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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0호] 용역깡패 난입 저지투쟁과 대중의 역동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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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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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3 15:09:05, 조회:2,163, 추천: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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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기아 용역깡패 난입 저지투쟁과 대중의 역동성
투쟁이 험난하고 오래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그 과거의 과정은 잊어버린다. 그리고 눈앞의 엄혹한 현실에 대해서만 분노하게 되고, 반면 문제가 해결되면 분노했던 본질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돌아선다.
그러나 “기억은 오래 지속된다.” 특히 패배의 경험일수록 대중에게는 잊혀지지 않으며 언젠가 만회할 기회만을 기다린다. 이러한 반격의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고 조직하는 것은 또한 앞선 활동가들의 몫이며, 그것이 바로 노동계급운동의 지도자로써 권위를 획득하고, 운동의 전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중의 역동성과 지도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아니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폭발적 분노와 투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 28일의 사건 - 자본이 투입한 용역깡패와의 대리전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현투단> 투쟁체로 몇 년간의 현장투쟁을 해 온 성과로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하면서부터이다.
3년의 조직화, 투쟁과정을 거쳐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그만큼 현장의 조직력을 튼튼하게 일구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후 투쟁과정에서 초기 조직된 노동자들의 결합력에서 확인된다. 또한 초기 조직화 과정에서부터 같이 해 온 정규직 활동가들과의 관계는 기아자동차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에서 보여준 연대투쟁의 기초가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노조를 건설한지 막 4개월여를 넘기고 있는 최근 1개월여 동안 보여주었던 투쟁의 파괴력과 영향력은 그야말로 비정규직 투쟁이 가지고 있는 모든 양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8월 26일의 독자파업을 시작으로 해서 주2회 이상의 6시간 파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던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9월 15일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부터 노자간의 대립이 갖는 전투적 양상을 명확히 드러냈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임투가 추석 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리된 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쏟아질 자본의 폭력과 탄압은 수순처럼 예상되었고, 그 침탈은 15일의 전투로부터이다.
파업대오를 향한 차량돌진을 시작으로 소방차를 동원한 물대포 공격, 관리자들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응은 첫 부상자를 낳으며 마무리되었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해왔던 기아자동차 자본이 직접 관리자들을 동원한 15일의 폭력에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선봉대와 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막아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파업을 사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후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침묵은 단지 이후 더욱 큰 폭력을 위한 ‘태풍의 눈’에 불과한 것으로 9월 28일 결국 기아자본은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현장을 난자했다.
용역깡패들은 전경과 같은 수준으로 중무장하고 가스총까지 휴대한 용역깡패들은 라인의 부품과 각종 비품들을 집어 던지며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자본의 개에 의해 저질러진 이와 같은 폭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낳게 만들었다.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해 온 활동가들 수준을 넘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자본의 폭력성에 현장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투쟁대오에 합류한 것이다. 현장순회를 마쳤을 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수로 불어난 대오는 자연스럽게 본관 앞으로 집결했다.
상징적 공간으로서의 본관 진격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면서 오로지 탄압만을 일삼아 온 자본에 대한 기아노동자들의 분노의 표현이 집중된 것이다.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본관 앞에 집결한 노동자들은 금방이라도 본관으로 밀고 들어갈 태세를 보였다. 지도부의 돌진 명령이 떨어졌다면 분노한 노동자들은 자본에게서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당일의 정규직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마이크를 잡고 ‘돌진’을 외쳐야 했던 지도부는 대신 ‘절차’와 ‘형식’을 따지면서 공장장의 사과를 받는 것으로,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것으로 분노한 대중들의 투쟁력을 잠재우고자 했다. 그 결과는 용역깡패의 도주라는 상황에서 통제할 수 없는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킨 결과만을 가져왔다.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아 도주하는 용역깡패에 대한 폭력과 그 과정에서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본관 앞에서 그렇게 정리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사태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사측이 제시할 때까지 대오를 유지하고 투쟁했어야 했다. 그것이 안되고 우왕좌왕하면서 정규직 대오들이 떨어져나갔다. 투쟁 동력이 모였을 때 요구를 정확히 걸어서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차체3부 조합원)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상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나올 때 이에 대해서 활동가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했어야 했다. 그냥 집행부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분노의 표현을 더욱 끌어갔어야 했다.”(도장3부 조합원)
“용역깡패 침탈 이후의 대응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것이 명확하다. 그런 식으로 정리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현장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했다. 조합원의 정서도 그런 측면이 있었는데 노동조합이 정리를 잘못한 것이다.”(엔진구동 조합원)
10월 7일 - 집행부의 기만적인 태도를 폭로하다
또 한 번의 반전은 10월 7일의 조합원 총회이었다. 집행부가 9월말 투쟁을 잠재우고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조합원총회를 통한 원하청 공동파업 결의는 예상했던 대로 부결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조합원 총회의 의미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 자본의 현장통제에 맞선 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조합원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엄호, 연대라는 임무를 대중의 이름으로 회피하기 위한 집행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안이었다.
애초 본관 앞에 집결한 이후 “상황을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했다. 거기서 멈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는 것으로 가면서부터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차체3부 조합원) 즉각적 전면파업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노동조합 집행부에 의해 반영되지 않았고, 논란 속에서 “노동탄압 분쇄와 원하청 공동투쟁 승리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면서 투쟁회피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넘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활동가들은 새로운 총회를 요구하면서 결국 조합원의 정서라는 케케묵은 조합주의에 다시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원하청 공동파업과 용역깡패 재침탈, 고소고발을 대립시키는 방식의 총회 소집 서명으로 7일의 찬반투표에 대한 입장이 가결인지 부결인지 조합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10월 7일의 조합원 총회는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집행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7일의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면서 상황은 정리국면으로 들어간 것이다.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집행부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었다.” “이에 비해 현장공투의 대응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계속 혼란스러운 결정을 내놓았다. 총회가 결정된 이후 총회철회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것은 현장 조합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차체3부 조합원)
“현장공투가 공동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나, 각각의 조직이 독자적인 선전이나 활동의 여지를 존중할 수 있어야 했다. 현장공투에서의 결정은 당면한 투쟁을 최대한 이끌어갈 수 있는 내용을 제기하기 보다는 적절한 수준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거기에 발목 잡히게 된 것은 총회를 둘러싼 과정이 명확히 보여준다.”(조립3부 조합원)
하지만 현장은 노동조합 집행부가 판단했던 것처럼 그렇게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몰이해와 반동적인 태도를 갖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용역깡패 투입과 비정규직 투쟁을 분리시켜 내려는 집행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전 기아자동차를 통틀어 약 35%의 찬성표를 던졌다. 용역깡패가 난입했던 1라인에서는 67%의 찬성율을 보였던 것에 비해 낮은 찬성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던 판매나 정비 등에서도 투표가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높은 가결율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조합원 중에 1/3이 넘는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정당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 투쟁을 엄호 지지하기 위해 기꺼이 총파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얘기되는 엔진 구동 조합원의 말은 현장조합원들의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투쟁에 대한 정서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가 최근에 변하기 시작하고 있다. 초기에 비정규직 지회가 파업을 할 때는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고 단지 단체협약의 요구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 우리 자리를 넘보는 것이 아니냐? 는 정도의 판단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사측이 유포한 선전에 의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고 그 당시는 그에 대한 대의원이나 지회의 설명,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파업을 지속하면서 용역깡패의 침탈이 있으면서 더욱 지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설명이 나오자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의 요구가 무엇인지, 왜 파업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비정규직 주체들, 그리고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의 적극적인 현장활동 속에서 이후 투쟁이 전진할 수 있는 기초가 무엇이며 거기에서 지도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10월 7일 이후 - 투쟁의 시기에서 지도부의 역할
‘지도부’는 선거를 통해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투쟁의 과정에서 대중의 지도부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경우가 진실로 노동자계급의 지도부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고 대중의 신뢰와 권위를 획득할 수 있다.
최근 사건과 같은 예고되지 않고 갑작스럽게 돌발하는 노자간의 전쟁이라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지도부의 망설임은 적을수록 좋다.
“그날 상황은 누가 먼저 짱돌을 드느냐였다. 잠시 망설이고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상황은 정리되는 국면으로 돌입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도부의 순간적인 판단이 투쟁을 어떻게 전개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조립1부 대의원)는 말이 그 순간의 정치적 판단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준다.
자본의 탄압과 통제에 계급적 분노로 대응하지 못하고 억눌려왔던 대중의 역동성이 한 순간을 계기로 드러날 때 선진활동가층은 망설이고 후퇴하는 집행부를 대신해 스스로 투쟁의 전진을 위한 지도부로 나서야 했다.
본관으로 진격해 들어가 자본의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후퇴하지 않겠다는 대중의 의지를 몇 마디 발언으로 거세시켜버리는 것을 방치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오류였다.
이후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과 조합원 총회, 그리고 총회 철회요구와 별도의 총회소집 서명, 다시 총회 철회 과정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경과가 그 때의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폭발하는 대중의 분노는 거칠 것 없이 자본의 심장부로 진격해 들어갈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비록 대오 일부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해도, 사전에 이를 무마시키거나 정리하기 위해 주저해서는 안된다.
투쟁이 발발하면 그것을 최대한 밀고 가기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이후 조직된 투쟁으로 모아내기 위한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통제되지 못하는 순간에 투쟁의 힘으로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며, 이는 다시는 자본이 그 같은 도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그동안 기아자동차에서는 ‘안전사고처리규정’, ‘해고자 복직문제’ 등 현장탄압에 맞선 투쟁이 진행되었었다. 그러나 일부 활동가들의 투쟁으로 전개되었을 뿐 전 조합원의 투쟁으로 상승되지 못했다.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일정 정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서’는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다. 조합원 대중은 그간의 투쟁들이 끊임없이 타협주의, 대리주의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승리의 성취감을 맛보지 못해왔다. 따라서 투쟁을 위해 전진하기보다는 그저 지켜보면서 자신의 고용불안에 대해 개별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했다.
자본에 대한 분노는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노자협조주의 경향 하에 질식되어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축적되고 있는 자본에 대한 계급적 분노와 저항의 의지는 한 순간에 폭발할 계기를 기다리고 있는 휴화산으로 남아있었으며, 이번 용역깡패 침탈을 지켜보면서 활화산으로 폭발한 것이다.
이러한 시기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조합원의 정서’, 즉 눌리어 있고 진공상태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단지 임금 등 물적 보상에만 치우쳐있다는 실리주의적 결론으로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조합원 대중의 계급적 분노를 상승시켜내기 위한 조직적 활동이 필요하다.
정규직 노동조합과 활동가의 역할을 단지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는 정도의 ‘연대’로 한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자본의 폭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현장의 투쟁력, 노동조합을 약화시켜 자본의 착취와 이윤확대를 위한 조건들을 형성하려는 것인지를 선전, 선동을 통해 폭로하는 것이 결합되어야 한다.
물론 기아자동차 원하청 노동자는 지난 3년여의 기간 동안 공동논의와 공동투쟁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계급적 연대성을 조직화하는 과정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정규직 노조의 투쟁 방기 입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확대하기 위한 활동으로 드러난 것이다.
만약 노동조합 집행부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투쟁을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대중의 분노를 자신의 통제력하게 두고자 한다면 다수의 선진 활동가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즉 ‘투쟁하는 지도부’로서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으로 표현되는 비판과 투쟁은 현재의 투쟁이 가지는 의미, 즉 비정규직 주체의 독자적 투쟁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어떻게 맞물려 있으며 어떻게 전진하는 과정인지를 조합원 대중의 ‘투쟁의 기억’ 속에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
대중 속에서, 대중과 같이 있으면서, 대중의 지도부로 서는 것을 두려워말자.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속에서 누가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직하고 있는가가 다시금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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