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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5호] 신종인플루엔자, 의료노동자 그리고 의료민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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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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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00:13:45, 조회:2,188, 추천: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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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 의료노동자 그리고 의료민영화
8월 1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 발생 이후 9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에서는 신종인플루엔자 감염 확진환자가 3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4000명에 육박했다(WHO 발표). SARS, 조류독감에 이어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은 항상 한 발 늦고, 구체적이지도 못한 채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약인 타미플루 역시 스위스 거대 제약회사의 특허권에 묶여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 입원환자 신종플루 감염, 이미 예견됐다?’ (9월 11일 메디컬투데이)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에서 감염됐다니’ (9월 12일 서울신문)
‘병원이 신종플루의 온상이 돼선 안 된다.’ (9월 12일 경향신문)
지난 9월 10일 MBC뉴스에 의해 대구의 한 거점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이던 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이 보도된 이후 언론에서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끝내 이 환자는 9월 23일 사망하였다.
신종플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지나친 경계심으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나라 감염률이 아직 심각한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사망자 발생에 따른 고위험군 대책을 묻는 질문에 "추가 조치는 없다"며 "기존 대책만으로도 환자 사망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9월 28일 뉴시스 재인용). 이러한 발언은 정부의 안일한 정책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생각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지금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굳이 여기서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손씻고 마스크 착용하라는 정부의 말 또한 반복하고 싶지 않다. 중점적으로 보려는 것은 두 가지다. 신종인플루엔자와 제일 자주 접촉하는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9월 국회에서 추진하려는 의료민영화가 그것이다.
전염병 사각지대에 놓인 의료노동자
개인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는 하루에 몇 백 명의 환자가 다녀간다. 그 중에서 누가 신종인플루엔자 의심환자인지 아닌지 구분할 길은 없다. 공장안에서는 열감지기가, 학교에서는 온도계로 열을 체크하지만, 병원 입구에는 그런 것을 찾을 수 없다. 자가검진을 통해 열 나면 검사하라는 병원의 지시와 예방법을 적어놓은 포스터만 붙어있을 뿐이다. 신종인플루엔자는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병인만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한 공간에 있으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고위험군과 면역력이 약한 병원에서는 낮은 가능성이라도 조심해야 한다. 환자가 옮길 수도 있고, 외래진료 온 사람이 옮길 수도 있고, 의료 노동자가 옮길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은 의료 노동자(여기서 의료노동자라 하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청소용역 노동자, 간병 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 등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 오히려 임신을 한 간호사가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보니 병원 관리자가 “그렇게 무서우면 그만두라”는 말까지 퍼부었다. 병원에서 의료 노동자가 마스크를 쓰는 것이 환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기에 의료 노동자 건강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특히 비정규직인 청소용역 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 간병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와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간병 노동자의 경우 병원에 마스크 지급을 요청했다가 “그렇게 무서우면 사서 써라”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는 병원에 직접 고용되어 있음에도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염병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렇듯 상호간의 감염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감염에 대한 우려를 걱정하기 이전에 마스크 지급 비용이 많이 들어 힘들다는 병원 측의 투정을 먼저 들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은 병원이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한 측면이다. 정부가 신종인플루엔자 확진 검사 비용(최소 12만원)을 환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임금이 동결되고, 정리해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 시기에 당장 돈 몇 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신종플루가 의심된다고 해서 다 검사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의심이 되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것은 이후 감염확산과도 연결된다. 기계가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정부의 말은 ‘4대강 살리기’ 예산이 3조 5000억 원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를 더 확대시키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이윤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5대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촛불집회 때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던 의료민영화는 이름만 싹 바꿨다.
의료기관에 순자본의 400%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의료채권법’,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계 영리병원을 허용하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국민의 건강정보를 민간 보험 자본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 경영지원자회사(MSO)등 의료기관에 각종부대시설을 추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수익을 다른 사업에 투자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일부개정안’과 …… ‘제주특별자치도법개정안’ 이 상정될 예정이다 …… 병원의 영리적 운영을 허용해서 의료를 산업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거쳐 의료를 완전히 민영화, 상업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 반대!! 방방곡곡 외쳐라!! 전국순회 선전물 중 일부 발췌)
의료민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다 할 수 없기에 신종인플루엔자 사태와 연결시켜 보자.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온전히 시장에 의료를 맡기게 됐을 때 신종플루사태가 발생했다고 하자. 검사비는 지금의 몇 배로 뛸 것이고 정부는 검사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다. 결국 예방 가능했던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될 것이다. 지금도 비용의 문제로 실질적인 마스크 지급이나 격리병동을 따로 마련하는 것을 꺼려하는 가운데 의료민영화가 된다면 이는 결국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로 인해 보험적용에 대한 문제나 공공의료에 대한 것이 문제화 되는 시점에 정부의 저러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작년 이명박의 말에 속지 말고 다시금 의료민영화 반대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의료 노동자부터 시작해서 돈 없으면 아플 권리도 없어질 노동자 민중이 함께 나서 의료민영화를 막아내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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