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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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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9 01:39:47, 조회:8,415, 추천: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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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노동조합 선전부장 김태윤
현대자동차에 ‘사내하청’의 형태로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원청업주와 하청업주의 탄압을 이겨내면서 꿋꿋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회사의 불법파견 판정을 한 후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1년 사이 우리 비정규직은 사회적으로 또 법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했다. 이로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 뒤에도 회사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비정규직지회를 압박해왔다. 전주공장 한 하청업체 관리자는 집단소송과 업체폐업 등을 거론하며 조합에 가입하지 말 것을 종용하다가 채증 당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또한 모든 하청업체에서 ‘하청바지’들이 비조합원에 회식을 열어주는 등 노동자들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폭력행위도 자행했다.
2010년 9월 25일 시작된 현대자동차 울산에서 시작하여 아산, 전주공장으로 파급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울산 1공장의 한 업체가 폐업 후 새로 온 사장과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원 전원을 폭력적으로 제압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울산 1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파업을 시작했고, 아산과 전주 역시 그에 호응해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전면파업으로 나아갔다.
2010년 파업을 이유로 들어 원,하청업주들은 이미 아산과 울산공장에 약 80명을 해고·징계한 상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2011년 5월 9일 전주지회에도 해고와 정직 등 징계통보를 내렸다. 이에 전주지회는 징계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징계저지투쟁을 전개하였다. 하청업체는 제대로 된 징계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오히려 징계 1차 통보와 그 재심 기간 중 징계 수위를 낮춰주겠다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했고 주변동료들과 동반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
전주 비정규직지회가 징계저지투쟁을 계속하자, 2011년 5월 말경 현대차 관리직 약 400여명이 정문을 막으면서 조합간부들이 조합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못하게 했고, 부당해고자들이 조합으로 출근하는 것조차 폭력적으로 막았다. 회사 측은 조합이 일상적으로 집회를 해오던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전주공장 지켜내자’며 집회하는 시늉을 하면서 비정규직지회의 활동을 막았다. 현대자동차 사측의 의도는 지회의 동력을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3기 지도부가 총사퇴를 한 상태에서 지회 지도부의 공백과 선관위 동력을 봉쇄하여 차기 지회 지도부의 선출을 막고, 이를 통해 울산, 아산, 전주 3개 지회의 공동투쟁을 막고 불법파업투쟁을 와해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연대투쟁의 힘이 사측의 억압을 뚫었다. 6월 7일 정오가 되자 지회는 정규직위원회 및 연대대오와 함께 안팎에서 사측 관리자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내부의 동력이 밖으로 터져 나왔고 밖에서 연대의 힘이 또한 내부로 쏟아져 들어갔다. 해고, 정직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회사에 해고자 출입통제를 요청했다던 바지사장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현장으로 복귀한 해고, 정직자 전원은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그러자 사측은 전주공장 정문에 두 겹으로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출입도 제한했다. 사측의 의도는 연대투쟁의 힘을 깨뜨리겠다는 것이었다. 사측은 현장 노동자들이 정문이 막힌 상태에서 출입조차 불편한 상태로 인해 느끼는 불편함의 원인을 정규직위원회와 원,하청 연대로 돌려 연대의 틀을 깨뜨리려했다. 그러나 철야농성에 들어간 해고, 정직자 전원은 정문의 상황에 대해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고, 오히려 조합원을 하나로 모으는 것만이 유일한 과제였기에 조합원 조직화에만 집중하였다. 이렇게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꿋꿋하게 투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규직위원회가 굳건히 연대를 지켜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주공장에서는 원,하청 연대가 탄탄했고, 공장 안에서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가 건재했다. 정규직위원회의 기조에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 또한 깔려 있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지회 또한 조합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현장에서 싸워서 지켜내야 한다는 기조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렇게 굳건하게 투쟁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컨테이너는 단지 조롱거리 아니면 현장압박용 정도의 의미에 불과했다. 사측의 컨테이너는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도구로써 역할도 못하고 사측의 입장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결국 사측은 노동자들이 철야농성을 해제하면 컨테이너를 철거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게 되었고, 사측의 컨테이너의 철거 이후 노동자들은 철야농성을 해제하면서 철야농성투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후 사측은 해고, 정직자 전원을 집시법과 건조물침입 등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현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측은 8월 31일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500여명의 관리자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정문을 봉쇄했다. 컨테이너가 다시 설치된 것이다. 사측은 이 시기가 노동자 탄압의 적기라고 생각했는데,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3기에서 4기로 바뀐 시점이고 정규직위원회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측은 이전과는 달리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징계를 하겠다고 예고하며 10여대 이상되는 카메라로 채증을 하고,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또한 공장 안으로 진입하려는 조합간부를 경비대 대열로 끌어들여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대표가 안구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고 이식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러한 현장에는 아산공장 정규직 노안위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측의 관리자가 있었다. 아산공장에서 노동자탄압에 극악하게 앞장섰던 그 관리자가 다시금 전주로 내려와 폭력적인 정문 봉쇄의 배후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의 폭력을 뚫고 몇 번이나 현장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당일 진입이 안 되면 그 다음날 다시 진입투쟁을 계속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사무실로 당당히 걸어서 들어가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지회장이 폭행으로 실신하기도 했다. 사측은 실신한 지회장을 질질 끌고 가려고 할 정도로 노조파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컨테이너가 치워지고 조합간부들의 출입이 가능해진 것은 9월 21일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측은 수위 높은 징계와 고소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지회는 조합원과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조합원을 동원한 집회를 휴게시간과 점심시간에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하청업체에서 “불법집회로 업체 명예를 실추했다”는 등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징계와 고소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62명의 징계자들 (14명의 해고자와 48명의 정직자)이 현장으로 출근하는 대신에 노동조합으로 출근하고 있다. 또한 전체 노동자들 중에서 감봉을 안 당한 조합원이 없을 정도이다. 버텨주는 조합원들이 대단하다. 지회는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재 사측이 무리하고 과도한 행위를 하는 현 상황에 관해, 그리고 대책과 향후의 투쟁방향에 관해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법적 판결을 외면하는 현대자본만이 아니라 당당하게 직무유기 중인 노동위원회도 압박해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사측의 과도한 공격 행위 뒤에 있는 시기적 계산, 법적 함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투쟁의 의지가 있고, 최대한 조직을 정비해서 투쟁을 배치할 것이다.
현재 현대차 사측의 행태를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해오던 현대 자본이 이제는 불법 쪽으로 한 발을 내밀고 있다. 수위 높은 폭력을 동원하고 명분 없는 징계를 동원해 노동자들 목을 조르고 있다. 자본의 욕망은 만족을 모른다. 자본의 도구에 불과한 노동부가 내놓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한 번 보자. 그게 미끼라는 것은 한 번만 읽어보면 누구든 알 수 있다.
“원사업주가 직접 수행하던 업무를 사내하도급 관계로 전환 시 사전에 근로자대표나 노사협의회에 사유와 시기를 공개하고...”
“...원사업주 근로자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공동훈련을 실시...”
“...수급자업주의 인사노무관리 권한과 책임을 존중. 다만, 작업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수급사업주의 협조를 요청...”
이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은 노골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외주화, 도급화, 하청화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까지도 떳떳하게 개입하겠다는 의도이다. 대법원에서 불법이라 판결한 사내하청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즉, 제목부터가 파견과 도급 사이에 “사내하도급”이라는 제3의 영역을 설정하여 자본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이는 파견도 도급도 아닌 회색지대를 만들고 법제화해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자본가계급만을 위한 ‘꿈의 공장’을 만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사내하청 합법화인 것이다. 자본가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반대 했다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더욱 교묘하게 작전이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에서 파견법 개악을 준비 중이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2년 기간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파견법에서 문제는 단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쓸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긴 채, ‘불법파견임이 밝혀지면’이라는 자본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문제는 파견법 자체가 문제이고 그것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일 매일 현장에서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이나 한나라당의 파견법 개정의 본질은 사내하청, 기간제, 계약직, 프리랜서 등 이름만 다른 모든 비정규직을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한번 파견직이면 영원히 파견직인 세상이 되고 만다.
노동자들은 연대와 현장투쟁을 통해서 자본가계급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 자본에 대항해서 날 선 판단을 하면서 현장을 지키면 노동자의 정치적 힘이 시작될 것이고 현장은 공장 밖으로 열릴 것이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역량은 현장권력에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깨어 정당성을 쟁취해 낼 수 있을 때, 그래서 소소한 실익에 흔들리지 않고 현장을 지켜낼 수 있을 때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변혁의 시기는 반드시 온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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