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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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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16:40:04, 조회:3,165, 추천: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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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구조조정의 전운
-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을 준비해야 한다!
기아차 비정규직 활동가
소하리공장 생산설비 매각! - 세일 앤 리스 백(sale & lease back)
※ 세일 앤 리스 백(sale & lease back)
-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다음 이를 다시 임차하여 이용하는 형태. 기업 측이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매각한 자산은 임대계약을 통해 계속 이용하는 방법
- 문제점 : 산업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기계, 건물 등을 금융자본에 매각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매각한 자산의 소유권은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넘어간다. 산업자본은 리스계약을 통해 다시 설비를 이용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폭넓게 진행되었다. 서비스 산업자본은 매장의 매각대금을 토대로 또 다른 매장을 넓히는 수단으로, 금융자본은 매장소유권을 빌미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투입을 요구하며 이윤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서비스산업자본은 매각된 매장에서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투입을 전 매장으로 확대하면서 또 다른 이윤을 확보했다.
3월 20일, 인터넷 언론을 통해 소하공장 생산설비가 ‘세일 앤 리스 백’의 형태로 초국적 자본인 GE캐피탈로 매각되었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이는 다음 날(21일)주주총회에 제출된 회계감사보고 자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소하공장 생산설비를 초국적 금융자본인 GE캐피탈에 2500억에 팔아먹고 2014년 말 되사기 조건으로 기아차가 임차인이 되어 설비를 빌려 쓰게 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자금유동성, 경영위기를 유포해 왔던 현대-기아자본이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08년 임.단협투쟁을 사전 압박함으로써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기 위한 도발을 본격적으로 감행한 것이다.
이미 07년 말경 당시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기아차가 생산라인 일부에 대해 세일앤리스백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고, 기아차지부는 사측으로부터 전혀 사실무근임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기아차지부는 이를 홍보물로 알린 현장제조직에 대해 근거 없는 사실에 대한 무분별한 유포로 경고(?)까지 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사측의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기아차지부는 3월 24일 비상전체대의원소집을 개최하였고 전체 대의원 만장일치로 ‘소하리 공장 설비 매각 전면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로 25일 08시 30분을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결정했다. 소하공장 생산설비매각이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08년 임단협 투쟁의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객관적 판단이 피할 수 없는 전면파업을 결정하게 한 것이다.
하룻밤의 선언, 전면파업 철회
전면파업선언은 하루도 걸리지 않아 철회되었다. 기아차지부 19대 집행부는 전면파업 당일인 새벽 06시 30분에 사측과 노사합의를 했음을 알리고 전면파업을 철회했다. 강력한 전면파업 결정으로 요구안이 관철 되었나 기대했던 현장은 노사합의내용이 공개되면서 실망과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 노사합의 내용
1. 소하리 공장 기계설비를 대상으로 2007년 9월 20일과 10월 30일 실시한 금융리스와 관련하여 GE캐피탈코리아(주)대표이사의 확인서를 통해 해당자산의 소유권과 관련된 사항이 기아자동차 있음을 확인(공증)한다.
2. 회사는 금번 금융리스 계약을 분기별 조기 상환하여 2008년 말까지 해지하며 노사는 08년 임단협 마무리 시 최종 상환일정에 대하여 확인한다.
3. 회사는 금번 실시한 금융리스와 관련하여 07년 12월 7일 조합에 정확하고 충분하게 설명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자 책임을 묻는다.
4. 회사는 금번 금융리스 건과 동일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기아자본의 생산설비매각은 백지화되지 않았다. 더불어 세일엔리스백의 한 형태인 금융리스는 합의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중도해약이 불가하며 초국적 자본인 GE캐피탈과 맺은 매매계약을 노사가 합의한다고 법적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대의원 소집의 결정이었던 전면백지화가 실현되지 않았으며, 합의 내용 자체가 지켜질 수 없는, 또 다시 기아자본에 재차 기만당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또한 노조와 현장을 속이고 생산설비를 매각한 중대차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합의 당사자는 기아차 대표이사가 아닌 고작 노무담당 상무이사였다. 더구나 파업유보에 대한 내용을 노사 간 합의서에 담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니!
무엇보다 19대 집행부는 합의와 파업 철회까지 단 한차례의 대의원 소집, 현장설명회조차 없이 모든 것을 일방 결정하며 정신없이 독주했다. 전면파업이라는 노동조합 최고수위의 전면투쟁을 결정해 놓고, 그 투쟁의 주체인 현장 대의원과 조합원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기본적인 의견수렴과정조차 삭제되었다. 하룻밤의 헤프닝은 웃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무원칙한 집행부의 기만행위는 현장의 투쟁의지와 신뢰를 주저앉히고, 현장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돼는 현장의 파업투쟁을 파괴했다. 자본의 뻔히 보이는 구조조정 수순은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제조직은 전면파업이 철회되고 노사합의가 공개되자 이를 ‘졸속합의, 기만적인 합의서’로 규정하며 거센 항의와 더불어 긴급 전체대의원소집을 요구했다. 3.27일과 28일에 걸쳐 진행된 대의원 소집 속에 진행된 논란 4월 예정인 기아차 임시대의원대회로 넘겨졌다.
기아차 구조조정은 이미 원하청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있다
07년 말, 08년 초 기아자본은 비정규직지회와 체결했던 고용합의를 파기하고 하청업체인 진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최근에는 PDI 검수공장의 비정규직 18명에 대한 인원감축 입장을 발표했다. 07년 말 100여명이 넘는 자연퇴사자 자리에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은 채 일용직을 투입하고 있다.
화성공장 3공장의 비정규직은 1년 가까이 100만원도 안 돼는 기본급에 잔업도 없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직가입으로 인해 독자파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지회, 1천이 넘는 비정규직 직가입 조합원을 가입 받고도 실질적인 투쟁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 기아차지부 - 두려울 것이 없는 기아 원청은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과 기존 투쟁의 성과에 대한 파괴를 거침없이 자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기아자본의 공격은 이제 직접적으로 정규직을 향하고 있다. 기아자본은 화성공장 2라인 정규직에 대한 전환배치를 여유인원이라는 미명하에 화성지회와의 일방합의 속에 관철시켰다. 일방적 전환배치와 합의파기에 맞서 자발적인 라인점거투쟁을 벌였던 정규직 활동가 2인에게는 고소고발, 임금가압류를 자행하고 징계탄압을 시도하고 있다.
조립3공장은 잔업을 없애더니 주야 10시간(2시간 잔업 포함) 라인가동을 5시간으로 추가 축소하면서 현장에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계속된 경영위기 유포, 기초질서 지키기로 시작된 현장 통제는 강화되었고, 공격은 계속됐다. 그리고 소하리 공장 생산설비 매각사태가 발생했다. 정몽구의 아들 정의선이 기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의 손에 구조조정의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한 정몽구의 후계구도 포석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합의가 파기되고 현장이 유린되는 동안 즉각적인 대응과 투쟁은 진행되지 않았다. 투쟁을 조직해야 할 19대 집행부는 투쟁이 아닌 일방합의를 반복했다. 무기력한 현장의 상태가 이렇게 계속된다면 08년 자본이 돌려줄 것은 구조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임금삭감, 단협 후퇴, 더욱 강력한 현장통제일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는 전면전, 이제는 현장에서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답이 안 보이는 집행부만을 바라보고 성토하는 것만으로는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를 돌파할 수 없다. 금번 생산설비매각과 관련하여 전체 대의원은 전면파업투쟁을 결의했다. 현장조합원들은 전면파업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이 정도 사안이라면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투쟁하지 않는 집행부를 견인하고, 원하청 노동자의 움추러들고 있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사활적 과제는 이제 ‘투쟁하는 계급적 현장활동가’ 동지들에게 달려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은 어려운 조건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선봉대 활동과 원하청 노동자의 공동투쟁경험을 갖고 있다. ‘현장공동투쟁’으로 조직되었던 ‘현장제조직, 부서지 모임, 비정규직 주체간의 공동투쟁’의 경험이 있다.
‘원하청 구조조정 분쇄, 현장탄압 분쇄, 08투쟁 승리’를 기치로 상실된 집행부의 투쟁지도력을 현장에서 조직할 ‘공동투쟁체 구성’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초기 구성에서부터 화성공장뿐만 아니라 지부 산하 전 지회차원으로 확대, 조직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조정 전선을 원하청 노동자들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선전하고, 투쟁기조와 구체적인 투쟁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공동선전전, 공동집회, 조합원이 직접 참가할 수 있는 가능한 공동실천사업을 기획하고 전개하면서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선 원하청 노동자의 전면적 투쟁의 결의와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기아차 공장, 가로막힌 출입문 앞에 늘어서 경비대의 ‘통과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의 행렬을 보라! 문을 가로막고 있는 바리케이드는 더 이상 노동자의 무기가 아니라 자본의 기초질서 지키기 - 자본을 위한 바리케이드가 되었다. 경영위기, 현장탄압에 위축되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할 것인가, 전면전을 조직하고 정면돌파할 것인가! 선택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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