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공세적인 생존권 투쟁으로 매각 투쟁 승리하자!!
쌍용차 매각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란싱으로의 매각 실패 후 다시 상하이 자동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채권단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오는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3주간에 걸쳐 서류실사를 진행하고, 이후 4일간 현장실사를 진행하여 늦어도 10월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야말로 자본의 의지대로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쌍용차 처리가 결론지어지면 남한 자동차산업의 4사 중심으로의 재편이 일정정도 마무리될 것이다. (97년 기아부도 -> 98년 현대차, 기아차 인수 / 98년 대우, 쌍용차 인수 -> 99년 대우차, 쌍용차 독자경영 -> 02년 GM, 대우차 인수(쌍용차는 워크아웃상태) / 00년 르노, 삼성차 인수)
기아차 부도로 촉발된 완성차간의 이합집산은 전세계적인 자동차산업 재편과 맞물리면서, 남한에서는 IMF시기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더욱 파괴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동의서 공세, 노동강도 강화, 임금삭감, 단협개악 등 자본의 공격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격렬한 노-자간의 대립전선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 쌍용차는 고요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부분파업, 각종 집회 등을 통해서 온갖 보수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쌍용차 노조는 아직까지(20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집행부가 올린 정식 안건은 요구안 확정 뿐이다) 아무런 투쟁을 배치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노조의 협조에 힘입어 자본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매각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조의 반노동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우선, 객관적인 요인으로는 타사와 다른 경영상태를 들 수 있다.
예전에 대우차나 기아차는 부도처리,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 (물론, 여기에 노동자의 책임은 단 1%도 없으며, 따라서 당시 투쟁시기에도 이것이 이러저러한 타협의 근거로 작용할 수는 없다.)
자본과 정부는 언제나 그것을 무기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했고, 직접적으로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노조는 그러한 자본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생존권도 사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쌍차는 워크아웃 이후 연일 흑자를 내고 있으며 (자본의 표현대로라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 끝에’) 지난해만 해도 3천 2백억여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러한 자본의 객관적인 상황에 현장 노동자들은 생존권에 대한 절박함 보다는 ‘설마 짤리기야 하겠어’라는 막연한 불안감 정도만 갖고 있다.
게다가 란싱이나 상하이 모두 고용 / 노조 / 단협 승계(물론 정규직 조합원에 한정된 고용 승계임)를 구두로 보장하고 나섰기 때문에 그나마 막연한 불안감도 이제는 거의 없어지고 위로금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대우차로 인수되기 이전에 800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의 수가 4700까지 줄었다가 근래에서야 5300정도로 확충되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고용에 대한 부분은 가장 큰 불안요소로 잠재해있다.문제는 노조가 이러한 불안을 투쟁으로 조직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자본의 선심성 공문구 남발에 조합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장노동자들의 노조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이제는 체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03년부터 지금까지 노조지도부는 시종일관 매각투쟁에 있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전에 실리주의를 내세웠던 김상쾌 집행부 후에 ‘반격’기치를 내세우며 상대적으로 투쟁이미지를 갖고 있던 유만종 집행부였기에 조합원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워크아웃으로 넘어갈 때 사측의 동의서 공격에 당당히 맞섰고 투쟁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원칙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매각을 앞두고 조합원들은 투쟁적인 지도부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집권 초기부터 이러한 조합원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렸다. 지금까지도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기감승격 관련한 개악안 합의, 월급제를 시급제로 개악하는 한편, 잠정합의안 부정투표 논란 등 매번 투쟁사안마다 반노동자적인 태도를 취했다.
매각투쟁도 예외는 아니었다.
03년 11월 17일 ‘특별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집행부는 무조건적인 ‘해외매각 반대, 독자생존’을 주장하면서 4자(노-사-정-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에는 독자생존에 대한 구체방안이라면서 전략적 제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고, 3자(노-사-채)협의체 틀에 들어가서 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기에 협상에만 힘을 쏟았다. 란싱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후에는 실사저지투쟁을 전개한다고 했다가 별다른 명분도 없이 전격적으로 실사를 받아들였다. 대의원들을 정문에 세워놓고 사라졌다가 갑자기 실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말에 대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협상에만 목을 맸다. 이후 란싱이 매각을 포기하고 자본과 정부가 그 책임을 노조에 씌우려하자, 이번 상하이 자동차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는 ‘조건부 매각 수용’으로 돌아섰다.
이렇게 약 9개월 동안 집행부는 일관된 투쟁 기조 없이 자본의 요구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11월 26일 87.8% 의 높은 찬성율로 파업을 결의하고 엄동설한에도 각종 집회 및 상경투쟁에 결합하는 등 올 초까지만 해도 현장 조합원들은 매각투쟁에 열성적이었다. 그러나 집행부의 이러한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조합원들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져나갔다.
특히 매각실사를 전격적으로 허용하면서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과연 지도부가 투쟁의지가 있는지 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은 무너지고 개별적으로 파편화되면서, 매각투쟁 승리에 대한 기대는 체념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
집행부의 잘못된 투쟁 기조를 들 수 있다.
매각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서 현장노동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의 매각투쟁이 자신들의 생존권적 이해, 요구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무관한 투쟁은 역으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매각투쟁이 그나마 초기에라도 반짝했던 이유는 현장노동자들이 매각을 빌미로 한 각종 구조조정 공격에 자신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다는 노동자의 계급적 본능에 의해서 모든 관심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노조의 투쟁기조와 방향은 전혀 현장의 이해와는 무관한 것이었으며, 바로 이것이 집행부의 혼란스러운 기조 속에서도 일관되게 작동한 유일한 것이었다. 그 구체적 내용을 보자.
해외매각반대 / 독자생존 - 전략적 제휴 / 컨소시엄 구성의 공통점
-> 노동자 생존이 아닌, 자본의 생존을 위한 대안!
지금까지 거의 모든 매각사업장에서 등장했던 주요 요구가 ‘해외매각 반대’였다. (이는 단지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사업장 뿐만 아니라, 업종을 초월한 대다수의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적을 초월한 모든 노동자계급의 궁극적인 단일한 이해가 자본에 의한 착취체제를 끊어내는 데에 있듯이, 자본도 해외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최대한 노동자를 착취해서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부품사 노동자들의 상태를 보라.
모비스는 모듈공장을 확대하면서 기존 부품사가 갖고 있는 공장을 자산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뺏고 있기 때문에 부품사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이나 인력파견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만도 포승공장, 카스코(덕부진흥) 천안공장이 자산인수방식으로 매각되어 비정규직, 소사장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폴로 산업도 자산만 인수된 사례다. 올 초 아폴로산업 노조는 모비스를 상대로 정규직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 결국 조합원들은 지난 3월 17일자로 아폴로 회사에 사표를 쓰고, 현재는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아폴로의 인력관리 회사인 대종인더스 소속이다 …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사를 기형적으로 매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가 대다수 부품사를 2차 부품업체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다.
(금속노조 신문 7호 中)
국내자본에 매각, 인수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비참하기만 한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현대모비스는 국내자본 중에서도 악질자본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항변할텐가?이와 비슷한(국내자본에 인수되었으나 생존권조차 압살당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주목할 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의 국적이 아닌, 자본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 살리기’를 주요 근거로 제출되고, 바로 그러한 점에서 국내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해외매각 반대’라는 구호는 절대로 노동자계급의 요구일 수 없으며, 지난 시기 기아, 대우차 투쟁의 패배를 가져왔던 반노동자적 구호이다.
현재 쌍용차 매각투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과거의 투쟁으로부터 올바른 노동자투쟁의 교훈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모든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생존 방안으로 제출했던 전략적 제휴 / 컨소시엄 구성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해외매각이라는 형태로 주인을 팔아 치우기 보다 가능하면 국내 투자 컨소시움을 형성해서 해외매각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도 투자자본을 확보해 가자는 재정전략이다 …
전략적 제휴 … 지분의 일정 부분만 넘기면서 시장과 기술의 발전을 꾀하면서 점차 장기적 전망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 (특대위 속보 10호 中)
쌍용차 지도부는 이전에도 이러저러한 독자생존안 - 국민기업화, 공기업화, 현재상황(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 유지 - 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자생존안들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국내자본 또는 회사살리기로 귀결된다는 데에 있어서 모두 동일하다. 전략적 제휴 또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자본의 전략과 현재 채권단의 이해가 다를 리 없다. 또한 국민기업이었던 기아차나 현재 구조조정 공격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에 있어서 노동자의 희생은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장노동자들의 생존이 아닌, 쌍용차 자본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지난 9개월을 허비하는 동안 현장동력은 떨어져갔고, 자본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투쟁에서 주도권을 잡아갔다. 이렇게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회사살리기 이데올로기는 워크아웃 상태이지만, 사상최대의 이익을 뽑아내고 있는 사업장에서도 여전히 노동자계급 투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우종합기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종합기계는 작년 사상최대의 이익을 냈으며 극심한 경제불황이라고 하는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매출과 경상이익 각각 135%(1조 4천 836억원)와 142%(2천 57억원) 신장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매각을 앞두고 노조는 이러한 성과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내세우면서 독자적인 생존권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지적한데로 몰계급적인 ‘해외 매각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지금은 독자생존안으로써 사주조합을 통한 지분인수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그 실현가능성은 차치하고,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소액주주자본가로 만들어버리는, 노동조합의 설립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투쟁이다. 현장노동자를 회사의 이해와 완전히 합치시키는 순간, 사측에 타격을 주는 투쟁은 불가능하다. 당장 주가가 폭락하고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는데 어느 노동자가 앞장서려 하겠는가? 그런데도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지분매각공동대책위’는 오히려 이러한 반노동자적인 종업원지주제 도입에 필요한 일체의 자문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1억 1500만원의 거액을 주고 한국이에스오피(주)와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하였다.
쌍용차노조도 지금이라도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기조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노동조합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투쟁에 노동자들의 피같은 돈까지 각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이미 예전 기아노동자들의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가? 기아노동자들은 부도상태에서 1인당 1,000만원씩 일종의 ‘구사기금’을 모금했으나 이러한 회사살리기의 결과는 노동자 생존권 박탈이었다!!
현재 현장노동자들은 해외매각이던, 국내매각이던 생존권만 보장되면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9개월 동안 구체적인 생존권 보장에 대한 아무런 확답이 없었기에 매각투쟁이 장기화될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쌍용차노조 지도부는 이러한 조합원들의 상태를 교묘히 이용하여 이제 생존권투쟁에 집중하겠다고 하면서 ‘조건부 매각’으로 투쟁 기조를 전면 수정하였다.
- 조건부 매각의 ‘조건’은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건부 매각’이 지도부가 그간의 해외매각반대 투쟁에 대한 냉철한 평가 속에서 올바른 투쟁방향으로 도출한 것이 아니라, 투쟁전선 자체를 포기한 결과로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조건’도 여전히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8월 20일 ‘조건’을 확정하는 임대 개최 예정)
특별비상대책위 요구안에는 매각과정에 노동조합 참여를 기본으로 △총고용 보장 △생산공장 운영 △연구개발 △영업, 정비 및 부품네트워크 △부품사 및 협력업체 육성 △독립∙ 투명경영 △약속이행 장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8.13 특별비상대책위 속보 中)
아직 확정 전이지만 요구안의 구체 내용을 살펴보면 ‘총고용 보장’ 항목을 제외한 거의 전부가 공장 이전반대, 생산라인 확충(40만대 생산시설)방안 제시, 투자 확대, 신모델 개발 등 자본의 경영 관련한 요구로 채워져 있다. 이는 여전히 인식의 바탕에 ‘회사 살리기’가 깔려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40만대 생산능력을 갖춰야만 고용이나 제반사항이 보장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사항을 근거로 생산시설 확충이나 연구개발 투자확대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미 자본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다.
쌍용차가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가 풀리자 공장 증설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 1차로 … 30만대 규모로 늘리고 … 올 하반기부터 2차 증설 작업에 착수해 오는 2007년 총 40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이미 … 2007년까지 총 2조 2000억원을 추가 시설 구축과 연구 개발(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 (매일경제 기사 中)
그러면 과연 자본이 노조가 기대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해서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규모의 경제에 따르는 이윤확대를 위해서 규제가 풀리자마자 증설계획에 착수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노조 지도부는 현장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무게중심을 두기 보다는 대다수의 항목을 이후 어느 자본이든 많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나 생산시설 확충이나 그런 것들은 모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본이 알아서 ‘서두르고’ 있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건’들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조건부 매각’은 ‘해외매각반대’투쟁과 무늬만 다른, 똑같은 반노동자적인 투쟁일 뿐이며, 오히려 조건에 대한 협상을 중심으로 하면서 투쟁전선을 무너뜨릴 뿐이다!!
- 무엇을 가지고 싸울 것인가?
앞서 살펴봤듯이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투쟁은 생존권조차 보장해주지 않는다. 현시기 올바른 노동자계급의 투쟁요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현재 쌍용차의 흑자경영상태는 역사적 사실이 증명해주듯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사측은 몇 년 동안 워크아웃 상태를 십분 활용하여 매 투쟁시기마다 채권단과 한목소리로 금방이라도 회사가 망할 듯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객관적인 경영지표는 그것이 모두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다.
판매와 손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무현황은 건실해졌다. 총자산은 2조 74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7% 증가했으며 총부채와 차입금은 각각 1.2%와 19.6% 줄었다. 또한 부채비율도 119.6%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44.5% 포인트가 줄어 재무현황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지금과 같은 극심한 불황시기에 이렇게 재무현황이 건실해질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에게 더욱 많은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수명의 노동자가 과로사 하였으며 지금도 합리화 공사라는 명목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단지 생존권 사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인 요구로 치고나가야 한다. 불황시에는 최소한의 생존권 요구만으로도 자본과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립전선을 형성해내지만, 호황시에는 상황이 다르다. 왜, 생존권 ‘사수’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지금까지 흑자사업장에서의 매각투쟁은 거의 이와 같은 오류에 빠졌다.
대다수의 매각사업장들은 객관적인 자본의 위기 상태가 일반적이었고, 여기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노조, 고용, 단협 승계는 커녕, 정리해고와 단협개악, 노조무력화에 현장이 거의 초토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매각사업장 노조에서는 상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흑자 경영상태) 생존권 요구로 ‘현상태 유지, 사수’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호황기 임단투에서 임금동결, 단협 현행유지를 요구할 것인가? 이것은 아무런 투쟁전선을 형성해낼 수 없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그동안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 쥐어짰다는 것이고, 구조조정이 이미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본으로서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제반비용만 소요되는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조, 고용, 단협 승계 이외에 쟁점은 위로금 액수가 전부였다.
이제는 인식을 전환하여 보다 공세적인 요구를 내걸 필요가 있다.(아마 집행부는 ‘우리는 이러저러한 자본 운영에 관한 공세적인 요구를 걸었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들은 앞에서 살펴봤듯이 자본의 생존에 관한 ‘조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본에 있어서 전혀 위협적이거나 공세적이지 않다.)
먼저 고용, 노조, 단협 승계는 기본으로 하되, 고용 관련해서는 정년까지 총고용 완전보장을 전제로, 현재 모든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핵심요구로 걸어야한다!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 요구는 뒤로 미룰 사안이 아니다. 현재 투쟁중인 화섬연맹의 코오롱 노조의 경우에도 지난 시기 구조조정 결과, 4700명에 달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는 1400명 정도만 정규직으로 남아있고,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정규직의 70% 수준)하였다. 따라서 이번 투쟁에서 온전한 의미의 완전고용보장 발판을 마련하는 길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이후 경기변동 등을 이유로 인원조정을 실시하려 할 때에 전체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맞서는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 진행중인 조립공장 합리화공사와 매각 투쟁을 연관시켜야 한다! 합리화 공사는 기본적인 혼류생산은 물론이고, 전면적인 인원조정 및 노동강도 강화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어느 자본이 들어오던지 이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모듈화 확대 도입과 함께 사활을 걸고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이미 사측은 지속적인 확장공사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는가? 첫단추가 중요하다.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에게만 합리적인 합리화 공사에 대하여 모듈화 반대! 노동강도 완화! 투쟁을 조직해서 요구안으로 정식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올 초 개악되었던 ‘기감제나 월급제 관련 원상복귀’는 물론 각종 ‘인사고과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아직도 승격관련해서 현장에서는 많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이미 그것으로 인해서 같은 동기생끼리도 차별이 생김으로 인해서 현장이 분열되고 있다. 자본이 노리는 바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전면 백지화할 것과 모든 ‘인사고과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각종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 시기 대우로 넘어갔다가 다시 워크아웃 되면서 현장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많은 노동자들이 근골격 판정을 받았으며, 과로사 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인체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의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야간노동 철폐’로 가야 한다.
이상의 요구들을 가지고 실질적인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도부는 4자협의체 구성 제안에 매달리다가 지금은 3자 협의체 실무협상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우차의 경우에도 2000년 8월, 향후 5년간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자본은 보란 듯이 합의를 파기하고 사상초유의 정리해고를 자행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결국 아무리 교섭에서 합의해봤자 현장의 힘이 없으면 그것은 언제라도 물거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즉시 3자 협의체를 탈퇴하고 이상의 요구들을 가지고 현장투쟁을 조직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3자 협의체 교섭 진행상황에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으며, 현장동력은 모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사-채의 3자 협의체 구성을 보라. 사측과 채권단이 한 몸으로 가는데 노동조합의 어떤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인가? 지금 사측과 채권단이 3자 협의체 구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결국 협의체에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투쟁전선을 교란시키고 힘을 빼놓겠다는 것이다. 대우차의 전철을 밟지 말자!! 실질적인 총파업을 위해서 현장투쟁을 조직하자!!
- 총파업이 성사되기 위해서, 아니 생존권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진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쌍용차에서는 그나마 활동가들이 모여 있다는 현장조직에서조차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 흔한 홍보물조차 내는 조직이 없다. 바로 하반기에 임원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물밑 작업에만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이러한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제 현장조직들은 선거시기에만 반짝하는 식의 홍보나 실천으로는 절대로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도부는 현재 국면을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기반한 생존권 투쟁으로 정면돌파하는 지도부다. 매각투쟁 초기에 보여줬던 조합원들의 열의를 기억하자. 지금부터라도 제현장조직은 천막농성을 비롯하여 각자가 속한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실천투쟁을 조직하여 현장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투쟁에 앞장서는 본연의 현장조직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부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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