해 박유기는 다음과 같이 정당한 반론을 편다.
“근속 연수가 10년도 못 되는 현대자동차 외국공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평균 근속 연수 21년, 연간 노동시간 3000시간에 육박하는 국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비까지 모조리 합한 임금을 단순비교하는 것도 객관적인 근거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유기 같은 글)
추가한다면, 국가 간 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근속연수, 노동시간외에도 노동강도, 생계비(물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비교되어야 할 것이다.
3. 생산성은 높고 임금은 낮아야 하는가?
― 자본 간의 경쟁과 노동자 간의 경쟁
“생산성은 가장 낮으면서 임금은 터무니없이 많이 받아가는 귀족노동자”라는 보수언론의 공격에 대해 박유기는 방어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생산성과 임금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잣대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즉 한국 현대자동차 공장의 생산성과 해외공장의 생산성, 한국의 노동자들 임금과 해외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누가 높고 낮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금인상투쟁은 적어도 매도당할 근거는 없다고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다. 만약 국제적으로 비교하여 울산공장의 “생산성이 낮고 임금이 높다라면 임금인상투쟁은 부당한 것인가?” 위의 글에도 부분적으로 나타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국공장의 생산성이 높고 임금은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의 임금인상 투쟁은 부당한 것인가?
이것은 자본가의 시각에서 그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간 노동자를 경쟁시켜서 더 높은 생산성과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것, 즉 착취를 극대화하는 것이 그들의 최고의 목표이다. 이것은 자본의 경쟁이다. 자본 간의 살육전에 노동자를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끼리의 경쟁은 이것과 반대이다. 우리의 경쟁은 누가 가장 적게 일하며 가장 많이 받는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착취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두고, 더 나아가 누가 먼저 착취를 폐지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여야 한다. 과거 서유럽 노동자들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우리의 투쟁의 목표가 되었고 자극이 되었듯이, 이제는 우리가 타국 노동자의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 위해 더욱 전진해야 할 것이다.
4. 생산성 경쟁의 결과는 무엇인가
― 공장을 누구의 것으로 할 것인가
투쟁을 포기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고 더 열심히 일하여 생산성을 높이면, 이윤은 극대화된다. 막대한 이윤은 더욱 생산적인 설비에 투자되어 독점자본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면 노동자는 어떻게 되는가. 현대·기아차에 밀린 쌍용차가 망하고, 독일, 일본 자동차에 밀린 미국의 ‘빅 3’가 몰락하고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된다. 그리고 현대·기아차와 독일, 일본 자동차의 전쟁은 다시 시작되고 또 누군가는 몰락해야 한다. 싸움은 끝이 없고, 자본의 승리를 위하여 끝없는 고통과 노동자 간의 살육전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면 투쟁하여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받으면? 당연히 그 자본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떠한 독점자본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생산으로 인한 세계적 경쟁이 치열한 현 시기, 노동자들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한부 인생을 살기 위하여 자본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과 투쟁하여 자본을 몰락시키고 실업자가 될 것인가?
물론 자본주의 내에서의 이 같은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둘 다 답이 아니다. 답은 자본을 폐기하고 공장을 노동자가 접수하여 사회가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것이다. 자본이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게 성장한 생산력이 노동자의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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