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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대공장 노동자의 상태- 금호타이어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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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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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18:17:01, 조회:2,671, 추천: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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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대공장 노동자의 상태- 금호타이어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 ‘부도덕한 노동운동’ 시비에 휘말리면서 대공장 노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상반기 임단투가 시작되었지만 현장에서는 투쟁 분위기도 뜨지 않는다. 올해는 제대로 싸우겠다고 나서는 노조들도 별로 없다. 현대차 자본이 현대차 노사관계 역시 올해는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대공장 노동자 투쟁이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대공장 노동자운동은 끝났는가? 지금 대공장 현장 노동자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부터 금호타이어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건을 살펴보고 앞으로 대공장 노동자운동의 과제를 고민해보자.
1. 이제 대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은 개선되었는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먼저 살펴보자.
금호타이어 노동자들 중 생산직 노동자 4천4백여 명의 평균 근속은 14년이다. 14년 근무한 노동자들의 기본일당은 4만4천원이다. 월평균 급여(통상임금과 제수당, 상여금 포함)로는 280여만 원이다.
금호타이어 현장의 노동자들은 5급과 6급 노동자로 나눠진다. 5급은 전체의 10% 정도 규모로, 주로 공고출신의 설비 기능직 노동자들이고 나머지 90%가 6급으로 생산기능직 호봉표 자체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금타 자본은 생산직 노동자들마저도 5,6급으로 나누어 임금차별과 승급, 그리고 인사고과 등을 통한 차별을 해왔고, 특히 기능5급에 대해서 특별한 기능을 가진 노동자라는 우월의식을 심어주어 노동자들의 현장 단결을 저해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이미 금타 자본은 97년 전후로 과장급 이상 사무직 연봉제를 도입했고 이제는 전체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연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일반직 협의회 등으로 노동자 조직화가 시도되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그래서 사무일반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나 현장통제 노무관리에 대해서는 그 정도를 노동조합에서 알 수도 없다. 금타 자본은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 제공 외에는 일체의 다른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각각의 호봉표가 작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에도 1-4급을 두어 호봉이 근속에 따라 올라가는 것 외에도 인사고과를 통한 승급을 실시해 노동자들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몇 년 전에 6급부터 시작하여 임금체계개선투쟁의 과정에서 생산직 승급에 대한 인사고과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아직 단일호봉제 등의 현장의 임금차별 해소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의 과제는 남아 있다.)
금타의 초과노동을 제외한 임금평균은 상여금 합쳐서 연간 3,300만원이다. 민주노총 표준생계비의 72%밖에 안돼 대공장 노동자이지만, 평균적인 생계비의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기본급이 그중 30%도 채 안되어 다른 자동차 완성업체들의 기본급 36-40% 비중과 비교해도 열악한 기본급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조3교대 근무를 하지만 주5일제가 도입되었어도 늘어난 휴일에 현장노동자들은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기본임금이 너무 낮아서 도저히 잔업특근을 하지 않고는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휴일 근무를 안 해도 실질 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 곡성공장은 특히 잔업이 월 20일 근무 중 10-15개 정도이고, 거기에 휴일특근 7개를 합치면 엄청난 초과노동을 하고 있는 거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조합원)
특히 금호타이어의 임금구조는 매우 왜곡되어 있다. 기본급과 통상임금 수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해 금타 자본은 다른 사업장에는 없는 상여금 기준을 만들었다. 보통 통상임금 대비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금타의 상여금은 초과노동을 포함한 당월 총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97, 98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시기에 대공장들까지 대대적으로 단행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의 고용불안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 대신 자연감원(정년퇴직에 의한)된 인원에 대해서 충원하지 않고 휴일 특근을 늘려서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 불만을 입막음 하고 있다.
그리하여 금호타이어의 현장노동자들은 99년, 2000년 당시만 해도 잔업 휴일특근이 월 8-10개만 해도 많이 하는 경우였지만, 지금은 월 14-20여개를 하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특히 근속이 조금 낮은 곡성공장은 인건비가 적다는 이유에서 생산물량을 더 편성하여 곡성공장 노동자들의 휴일잔업은 더 극심하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삼은 금타 자본은 공장별 노동자들의 경쟁과 분열을 조장한다. 또한 광주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생산성을 올려줘야만 생산설비 개선과 물량 확대를 시켜준다고 임금과 고용불안 협박을 일삼고 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생활상태는 개선되었는가?
결코 아니다.
97, 98년 경제위기를 틈탄 임금동결을 제외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은 계속되어 10% 전후로 한 임금인상 및 임금체계 개선 투쟁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자본은 그동안 자동화된 설비를 가지고 평택공장을 신설했고, 중국공장을 증설, 신설했다. 이렇게 공장 확대와 생산물량을 확대시켜 꾸준히 이윤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금타 자본은 생산성도 증대하고 있지만 생산성 증가율의 폭이 좁다는 것을 곧 생산성이 하락되거나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현장에 선전해댄다. 생산성 증가율이 올라가지 않고 노동자들이 임금이 아무리 그 이상으로 오른다 해도 노동의 결과인 생산물을 자본이 이윤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금타 자본과 노동자들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여전히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임금은 표준생계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의 몇 년간의 임금체계 개선투쟁과 임금인상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꾸준히 인상되었는데도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챙기고 있다.
여기까지가 금호타이어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실태에 대한 진실이다. 그러면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2.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은 이제 끝났는가?
금호타이어 사업장에서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작년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투쟁할 당시 금호타이어 내에 조직화 대상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00여명 이었고, 그중 노조로 300-350명 정도가 가입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불법파견 진정과 함께 정규직화 및 직무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하여 결국 약 280여명의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었고, 일부 직무가 정규직화 되었다. 지금은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광주, 곡성공장 합쳐서 80-100명가량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아예 호봉표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고용계약은 업체별 사장에 의해서 일당제로 개별로 이뤄진다. 도급업체들은 정규직들이 각 공정에서 일하기 힘들어하는 직무에 대해서 노동조건의 개선 향상이나 인원충원 대신 비정규직들을 채용하는 것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업체 사장들은 예전에 금타 정규직으로 일하던 과장급 이상 관리자 출신들이다.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근속에 따라 기본급이 올라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떤 통일된 기준도 없다. 다만 근속수당 가족수당이라는 것으로 근속에 대해 아주 작은 부분을 보상받을 뿐이다.
예를 들어 금호타이어에서만 비정규직으로 10년 동안 일한 노동자의 일당이 3만원이다. 이 노동자는 야간노동을 다해서야 비로소 100-12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심야노동, 잔업특근과 제 수당을 합쳐야 말이다. 이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일하다. 대부분이 호봉제도 없는 개별 일당계약으로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준의 열악한 임금을 잔업특근으로 만회한다.
정규직들 노동자들도 열악한 환경과 노동강도 속에서 일하지만 비정규직들은 같은 공정에서 일을 하더라도 정규직 보다 두 배 정도 센 강도로 일을 해야 한다.(같은 공정이라도 정규직들이 꺼리는 일들을 주로 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현장에서 정규직들은 컨베어벨트 작업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재량껏 교대로 휴식을 조금씩 취할 수도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업시간에는 옆에서 말 붙일 여유조차 없다.
작년의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 정규직화된 노동자들 280여명은 자신의 기존 근속을 하나도 인정받지 못하고 정규직에서 다시 1호봉부터 적용받았다. 이 정규직화된 지 일년이 채 안된 전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3만2천 원 가량을 기본일당으로 받고 있다. 얼마 전 한 달 동안 잔업특근 4개를 하고 나니 총 150만 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여기서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133만여 원이 된다.
금타 자본은 작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밀려 얼떨결에 내주었던 정규직화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시키고자, 근속도 인정하지 않았고, 직무 정규직화에 대한 추후 협상을 거쳐 부분 도급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3. 자본의 태도- ‘인재육성’(= 경쟁)과 ‘신뢰경영’(=노사협조주의)전략
이처럼 금호타이어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의 성과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정규직들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규직 내부의 분열과 경쟁을 조장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무 정규직화,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분리시킨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임금 연봉 5천5백 노동자들이라고 언론에 소개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억제를 강조한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진행해오던 생산 구조조정에 대해서 이제 노사 상생 관계를 강조하면서 노동조합의 협조를 강요하고 있다.
몇 년 동안 ‘고객만족 경영, 품질경영’을 경영전략 모토로 삼아오면서 현장의 혁신, 제안제도 등 신경영전략과 현장통제를 추진해왔다.
이제 금타 자본은 ‘인재육성, 신뢰경영’이라는 경영전략에서도 드러나듯이 능력주의 노동자 관리, 통제와 노사협조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노조를 생산의 동반자로 삼아 노동자들 스스로 경쟁을 자초할 수 있도록 경영하겠다는 기조를 삼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한국타이어와 같은 능력급, 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민주 집행부들과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연말 성과급을 확대시키는 것 외에는 호봉, 기본급으로 성과, 능력급제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와 항상 비교하면서 금타 자본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 그리고 임금이 높아서 기업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관 1층에는 항상 한국타이어와 비교한 금호타이어 노동생산성 하락이나 임금비교, 기업 이윤과 매출액 비교 및 정부의 대기업 고임금론과 노동귀족론에 관련한 기사들이 대자보로 붙어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식당에 들어가면서 이 글을 항상 접한다.(한국타이어는 한국노총 소속에 노사협조집행부일 뿐만 아니라 기본급도 인사고과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는 성과급적 호봉제도이다.)
특히 금호타이어 현장은 고무 원재료를 사와서 고무에 화학물질을 배합하여 타이어용 고무를 만들고 여러 차례 반죽과 모양 만들기, 조립을 거쳐 검사하는 과정 전반의 노동을 하기 때문에 환경이 매우 유해하다. 전 공장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어 각 공정마다 특히 유해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같이 그 유해성에 노출되어 있다. 소음과 고무가 열에 의해 가스와 분진,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무흄에 이르기까지 고무 자체에 의한 유해함은 말할 것도 없고, 고무를 타이어 모양으로 조립하여 고무가마솥에 넣어 찌는 공정에서는 특히 고열과 고온, 가스로 인해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 그 외에도 검사, 수리하는 작업에서도 유해성과 제품 적재 관리하는 공정의 외부 작업에 대한 열악함도 있다. 특히 초기 공정에서 고무 원료와 화학약품들을 배합하는 과정은 피부병은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다.
금호타이어 공장 정문 앞에서부터 이미 고무냄새가 진동하고 머리가 아픈데, 현장에 들어가면 뿌연 고무분진과 흄, 매연가스로 인해 눈앞이 희미할 정도다. 이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인데도 불구하고 금타 자본은 설비개선, 투자에 인색하다. 자동화의 정도도 매우 낙후하여 30킬로그램도 넘는 타이어를 손수 들어서 적재하고 실어서 운반해야 하는 공정과 직무가 다반사다. 고부가가치 타이어 제품으로 생산물량을 늘리면서 중량물에 대한 노동강도는 더욱 세졌다.
그러나 금타 자본은 공정별 유해한 환경과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근본적인 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공정별 지원금과 위로금(출장비)라는 명목의 임금으로 대체해왔다. 이에 불만을 가진 현장, 공정에 대해서 공정 지원금 위로금을 높이거나 신설하는 방식으로 입막음하면서 공정간 노동자들의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공정별 지원 위로금으로 유해환경과 노동강도를 대체하면서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무관리를 한다. 공정마다 8시간 정상적인 노동시간에 골고루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컨베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몰아서 하루 생산계획량을 달성하게 만든다. 금타 자본은 1-2시간 작업을 일찍 끝내고 뒷 공정에 물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공정마다 소위 ‘몰아치기’ 작업과 초과 생산 달성시 약간의 성과금을 챙겨주어 몰아치기와 생산성 향상을 조장한다.
“몰아치기는 우리 스스로만 원해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뒤 공정에서 빨리 작업물량 대달라고 하여 우린 몰아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조절해가면서 노동강도 조정하여 생산하더라도 관리자들이 붙어서 같이 생산을 거들어 사실 생산계획량에 맞추거나 초과달성하는 경우들도 많다.”(조합원)
“몰아치기나 조기퇴근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당 일일 생산목표량을 폐지시켜라. 자꾸 뒷공정에 물량을 대기 위한 독촉과 관리통제도 막아야 한다. 특히 몰아치기와 조기퇴근을 금지한다면 작업생산량을 높이면 안 된다. 현장통제 감시시스템을 없애서 정말 노동자들이 생산 품질과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조합원)
게다가 절대적 이윤의 확대를 위해 인원 충원 대신 있는 노동자들의 잔업 휴일특근을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애초에 24시간 공장 가동을 위한 교대제 근무에다가 8시간 근무에서 노동자들이 밥 먹고 쉬는 시간도 아까워서 식사교대수당을 신설하고 점심시간에도 기계를 가동시킨다. 점심시간 30분마저도 공정별로 나눠서 교대로 식사하고 남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작업량 이상의 기계를 돌린다. 게다가 30분 일찍 재고파악 업무가 필요하다면서 사전직무 수당을 준다.
금타 자본은 이러한 사전직무수당과 식사교대수당을 통해 1석2조의 효과를 얻는다. 첫째, 직무나 공정별로 노동자의 차별을 두어 현장을 분열시킬 수 있다. 둘째, 하루 1시간에 해당하는 잔업을 고정화시켜 일일 생산계획량에 포함시켜 하루 8시간 노동으로도 9시간분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거기에 몰아치기 작업까지 포함하면 그 단위 시간당 생산성 향상의 효과는 엄청나다. 실제 6시간 노동으로 9시간분에 해당하는 물량을 생산한다. 이제 금타 자본은 이것을 단위생산량으로 계산하여 새롭게 생산계획을 재조정하는 일만 남았다.
노동자들이 그동안 기본급이 너무 낮아 인원 충원도 요구하지 않고 휴일특근, 잔업에 조출, 그리고 사전직무와 식사교대에 몰아치기 작업까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인냥 금타 자본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노린다.
“기계가 자동화되면서 한명이 줄고 남은 인원이 일을 하고... 이런 식으로 자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에요. 자동화가 되면 편해야 하는 데 훨씬 더 힘들죠.”(조합원)
이렇게 자본은 자동화를 기회로 삼아 노동강도가 약화되었다는 명분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려 한다. 이미 자동화된 기계들에 대해서 작업통제 시스템(DAS)을 도입하여 실시간으로 개인 작업자들의 작업상태와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한다.(이미 한국타이어는 이러한 작업감시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전면 도입되었다.)
작년 말부터는 우리사주제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다시 자본으로 뺏어가고 노동자들의 의식을 기업으로 포섭시키기 위한 제도화를 꾀하고 있다.
금타 자본은 항상 매각이나 제휴 합병, 기업 경쟁력 약화와 감산 등을 기회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매각 자체가 결과요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현장에서의 자본 주도권을 강화하고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스스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것이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이자 목적이다.
4. 노동조합과 활동가, 조합주의를 돌파하고 계급투쟁으로 전진하자!
금호타이어 노조는 94년 대파업을 거친 후 계속 민주적 집행부를 구성했다.
“… 회사가 내려 앉히려고 맘만 먹으면 무조건 다 내려갔어요. 거의 일년에 한번씩 위원장을 갈아 치웠죠. 제대로 된 노조활동은 94년까지 못했죠.”(대의원)
특히 몇 년에 걸친 임금체계개선투쟁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산재, 근골격계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철폐투쟁(직무 정규직화) 등의 성과를 갖고 민주노조는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장에는 많은 현장조직들이 있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대부분이 통합과 분화를 통해 재편되었다. 한편으로는 전국적인 노동(조합)운동 노선과 전망에 따른 정체성에 따라 그리고 현장에서의 활동가들의 현장투쟁과 선거과정에서의 관계들을 바탕으로 재편되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조직이라고 보기에는 현장조직 조차 상층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현장의 사안과 투쟁의 조직화 방향, 노동조합 사업으로 문제제기하는 내용 등을 놓고 판단할 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일단 활동가들이라 하지만 노동조합 간부 혹은 노조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있는 열성조합원들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금타 자본의 노무관리 전략과 현장통제, 현안문제들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한 활동가들의 원활한 논의와 분석이 부재하다.
그뿐 아니라 활동가들의 기존의 경험을 넘어선 과학적 현장분석과 현장활동 수립 및 조직적 실천을 위한 훈련구조가 안정적이지도 못하다. 이는 현장 내에서 노동자들에게 비춰지는 현장조직들의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 제출, 선전활동으로 반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장조직들이 대부분 성과배분투쟁에 대해서 그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성과급을 고정적으로 임금화시키는 투쟁에 대해서 제기하지 않는다. 몇몇 조직들은 오히려 성과배분의 기준마저도 매출액보다는 조작된 순이익 중심으로 제기하면서 집행부를 공격한다.(물론 자신이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들조차 현장투쟁의 방향을 적극 제안하고 실천하는 독자적 활동이 미흡했다.)
우리사주제에 대해서도 몇몇 현장조직 활동가들은 앞장서서 우리사주를 더 많이 더 싸게 받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물론 노동조합 집행부도 우리사주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설명했지만 사전에 적극적인 반대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공정별, 공장별로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는 공정지원금과 위로금에 대해서도 현장조합원들의 이중적인 정서를 쫓아가기만 할 뿐 근본적인 공정별 임금차별 폐지와 기본임금 안정화를 위한 투쟁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물론 일부 활동가들이 근본적인 환경과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제기했지만 조직되지 못했다.)
그 외에도 구조조정 공세와 현장통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폭로와 분석을 통한 실천적 투쟁을 선전선동하지 못하고 있다.
간부와 활동가들이 오히려 현장에서 제일 후진적인 부위를 중심으로 현장정서를 운운한다. 그리고 현장 문제들에 대한 원칙적, 적극적 실천투쟁에 대해서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 단적인 예가 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이다.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공정간 임금 문제로 인해 불만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노동자들은 낮은 기본급과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대응의 부재가 중요한 문제이지, 공정별 임금의 문제는 그것이 오히려 현장을 분열시키고 불공정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제기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간부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소극적이라 하지만 실제 다수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직무 정규직화에 대해서 동의한다.(같은 공정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비정규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과 직무 정규직화까지 되어야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고용도 안정될 수 있다는 이유다.)
작년 한해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조직되고 불파 분쇄투쟁으로 일정하게 정규직화와 직무 정규직화를 이루었지만, 금타에서도 ‘비정규직 철폐’을 위한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간부와 활동가들은 전국적, 지역과 연맹 등의 연대투쟁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한다. 이는 자신의 현장투쟁과 결합되지 못하고 전국적 투쟁사안 따로, 현안문제 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 부서와 공정의 조합원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수준으로 쫓아가다 보니 현장문제에 대한 계급적인 시각에서의 대응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파견법 개악에 대한 전국적 투쟁과 정치파업이 몇 차례 있었다. 현장조직이나 노조 집행부나 모두 법 개악에 대한 선전과 교육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금타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공동활동과 조직화는 부족했다.(물론 주체 당사자인 금타 비정규직노조가 1기 간사들을 내쫒고 정규직화된 동지들의 투쟁기금을 파행적으로 운용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현장성과 계급성이 분리되는 모습은 자본의 왜곡된 임금정책과 노무관리 전략에 따라 현장노동자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민주적 집행부들에서‘질서파업’중심으로 현장을 통일시키면서 현장의 역동성과 계급적 전투성을 살려내지 못한 것, 자본의 구조조정과 통제에 맞선 노동자 계급운동의 전망을 만들어가지 못한 활동가, 지도력의 한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물론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은 부족한 수준에서나마, 오히려 노동운동 내에서도 직무급 도입이나 성과 능력급제도를 수용하고 구조조정 비정규직에 대해서 다른 정규직 문제들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타협하지 않고 투쟁해왔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금호타이어 민주노조가 그동안 이뤄온 성과와 의미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지도부와 활동가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평가를 통해서 전국적인 대공장, 정규직 활동가들과 노조 간부들의 문제를 제기하려 했다.
오랜 동안 민주적 집행부를 구축하면서 민주노조활동을 해왔던 금타 노조와 활동가들의 과제는 막중하다. 정책을 잘 만들고 말 잘하는 교섭위원을 양성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투쟁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와 노동자 단결, 투쟁의 기풍을 세워가는 현장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장의 문제들에 대해서 자본을 향한 계급적 투쟁으로 현장활동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한 활동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과 간부들은 제대로 된 활동가로서 단련되어야 한다. 그 단련은 꾸준한 학습과 조직적 현장투쟁을 통한 재조직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현장의 문제들을 전국적인 관점에서 재조직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넘어선 계급운동의 복무가 중요하다.
현장과 노동자 정치의 계급적 결합! 그것이 대공장 노동자들과 현장조직운동이 제대로 다시 서기 위한 출발이자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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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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