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13-11-29 19:28:09, 조회:2,717, 추천:239
|
![]() |
|
|
![]() |
실업문제 해결책이 半실업 상태 비정규직 확대인가?
-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박근혜의 공약 중 그나마 쓸모 있던 복지와 사회보장서비스에 관한 것들은 임기 1년도 안 돼 줄줄이 파기되어 버렸다. 그런데 유독 지키려고 꽤나 노력하고 있는 공약이 하나가 있으니, 바로 “고용률 70% 달성”이 그것이다. 복지며, 사회보장서비스와 관련한 공약들은 재정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파기해버렸던 박근혜가 어찌된 일인지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용률 70%만큼은 달성해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미 넘쳐나는 실업자와 취업이란 것을 해본적도 없는 청년실업자들, 어려운 가계를 위해 맞벌이에 나서려는 이들, 자의든 타의든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령층, 그리고 언제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몰라 오늘도 임금노예의 삶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박근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환영하는 국민들은 없고, 재벌들만 축하연에 동참하고 있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정책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고용 형태인 ‘시간선택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노동시간(1일 4~6시간 범위)과 노동시간대를 노동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선택’이라 이름붙이고 있지만,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고용 형태이다. 박근혜 정부는 예컨대 육아나 학업과의 병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를 선택한 사례를 들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마치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그 본질은 더욱 유연화 된 노동력을 자본에게 공급하기 위함이고 나아가 노동자 간 경쟁을 격화시켜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 노동조건을 저하시킴으로써 자본의 이윤 축적을 돕기 위함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노동유연화 공세
지난 11월 13일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6천5백 개를 만들고 더욱 확대해 가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공무원, 공공기관, 교사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1만6천5백 명을 채용하고, 나아가 2017년까지 신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총 238만개 일자리 중 93만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채워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2007년 발발한 세계대공황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이로부터 헤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정확하게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40%에 이르는 일자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채워질 전망이다. 또한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시간제가 아닌 전일제로 창출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시간제 일자리를 40%나 만들어내는 마당에 나머지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낼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목표했던 일자리를 다 만들어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기존의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금은 나은 고용까지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단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에 “전일제 교사가 시간선택제로 전환 시 대체인력을 시간선택제 교사로 채용 추진”이라 명시되어 있는 것에서도 확인되듯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는 것과 동시에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리해고와 같은 방식의 인력구조조정을 피하고 대신 자연감소(정년, 사망, 자발적 퇴사 등) 인원을 신규채용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용을 축소한다거나,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사실상 최악의 고용 형태인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해 가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던 그렇지 못하던 시간제 고용은 대폭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노동유연화 또한 더욱 더 열악한 고용 형태를 중심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계획에 발맞추어 삼성, 신세계, 롯데 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시간선택제 노동자를 채용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것도 가장 유연화 된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 독점자본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시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용을 확대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노동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키고 같은 임금을 주면서도 더 많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줄여가면서까지 필요치 않은 추가 인력을 채용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연감소에 따른 필요든, 아니면 생산 확대나 사업영역 확장에 따른 필요든, 이유와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을 시간제 노동자로 채용하는 것뿐이다. 적은 임금을 주면서도 마음껏 부려먹고 필요가 사라지면 언제든 잘라낼 수 있는 그런 노동력, 경제 상황에 따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그런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일자리라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그리고 잘만 하면 전일제도, 정규직도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예노동’을 감수할 수 있는 노동력,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 간 경쟁을 강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본의 이윤 증대와 지배질서 유지에 복무할 수 있는 그런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덤으로 자본이 시간선택제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가 인건비,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각종 지원과 혜택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니 자본으로서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시간제, 실업에서 반(半)실업으로의 자리바꿈
박근혜 정부와 자본은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라도 될 수 있다는 듯 포장하면서 노동자들을 희롱하고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제 노동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노동자들, 특히 실업자들의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나 자본 역시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알바’와도 다를 바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고용률 70% 달성’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칭을 시간제로 하든, 시간선택제로 하든, 그리고 ‘양질’이니 ‘반듯한’이니 하는 수식어를 아무리 갖다 붙인다 하더라도 결국 그 본질은 상대적 과잉인구의 일부인 반(半)실업일 뿐이다. 이 사실은 저들 부르주아지의 실업통계로부터도 확인된다.
그동안 정부가 사용해 온 실업통계(*) 대신 새로 통계화하겠다고 하는 ‘노동 저활용 지표’(**)의 내용을 보면, 정부가 창출하고자 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조차도 실업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1일 최장 6시간, 주 4일을 노동하기 때문에 최장 주 24시간을 노동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 저활용 지표’에 따르면 비자발적 단시간(주 36시간 미만) 노동자까지도 실업자로 포함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는 실업해소 정책이 아니라 실업자를 그저 반(半)실업자로, 실업자를 조금은 ‘반듯한’ 실업자로 만드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자발적 선택’이라 외장치면서 실업이 아니라고 우겨댈지는 모르겠지만.
* 실업통계: 그동안 정부가 발표해 온 공식 실업통계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고, 즉시 취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만을 실업자로 규정하는 최소 실업통계로서, 실제 실업의 규모나 상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고용률(64.2%)이 미국(67.1%)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2012, OECD 기준) 실업률조차 더 낮게 나오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2013년 9월 기준 한국은 2.7%, 미국은 7.3%)
** 노동 저활용 지표: 지표는 총 4단계로 이루어져 현재 공식 실업률로 발표되고 있는 최소 실업률부터 단계적으로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 잠재실업자를 모두 포함한 체감실업률까지 보여준다. 이 지표에 의하면 한국의 실업자 수(2013년 9월 기준)는 공식 실업자 수(72만4천명)의 4.8배에 이르는 많은 34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노동 저활용 지표는 그동안 발표해 온 공식 실업통계가 사실은 실업자 수를 대폭 줄여 노동자민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부르주아 정부의 사기요, ‘꼼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 “포괄적인 실업률까지 발표하면 국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공개 범위를 고민 중”(서울신문, “실업자 345만명.. 공식통계의 4.8배”, 2013.11.15)이라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상대적 과잉인구와 시간제 일자리, 그리고 자본의 노림수
자본가와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는 실업이 실업자 개인의 능력부족 때문인 것처럼 왜곡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펙쌓기’와 탈출구 없는 ‘평생교육’을 강요하지만,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정확하게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다. 즉, 자본주의적 축적 그 자체가 총자본의 필요를 충족하고도 남는 노동인구, 총자본의 필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잉인 노동인구를 끊임없이 생산해 냄으로써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총자본의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그에 필요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는 증가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예를 들어 총자본의 규모가 100에서 200으로 커질 때 그에 필요한 노동자도 50에서 100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70으로 증가할 뿐이어서 미처 팔리지 못한 노동력, 즉 취업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자본주의적 생산에 특유한 인구법칙인 상대적 과잉인구로 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실업의 구조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이 상대적 과잉인구가 자본의 필요에 따라 언제는 실업자로, 또 언제는 시간제 ‘알바노동자’로, 비정규직으로도 되는 산업예비군을 형성한다.
과잉 노동인구가 축적의 필연적 산물 또는 자본주의적 토대 위에서 부의 발전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이번에는 이 과잉인구가 자본주의적 축적의 지렛대로, 심지어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생존조건으로 된다. 과잉 노동인구는 [마치 자본이 자기의 비용으로 육성해 놓은 것처럼] 절대적으로 자본에 속하며 자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산업예비군을 형성한다. 현실적 인구증가의 한계와는 관계없이, 산업예비군은 변동하는 자본의 가치증식욕을 위해 언제나 착취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인간재료를 이룬다.
(K.맑스, <자본론 1권(하)>, 비봉출판사, 김수행 역, 2002, p.862)
상대적 과잉인구의 몇 가지 유형 중 ‘정체적 과잉인구’는 현역 노동자군의 일부로서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거나, 단시간․저임금 노동, 비정규직 전체를 포괄한다.
이 정체적 과잉인구는 자본에게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노동력의 무진장한 저수지를 제공한다. 그들의 생활형편은 노동자계급의 정상적인 평균수준 이하로 떨어지며, 바로 이 사실로 말미암아 그들은 자본주의적 착취의 특수부문들을 위한 광범한 토대로 된다. 그들의 특징은 최대한도의 노동시간과 최소한도의 임금이다. ... 이 정체적 과잉인구는 대공업과 농업의 과잉노동자로부터 끊임없이 보충되며, 또 특히 [수공업적 생산이 매뉴팩처적 생산에, 그리고 매뉴팩처적 생산이 기계제 생산에] 정복당해 몰락하고 있는 공업부문으로부터 보충된다. 그들의 규모는, 축적의 규모 및 활력의 증대와 함께 과잉인구의 창출이 진전됨에 따라 증대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노동자계급 중 자기 자신을 재생산하고 영구화하는 요소이며, 노동자계급의 총증가 중에서 다른 요소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요소이다.
(K.맑스, 같은 책, p.877~878)
이 정체적 과잉인구는 과거에는 농촌에 잠재되어 있던 과잉인구가 도시로 오면서 보충되었다면 이제는, 특히 ‘IMF외환위기’ 이후로는 자본의 정리해고, ‘희망퇴직’, ‘명예퇴직’과 같은 구조조정에 의해, 정년퇴직 이후에도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자라난 청년들로, 중소자본․자영업자의 파산으로 벌충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가장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 극심한 노동강도, 위험한 작업조건을 감수하면서도 “최저한도의 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반면, 시간선택제 일자리처럼 최소노동으로 인해 “최저한도의 임금”조차 얻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몇 개의 ‘알바’를 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추진계획 중 ‘사회보험 제도개선’ 방안에 “복수사업장에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two-job)가 사회보험 적용 및 급여에서 차별이 없도록 개선”할 것을 명시한 것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 역시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이 확인된다. 말하자면 시간선택제 노동자들은 ‘양질의’, ‘반듯한’ 일자리를 몇 개씩 가져야 될 처지인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고 자본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지만, 선택의 폭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시간대 안에서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입장에서 굳이 필요치 않은 시간에 일을 하도록 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본은 오히려 집중 노동시간대를 정해 필요성이 급증하는 것에 대응하려 할 것이고, 일시적으로 늘어난 시장수요에 대응하려 할 것이다.
또한 생산 필요성이 줄어드는 불황의 시기나 계절별 생산 감소 시기에는 짧은 노동시간을 유지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를 연중 계속해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해소하고,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생산의 확장과 수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선택제 노동자 몇 명을 연속적으로 노동하도록 배치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해고의 용이함까지 더해, 실제로는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을 대체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것의 기술적 적용으로 인해 생산직, 사무직을 막론하고 노동과정 자체가 상당한 정도로 단순화․자동화된 지금, 자본으로서는 굳이 고임금에 구조조정이 자유롭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특히 계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언제든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자본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세계대공황의 한복판에 있는 자본에게 있어 최고의 탄력성을 갖는 안성맞춤 고용형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임금의 본질이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 역시 임금의 본질을 은폐하고 저임금을 확대하는데도 용이하게 이용될 것이다. 시간제 고용형태에서 임금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필요한 비용, 즉 노동력 재생산비가 아니라 철저하게 노동에 따른 대가인 것처럼 설계되어 있다. 시간선택제 노동자의 임금(4대보험을 포함하여)은 시간급을 기준으로 노동한 시간만큼 지급될 것이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만이 눈에 보일 뿐이다. 결국 시간선택제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얻기 위해 몇 개의 ‘알바’를 더 찾아 나서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장시간 노동을 통해 부족한 노동력 재생산비를 벌충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대상은 주로 여성(주부)들에게 집중되는데, 자본과 박근혜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기능을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주부로 한정하고 기존 남성 노동자의 보조적 위치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4시간, 6시간 단기근로, 즉 과소노동과 저임금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또는 남편)의 임금을 보조하는 ‘가욋돈’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때문에 저임금이 아닌 것처럼 호도하게 된다. 가사와 일의 효과적인 병행이라고 호도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육아와 가사에 대한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에게 저임금․유연화 된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 과잉인구의 역할이 그러하듯,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중요한 역할은 노동자들 간 경쟁을 격화시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까지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임금을 저하시키며, 복지를 약화시킨다는데 있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극심한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며, 예컨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처럼 ‘노-노 갈등’을 일으켜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양질의’, ‘반듯한’이라 치장했던, 그리고 자본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중대결단을 내렸다는 듯이 거드름을 피우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바로 이러한 노동력, 즉 자본이 필요에 따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부려먹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노동력이면서 동시에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고 단결을 저해할 수 있는 노동력인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보장! 이라는 전 계급적 요구로!
만연한 실업과 빈곤을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 운운하면서 마치 ‘양질의’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박근혜 정부가 혹시라도 만들어내게 될 일자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증명하듯, 철저하게 자본을 위한 저임금․유연화 된 노동이고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해 반(半)실업으로 실업을 돌려막는 기만에 불과하다. 시간선택제의 본질, 자본과 박근혜 정부의 노림수는 이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고 굴지의 독점자본이 이에 호응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노동자민중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만연한 실업과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 저임금, 빈곤 등 언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록 저임금․최소노동일지언정, 이로 인해 또 다른 시간제 노동, ‘알바’를 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걸 빤히 알면서도 시간제 노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이 처한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규직, 아니 그나마 조금은 나은 비정규직조차 꿈꿔보지 못하는 현실, 전국 어느 지역, 사업장을 가나 비정규직, 반(半)실업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조차 별 차이 없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정규직, 시간선택제, 실업과 반(半)실업을 오가는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이다. 그것은 개별 자본, 자본가 집단, 반노동자적인 정부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축적 그 자체, 더 많은 이윤을 얻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자본 간 경쟁에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생산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 과잉인구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국유화)할 때 노동력이 상품이기를 중단하고, 비정규직이니 시간제니 하는 것도 사라질 것이며, 자본주의적 의미의 ‘완전고용’이 아니라 진정 말 그대로의 완전고용이 달성되어 실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은 정치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철폐될 때만을 기다려 오늘의 현실을 감내하고 참기만 한다면 자본주의 철폐의 길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축적이 진행될수록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을 노동과정에서 축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규직 노동을 비정규직 노동으로, 숙련 노동을 비숙련 노동으로 대체한다. 동시에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극심한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한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과학기술혁명과 그것의 기술적 적용으로 인해 이러한 경향은 더욱더 가일층 전개되고 있다.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를 축출하는 것,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은 자동화씨스템의 전면화, 기계설비의 개선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자들로도 생산이 가능하며, 숙련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현실에서는 정리해고와 같은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과 노동유연화 공세로 나타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혁신을 자본가들은 최대한의 이윤을 얻는데 이용하지만, 노동자계급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보다 약한 노동강도로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4시간, 6시간짜리 시간제 '알바‘가 아니라 정규노동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하루에 4시간, 6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노동에 대한 대가인 것처럼 임금을 주고자 하는 자본의 공세를 무력화시키고 노동력 재생산비로서 적정한 생활임금을 쟁취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남는 시간을 몇 개의 ’알바‘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더 많은 노동, 장시간 노동을 통해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와 문화를 즐기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돌보면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요구가 절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한 해에 벌어들인 이윤이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원 전환해도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생산력의 급격한 발전으로 노동시간의 대폭적인 단축도, 적정한 생활임금도 충분히 가능한 요구다. 자본가계급은 자신들의 이윤이 침해받는 것, 오직 그것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 역시 이들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폭력적으로 짓밟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투쟁,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투쟁,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쟁취라는 전 계급적 요구를 부여잡고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 자본주의 철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