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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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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12:53:47, 조회:2,322, 추천: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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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은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읽고..
-원주지역 활동가-
노동자정치신문 55호에 ‘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은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과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우리 노동자계급운동이 끊임없이 동요하고 독자성을 상실했던 오류들과 지금도 계속되는 오류들, 또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벌어지는 좌우편향의 기회주의에 대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제목에 나와 있는 ‘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은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사 후미에 “민주주의 투쟁은 사회주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하고 이 결합은 사회주의의 전략적 목표에 철저하게 종속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말로 짧게 정리하고 있다. 인용한 부분이 매우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다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벌어졌던 촛불투쟁을 주제로 민주주의 투쟁에서 느꼈던 고민과 그 이후의 필자의 실천 변화, 그 성과 및 한계에 대하여 노정신에 기고를 통하여 ‘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의 결합’에 대하여 다른 동지들과 좀 더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활동의 경험과 깊이가 많이 부족한 필자에게 애정 어린 비판과 충고가 있기를 기대한다.
촛불투쟁에 대한 반성!!
2008년 여름 촛불투쟁을 되돌아보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폭발적인 대중투쟁이 벌어졌다. 주말마다 서울에서는 대규모 투쟁이 벌어졌고, 각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의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광우병위험 소고기 수입문제로 촛불투쟁이 촉발되었지만 대중들의 요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압축되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정기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많을 때는 1000여명, 적을 때는 2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촛불투쟁에 함께 했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고 회를 거듭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익혀가고 있었다.
처음 촛불투쟁이 시작할 때는 “그 투쟁이 얼마나 가겠어!”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네티즌들의 즉흥적이고 무정형적인 제안으로 촛불투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우선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검역주권의 상실이라는 민족 감정적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 투쟁 자체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느껴졌다. 결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결론지어지는 투쟁의 성격이 우리 노동자계급 운동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고 미리 재단했던 것이 우리의 출발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태는 예상 밖으로 이명박 정권의 심장을 강타하는 폭발적인 대중투쟁으로 확산되어 갔다. 그때서야 우리들은 지역 촛불집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역 촛불집회에서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이웃들이 나와 앉아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정치선동하기를 열망했던 대중들이 그 자리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때 우리 활동가들은 어떠했는가? 적지 않은 발언기회들이 우리 활동가들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수준을 뛰어 넘지 못했다. “모든 문제는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 할 따름이었다. 촛불집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급진적인 내용이 자유롭게 토론되는 ‘광장’으로 발전해 갔다. 그 속에서 집회에 참여한 촛불들은 소위 노동운동을 한다는 우리들,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우리들에게 뭔가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별로 없었다.
더욱 뒤늦게 참여하기 시작한 서울 집중집회 역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단다. 우리도 한번 가봐야 되지 않겠나!”는 생각에 조합원들을 이끌고 갔다. 그리고 정말로 많이 모인 사람들 속에서 입을 쫙 벌리고 감탄하고, 사진 찍고 우왕좌왕. 그 속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돌아오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일부 앞서서 고민하는 동지들이 촛불 대중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노동자들의 문제를 알리고, 촛불투쟁이 꺼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도록 분투하고 있었다. 그 동지들의 소중한 실천과 평가는 추후에 다시 들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 문제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 의사결정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을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모든 문제”라고 그 의미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계급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라면 바로 그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모든 문제인 민주주의에 대하여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즉각적인 실천으로 대답하여야 마땅하다.나 지난 촛불투쟁에서 우리 활동가들은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하여 대중들보다 한참 늦게 느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역할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결국 그것이 정권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대중투쟁을 상승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사멸해 가도록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다시 오기 힘든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는 실천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전혀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모든 문제”로 사고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최소한 우리 활동가들은 민주주의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 그러나 촛불투쟁에서 우리는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민주주의 전장에서 전혀 훈련 되어 있지 않았다.
매일매일 노동조합 일상활동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조합 내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노동조합의 문제는 나의 활동, 나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그에 비해 조합 외부의 문제는 말 그대로 내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활동가들의 시야는 노동조합 내부로만 매몰되어갔고, 그를 따라 조합원들의 시야는 더욱 급속하게 노동조합 내에 갇히게 되었다. 우리는 노동조합 외부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전혀 훈련되어 있지도 준비되어 있지도 않다. 결국 대중들이 급진적으로 투쟁하는 국면, 대중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민주주의 문제에서 우리들은 어떠한 대응도 해내지 못하고 대중들의 뒤를 따라만 가다가 무기력하게 주저앉는 꼴이 되었다.
민주주의, 즉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모든 문제에 대하여
노동계급의 눈으로 해석하고 선전/선동하는 것에 우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민주주의 투쟁에 대하여 어떠한 실천활동을 벌여 나갈 것인가? 필자의 작은 실천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최근 필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에서는 주1회 정기적인 소식지 발행 사업을 하고 있다. 비록 지면이 많거나 내용의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현장의 사안과 그 이외의 현장외적인 사안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현장사안과 현장 이외의 사안의 비율은 최소한 50:50으로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현장 이외의 사안에 대하여 비중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주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때때로 지면을 채우지 못해서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싣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소식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려곡절 끝에 지금은 나름대로 정기성을 유지하면서 1년 정도 안정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초기에 인터넷에서 단순 복사해 오던 것에서 이제는 비판적 시각으로 걸러서 집필을 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조합원들 입에서 현장 이외의 사안에 대하여 소식지에서 담았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물론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그 속에서 나 자신이 조금씩 훈련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선전/선동의 내용과 공간은 노동조합을 넘어 지금보다 최소한 수십 배 이상 확장되어야 한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사업이다.
우리 활동가들부터 민주주의 문제,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다양하게 선전/선동하는 훈련을 중단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하여 우리 운동에서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반성적으로 되짚어볼 일이다. 결국 그러한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만이 촛불투쟁과 같은 중요한 민주주의 투쟁에서 최소한 우리의 감각을 잃지 않고, 대중들보다 한걸음 앞서서 실천하고 전체 투쟁을 한걸음 더 전진시킬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실천방식이 곧바로 ‘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의 결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길은 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단 없는, 지속적 실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대중들의 삶과 직결된 민주주의 문제에 대하여 노동자의 눈으로 해석하고 노동자의 언어로 선전/선동하는 지난한 노력과 단련이 우리에게 “민주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투쟁을 결합하는 고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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