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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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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11:26:00, 조회:2,389, 추천: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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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의 건강은 ‘특수’하지 않다.
2008년 7월부터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골프장 도우미, 보험모집인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사용자가 비용을 전액부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50%를 부담해야하고, 모든 사업장에 ‘강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할 수도 있는 ‘임의’ 적용이다.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급여 축소'와 '산재환자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산재보험법으로 고령 노동자에 대한 휴업급여의 감액 폭 확대와 장해등급 재판정제도 등 개악되었다.
학습지회사들은 대부분 기존의 상해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산재법이 개정된 이후에 사측은 상해보험의 이점만을 이야기하면서 상해보험과 산재보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고 있다. 상해보험은 회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24시간 질병과 사고에 대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고와 질병 시 실비를 바로 지급받을 수 있지만, 산재보험은 50%부담해야하고, 근무시간 내 업무와 관련된 사고에 대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고 산재승인을 받아야 혜택을 받아야 하는 등 상해보험이 유리한 것처럼 교육하면서 적용제외신청서를 단체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간혹 이러한 회사의 교육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산재보험에 대한 이해부족과 사측의 거짓말로 산재가입률은 적다. 학습지노조는 이러한 산재법에 반대하고 공식적으로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지 현장에서 사측의 이러한 태도를 공세적으로 폭로하거나 ‘노동자성 인정을 바탕으로 하는 산재 쟁취’를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학습지, 레미콘 등의 특수고용자가 포함되게 된 것에 대해 정권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지만 업무상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125조)’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러한 법조항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선심’ 쓰듯 생색을 내고 있다. 또한 200만 특수고용노동자들 중에서 4개 직군에게만 적용하면서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차별로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 그나마 보험모집인은 대리점에 속한 노동자는 제안하는 등 이런 저런 조건과 제약을 달아 놓고 있다.
이런 산재법이 미조직된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강제가입도 아니고 임의 적용되는 상황에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조직된 정규직 노조가 있는 대공장에서도 뻔한 산재를 은폐시키는 것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조에서 강제가입도 아닌 임의가입인 사업장에서 얼마나 그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인해 끊임없는 초과 근무, 노동 강도 강화, 과로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학습지 노동자 또한 성과를 높이라는 사측의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로 회원 모집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숨 막히는 현장 통제와 노동 강도 속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의 위험 속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산재신청조차 못해온 현실이었던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에 의해 개인 사업자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실적에 따른 성과급과 수당 지급의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도입 당시에는 노동자의 수입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 유인책이 되었으나 결국 과중한 노동시간, 자발적인 과로와 낮은 수입으로 나타났다. ‘특수고용’은 성과급의 형태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 노동 강도를 높이고, 상시적 장시간노동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현장은 자본의 지배와 통제 속에 놓여있는, 즉 노동자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줄기차게 투쟁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보호해야 할 약자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쯤은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특례를 만들어 적용시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마치 특별한 사람들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특수하지 않다.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수수료’ 등 갖가지 이름으로 위장된 임금을 받고 자본의 통제를 받는다. 보통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것처럼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 없이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법을 적용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0백만 특수고용노동자들 중에 극히 일부만 적용받는 것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전체적으로 적용을 시켜야 한다. 정부의 시혜로써가 아니라 투쟁으로 산재법을 전체가 적용받을 수 있게 쟁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산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할 것이다.
과거 학습지 노조는 산재가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고 이정연 교사의 산재적용을 위해 투쟁했다. 현장에서의 사안을 갖고 폭로하고 투쟁하여, 특수고용 특례가 아닌 현장으로부터의 산재 투쟁, 특고 전체의 노동자성을 바탕으로 하는 산재법 쟁취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산재보험의 해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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