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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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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8:52:43, 조회:2,157, 추천: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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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2007년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
조직형식주의적 환상을 극복하자!(1)
[순서]
1. 복수노조 금지,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나? : 초기 노동자들의 활동의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한 문제제기에서, 최근에는 교섭의 방식에 급급하여 변화되어 오다!
2. 점점 강화되는 교섭 논리 : 민주노총 등에서 최근 진행하는 복수노조 논의의 양상은 합법적인 틀 내에서 합의 가능한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 기업별 복수노조의 허용에 따라 각 현장은 어떤 환상에 빠지고 있는가?
4. 복수노조 허용, 과도한 맹신의 대상이 아니다. 조직형식에 치중하는 만큼, 조직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전투성 강화에 치중해야 한다.
1. 복수노조 금지,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나? : 초기 노동자들의 활동의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한 문제제기에서, 최근에는 교섭의 방식에 급급하여 변화되어 오다!
2007년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된다. 지난 2002년 이미 복수노조 시행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자본과 정권, 한국노총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5년간 유예했다. 복수노조 관련해서 지금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일 시/ 복수노조 관련 조항의 변화
1963년 4월/ 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금지. “제3조(노동조합의 정의) …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조 불인정.
1980년 12월/ 기업별 노조만 노조로 허용.
1987년/ 기업별노조 강제조항 삭제,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더욱 강화. “제3조…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조 불인정.
1988년 11월/ <노동계>전국노동자대회에서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 자주적 단결권 쟁취’ 대중적 요구 제기.
1993년 이후/ <노동계>수차례에 걸쳐 ILO와 OECD에서 한국 정부에게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를 권고.
1995년 11월/ <노동계>복수노조 금지 무시하고 민주노총 출범.
96년 12월-97년 1월/< 노동계>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연인원 5백만 명이 참가한 총파업 전개
1997년 3월/ 복수노조 금지 조항 삭제. 그러나 노조법 부칙을 통해 2001년 12월 31일 까지는 기업별 복수노조 금지.
2001년/ 노조법 개정에서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 시기는 5년간 다시 유예되어 2007년 1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것으로 변경.
기존의 국가에 완전 종속된 어용노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완강하게 유지해왔다. 이 악법조항에 의해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로막혀 왔고 수많은 탄압을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 투쟁은 곧바로 복수노조 금지 철폐를 위한 투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복수노조 금지라는 악법을 뚫고 단위 사업장 내에서 어용노조를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면서 민주노총의 기반도 점점 더 안정화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조직 안정화 과정은 동시에 사회적 합의구조가 강화되는 우경화의 과정을 동반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대중투쟁으로 진행된 과거의 복수노조 금지 철폐투쟁이 현장을 조직하고 민주화시키는데 공헌했다면 사회적 합의 구조에서는 교섭의 방식에 집중하는 것으로 변모하면서 운동의 걸림돌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단위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이 2007년으로 유예된 이후, 2003년 5월 발족한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연구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이른바 노사관계로드맵을 제출하였고, 여기에 복수노조와 관련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논의의 중심축이 복수노조의 허용 여부에서, 복수노조 하에서의 구체적인 교섭의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2. 점점 강화되는 교섭 논리 : 민주노총 등에서 최근 진행하는 복수노조 논의의 양상은 합법적인 틀 내에서 합의 가능한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은 기업군의 경우 파업이 발생할 확률이 유의적으로 증가하고, 창구단일화를 한 기업군의 경우 파업 발생 확률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자신들이 챙겨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 이에 따라 경총은 “노사관계 안정화 도모, 교섭 비용 감소, 노사관계 및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창구단일화 방안으로 과반수노조 대표제 또는 미국식 배타적 교섭대표제가 보다 효과적”이며,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노조 자율적 단일화의 경우 교섭과정에서의 혼란과 교섭비용의 절감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138차 노사관계소위원회 회의결과, 2005. 9.23-24)
정부의 입장 역시 이미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나 노사관계 소위 차원에서 나타난 의견들만 보더라도 경총의 교섭창구 단일화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것을 관철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사례를 듣는 차이 밖에는 없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 금지에 가장 적극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법조직으로 건설되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조직 확대가 이뤄지자 박인상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만큼 노사관계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고 노동계의 분열도 치유해야 하므로 복수노조제도를 수용하고자 한다 … 상급단체의 복수는 허용하면서 개별사업장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조설립자유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1996. 4.22. 중앙일보)
불법조직이었음에도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투쟁을 해 오던 터라 이미 복수노조가 현실화 되어 있던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복수노조와 관련한 교섭의 방식을 주요하게 고민해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의 경우는 복수노조 금지를 철폐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당연히 기존 어용노조의 치하에서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과정 자체가 자본과 국가의 거대한 탄압뿐만이 아니라, 복수노조 금지에 따른 불이익을 어용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수노조 금지 철폐 투쟁은 현장 활동과 조직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98년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제와 맞바꾼 초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으로 민주노총이 합법화 되면서, 이제 조직화와 투쟁 강화에 주요한 방해꾼이던 ‘복수노조’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더군다나 앞으로 가입하게 될 공무원노조를 포함하면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97년 경제공황을 거치면서 조합주의적 성향의 대공장 집행부가 더욱 강화되어 온 결과 올해의 경우에는 다른 해에 비해서도 정규직 대공장 등의 전국전선 형성이 거의 전무한 상태까지 치닫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다시 조명 받고 있는 ‘복수노조’ 관련 논의는 초기 현장 조직화와 투쟁력 배가를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복수노조 금지 철폐’에 비해 내용적으로 더욱 우경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복수노조의 허용여부는 민주노총 산하의 조합원 수의 유지, 강화라는 조직보존의 시각에서만 고려되고 있다. 이는 최근의 민주노총의 주요 쟁점이 ‘교섭창구의 단일화’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노총의 복수노조에 대한 접근 방향과 민주노총의 접근 방향은 현재 완전히 일치한다. 이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기 자신들에 속한 기업 단위의 노조에서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 이후에도 지속적인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최근 공공연맹에서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대응 방향으로 ‘산별노조’가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기업별 노조에 복수노조가 적용된다면 오히려 기업별 노조 체계가 아닌 산별 체계에서라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민주노총 공공연맹 산하의 조직들이 한국노총 또는 공단 등에서 만들 어용노조에 비해 기존에 가져왔던 조직력을 기반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노총이 투쟁의 성과로 조직되어 왔고, 한국노총 산하의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에게도 투쟁성으로 인식되어 오면서 민주노총으로의 조직변경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과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비교지점이었던 계급성, 투쟁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지 다양한 선택 가능한 노동조합 조직의 하나라는 식의 병렬적인 취사선택의 문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 노동조합 운동에서 민주노총은 단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조직으로서 한국노총과 대등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노동자들에게 우위를 점해왔다. 그것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교섭권 단일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식의 지금과 같은 교섭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투쟁을 통한 계급의식의 강화와 노동계급의 이해를 자주적으로 대변해 왔던 역사성에서 획득된 우위였던 것이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복수노조에 대한 논란은 기존 산별노조 조직변경과 마찬가지로 투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조직 형식주의적인 방향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과 관련해서도 불법, 합법과 상관없이 힘에 바탕을 둔 쟁취는 온데 간 데 없고, 합법적인 틀 내에서만 사고하고 있다. 일단 법으로 정해지면, 정해진 선에서만 자기 활로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투쟁을 통한 쟁취는 잊혀지고, 교섭을 통한 제도적 틀 내의 합의가능한 선으로 안주하려는 데 집중되고 있는 현실의 ‘복수노조’ 관련한 논점은 그래서 근본적으로 조직보존주의와 합법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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