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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5호]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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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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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18:39:55, 조회:2,854, 추천: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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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
현장 활동가
‘노동자’라던가 ‘자본’이라는 용어조차 나와는 별 상관없다는 듯 외면하면서 그저 현실에 쫓기고 미래만을 향해 질주하며 고민하던 내 나이 스무 살 즈음, 온갖 손에 잡히는 책들은 그저 흥미를 쫒아, 때론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때 읽었던 막심 고리끼의『어머니』라는 묵중한 책이 자본의 본질을 알게 된 후 투쟁의 과정에서 결코 짧지 않은 수차례의 투옥을 치르는 세월동안 책장 한구석에 뿌옇게 먼지가 쌓였다. 철창 감옥 독방에서도 그저 자신을 재무장하기 위한 책에 몰두하면서 때때로 어머니 생각이 날 때면 그저 자식으로써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근심, 걱정만 안기는 것 같은 죄송함으로 용서를 구하곤 했다.
첫 구속 때 뭐라 구속사실을 전해야할지 몰라 친구 놈을 통해 해외출장으로 거짓말을 하고 두 번째 구속 때에야 비로소 투쟁을 하게 된 상황과 민중을 기만하는 놈들의 실체를 진지하게 담아 보낸 편지글을 통해 어머니의 이해를 구했다.
출소 후 마주한 어머니는 그저 “조심해라 조심해”라는 자식에 대한 걱정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다.
이제야 여유를 가지고 나의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마주하면서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한 번 책장을 넘겨본다.
여기 러시아혁명 과정을 배경으로 펼치는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속에는 이러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혁명적 노동자의 어머니모습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펼쳐낸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에는 어머니 뻴라게야 닐로브나 브라쏘바가, 아들인 평범한 청년노동자 빠벨의 굳건한 동지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극히 평범하다. 술주정뱅이에다 걸핏하면 아내에게 주먹질을 해대는 그러면서도 평생 육체노동으로 가족을 벌어먹였던 남편과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일찍이 술에 빠져든 철부지노동자 아들로 인해 오랫동안 한을 품고 살아야했던 여인이 바로 그녀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아들을 통해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점차로 그녀는 아들 빠벨의 혁명운동에 동조할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의 공포. 순종. 희생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게 된다. 이야기는 비록 혁명의 실패와 혁명적 기운의 좌절로 흐르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우리들은 혁명의 궁극적 승리를 확신하게 된다.
자식이 체포된 뒤, 아들의 정당함을 호소하다가 체포되어, "천벌을 받을 놈들, 피바다를 이룬다 해도 진실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라는 당당한 노동자의 어머니로 외치며 끝을 맺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암울한 시절 우리의 투쟁 과정에서 민주화가족협의회 소속 어머니들이 절대권력에 대해 보인 분노한 모습이 떠오른다.
하루하루가 공장생활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기계와 검은 굴뚝아래 먼지투성이 끈적끈적한 기름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의 행렬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노동자촌의 일상이 전해주는 축적된 피로와 더불어 노동자들의 슬프고도 고된 생활상은 신랄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가슴 한켠 답답함을 전해준다.
슬프고도 고된 인생 그것이 오히려 평범한 삶이고 이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은 좌절되었고 생활에 변화가 온다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부담으로 받아들여졌다. … 노동자들은 50여년을 이렇게 살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만다.
이러한 공장촌에서 빠벨 또한 평범한 노동자의 모습으로 찌든 삶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이런 아들의 진정한 고뇌를 사랑과 애착으로 지켜보며 함께 혁명적 동지로 발전해가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공장촌 삶의 과정에서 고통 받으며 불치의 병으로 아버지 블라쏘프가 죽자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연민으로 아들은 어머니를 보며 변한다. 어머니 또한 자신의 눈물로 인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아들과, 이틀이 멀다하고 이 모자의 집을 방문하는 건전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생활상의 변화를 겪게 된다. 지독히도 토론을 좋아하고 금지된 책을 열독하며 지식인들과 대화하는가 하면 어머니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을 쏟아내는 이 패거리들은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이들과 어울리는 아들을 향해서는 슬픔과 근심으로 억눌렸다
이때 어머니는 옳지만 위험한 길을 가는 아들을 믿고 지지해주는 어머니도 있을 테고, 옳은 것보다 위험한 길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반대하는 어머니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전자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에게는 아들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삶의 전부였고 그것은 믿음이었다. 하지만 곧 어머니로 하여금 아들의 눈, 얼굴, 아들이 하는 얘기 이 모든 것들이 진심으로 어머니를 이해하면서 고통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여자로서의 자기존재를 인식시켜주는 모든 말들이 절대적으로 옳게 느끼게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비참한 삶에 대한 분풀이로 어머니께 매질을 했던 겁니다. 그 비참한 삶에 대한 분풀이로 … 그 비참한 삶에 짓눌려 살면서도 아버진 그게 무엇 때문인지 몰랐던 거예요 … 공장을 위해 일하다 죽어간 겁니다. 어머니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조금이라도 즐거웠던 적이 있었습니까? … 어머니, 이젠 제가 하는 일과 가고자하는 길을 모두 말씀드렸어요. 저를 사랑하신다면 제발 제 길을 말리지 말아주세요 … 에미는 이제 아무 말도 않겠다만 조심해라, 조심해!
이렇듯 이 책의 곳곳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진솔한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로 노동자의 진실을 대중적 화제로 교감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혁명의 과정에서 주체로 변화해 간다.
이로 인해 어머니는 소택지복개공사비를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데 반대하여 개최된 집회에서 아들이 체포되자 자신이 행상이 되어 몸에 유인물을 숨기고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들에게 은밀히 배포하면서 변혁의 주체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5월1일 노동절시위의 선두에서 아들이 깃발을 들고 무장경찰을 향해 행진하다가 무자비하게 구타당하면서 체포되자 아들이 들고 있던 부러진 깃발을 들고 아들의 뒤를 이어 행동하며 단련과 성숙의 과정을 보인다.
아들이 감옥에 간 이후, 진정한 노동자들의 모임은 도시에 있는 니꼴라이 집에서 이루어지는데 어머니도 아들의 부탁으로 니꼴라이 집에서 생활을 하면서 한참동안 쓰지 않던 글도 배우게 되며 출판일을 돕기도 하고, 농촌에서 사회주의운동을 펼치는 동지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더욱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
어머니는 사회주의를 하면서, 권태롭고 단조로운 삶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후 피고로 나선 한 평범한 노동자가 법정진술을 통하여 노동자 계급의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며, 빠벨에게서 20세기 초 러시아의 혁명적 노동자의 몇 가지 본질적인 특징, 즉 강인한 의지, 명확한 투쟁목표, 낙관적인 정신을 재현하고 있다. 법정에서의 빠벨의 당당한 진술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것은 빠벨이 높은 정치의식을 지니고 이론적으로 무장한, 성숙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아들의 법정진술 유인물을 배포하던 어머니는 결국 경찰에 잡혀 폭행을 당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지만 아들이 전해준 노동자 진리를 계승하여 계급적 자각 속에 실천으로 표출시켜 어머니 자신이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의 자주적 투쟁으로 전제와 부르주아착취제도의 의존적 굴레를 뚫고 혁명적 노동자로 단련되는 과정을 전한다.
이 작품 이전에도 노동계급을 등장시킨 작품은 많이 있었으나 이들 작품에서는 노동계급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희생물로서 동정의 대상으로만 묘사되었을 뿐,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불의와 맞서 싸우는, 역사발전 주체로서의 노동계급을 묘사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여기에 바로 역사를 정확히 관통하는 작가로서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확실히 이 작품에 빠벨로 형상화된 노동자는 종전의 작품에서 보아오던 무기력한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고달픈가를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고 자각하며 역사의 변혁을 꿈꾸는 능동적인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이 작품의 흐름이 주인공의 어머니의 의식변화 과정에 맞추어져 있듯이, '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역사변혁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사실적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자연 발생적인 운동이 목적의식적인 조직적 투쟁으로 전개되어가는 과정도 묘사하고 있다.
현재 자본가 세상에서 자본가들의 욕망아래 하루하루의 삶을 임금노동자로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현실 속에는 언제나 항상적으로 혁명적 의식은 잠재해 있다. 여기서 아들 빠뻴은 이러한 혁명성을 질식시키고 짓누르며 가족이라는 터울아래 가두어 예속과 억압의 구조를 강화해 자본의 착취이윤을 높이려는 한줌의 재에 지나지 않는 지배계급 모리배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사유제산제도에 대항하여 우리는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배계급은 한덩어리가 되어 자기들의 향락을, 자기들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지금껏 우리를 이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누릴 자유를 찾기 위해 지배계급의 국가권력을 전복하고 이를 노동자 계급의 손에 장악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모든 생산수단을 노동하는 사람에게! 만인에게 노동의 의무를! 사유재산제도를 철폐하라!
우리에게 어머니는 무엇인가? 어머니는 가정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자식과는 한 몸이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에 어머니는 모험적이기보다는 안정을 원한다. 가난을 견디기 위해서 언제나 노동을 해야 했고 그런 까닭에 교양이나 식견은 찾아볼 수 없는 어머니.
그 스스로는 도무지 다른 세상이 올 수 있을지 상상조차 못하는 어머니. 무엇보다도 먼저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 혁명은 언제나 우리들 어머니에게 몸조심하고 지나가야할 금기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머니를 노동자 빠벨은 혁명적 동지로 조직하고 실천하게 지도했다.
자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해고, 노동조건 후퇴와 전체 노동의 비정규직화를 통한 현장의 노동통제에 맞선 장기파업은 더욱 치열하고 처절하게 전개되는 투쟁의 과정에서도 가족(家族)이라는 틀은 언제나 한 고비 한 고비 넘고 넘어야할 또 하나의 조직대상이 되고 있다. 장기 파업농성과정에서, 때론 목숨까지 불사해야하는 투쟁과정에서 때론 자본이 조장하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은 노동자계급 가족의 동의와 지지, 더 나아가 동지로서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반드시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앞당길 수 있음을 본다. 항상 어머니의 존재는 나의 가슴 안에 깊숙이 자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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