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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호] 원주 우리환경 투쟁에 대한 중간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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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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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01:09:52, 조회:2,360, 추천: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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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역일반노동조합 조합원
2008년 5월 16일. 강원도 원주 중부지역일반노동조합 우리환경현장위원회는 우리환경 사측, 그리고 그동안 끈질긴 생명력으로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아왔던 한국노총 우리환경지부를 상대로 해고자 복직과 관련한 합의서에 조인을 하였다. 이로써 2007년 4월부터 시작된 원주 우리환경 환경미화원들의 투쟁은 하나의 국면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해고자복직이었다. 합의를 통하여 민주노총 소속 21명, 한국노총 소속 8명의 환경미화원들이 다시 거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한국노총이 만들어 놓은 59세 정년조항에 의해서 회사를 떠나게 된 ‘정년퇴직자’들이었다. 그러나 중부일반노조는 이를 단순한 정년퇴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묘하게 정년을 빌미 삼았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핵심인자들을 해고시키기 위한 부당해고라는 판단 속에 ‘해고자 복직’을 위해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60세가 넘은 고령의 환경미화원들이 젊은 노동자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거리투쟁을 벌여왔다. 투쟁과정에서 그동안 공공연하게 자행되어왔던 청소업체와 지자체와의 비리가 폭로되고,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심각한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졌다. 추적60분이라는 공중파에 두 차례 방영되면서 (주)우리환경이라는 하나의 업체의 문제를 넘어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민간위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가장 처절하게 싸워온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임과 동시에 우리자신들의 한계와 오류를 되돌아보게 하는 뼈아픈 각성의 계기이기도 하다. 이글에서는 우리환경 투쟁의 기조와 방향에 입각하여 이번 합의의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하여 평가하고, 향후 우리환경투쟁이 중심에 두어야 할 과제들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우리환경 투쟁의 기조와 방향
민간위탁 철회! 직접고용 쟁취! 해고자 원직복직! 이것이 우리환경현장위원회가 줄기차게 외쳐왔던 핵심적인 슬로건이었다. 그 핵심에 있는 ‘민간위탁 철회’는 어떤 투쟁을 통하여 가능할 것인가? 원주지역에는 현재 5~60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민주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는 우리환경현장위원회 약 5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전부였다.(우리환경의 전체 노동자수는 약 160여명 이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에서 민간위탁 철폐는 우리환경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원주지역 전체 환경미화원들을 조직화하고 그 힘으로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나갔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우리환경 투쟁은 원주지역 전체 환경미화원들을 조직해 내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징적인 투쟁이었다. 따라서 우리환경의 승리를 전체 환경미화원 투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 1년이 넘는 꾸준한 투쟁을 이어왔다. 투쟁 전술에 있어서 우리환경현장위원회만의 독자적인 파업보다는 오히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선전전과 집회투쟁을 통하여 지역에서 계속 쟁점화 시키고, 원주시청을 압박하는 전술을 선택하게 되었다.
거리의 투쟁과 동시에 조합원들로 하여금 지역의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조직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하여 조합원들이 스스로 조직 활동가가 되어야 우리 투쟁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학습하였다. 이러한 전체 방향 속에서 이번 합의는 정년해고자들의 복직을 이끌어 낸 첫 번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지역의 환경미화원들을 조직하여 민간위탁을 철폐시키기 위한 제2단계의 투쟁을 시작해야 하는 국면에 와 있는 것이다.
합의와 관련한 평가
1. 해고자 복직에 관한 합의
정년을 넘긴 것을 빌미로 해고된 21명(합의서에서 29명이라고 한 것은 한국노총 측 8명도 이번에 함께 복직되기 때문이다.)이 복직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합의 전까지 지방법원에 계류 중이었으나 법적인 판단으로 갔을 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집행부의 판단이었다. 법원 결정을 지켜보면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위축감도 고려 대상이었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투쟁으로 복직시켜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5월 말 법원의 심리가 예정된 상황에서 그 전에 정년해고자들에 대한 복직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고, 늦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시기에 정년해고자 복직을 얻어낸 것은 질긴 투쟁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정년 해고자들의 해고자복직은 단순한 해고자 복직이 아니었다. 해고자들은 이 투쟁을 최초로 촉발시킨 주체들이고 가장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열성적으로 투쟁했던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이들이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복직을 했다는 것의 의미는 정말로 큰 것이다.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현장정세에서 주도권과 승기를 잡는 핵심 사안이 바로 이 해고자 복직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징계해고자 2명은 제외되었다. 이들은 2007년 10월 회사의 불법적인 자금사용을 외부에 폭로했다는 사유로 부당하게 징계를 당한 해고자들이었다. 원칙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번 합의에서 징계해고자 2명이 제외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별복직은 자본이 노동자들의 단결을 파괴하기 위해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전술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정년해고자와 징계해고는 분명히 사안이 달랐다.
이번 징계해고는 법적으로 가면 100% 이기는 싸움이었다. 전혀 징계사유도 되지 않는 것을 걸고 넘어져서 사측이 징계를 했기 때문이다. 징계해고자들은 오히려 법적인 판결에 힘을 얻고, 조합원들의 투쟁을 통하여 정상적으로 복직이 되어야 했다. 이때 임금이나 위로금의 양보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에 정년해고자와 징계해고자를 함께 묶게 되면 징계해고 사안에 대해서까지 일정정도의 양보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 속에 두 해고 사안을 분리하게 된 것이다.
정년해고자들의 해고기간 임금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분명히 양보안이다. 이는 해고자들의 지친 상태의 반영이기도 하고, 노동조합이 그만큼 해고자들의 결의를 높게 조직해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평가와 지적은 정당한 것이다. 또한 촉탁직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복직자들의 노동조건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근거를 남긴 것도 분명한 양보안이고 비판의 지점이다.
원주시의 권고안 수용에 관한 합의
원주시의 권고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서는 사외이사제도 등이다. 그리고 노조에서도 감사이사를 파견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가한다던가, 자주관리를 한다던가, 어떤 이사직을 맡는다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번 사외이사제도는 이러한 일반적인 우려와는 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일단 시가 사외이사제라는 투명경영 방안을 내 놓은 것은 기존의 시가 고수했던 입장의 수정을 의미한다.
시는 “민간위탁이니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 입장이다. 그러나 투쟁이 길어지고, 우리환경의 불법적 운영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자신들 책임이 없다는 말을 계속할 수는 없었고, 결국 자신들이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투명경영방안’ 정도를 내 놓은 것이다. 물론 사외이사 도입은 민간위탁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사외이사라는 내용 안에 시에서 의도하는 숨은 의도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노동조합의 지향점도 아니고, 성과라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다. 노동조합이 사외이사를 통하여 회사와 공동운명체가 될 생각도 없다. 사외이사제에서 노동조합의 성과는 오히려 시가 형식적으로라도 민주적인 어떤 안을 내 놓도록 강제했다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시에서 내 놓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영 방안’을 근거로 우리환경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발판들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감사이사를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도록 한 것은 노동조합에서 기술적으로 삽입시킨 것인데 그대로 합의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환경 투쟁에서 업체와 시장/공무원들과의 비리 사실을 폭로하는 것은 민간위탁의 폐해를 증명하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주제였다. 그 근거의 핵심은 회사 자금 흐름이다. 우리환경의 자금 흐름을 감사할 수 있는 감사이사는 노동조합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도 우리가 어떠한 경영에 참가하여 회사와 공동의 운명체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구체적인 무기로서의 감사이사를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의도였고, 노동조합의 의도대로 합의가 이루어 졌다.
이후 과제와 방향
이번 합의는 해고자 복직에 관련해서만 협상이 이루어 진 것이었고, 과정에서 업체의 정상화 방안의 일부가 포함되기도 했다. 따라서 아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내용은 지속적인 투쟁을 통하여 하나씩 쟁취해 나가야 한다. 현재 이러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가지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징계해고자 2인의 신속한 복직과 환경미화원들의 정년을 새롭게 연장하여 조정하는 것이다.
조합 내부적으로는 긴 투쟁에서 오는 조직적 피로를 빠르게 회복하고 합의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합 내부적인 동요를 신속하게 재정비하여 더 큰 투쟁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환경미화원들을 조직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다. 투쟁과정에서 지역 환경미화원들과의 일정정도 교류가 있었지만 우리환경 투쟁에 집중하다보니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였다. 조직 확대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조합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조직 확대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재교육이 필요하다.
국면의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더 많은 과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환경 투쟁에서 해고자 복직은 작은 성과이지만 이제부터 그 성과를 가지고 전체 환경미화원의 조직화를 통하여 민간위탁을 철회시킬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을 결의해야 할 것이다.
민간위탁 철폐 투쟁!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쟁!!<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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