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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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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16:53:43, 조회:3,455, 추천: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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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주의 전위정당에 대한 옹호
레닌만큼 살아서나 죽어서나 온갖 비난과 저주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역사상 또 있을까? 레닌만큼 이런 중상모략과 비방의 와중에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 부동의 인간이 있을까? 레닌은 볼셰비키라는 혁명정당의 지도자였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파리꼬뮌에 이어 역사상 최초로 한 국가 차원에서 혁명을 일궈서 전 세계 부르주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면 러시아 혁명은 착취 받고 억압받는 수천, 수억의 전 세계 노동자계급과 인민들에게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터져 나오는 한 줄기 빛이자 벅찬 희망이었다.
위대한 혁명의 전위인 레닌에 대한 비판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2차 당대회에서는 이후 멘셰비키가 되는 소수파로부터 음모가, 권위주의자라고 비방을 당했다. 당시 논쟁에서 트로츠키도 멘셰비키의 편을 들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러시아 2차 당대회를 통해 진행된 논쟁에서 레닌이 중심이 된 다수파를 비판하고 소수파의 편을 들었다.
당시 논쟁에서 엥겔스 사후 독일 맑스주의의 교황으로 불리며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있던 독일사회민주당의 카우츠키 같은 혁명가들도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레닌을 비난했다. 로자는 레닌과의 논쟁에서 레닌을 초중앙집중주의, 쟈코뱅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당의 독재가 중앙위원회의 독재를 낳고 이것이 중앙위원회 1인의 독재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레닌은 당시 유럽 사회주의자들에게 당 분열이라는 온갖 추문의 주범으로 공격당했다.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진영에 있는 평의회주의자들이나 자율주의자들 또는 포스트 맑시스트로 불리는 세력들도 레닌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레닌의 주요한 저서인 ‘무엇을 할 것인가?’에 나온 중앙집중 사상에 대해 엘리트주의, 관료독재 사상이라고 주되게 공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소련의 몰락은 레닌의 이러한 독재사상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중상모략을 퍼붓고 있다.
비합법적 전위정당 사상은 단순히 비공개 조직 사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볼셰비키는 비합법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의회기구, 노동조합 등 다양한 합법영역을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비합 전위 정당 노선은 조직의 존재양식과 정치노선의 결합이다. 전위 정당 사상을 옹호하면서도 피티독재 사상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전위정당 사상의 본질을 반대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의 운동진영 내에서도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 창당을 전후로 사회주의 정당, 반자본주의 정당, 당강령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당과 관련한 선언과 수사는 이곳저곳에서 난무하지만 실제 의회주의, 합법주의 반대라는 최소한의 전제가 있으면 사회주의당으로 집결하자는 말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는 사회주의라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사회주의 정당의 핵심인 전위 정당 노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사회주의정당으로 모이자라는 주장은 설계도 없이 집을 짓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세계 사회주의 운동사에서 합법주의, 개량주의는 전위당 노선의 핵심인 피티독재에 대한 폐기로 시작되었다. 세계 노동자계급의 운동에서 전위정당 사상을 가지지 않는 혁명정당이 없었으며, 전위정당 사상의 청산과 함께 개량주의로 옮겨가지 않는 정당이 없었다. 베른쉬타인과 카우츠키는 사회주의로 가는 민주주의의 길을 외치면서 수정주의 노선을 합리화 했다. 이후 유럽의 공산당들도 마찬가지로 피티독재를 폐기하면서 유로 코뮤니즘이라는 개량주의 정당이 되었다. 일본 공산당도 마찬가지다.
소련의 몰락 이후 남한의 사회주의 세력들도 마찬가지로 앞 다퉈 청산주의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사회주의 혁명의 원칙과 이념을 헌신짝처럼 버린 청산주의자들이 지금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하는 레닌과 볼셰비키의 사상을 옹호하는 것은 비합법적 전위정당 사상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고 우리의 운동노선을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집중 사상과 관료주의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중앙집중 사상과 신문을 중심으로 당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도하는 중앙기관지 사상이라는 두 가지 사상을 주장했다. 이중 중앙집중 사상은 절대적인 원칙으로 이후 민주주의적 중앙집중 사상으로 발전했다. 중앙기관지 사상은 중앙위원회와 중앙기관지가 동시에 지도기관이 되는 것이었다.
이 사상은 짜르의 탄압으로 합법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던 러시아의 정치적 조건을 고려한 것이었다. 중앙기관지를 통한 지도는 해외에 망명해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지도부가 신문을 통해 당의 통일을 이루고 당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앙기관지를 통한 당의 통일과 지도는 이후 공장세포를 중심으로 당의 기초를 이루는 당사상으로 발전했다. 레닌은 중앙기관지 사상은 러시아적 조건의 산물이지만 공장세포론은 모든 사회주의 정당이 적용해야 하는 원칙이라고 했다.
중앙집중 사상은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맞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 경제의 운영원리이기도 하다. 영국사회주의노동당(SWP)의 대표적 이론가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반자본주의 선언’에서 중앙집중화 된 계획을 반대하면서 “대부분의 의사 결정들은 분산된 기초위에서 이루어”지는 분산화 된 계획을 옹호한다. 이는 중앙계획의 비효율성과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시장으로의 발전의 길을 여는 것이다. 명백한 기회주의이자 수정주의다. 혁명 초기 러시아의 소부르주아 사회주의자들은 볼셰비키의 중앙집중계획에 맞서 공장위원회에 의한 생산을 옹호했다. 레닌은 이를 무정부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사회민주당을 볼셰비키와 멘셰비키로 나눠지게 한 핵심논쟁은 규약1조인 당원의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마르토프는 당에 직접적으로 소속되지 않은 후원자도 당원으로 할 수 있는 규약을 제출했다. 레닌은 이에 대해 “당원은 당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재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당조직의 하나에 직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당을 지지하는 자이다”라고 엄격한 당원의 조건을 제시했다.
레닌에게는 당조직의 하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당원의 핵심조건이었다. 레닌은 2차 당대회를 분석한 ‘일보전진 이보후퇴’에서 “당의 기관이 당 조직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당원에 대해 실제적인 지도를 행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는 전위정당에 있어서 당의 규율과 통일성, 당원의 적극성, 능동성을 보장하는 핵심 규약 사상이다.
이러한 레닌의 중앙집중 사상은 해방연대와 노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5조 (의무)
회원은 다음의 의무를 가진다.
1. 해방연대(준)의 기본노선과 규약·규정 및 각급 회의의 결정사항을 준수할 의무.
2. 최소한 한개 이상의 지회에 소속되어 활동할 의무.
제17조 (지회와 회원의 소속의무)
③ 모든 회원은 한개 이상의 지회에 의무적으로 소속되어야 하며, 소속된 지회에 자신의 활동내용을 보고하여야 한다.(해방연대 규약)
노동자계급정당의 당원 자격은 조직의 한 기구 또는 단위에 소속하거나, 그럴 형편이 안 되는 경우에는 당에서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시행하고 있는 ‘진성당원’과는 다른 것이다.(고민택, 21세기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이끌 당으로서 노동자계급정당을 말한다.)
당원은 적어도 당 조직의 어느 하나에 참여해 활동해야 한다. 당의 활동을 지지하지만 당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인자들은 후원당원으로 배치하는 것이 옳다. 당은 동시에 당원들의 교육과 훈련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김세균, 변혁적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기본상)
조직의 한 부문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조직의 통일성을 강화하고 일사불란한 집행력을 높이기 위한 규약 상의 조치이다. 이것이 바로 레닌이 옹호하고자 하는 전위정당의 핵심 조직원리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운영원리를 형식적으로는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레닌의 전위정당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 또 하나의 혼란을 초래하는 당 관념은 80년대식 비합법 전위정당과 같은 정당을 변혁정당의 질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관념에 따르면, 부르주아 정당과 달리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당은 철저하게 훈련되고 사상적으로 투철한 직업적 혁명가들의 집단이다. ... 이런 관념의 당은 혁명의 과정에서 계몽적인 전제 군주와 같은 역할을 요구한다.(송석현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진보주의의 파산과 당 관념의 혼란,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임무)
노힘이 강조하는 21세기 시대정신을 구현할 21세기 사회주의 정당이라는 말에는 전위정당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과거 전위정당 노선이 뭔가 시대에 낡고 뒤떨어지는 것, 구태의연한 것,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베스의 볼리비아 혁명을 21세기 사회주의의 모습 중의 하나라고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으로 집권을 고려하기도 한다.
중앙집중 사상을 관료주의와 동일시하는 데에는 대중을 지도한다는 데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있다. 그런데 과연 전위정당 노선은 18세기 사상이거나 남한의 군부독재가 판치는 80년대에나 어울리고 민주주의가 발전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 사상인가?
전위정당 노선을 사실상 거부하는 민주노동당 내의 ‘좌파’개량주의 세력들도 진성당원제를 옹호했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는 여전히 전위정당의 당원 자격에 비해 형편없이 뒤쳐져 있지만 당원의 자격을 좀 더 엄격하게 하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다. 심지어 부르주아 정당에서도 서류상으로만 등록돼 있고 실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페이퍼당원, 종이당원이라고 비판하면서 당원의 자격을 강화하자고 하고 있다.
전위정당의 중앙집중 사상은 관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당조직의 하나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당은 당원의 활동전반에 대해 지도하고 통제할 수 있고, 당원은 이름만 내건 당원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도와 통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은 당의 권위가 강요가 아닌 역사적, 집단적 검증, 헌신과 희생을 통한 지도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당이 요구하는 규율과 통제가 당원들의 자발적인 자기의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당원들의 당활동에 대한 결속력과 통일성이 높을수록 당내 토론과 논쟁은 더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다. 우리 운동에서도 많은 조직들이 조직의 결속력과 통일성의 약화로 고통 받아 왔다. 우리는 조직의 결속력, 통일성을 강화하고 행동하는 당, 실천적인 당을 만들어야 한다. 전위정당이 아니고서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
전위와 계급
레닌은 당에 의한 계급의 지도를 강조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도 이른바 ‘외부로부터의 테제’를 통해 대중들을 사회주의 의식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계급적 정치의식은 오직 외부에서, 즉 경제투쟁의 외부에서,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의 관계라는 영역 밖에서 노동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의 전위정당 노선을 깎아내리고 흠집 내려 하는 사람들이 단골메뉴처럼 비난하는 구절이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진정한 계급투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사이에 계급의식을 창출할 전문가들(당)의 조직이 있어야만 한다. ... 무엇을 할 것인가?에 포함된 고찰들은 이 중심적인 논점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 계급의식은 ‘외부로부터’ 노동운동 속으로 온다는 의견뿐만 아니라 ‘진정한’ 계급투쟁은 당에 집중된다는 생각은 객체로부터 주체를 분리시키는, 그리하여 자본을 사물로서 생각하게 되는, 요컨대 계급투쟁에 대한 물화된 관념을 생산하는 이론화에 속한다.”(워너 본펠드, 무엇을 할 것인가)
워너 본펠드는 진정한 계급의식은 외부로부터 온다는 레닌의 주장을 왜곡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의식은 단순히 외부로부터 이념을 주입한다고 형성되지 않는다. 인텔리와 다르게 노동자들의 초보적 계급의식은 공장에서, 직장에서 노동하면서 자본에 대한 적대의식을 느끼고 투쟁하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다. 노동자들의 이러한 계급적 존재 조건 없이 단순히 외부로부터 주입한다고 사회주의 의식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동자들의 초보적인 계급의식은 전위의 지도와 함께 진정한 사회주의적 계급의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레닌은 단 한 번도 대중의 자발성 자체를 폄하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의 자발성은 사회주의 의식 형성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현재의 운동이 갖는 강점은 대중의(주요하게는 산업 프롤레타리아트의) 각성이고 약점은 지도자인 혁명가들의 창발성과 의식성의 부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러시아 사회 민주주의 당 안에 존재하는 위기의 주요 원인이 대중의 자생적 고양에 미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데올로그들”, 혁명가들, 사회민주주의자들)의 후진성에 있다고 판단한 우리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은 1800년대 후반 러시아에서 대중들의 타오르는 투쟁에 뒤쳐져 경제주의에 빠져 있는 혁명가들을 비판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썼다. 혁명가들이 이론과 활동에서 대중의 고양에 뒤쳐졌다는 말만큼 대중의 역동성과 자생성에 대한 믿음과 찬사가 있을까? 이후 레닌은 당이 무기력한 가운데 1905년 혁명 이후에서 보여준 대중의 역동성을 보고 ‘대중은 자생적으로 혁명적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의 자발성과 역동성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는 것이 대중이 자발적으로 사회주의 정치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레닌이 말한 진정한 계급의식은 무엇인가? 왜 이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져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게다가 항상 절박한(당면한) 정치적 사건들과 사례들을 통해 다른 사회 계급들의 지적, 도덕적, 정치적 생활이 표출되는 모든 현상에 걸쳐 그것들 각각을 관찰하는 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그리고 모든 계급, 계층, 집단의 생활과 활동의 모든 측면에 대해 유물론적 분석과 유물론적 평가를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노동자계급의 의식은 진정한 정치의식이 될 수 없다.(같은 책)
대중들이 자생적으로 이러한 계급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중들의 의식은 동일하지 않다. 맑스는 한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생산수단과 각종 교육, 문화, 종교, 언론매체 등 정신적 지배수단을 장악하여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흐린다.
전위는 대중들의 불균등한 정치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중의 의식이 불균등하기 때문에 전위는 계급 그 자체가 아니라 계급의 선진적 일부이다. 여기서 전위는 혁명적 지식인일 수도 있고 노동자일 수도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실천적으로는 모든 나라의 노동자 정당들 중에서 가장 단호한 부분, 언제나 운동을 추동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부분이다. 그들은 이론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조건들, 진행 및 일반적 결과들에 대한 통찰을 여타 프롤레타리아트 대중에 앞서서 가진다.(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주의당 선언’)
이러한 전위에 의한 지도가 없이 거대하게 조직된 자본주의 국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투쟁의 방향과 전망을 제대로 제시하며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전복하고 노동자계급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설 수는 없다. 이렇게 전위가 대중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중에 대한 지도는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 내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선전이나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가? 전위에 의한 대중의 지도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 또한 노동조합주의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에 대한 배타주의, 반연대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적 태도 등 노동자들에게 팽배해 있는 조합주의 의식을 지도가 없이, 계급의식을 높이지 않고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가? 사회주의 의식은 단순히 자본에 대한 비판의식을 넘어 자본주의의 모든 현상에 대해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럴 때 진정한 계급의식이 형성된다.
대중의 계급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전위정당에 의한 지도는 왜 반대하는가? 이는 전위와 대중의 관계, 지도와 피지도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위는 대중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면서 대중들을 가르친다. 배우지 않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가르치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가르침을 지속할 수 있을까?
배우면서 가르친다(학강), 가르치면서 배운다(강학)는 원리는 한 때 야학에서 그 원리가 적용됐다. 혁명적 인텔리인 야학강사는 자신이 습득한 사상과 철학을 가르치면서 노동으로 단련된 노동자들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고 이 배움 속에서 자신의 혁명적 삶의 전망을 세웠다. 반면 노동자들은 야학강사로부터 자신이 겪는 노동과정에서의 모순이 어디서 오는지 배우면서 노동하는 삶에 대해 가르쳤다.
전위정당의 지도에 대해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부르주아야말로 실질적으로 대중들을 무시하고 모독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교육이나 언론은 대중들의 비판적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부르주아는 전인교육을 입버릇처럼 떠들어 대면서도 입시지옥을 만들어 내고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자본의 노예로 육성하고 있다. 인문과학은 밥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외면당하고 있다. 범람하는 자본주의 상업매체는 인간을 상품화하고 건강한 정신을 오염시킨다. 부르주아 정치는 의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리주의로 운영된다. 대중들은 몇 년에 한 번 표 찍는 기계에 다름 아니다.
부르주아의 관념론적 역사관은 영웅사관이다. 부르주아는 지배자들의 관념, 사상이 역사를 발전시킨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과연 왕이나 지배자 또는 궁중암투에 의해 역사발전이 이뤄지는 것인가? 이들의 역사에는 물질적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인민들의 삶은 없었다. 영웅들의 지배와 권력투쟁 뒤에서 그들이 어떤 물질적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암투하는지, 또 영웅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 영웅들을 먹여 살리는 역사에 숨겨진 자들은 어떻게 노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한다.
반면에 역사 유물론은 노동하는 자들에 의한 물질적 삶의 생산과 재생산을 중심으로 사회가 구성되고 재편되었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중국의 대운하, 만리장성 등 위대한 인류의 유산은 바로 지배자들이 아니라 노동하는 대중들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창조됐다.
맑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에 비해 당시 독일 노동자계급의 지적 의식이 더 높다고 찬양했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에 의해 전취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모든 생산 도구들 중 가장 강력한 생산력은 혁명적 계급 그 자체라고 했다. 맑스의 유물론적 철학은 대중으로부터 물질적 무기를 발견한다. 비판의 무기가 무기의 비판이 된다.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는 대중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1871년 노동계급의 파리에서의 봉기인 파리꼬뮌이 없었다면 어떻게 프랑스 내전 국가론을 세울 수 있을까? 맑스는 파리꼬뮌을 보고 기존의 부르주아 국가는 단순히 인수해서 노동자계급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라 분쇄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혁명적 이데올로기는 진공상태에서 순수사고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대중투쟁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대중운동에 실천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외부로부터의 테제 역시 이렇게 변증법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신으로부터 훔친 불을 인류에게 주듯이 복음으로 주어지는 것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혁명적 이데올로기는 대중들의 투쟁의 조건, 해방의 전망과 일치할 때 대중한테 자신의 투쟁의 수단으로 수용될 수 있다.
전위정당은 지도를 통해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지도는 관료적,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득과 상호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대중들을 지도해서 전위의 위치로 끌어올려서 노동자 대중들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서게 하는 것이 전위적 지도의 목표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된다. 전위가 중위가 되고 후위가 될 수 있다. 대신에 대중이 전위의 자리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사회주의 사회는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대중권력에 대중의 직접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사회주의 소련에서는 노동자계급의 교육수준, 문화적 수준이 지금 우리사회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전문 관료에 대한 양보가 불가피했다.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사회주의에서는 국가운영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대중들이 직접 국가를 운영하기에 쉬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를 운영하면서는 후진적인 노동자계급의 현실에 절망했다.
‘닥터 지바고’에서는 혁명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민중이 “이제 레닌이 새로운 황제가 되는 거야”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전위의 의식은 높았지만 문학작품에서는 이처럼 당시 러시아 사회 대중들의 전반적인 상태가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당시 후진적인 러시아에 비해 우리 사회 노동자계급의 교육수준, 지적수준, 기술수준은 대단히 높다. 당시 러시아 혁명가들이 부딪쳐야 하는 조건에 비해 사회주의의 물적토대는 훨씬 더 앞서 있다. 대중의 전반적 지적, 정치적, 문화적 의식이 드높게 물결치고 공산주의 원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할 때 국가는 소멸될 것이고 당도 현저하게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이가 없어지고 대중들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전위와 대중의 구별이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위당과 대중권력의 결합
전위정당이 소수 결사체라면 대중운동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 전위정당과 대중운동의 결합은 어떠해야 하는가? 레닌은 전위정당과 다르게 노조 같은 대중조직은 광범위하면 광범위할수록 전위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혁명 이후 사회주의 권력 하에서 당은 수백만의 직업동맹, 소비에트를 통해 대중을 지도하고 긴밀하게 결합했다. 심지어 당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들도 국가의 지도기관에 선출될 수 있도록 했다.
대중들은 노조, 공장위원회, 소비에트 등 다양한 대중기관을 통해 공장의 직접 운영에 참여했고 대중권력에 참여했다. 당의 대중과의 결합 능력이 높아짐에 따라 대중들은 당을 실질적으로 지지하고 진정한 노동자 민주주의가 발휘될 수 있었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레닌주의의 정수는 전위당 사상과 PT독재이다. 그러나 당의 독재가 아니라 인민의 독재라는 레닌 본인의 사고와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사회주의 혁명은 당의 독재로 귀결되었다.(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당-좌파와 사회운동의 연합을 위하여)
당은 계급의 일부인데 소련에서는 당이 곧 국가가 되면서 관료주의가 득세하고 이것이 소련의 몰락의 원인이 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사회진보연대에서는 당 자체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러나 당은 노동자 국가기구 내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전제군주의 선언과 당이 노동자 국가기구 내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레닌은 독일의 공산주의자들 중에서 공산당의 독재인가 프롤레타리아의 독재인가로 나누면서 당과 대중을 구별하는 것에 대해 ‘좌익 소아병’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부르주아에 매수당한 가짜 지도자들과 진정한 지도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지도자와 대중들을 나누는 공산주의자들의 사고의 혼란에서 오는 유치한 사고에서 비롯됐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당의 지배냐 대중에 의한 지배냐가 아니라 당이 얼마나 계급의 이해를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가, 대중들의 직접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는가가 본질이다.
당은 계급의 선진적 부위로 구성되어 계급을 지도한다. 당은 그 자체로 국가가 아니지만 국가기구에서 지도적,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지도적 위치에 있는 당의 지도자, 대중의 지도자들의 관료주의와 출세주의가 들어설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기구 관료들이 대중들에 의해 직접 선출, 소환되고 노동자 평균임금 지급이 제도화되어 운영원리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방연대는 소련의 관료주의와 몰락의 원인이 일당독재에 있다고 하면서 노동자 민주주의를 위해 다당제를 옹호한다. 이것은 당이 대중과 결합하는데 있어서 관료주의적이었다는 비판이라면 타당할 수 있으나 다당제 도입이 관료주의에 대한 치료제라고 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다당제와 삼권분립이라는 원리가 있지만 부르주아 독재에 불과하다. 권력의 분산과 민주주의는 자본가 계급에 의한 지배를 바꾸지 못한다. 오직 부르주아 분파들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할 뿐이다.
대중들은 투표권 행사 외에는 국가운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마음대로 당을 옮긴다. 소환되지 않는다. 이들은 평균 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출세와 권세가 보장된다. 법관, 경찰, 고위 관료, 군대 장성 등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독점자본은 보통선거권 뒤에 숨어서 실질적으로 사회를 지배한다.
러시아에서 공산당은 사회혁명당 좌파가 이탈하면서 유일한 지배정당이 되었다. 혁명 이후에 전위정당이 가능한 분열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때로는 다수의 혁명 정당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할 수도 있다. 일당체제는 피티독재의 본질적 원리가 아니다. 피티독재의 본질은 자본주의 착취체제로 복고하고자 획책하는 반동적 부자들을 억압하고, 자본주의에서 억압 받고 착취 받고 무시당하던 가난한 근로인민이 통치하는 대중권력이라는데 있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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