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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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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1:17:09, 조회:2,663, 추천: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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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가격 폭등과 정치 불안
올 추석명절을 앞두고 채소값이 급등하여 노동자들의 차례상은 그 어느 해보다 초라했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이 1만3000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 한 개에 4000원, 대파 한 단에 8000원을 넘어서고 있다. 명절이 지난 이후도 채소 값은 고공행진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 무 등을 수입하여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채소 값의 상상을 초월한 폭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채소 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는 폭염과 태풍, 폭우 등 올여름 기상이변이다. 두 번째는 4대강 사업으로 채소 경작지가 축소되어 채소 수확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과 인근도시의 채소 소비량 중 낙동강변 하우스에서 공급되는 채소들이 1/3을 차지하고, 팔당유기농단지에서 생산되는 유기채소들이 수도권 유기채소 소비량의 80퍼센트를 차지했었는데 4대상 사업으로 위 경작지들이 모두 철거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채소값의 폭등에 대한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야당 측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채소경작지의 축소에 비중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맹공격하고 있다. 여당은 기상이변으로 인하여 작황이 좋지 않은 것을 주요한 원인으로 들며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한 역공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농산물 유통자본의 독과점으로 채소 값 상승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애써 은폐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산지에서는 1,500원에 팔리는 배추가 왜 대도시에 가면 15,000원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한 지리산 어느 농민의 말이 여야의 공방보다 현 사태를 설명하는 데는 진실에 가깝다.
전 세계적인 식량가격 폭등
국내에서는 채소 값 급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곡물가격의 폭등은 몇몇 채소 값의 급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곡물가격의 불안정은 해마다 반복되고 고착화 되는 경향을 띠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만 보더라도 2005년, 2006년, 2007년 연속적으로 전 세계적인 곡물소비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급기야 2008년 식량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2008년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식량 대란이 일어났다. 2008년 1월부터는 쌀 가격이 크게 상승해 무려 갑절이 뛰었다. 밀·우유·옥수수 등 다른 주식 가격들도 크게 올랐다.
2010년 또 다시 세계 곡물가격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2008년과 같은 식량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곡물 값 폭등을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것은 러시아인데 러시아는 올해 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산불피해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농작물 피해를 당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 정부는 올 12월까지 곡물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상고온현상과 가뭄 때문에, 일시적으로 곡물과 밀수출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즉각적으로 전 세계 곡물가격은 요동 쳤다. 밀 가격은 2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았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85%나 올랐다. 덩달아 옥수수 같은 다른 작물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옥수수 가격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정부가 밀수출을 올 12월까지 중단한다고 했지만 12월 이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러시아의 밀수출 중단은 201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밀수출 중단이 인근 주요 밀생산국가인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으로 확산될 경우 이후 사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최근 쌀, 옥수수 등 주요곡물을 평소에 비해 수십 배씩 사들이면서 곡물가격 폭등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6배나 많은 총 28만2000톤의 옥수수를 수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으로부터 약 60만 톤의 쌀을 들여오려 하고 있다.
밀, 옥수수 등의 곡물가격 폭등과 함께 설탕, 커피의 가격도 동반 급등하고 육류가격까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쇠고기 값은 22개월 만에 최고치, 양고기 가격도 3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굶주림에 저항한 대가는 야만적 학살
식량가격의 폭등은 곧바로 각국의 정치불안으로 직결된다.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었던 2008년 식량대란에서 아시아·아프리카 25개국에서 식량문제로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으로 카메룬에선 40명 이상, 이집트에서는 4명, 소말리아에서 2명이 사망했다. 모리타니아, 모잠비크,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예멘,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치솟는 식료품값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아이티에서는 당시 식량대란으로 인한 시위과정에서 5명이 사망하였고 총리가 사임하였다.
최근 아프리카 빈국인 모잠비크에서는 식료품 가격 인상에 반대하여 수천 명이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시위는 폭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산되었다. 급기야 경찰의 실탄 발포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하여 7명의 시위대가 사망했고 총 2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모잠비크의 밀 자급도는 연간소비량에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약 40만 톤)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밀가격의 급등은 곧바로 모잠비크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최근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빵값이 30%나 상승했고 각종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덩달아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식량자급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식량가격이 국내 정치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최근 국내 쌀농사의 풍년으로 쌀값 폭락이 문제화 되고 있는데 놀랍게도 한국은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의 자급도가 5%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세계5위의 식량수입국이다. 따라서 한국 역시도 세계적인 식량가격의 변동에 국내정세가 심각하게 요동칠 것이다.
곡물 메이저의 식량산업 지배가 가격 폭등의 원인
식량가격의 폭등의 원인을 보면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첫째 기상이변으로 식량생산량 자체가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식량 생산량은 10% 하락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듯이 기상이변이 전 세계적인 식량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식량생산이 온전히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생활수준의 변경에 따른 수요를 식량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 1인당 평균육류소비량은 1950년에는 17킬로그램이었던 것이 1988년에는 32킬로그램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폭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참고로 말하면 국가별 수요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공급이 수요를 약간 웃돌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상이변의 문제와 수요증가의 문제가 식량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식량가격의 상상을 초월한 폭등을 일삼고 있는 것은 철저히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식량을 상품으로 거래하고 이를 독점할 수 있는 자본주의가 바로 식량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곡물메이저라고 불리는 다국적 곡물상사들은 종자개발에서부터 곡물거래, 판매까지 식량산업을 일괄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주식도 비공개로 그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곡물메이저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곡물을 숨기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 곡물메이저들은 전 세계 곡물교역량의 80%, 유통 분야 시장점유율도 총 저장 능력에서 75%, 수출 취급 능력에서 56%, 밀 제분에서 69%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곡물메이저는 언제든지 수출금지-가격담합 등을 자행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줌도 안 되는 식량자본들이 식량가격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은 굶주림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곡물메이저 중 대표적 기업인 '카길'은 전 세계가 식량대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2008년 1사분기에 이윤이 86%나 증가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곡물메이저 누구의 피를 먹고 자라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폭동을 넘어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란
2008년에 이어 2010년에도 세계 식량사정은 좋지 않다. 아직까지는 2010년 상황이 2008년과 같은 심각한 식량대란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식량가격은 장기간에 걸쳐 높은 가격을 유지한 채 내릴 줄 모르고 있다. 현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이를 식량대란이라 말하지 않을 근거도 희박하다.
식량가격 폭등에 대한 세계 민중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모잠비크에서 그러했고, 일반적으로 빈국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민중들이 동요하고 있다. 특히 인구 증가율이 높은 아시아의 노동자 민중들에게 식량가격 폭등은 생존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독점자본이 조장한 식량폭등으로 수많은 민중들이 아사하고, 기아를 참다못해 저항에 나서는 민중들을 학살하는 것이 바로 폭정의 자본주의 체제의 진실이다. 이러한 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식량 독점은 자본가 계급의 권력 독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러한 식량 독점과 권력 독점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본가 권력의 숨통을 조여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우발적인 폭동만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폭동을 넘어 곡물 독점자본에 대한 조직적 저항과 독점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반란이 조직되어야 한다. 식량대란을 독점자본의 지배질서에 맞서는 투쟁으로 전환시키는 투쟁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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