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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4호] KBS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 - KBS계약직 지부 홍성현 사무국장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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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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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13:36:15, 조회:2,611, 추천: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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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 - 이 투쟁은 우리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 KBS계약직 지부 홍성현 사무국장 인터뷰
미디어법 개악 반대투쟁이 한창 진행되던 여의도에서는 또 다른 투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 6월 KBS에서 일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발표되면서 수십 명의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해지 되는 일이 벌어졌다. KBS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은 자본의 이해에 따른 당연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시기에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올해 7월이 되면서 비정규악법이 통과한지 2년째 되었기 때문이다. 7월이 다가오자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대란을 걱정한다는 듯이 떠들면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개정하거나 유예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때맞춰 국가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 혹은 준공기업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연달아 발표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한곳이 바로 KBS다.
(다음은 당시 기간제사원협회 홍성현 사무국장 동지와의 인터뷰다. 지금은 언론노조 산하 KBS계약직 지부로 편제되어 있다.)
KBS 기간제 노동자들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시설관리부터 방송제작(편집, CG, 조명, 오디오, 뉴스진행제작, 사운드 등), 시청자상담, 안전관리 등 방송국 내 대부분의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들이 있다. 몇 가지 업무를 빼놓고는 정규직 사원들과 기간제 사원들이 함께 일한다. 기간제 사원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연봉계약직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평균 4~5년 정도 일을 계속해왔고 10년 이상 된 분도 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떠한가요? 정규직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기간제 노동자들의 업무가 광범위해서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연봉은 1000~2000만원 사이로 다양하고 4대 보험은 가입되어 있다. 주5일에서 6일 정도 일하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일 할 때도 있다. 어떤 업무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할 때도 있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지는 않다. 기간제 직원들은 이렇게 장시간 일을 하고 돈은 적게 받는다. 왜냐하면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시간외 수당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차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수신기술팀의 경우 전봇대에 올라가는 업무를 하기도 하는데 정규직 직원은 생명수당을 받는 반면 기간제 노동자는 받지 못한다. 그리고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각종 복지혜택이나 수당에서도 차별이 있다.
사측에서 420여 명 정도의 기간제 노동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요?
6월 5일에 KBS 노사협의회에서 경영개혁단의 비정규직 인력 운영안이 공개 되었다. 그 내용이 바로 기간제 노동자 420명에 대한 계약해지 또는 자회사로 업무이관 등의 구조조정안 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령자, 전문가는 연봉계약을 유지하고 장애인, 전문기자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 외에 230여 명의 인력은 자회사나 도급회사로 이관한다고 발표했고 나머지 89명은 순차적으로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에서 갑자기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회사는 2011년 까지 15% 인원 감축을 빌미로 대량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상의 이유도 구조조정의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것은 경영을 잘못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사측에서도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한다고 해서 경영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흑자 발표까지 했었다. 이런 상화에서도 기간제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은 KBS 사장의 연임 및 정부 여당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기간제 노동자를 제물로 삼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서 어떻게 대응하고 투쟁하고 있나요?
도저히 정리해고와 자회사 전환을 인정할 수 없어서 6월 13일에 KBS 기간제사원협회를 발족했다. 발족 이후 출근 피케팅 및 선전전을 시작했고 KBS 노조와 간담회 그리고 정규직 직원들과의 연대의 밤을 진행했다. 또한 법률상담과 기자회견 등을 병행하면서 KBS와 각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그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면서 쌓인 것들도 많아서 끝까지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에서는 계속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고 있지만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 기간제사원협회의 1차 요구는 부당해고 철회이다. KBS가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의 대표 케이스가 되었는데 공영방송인 만큼 그 영향력은 크다고 본다. 때문에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KBS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들과 기간제사원협회의 관계는 어떤가요? 노조가 아니라 사원협회를 발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KBS 노조에서 직가입이 통과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원은 해주고 있고 몇몇 조합원들이 도와주고 있다. 사원행동은 정식 단체가 아닌 만큼 단체차원으로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개개인으로 도와주고 있다. 일반 사원들도 우리의 투쟁에 지지를 하고 있다.
노조가입은 현재 준비중이다. 기간제사원협회는 체계가 잡히기 이전에 우선 발족한 것이다. 때문에 다시 체계를 잡기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곧 노조체계로 전환 할 것이다. (현재는 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로 공식출범한 상태다.)
이번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이면서도 방송업무를 하고 있는 방송노동자로서 미디어법 투쟁과도 연관성이 높은데 미디어법에 관한 기간제사원협회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협회차원으로는 아직 미디어법에 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미디어법이 가지고 있는 반공익적, 반노동자적, 친재벌적인 맥락이 근본적으로 문제라고 본다. 바로 미디어법이 자본의 이해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디어법이 통과 되면 앞으로 방송은 더욱 상업화 될 것이고 공영방송의 사회공공성은 깨질 것이다. 또한 방송이 자본의 이해를 더욱더 대변하게 되면서 또다시 대량해고를 발생시킬 것이고 계속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침탈할 것이다. 때문에 미디어법은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한다. 미디어법은 꼭 막아내야 한다.
끝으로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정규악법을 비판해야할 공영방송이 오히려 나서서 파견제를 옹호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 볼 때 정부코드에 맞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려 든다는 것은 일리 있는 주장이다. 겉으로는 ‘일자리는 희망’이라는 광고를 하면서 안으로는 대량해고를 하고 있다. 이번 계약해지는 100% 부당해고다.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되는 시기에 공영방송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여기서 무너져 버린다면 갈수록 희망은 사라질 것이다. 이 투쟁을 꼭 승리해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이 투쟁은 우리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결국 해고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와 정부의 입김이 세게 닿는 곳에서만 해고 대란이 벌어졌다. 이것은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가 개별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공회의소나 경총에서는 일관되게 비정규직의 기간제한을 폐지하자고 주장 하고 있고 지금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자본의 주장과 대놓고 같이 하고 있지 않지만 개정이든 유예든 결국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를 같이 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 일괄적인 비정규직 해고를 주도하고 있다. 쌍용차 투쟁에 있어서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부 개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다각도로 쌍용차 투쟁을 깨기 위해 쌍용차 자본과 연계해 공세를 펼쳤다. 적들은 개별자본 정부 할 것 없이 계급적인 이해로 똘똘 뭉쳐서 노동자 계급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 받고 있는 노동자 계급은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하고 있다. 홍성현 동지는 자신들의 투쟁이 자신들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쌍용차 투쟁을 계기로 많은 노동자 민중들은 그것을 약간이나마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적들의 공세에 다시금 힘을 모아 반격할 때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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