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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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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16:17:20, 조회:2,388, 추천: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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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노조의 결합 원칙을 훼손한 ‘배타적 지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진보신당이 창립 된 이후부터는 사무금융연맹, 금속노조, 공공운수연맹과 현대차지부 등 각급 연맹과 지부 차원에서 논란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이랜드노조가 진보신당 후보를 내세우기로 하면서 노조 내부에도 첨예한 갈등이 생겼고, 뉴코아노조는 이랜드노조의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타적 지지의 본질은 정치조직 또는 당이 대중조직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그런데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무수히 많았지만 그것의 원칙과 올바른 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과 대중조직의 결합에 대한 원칙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대중조직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진보신당의 탈당은 “전 조직의 단결을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반조직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이석행위원장은 민주노총 18대 총선 승리 결의대회에서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며 단결을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이 엄중한 시기에 우리 내부의 분열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공멸을 부를 수 있다. ... 지금은 경쟁과 다양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결을 위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에 따라 민주노동당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분열은 배타적 지지 방침 자체에 있다. 배타적 지지는 조합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대의원대회에서의 관료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배타적 지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고작 10%대에 머물렀다. 그 동안 이 결정으로 인해 대중조직 내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이 아닌 노동자들은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선택을 제한 당했고, 민주노동당이 아닌 정치조직들의 정치활동은 위축됐다.
대중조직의 분열을 낳은 것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방침을 관료적으로 결정하고 적용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사회당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활동가에 대한 징계가 논의되기도 했다. 최근 이랜드노조의 진보신당 후보 지지 결정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결정이 훼손되어서가 아니라 대중조직이 무리하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애초의 배타적 지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배타적 지지의 대상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동안 배타적 지지 결정으로 대중조직 내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민주노총 관료들이 분열을 운운할 자격은 없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이랜드노조가 진보신당 후보를 내자 이랜드 투쟁지원금 CMS해지와 연대단절 운운하며 이랜드노조를 압박했다. 총회에서는 누가 더 이랜드 연대를 위한 보따리를 더 가지고 있는지 경쟁하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사심 없어야 할 연대가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 노조 내부의 갈등은 더 불거졌고 이랜드 조합원들은 당이 이랜드 투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엄청난 불만을 가지게 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자체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민주노총은 자본가 정당인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으로 간 노조간부들에게 단호한 징계조치도 내리지 않음으로써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둘째,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 동안 노동자들이 자본가 정당에 대한 지지를 해온 현실에 비춰 봤을 때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진일보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방식과 내용은 왜곡됐다. 지금껏 이 논란은 사민주의 정치활동의 수준에서 이뤄졌다. 민주노동당은 입후보한 후보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요구,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등 정치활동을 선거를 매개로 한 활동에 국한시켰다. 대중조직의 노동자들은 투표행위를 단순히 지지하고 후보는 지지를 받는 배타적 지지는 당은 정치활동, 노조는 경제투쟁이라는 사민주의의 양날개론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사민주의적 방식의 배타적 지지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제기되지 않았다. 배타적 지지가 사민주의적으로 왜곡됨으로써 노동자들은 현장을 중심으로, 자신이 주체가 돼서 능동적인 정치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표 찍는 기계로 전락했다. 결국 배타적 지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민주의적 배타적 지지가 근본적인 문제다.
결국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대중조직의 단결과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다 허물어뜨렸다.
당과 대중조직의 결합의 원칙
왜곡된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다르게 당과 대중조직의 결합에 있어서 원칙은 어떠해야 하는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관료적으로 왜곡됐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당에 대한 지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지지의 방식과 내용이 잘못됐을 뿐이다.
당과 대중조직은 굳건하게 결합해야 한다. 노조가 대중조직이라는 이유로 당과의 결합 자체를 반대하는 중립입장은 노조를 자본의 영향력 아래로 방치하는 것이 된다. 자본은 회사 살리기, 국가경제 강화 이데올로기 유포, 매수, 탄압 같은 직접적 노무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한테 영향을 미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당과 노조의 결합은 대중조직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존중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대중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당원은 대중조직의 규약을 따라야 하고, 대중조직의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또한 대중조직의 계급적 강화에 복무해야 한다.
당원은 대중조직 내에서 분별력 있게 그러나 끈질기게 헌신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당은 직권조인이나 노사화합선언을 하거나 자본에 매수당해 반노동자적 행위를 한 당원을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당에 종속돼야 하는 것은 대중조직 자체가 아니라 당원이다. 대중조직의 결정이 당의 방침과 다르다고 해서 당이 대중조직을 징계할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당은 대중조직 내에서 신뢰와 지도력을 획득한 당원을 통해 당의 방침을 대중조직 내에 관철시켜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고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당원의 규율을 세우기 위한 규율 있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면서도 현장에서는 반노동자적, 관료적 작태를 벌이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민주노동당은 2005년 10월 26일 울산 북구 보궐선거 국회의원 후보로 완전고용합의서로 반동적인 행위를 한 정갑득을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투쟁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이 보여주고 있는 즉,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과의 연대 없는 일방적인 지지 요구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누구를 위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만들기인가? 민주노총 대구지역 본부 총선투쟁 방침에 대한 성서공단노조의 입장)
민주노동당은 대중조직과의 올바른 결합을 통해 신뢰와 지도력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 지지라는 관료적 결정만을 근거로 대중조직의 지지를 강요해온 것이다.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가 진보신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옮겨가는 것은 악순환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 투쟁이 또 다른 사민주의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아니라 당과 대중조직의 결합에 있어서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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