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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30호/ 전진, 해방연대 선거강령 비판 - 대선기획연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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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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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7 00:09:30, 조회:2,642, 추천: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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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해방연대 선거강령 비판 - 대선기획연재(2)
우리는 지난 호에서 선거를 전략이자 전술로 보고 있는 자민통과 다함께의 선거주의, 의회주의를 비판했다. 이에 반해 전진과 해방연대는 선거강령을 제출했다. 후보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 보다 선거강령을 제출한 것은 정치노선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선거에 임한다는 점에서는 자민통과 다함께의 방식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선거강령이 과연 남한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진정한 강령인지는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선거 시기에 한정해서 제출하는 선거강령을 따로 두지 않는다. 혁명적 정치와 사상이 담긴 강령을 선거라는 특수한 국면 속에서 어떻게 제출하고 투쟁할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선거와 국회를 단지 전술적으로 활용한다는 우리의 입장과 일치한다. 따라서 선거강령은 자본주의 폭로를 담은 대중들에 대한 정치적 선전과 선동, 대중의 계급적 의식의 강화, 자본주의 철폐와 노동자계급해방의 전망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호에서 전진이 제출한 정치 강령과 경제 강령을 중심적으로 비판할 것이다. 또한 정치 강령에 있어서는 전진과 유사한 해방연대의 선거강령을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과 관련이 있는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가 주장하는 ‘연대사회’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비판을 할 것이다.
전진, 혁명인가? 선거혁명인가?
전진은 선거강령에서 ‘연대의 사회’를 제출하고 있다.
“21세기형 보편적 복지를 함의하는 ‘연대의 사회’라는 이상을 제시한다. 연대의 사회는 자본주의 자체의 극복을 위한 이행의 역량과 의지를 잠재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요즘 운동 진영 내에서 ‘이행’의 문제는 유행이 되었다. 그런데 ‘이행’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저절로 자본주의를 사회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들의 이행이 이행을 가로막고 이행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면 그 이행은 개량주의를 은폐하는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전진이 이행의 상으로 제출한 ‘연대의 사회’는 그 자체로 사회주의가 아니다. 전진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가는 중간에 ‘연대사회’라는 또 다른 과도기를 설정한다. 이행의 사회에서 핵심은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전진은 ‘소유권에 대한 과감한 제한’을 연대사회의 핵심적 조치라고 말한다. 이 점은 “우리는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이것은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하여 시장을 활용하는 경제체제로서, 경제의 효율과 안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에 대한 평등한 분배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민주노동당 강령 과 일치한다.
“우리는 기간산업의 공적소유 확대, 경제기획위원회 설치와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화, 금융통제기구의 민주적 재편 등의 요구가 단지 과거 사회주의 세력의 전통적 요구여서가 아니라 당면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선거투쟁에서 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진은 기존의 전력, 에너지, 통신, 교통 등의 기간산업은 국유 공기업으로 계속 유지하고 이미 사유화 된 공기업들도 재국유화, 공기업화를 추진한다고 하고 있다. 전진은 이러한 경제 강령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사회의 전면적 재구성을 위한 제헌의회를 소집하여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제헌의회에서 전면적으로 재구성한 헌법에 의해 정치권력의 주체인 동시에 생산과 분배의 주체인 민중대표자회의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다. 이 민중대표자회의의 구성은 계급 대표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산업(노동자), 지역(농민), 업종(자영업자) 등으로 세분화한 다양한 선출단위 도입을 구상할 수 있다. 선출권자는 각자의 계급적 이해에 따라 복합적 선출단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총의석에 정확히 반영된다. 각 정당은 자기 계급의 대표집단으로서, 계급대중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대의하게 된다. 생산과 분배에 대한 직접생산자의 지배는 생산의 무정부성을 극복하는 초기업적 계획과 조절에 의해 관철되어야하며, 최종적으로는 전 민중의 대표기관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민중대표자회의에 의해 연대사회의 경제를 계획하고 운영할 (가칭)경제기획위원회를 설치한다. 이 경제기획위원회는 민중대표자회의의 통제를 받으며 공기업 및 사회적 기업의 지분을 소유, 통제할 수 있는 기구이다. 전진은 민중대표자회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관료 권력과 자본의 배후 결탁을 묵인하는 3권 분립과 대의제라는 낡은 고정관념에 대하여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진의 선거강령은 혁명적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의 추구는 철저하게 개량주의적 방식이다. 전진의 근본적 혼란과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전진이 말하는 조치들은 상당수 혁명적 조치가 아니면 취해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전진은 혁명을 회피하고 개량주의적이고 정책적인 방식으로 혁명적 내용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전진이 혁명적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노동당이 ‘당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노동당이 자본주의 원리와 다른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에서도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전진에게 있어서 집권과 다수 의석 확보라는 관문은 ‘연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전진의 선거강령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전진은 ‘연대사회’를 만들어 감에 있어서 ‘혁명’을 한사코 회피하려 하고 있다. 만약 전진의 방식대로 점진적으로 혁명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누가 피를 흘리며 엄청난 희생과 고난이 따르는 혁명을 하려 하겠는가?
로자는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에서 개량주의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베른슈타인을 비판하면서 “임금 노예제가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임금 노예제를 단계적인 ‘법적인 방법으로’ 폐지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전진은 대통령 선거라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합법적인 절차를 존중한다. 이 합법적인 절차가 없이 전진의 ‘혁명’적 조치는 단 한발도 전진할 수 없다. 합법적 절차를 통해 집권한 전진은 ‘혁명’적 조치를 위해 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헌법은 기존 자본주의의 3권 분립과 대의제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전진은 먼저 제헌의회를 소집해서 헌법 개정을 통해 만들려고 하는 민중대표자회의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운 헌법제정을 해서 민중대표자회의를 소집하려고 하는 제헌의회는 철저하게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헌법에 기초한 합법적 절차로 당선된 정치세력이 갑자기 의회주의 질서의 3권 분립과 대의제를 무시하고 제헌의회를 소집할 수 있는가? 전진의 방식대로 제헌의회를 소집할 수 있으려면 부르주아 세력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하거나 선거에서 압도적 다수를 장악해야 한다. 만약 부르주아에게서 투표권을 박탈한다면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혁명적 조치이다. 이것이 아니고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장악해서 만든 제헌의회에서 다수결로 새로이 만든 헌법으로 민중대표자회의를 구성한다면 그것도 부르주아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물론 선거권 박탈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핵심은 아니지만 부르주아가 격렬하게 저항하는데 한가하게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 선거권 부여는 불가피하게 노동자 권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부르주아의 저항이 격퇴됐을 때 가능할 수 있다.
전진의 민중대표자회의의 구성은 노동자 계급과 농민, 자영업자 등의 소부르주아로 제한되어 있다. 전진의 제헌의회, 민중헌법과 민중대표자회의의 구성은 혁명적 조치가 없이는 취해질 수 없다. 만약 부르주아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면 부르주아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서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진은 혁명을 회피하고자 선거로 당선되었지만 내전을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전진에게 ‘당선’이라는 의회주의적 수단은 오직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확인 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전진은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혁명적 조치를 취할 명분과 권위, 정통성을 가져다준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 목적이라면 굳이 선거가 아니더라도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을 것이다. 여론 조사와 집회에 동원되는 수로도 가능하다. 만약 선거라는 절차를 통한 정통성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것은 3권 분립과 대의제라는 부르주아 질서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의회질서를 존중하는 절차로 당선된 정치세력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이 질서를 거부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다름 아니다.
전진이 합법적으로 집권한 뒤 행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 없이는 수행될 수 없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누군가가 머리 속으로 고안한 조치가 아니라 혁명을 수행하려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적인 조치이다. 혁명적 경험 없이 의회주의적 자본주의 질서에 적응하던 노동자 계급이 ‘당선’ 이후에 벌어지는 혁명적 내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에 맞서는 혁명적 경험과 훈련, 투쟁 과정에서만 노동자 계급은 혁명적으로 변모하고 혁명적 규율과 혁명적 이데올로기를 갖출 수 있다.
전진은 1973년 합법적인 선거로 당선되어 사회주의적 조치를 취하려다가 패배한 아옌데의 경험을 망각하고 있다. 선거로 집권한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경우에도 반혁명 쿠데타에 맞서 계급투쟁을 했어야 했다. 차베스는 여전히 부르주아 대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몰수라는 혁명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로 주목받고 있는 차베스가 온전하게 사회주의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사적소유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필요하다. 결국 이 조치는 베네수엘라 자본가 계급에 대한 무자비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니고서는 수행할 수 없다. 차베스가 이 조치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차베스는 아옌데의 전철을 밟거나 자본주의 질서를 따르고 있는 브라질 룰라의 뒤를 밟게 될 수밖에 없다.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남미형 ‘제3의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전진은 기존 러시아 혁명의 사례를 피해가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소비에트, 평의회라는 용어를 굳이 쓰지 않고 민중대표자회의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진의 민중대표자회의는 평의회, 소비에트와 다르지 않다. 평의회는 역사적 산물이라고 했다. 평의회는 일상적인 시기가 아닌 혁명적 시기의 산물이다. 평의회는 혁명기나 준혁명기에 출현하여 무장봉기를 수행하는 혁명적 기구이고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나서는 사회주의 대중권력 기구이다. 이 대중권력에 의해서 자본가들의 사보타지와 저항을 막고, 새로운 사회를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다.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 혁명적 상황에 이 평의회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출현했다. 평의회는 누군가가 고안하거나 법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전진은 민중대표자회의를 구성함에 있어서 혁명의 역사에서 필연적으로 출현했던 평의회의 원리와 경험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전진은 자신들의 개량주의를 은폐하기 위해서 혁명적 기구인 민중대표자회의를 혁명 없이 도입될 수 있는 기구로 만들어 놨다. 제헌의회와 헌법제정은 혁명의 산물이다. 그런데 전진은 헌법제정으로 혁명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전진은 선거로 투표혁명을 하겠다는 것인가?
공상으로 가득 찬 전진의 경제 강령
전진이 말하는 사회주의가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것인지는 전진의 경제 강령에 더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위에서 말한 경제 강령을 수행하기 위해 사유화 된 공기업의 재국유화와 민간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전진은 자본주의 사적 대기업의 몰수라는 혁명적 조치를 피해서 점진적인 정책수단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전진은 민간 대기업은 노동자 대표, 각 이해집단 대표 등으로 50%의 공익이사를 두어서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지분을 소유하지 않아도 공공적, 사회적 성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점자본이 소유한 민간 대기업에 50%의 공익이사를 두고, 점차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변모시켜나갈 수 있는가?
이들이 말하는 경제기획위원회는 영국 노동당의 국민기업위원회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 영국 노동당은 1974년 선거강령으로 국민기업위원회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민간 대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것의 정책적 수단은 국민기업위원회가 민간 대기업의 주식을 사들여서 점진적으로 국공유화 하는 것이다.
전진은 적립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을 가지고 독점 자본의 지분을 사들여서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곽노완 교수(경상대) 등이 주장하는 연기금 사회주의다.
“기존에 적립된 연기금을 주식회사의 폐기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며, 연금 및 기존 자본 소득을 모든 사회 성원에게 연령별로 분배하는 ‘사회연대소득’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다.”(곽노완, ‘연기금 사회주의와 기본 소득제도 -이행전략으로서의 한계와 가능성’)
전진은 이러한 사회연대소득이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지배지분을 획득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대담한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전진은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사회화는 노동자들이 한 기업을 소유하는 종업원 소유제와 달리 전 사회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연기금 사회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연기금을 연기금 사회주의의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국민연금에 있어서도 절반을 자본가가 내기 때문에 자본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자본가 계급과 같은 지배계급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신중간계급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국민연금이 사회연대소득으로 쓰이는 것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기금 사회주의의 전제조건은 자본가의 이윤배당을 없애는 것이다. 대주주인 자본가의 이윤배당을 없애야만 배당이 소멸되어 자본가가 소주주로 전락하여 보유주식을 없앨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본가의 이윤배당을 없애는데 있어서도 자본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자본가가 자신의 보유주식에 대한 이윤배당을 없애는 것을 동의할 수 있는가? 여기에 투자된 연기금은 배당수익 보다는 주식 장기보유를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지배지분을 획득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갈 이윤배당을 없애서 시민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자본가들은 이 조치에 대해 목숨을 걸고 저항하게 될 것이다.
설사 이 조건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연기금을 가지고 지배지분을 확보하려면 연기금이 지급되지 않고 몽땅 기업지분에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기금은 현행의 보험 납부율과 연금 지급액을 유지하면 2040년에 고갈된다고 하고 있다. 과연 배당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지배지분을 유지할 만큼 지급으로 고갈되는 연기금을 메울 수 있을 것인가?
연기금 사회주의는 연기금으로 대규모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사유화 대상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정된 연기금으로 기존 사적 대기업의 지배지분을 획득하고, 시민기본소득을 제공하고 독점자본과 경쟁하면서 사유화 대상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국민연금으로 양극화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독점자본은 산업자본만이 아니라 생명보험회사 등 각종의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연기금으로 인해 지배주주로서의 위치가 흔들린다면 금융기관을 동원해서라도 지배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남한 자본가 국가는 퇴직연금제를 도입하여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의 일부인 퇴직금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가 국가의 조치는 독점자본에게 막대한 자본을 공급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연기금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을뿐더러 퇴직연금제와 같이 주식회사에 자본을 동원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전진은 혁명을 회피하고 실현가능한 사회주의를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철저히 공상에 빠져 있다. 오죽하면 이 연기금 사회주의의 주창자인 블랙번조차도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자본주의 제도를 인수하여 운영해야 한다.”면서도 “이러한 소유관계상의 교체가 자본주의라는 외피와의 근본적 단절 없이는 거의 틀림없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진은 연대사회의 토대로서 산별노조가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전진은 산별만능론자들답게 산별노조를 연대사회의 토대로까지 보고 있다. 전진은 현재 자본주의 국가를 활용하여 자본가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 전진의 공공성 주장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전진은 영국 노동당의 공세적인 국공유화 정책과 사회주의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1929년 제1당이 된 이후 단독정부를 구성한 뒤 몇 차례 집권을 하면서 주요 산업의 국유화 조치, 완전 무료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노동당은 주요한 집권의 시기에 1929년, 1974년 세계 대공황을 맞는 등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부침에 따라 자신들이 도입한 복지정책을 대거 후퇴시키고, 임금 동결, 실업수당 삭감, 파업권 제약 기도 등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결국 97년 토니블레어 정권의 집권과 2001년 재집권을 거치면서는 완전히 부르주아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신자유주의적 조치와 이라크 전쟁 참여 등 반동적인 정당으로 변모했다.
“노동당은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 또는 불황에 빠지면 언제나 노동자계급을 희생하여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 이것은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노동당의 이념 그 자체의 약점 때문이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하여 자본가들이 충분한 이윤을 얻는 동안은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사회보장제도가 확충하지만, 불황이 오면 임금수준이 저하하고 실업이 증가하며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는 것을 우리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보아 왔다. 노동자의 운명이 언제나 자본가의 운명에 달려 있는 상태가 바로 노동자의 노예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며, 노동당은 결코 노동자의 노예상태를 철폐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김수행 서울대 교수, ‘영국 노동당 100년의 역사’)
전진은 정치 강령에서는 혁명 없는 혁명적 조치를 운운하고 있으며, 경제 강령에서는 이미 파산 난 영국 노동당의 이념을 따르고 있다.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를 밝히지 않는 해방연대
전진과 마찬가지로 해방연대도 이번 선거에서 진보세력의 경제대안으로 사회주의적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철도, 전력, 가스의 사기업화는 중단되어야 하고 이미 사기업화 된 통신과 제철은 다시 공기업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공기업화 되는 부문에서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통제의 도입으로 운영이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은행과 기간산업은 사회화되어야 하고 이 부문에서도 노동자통제가 도입되어야 한다.”(성두현 노동해방실천연대(준) 대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경제대안)
해방연대는 사회적 소유와 노동자 통제를 기반으로 해서 사회전반에 사회적 소유를 확대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시장을 대신하는 사회적, 계획적, 의식적 조절을 강조한다. 해방연대는 노동자 통제를 위해서 공장/직장위원회가 구성되고 이 기관이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대중적 권력기관인 민중대표자회의를 수립해야 한다고 한다.
정치 강령에서 민중대표자회의를 수립한다는 데에 있어서는 전진과 해방연대의 강령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전진에 대한 비판은 해방연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해방연대는 전진과 다르게 연기금 사회주의 같은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해방연대에게 있어서도 사회주의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현존의 국가기구에 대한 태도는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해방연대 대표인 성두현은 평등연대 시절 ‘사회주의로 가는 우리의 길’에서 기존 국가기구를 반동적 기구와 정당한 기구로 분류하여 이 중 반동적인 억압기구와 이데올로기 기구만을 파괴한다는 국가기구 변형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해방연대에게 있어서는 집권이라는 계기와 지방자치체 등 민주주의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전진과 마찬가지로 해방연대에게도 선거를 통한 집권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해방연대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은 무엇인가?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해방연대에게 집권이라는 의회주의적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성두현은 또한 이 글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부르주아 정권의 타도, 대체권력의 수립, 혹은 이중권력 상태를 통한 부르주아 정권의 타도라는 경로는 현실적 타당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직의 정치노선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방연대에게 묻고자 한다. 해방연대는 과거 이러한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해방연대는 어떻게 대중적 권력기관인 민중대표자회의를 수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결국은 해방연대에게 있어서도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가 핵심적인 문제인 것이다. 대선강령이라고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에서는 전진과 똑같이 ‘연대사회’를 이행기 사회의 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연대사회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그 중간의 이행기 사회이다. 이들은 노동자 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더라도 자본주의 원리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주의 원리와 경합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사회주의 사회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과도기적 연대사회가 필요한 이유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회 구성원이 다수지만 아직 노동자 계급이 구상/실행의 분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전지구적 혁명이 없는 일국적인 사회주의 혁명은 전지구적 자본주의로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 과도기 사회가 사민주의와는 구별되는 결정적 차이점은 사회주의적 주체가 정립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모순이다. 구상/실행의 분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이 과연 사회주의적 주체가 어떻게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주장은 과거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과제 앞에 민중권력이라는 과도기 사회를 두었던 민중민주(PD)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는 세계혁명 없이는 일국 혁명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혁명을 회피한다. 일국혁명 없이 어떻게 세계혁명이 있을 수 있는가?
PD파의 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주장은 과거 남한 자본주의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곧바로 이행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근거를 가지고 제시됐다. 남한 자본주의의 독점화를 인정하면서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권력을 설정한 PD파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 그런데 당시 보다 남한 자본주의는 한층 더 고도로 발전했다.
노동자 계급은 고도로 사회화 된 남한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분배를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혁명 당시에 레닌은 이미 국가행정 업무가 단순화되면서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운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통계와 회계에 있어서는 무장한 노동자 계급이 전문가를 통제하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컴퓨터와 각종 정보통신 능력, 자동화된 기계의 발전으로 통계와 회계가 훨씬 더 단순해졌다. 노동자 계급의 지적능력도 훨씬 더 높아졌다. 러시아 혁명 당시에 전문가로 불리던 세력들도 대부분 노동자 계급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도 노동자 계급이 구상/실행의 분리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사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국은 당면한 혁명의 과제를 피하는 기회주의적 주장에 불과하다.
우리는 연대사회 주장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해방연대를 다루면서 연관성을 묻고자 한다. 해방연대는 ‘연대사회’의 핵심적 주창자인 김승호를 민주노동당 내 대선후보로 내세우려 제안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해방연대는 김승호가 주장하는 ‘연대사회’에 대해 동의하는 것인가?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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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프스키 |
2011-08-16 |
1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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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지적이지만 '볼리비아의 차베스'가 아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맞습니다. 볼리비아는 같은 제헌의회 주의자(물론 자본주의도 존속하는!)인 모랄레스 입니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라서 이런 혼동도 발생하긴 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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