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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3호] S-BIZ 철회 투쟁, 활동가들이 주체적 투쟁으로 국면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 도시철도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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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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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6:16:00, 조회:2,167, 추천: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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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활동가
도시철도 구조구정 결정판, S-BIZ!
11월 초, 도시철도 현장을 강타한 것은 바로 ‘S-BIZ'라는 신조어다.
현장 조합원들은 KBS 9시뉴스를 통해 S-BIZ(도시철도 영문표기 SMRT 의 S와 BUSINESS의 BIZ로 구성된 단어)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언론에서 폭로한 S-BIZ의 핵심 내용은 “도시철도 5,6,7,8호선의 148개 역, 전동차 1,561량, 차량기지 6개소의 임대, 광고 및 부대사업을 GS리테일이라는 특정기업에 20년 동안 민간위탁”한다는 것이었다. ‘운수수입과 안전운행’ 중심의 지하철 업무를 임대, 광고사업으로 전환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지하철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사측이 내세우는 사업 목적이다. 이 사업이 들어오면 도시철도 조합원은 심각한 고용불안, 노동조건 개악에 놓일 수밖에 없다.
S-BIZ는 지하철의 전 역사를 리모델링하여 임대사업, 부대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과정에서 역무 조합원은 역무실의 이동배치, 매표, 교통카드관리업무 등을 침해 당할 수밖에 없다. 역 시설물 유지보수를 주업무로 하는 기술 조합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다. 차량기지는 임대사업을 위한 물류창고로 사용하겠다고 하며 벌써부터 기지 기능실 공간 재배치를 꾀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해 온 구조조정을 축약, 집중시킨 것이 바로 S-BIZ인 것이다.
그동안 활동가들이 이 사업이 몰고 올 위험성을 선전할 때 외면했던 것과 달리 현장은 극도의 혼란과 불안감에 빠져 들었다. 활동가들은 입만 열면 ‘구조조정’을 얘기한다고 비아냥대던 조합원들이 바로 그 구조조정 계획을 제3자로부터(절대적 신뢰를 갖는 언론으로부터) 확인받자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져 갔다.
교섭장 점거, 노동조합을 투쟁으로 몰아넣은 비대위.
지금까지 활동가들이 S-BIZ의 진척을 묻고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노동조합은, 11월 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처음으로 “S-BIZ 사업의 핵심내용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인 수익을 창출하면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 이후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가 확산되어 나가자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KBS 뉴스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하고 사측에 방송사에 정정보도를 신청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노동조합 회의에 공사 사장 음성직을 참여시켜 S-BIZ사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의혹 해소 시까지 S-BIZ 중단’정도로 입장을 정하고 06년 임금교섭으로 선회하려던 노동조합을 주저앉힌 것은 바로 활동가들이다.
활동가들은 S-BIZ가 알려진 직후 즉각적으로 ‘S-BIZ철회와 생존권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이름으로 실천 활동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교섭장을 점거하여 임금교섭을 중단하고 S-BIZ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1차 임금교섭을 저지시켰다. 현장 조합원을 향해서는 ‘S-BIZ 철회, 음성직 사장 퇴진 투쟁’을 결의하는 조합원총회 서명을 조직해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나서서 투쟁을 조직해 주지 않는데 분노했고, 중간 관리자들도 서명에 선뜻 동참했다. 활동가들의 교섭장 점거를 맹비난하고 “회의를 무산시킨 책임을 물어 징계 하겠다”고 협박하던 노동조합은 현장분위기에 밀려 이 사업을 추진해 온 부서인 신사업개발단 농성에 들어갔다. 물론, 노동조합은 ‘S-BIZ 철회’요구에 ‘민간매각, 특혜의혹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이렇게 투쟁 초반의 기선은 활동가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S-BIZ는 어느 특정 직능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역무, 기술, 차량, 승무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노동조합은 “우리가 알던 내용과 다르다”,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허둥대고 “정정보도 신청을 내야 한다”며 오히려 사측을 대변하는 반면에 비대위는 앞장서서 선도적 투쟁을 벌여 나가고 ‘S-BIZ 철회’라는 투쟁의 명확한 기조를 강제해 나가고 있었다.
주체적, 독자적 활동으로 투쟁 국면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한 발 앞서 투쟁을 조직해 나가던 비대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활동가들 스스로이다.
비대위의 실천과 계획이 노동조합의 행보에 흔들렸다.
노동조합이 신사업개발단 농성에 들어가자 그것을 이유로 비대위의 사장실 농성은 취소되었다.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구 또한 집행부가 싸우는 시늉을 하고 있는데 굳이 할 것 없다며 서명을 조직해야 하는 대의원들에 의해 거부 되었다. 조합원 총회 소집요구 서명 작업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서 예정보다 지연되었다. 그 시간을 틈타 사측과 어용 노조의 작업이 들어 왔다. 지부장이 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 서명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사측은 서명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활동가들 근태점검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S-BIZ 철회 투쟁을 위해 민주파 활동가들이 즉각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조직적 전망은커녕 조직의 기본 구조도 따로 갖추지 않았다. 투쟁의 목표를 논의할 때 활동가들은 ‘S-BIZ 철회’와 ‘집행부 불신임’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분명, 지금까지 조합원을 기만하고 S-BIZ를 사측이 음성적으로 추진하는데 동조해 온 집행부는 불신임감이다. 현장 조합원들이 S-BIZ 사업이 공개되자 극도로 분노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는 적극적인 투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주체적 투쟁의 경험 없이 수동적으로 집행부를 선택하는 찬반투표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의 분노가 민주파에 대한 지지로 즉각적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 또한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조직된 투쟁 대오는 집행부의 행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집행하면서 상황의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 집행부를 끊임없이 압박해서 투쟁의 무게와 부담감을 감당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감히, 조합원을 향해 자신들을 심판하라고 ‘불신임 투표’를 들이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게, 사퇴하도록 강제해 나가야 한다.
어용노조는 “28일 12시까지 S-BIZ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을 비웃듯이 “철회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내줬다. 실리주의를 표방해 온 노사협조적 노동조합은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던 민주노조의 투쟁 행태들을 시늉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대위는 다시 투쟁 국면에서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일주일동안의 현장 활동에서 조합원 1,800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고 ‘S-BIZ 철회, 음성직 사장 퇴진’ 투쟁을 결의하는 조합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파 대의원과 집행간부들은 어용노조와 대별되는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집행부는 12월 1일 쟁대위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어용대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투쟁을 정리할 공산이 크다. 비대위는 이에 맞서는 전투를 치밀하고, 강고하게 준비해야 한다.
비대위가 집행부를 압박하고 투쟁을 강제하는 것을 어용노조의 목숨을 연명시켜주는 것으로 비웃고, 노동조합 2중대 역할로 비아냥대는 것은 반동지적이고 기회주의적이다. 당면한 투쟁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가지 않으면서 현장을 조직할 수는 없다. 단호하고 일관된 실천 없이 민주파나 어용이나 동급으로 취급되는 현장의 냉소와 체념을 극복할 수는 없다. 비대위로 모여 헌신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활동가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무너진 현장을 일으켜 세우는 시작이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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