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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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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13:51:27, 조회:2,778, 추천: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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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성격과 변혁의 문제 Ⅱ-1
[편집자 주] 글 전체의 구성에 있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원래 3번에 나눠서 글을 싣기로 했는데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가지는 중요성으로 인해서 두 번째 글을 두 번에 나눠서 싣기로 했다.
3. 저발전에서 모순을 찾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문제
ND(민족민주)와 PD(민중민주)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이론은 기존 NL(민족해방)의 식민지반봉건론을 비판하면서 출발하였다. 이 이론은 NL노선이 분단모순을 주요모순으로 둔 것을 비판하면서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을 인정하고 계급모순을 중심에 두었다는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한국사회를 기존의 식민지는 아니지만 신식민지라고 규정함으로써 NL노선에 남아 있는 오류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NL노선이 주요모순인 계급모순을 부차적 모순인 분단의 문제와 뒤바꿨다면 PD는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 즉, 보편과 특수의 문제를 절충적으로 뒤섞어 놓음으로써 또 다른 오류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에 있어서도 국가 독점자본주의라고 성격을 규정 했으나 신식민지라는 성격 규정으로 인해서 종속심화, 예속심화로 자본주의 발전이 기형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한국사회를 식민지반봉건으로 인식하여 저발전을 중심에 두는 세력들 중 일부는 중진자본주의나 예속약화로 보다가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에 압도당하여 개량주의로 투항하거나 뉴라이트로 변절하는 것으로 끝났다.
PD는 한국자본주의의 변혁의 단계를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나 민중민주 혁명의 단계로 설정함으로써 변혁의 과제를 왜곡시키기도 했다.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더욱 고도로 발전하고 맑스-레닌주의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풍부해짐으로써 PD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논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으나 쏘련의 몰락과 함께 변혁노선에 기반을 둔 사회성격 논쟁이 중단됨으로써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집단적인 사회성격 논쟁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PD의 종속심화 테제는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문제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가 97년 IMF체제라는 한국 경제공황 이후의 금융종속이라는 현상을 근거로 다시 자신의 입장을 간헐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박현채 교수와 윤소영 교수, 서관모 교수 등 진보적 학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 현실과 과학, 노동해방문학 등 연구소와 정파 이론지에서의 논쟁이었고, 이 논쟁은 NL진영과의 논쟁인 동시에 CA(제헌의회), 인민노련, 노동계급 등 당시의 혁명적 정파 간의 논쟁이기도 했다. NL노선은 80년대 중후반에 타오르던 민족민주운동이라는 물질적 힘과 결합했고, PD노선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계급의 역동적 투쟁과 결합하기도 했다.
혹자는 이 논쟁을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변증법적으로 보지 못한 불모의 논쟁이라고 하나 그것은 현실의 타오르던 투쟁과 직접 결합했고 민족문제에 대한 집중과 계급문제에 대한 편향적인 집중은 당시의 급박한 투쟁상황과 반공주의가 짓누르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오는 과학적 인식의 부족이라는 역사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불모의 논쟁이 된 것은 노동자계급 운동의 혁명적 전망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 전망의 상실로 인해 대부분의 혁명적 정파가 해체하고 운동을 청산하거나 혹 남아 있다고 하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라는 개량주의로 결집하였다. 개량주의 정당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현장에서의 전투파는 혁명적 전망을 상실하거나 막연한 문제로 남겨두고 있었고 과학적 사상을 견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현장조직 운동의 위기와 대공장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사회성격 논쟁에 있어서 계승과 단절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계승할 것은 그것의 혁명적 전망, 혁명적 정신이었고, 단절하고 극복해야 할 것은 과학적 사상의 부족이었다. 지난 편에서도 강조했듯이 사회성격 논쟁은 과학성과 혁명성으로 무장하고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 그것의 성과로써 당건설 투쟁과 직접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불모의 논쟁이 된 사회성격 논쟁에 다시 혁명의 싹을 틔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 보편과 특수의 절충에서 오는 변증법적 방법론의 오류.
과학적 분석을 하기 위한 철학적 개념과 범주에 대한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은 한 사회성격에 대한 경제적 분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변증법적 철학의 방법론은 한국사회 성격 규정에 있어서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합법칙적 연관의 본질과 필연성은 법칙의 기타 특수성도 또한 규정하고 있다. 법칙이란 제현상에 있어서의 ‘보편적인 것’인 것이다. 결국 법칙이 가리키는 특정의 필연적인 연관은 개개의 개별적인 현상에서가 아니라, 특수한 종류의 모든 현상 또는 과정에 고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 또는 사회적의 법칙은 그것이 보편성을 보이고 있는 그 이유로 법칙이라 불려지는 것이다 ……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법칙은, 개별적인 현상과 별도로서가 아니고 그것의 밖에 있지 않으며 개별적인 현상.과정 등과 결부되어야만이 유의미하다. ‘보편적인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적’ 대상의 일반성이다. 이 일반성은 그것이 가리키는 구체적 대상의 성질.징표.특징의 통일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 ……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이라는 개념.범주와 나란히 과학이 완성한 ‘특수적인 것’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소위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를 결부시키는 고리이다. 개별적인 것에 대해서는 특수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개별적인 것이다(녹두편집부, 세계철학사Ⅱ변증법적 유물론p.123-125).
이처럼 사회성격에 대한 분석은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경제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법칙 속에서 국가라는 상부구조의 문제와 국가에 대한 태도가 나오면서 변혁의 전망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경제법칙은 개별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를 규정하는 지배적인 성격 즉, 보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보편성은 개별적인 현상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국사회 분석에 있어서는 보편성과 일반성은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이 한국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편성의 하나의 긴밀한 요소를 이루는 상품, 자본, 시장, 노동력이라는 개별적인 범주를 분석해야 한다. 상품, 자본, 노동력이라는 범주는 개별적인 것이고 이 개별적인 범주에 대해 분단이나 종속 등 한국사회의 특수한 측면은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것이 된다. 이 특수한 측면이 개별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보편적이지만 한국사회가 자본주의라는 보편성에 비춰보면 개별적인 측면이 된다. 여기에 한국 자본주의 사회는 세계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것이고 세계 자본주의 사회는 고대노예제, 봉건제 등 인류의 각가지 사회 구성체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것이 된다.
유물변증법은 개별적인 것 및 보편적인 것 모두가 공히 실재한다라는 객관성의 인정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더욱이 그 위에 그것들은 상호간의 뗄 수 없는 연관을 이루고서야 비로소 실재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밝혔다. 개별적인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 통하는 연관 안에서만 존재한다. 모든 개별적인 것은(어떤 형태로) 일반적인 것이다. 모든 일반적인 것은 개별적인 것(그 일부 혹은 일측면 혹은 본질)이다 …… 수정주의자는 개별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을 절대화하여, 제현상에 있어서의 보편적인 것을 무시한다. 그러나 모든 개별적인 것이 그 자체 속에 실재로 존재하고 있는 보편적인 것을 계기로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교조주의자는 여러 가지 현상 중에서 단지 일반적인 것에만 주의를 기울여 개별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은 무시한다. 그러한 까닭에 그는 모든 현상을 각각의 날, 각각의 시기에 있어서의 제현상의 발전의 조건.구체적 정세.독자적인 특수성을 유리된 하나의 도식에 끼워 넣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특수성을 알지 못하면, 일반적인 합법칙성의 작용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개별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 사이의 독자성을 무시하는 것은 중대한 잘못과 왜곡으로 인도하고 만다. 어떤 한 나라에 있어서의 목적의식적 변혁사업을, 이 나라의 독자적인 특수성(그 역사.전통.민족적 특수성 등)을 고려에 넣지 않고 어떻게 바르게 인도할 수 있을 것인가!(같은 책, p.126-128)
변증법은 과학적 연구를 위해 추상의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이 추상은 현실에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사물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실재적인 사물을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증법적 연구는 유물론과 하나가 되어 유물변증법이 되는 것이다. 유물변증법은 하나의 사물과 사물 사이의 긴밀한 연관에 대해서 분석한다. 그런데 사물 사이의 개별성과 일반성을 긴밀하게 관련지어서 분석하지 못하고 개별성만을 따로 보면 그 사물의 부분은 알 수 있어도 사물의 총체적인 성격을 알지 못하게 된다. 역으로 사물의 일반성은 보되 개별성을 보지 못하게 되면 그 사물은 살아 있는, 현실에 실재하는 사물이 아니라 죽어 있는 박제가 되는 것이다.
부문주의자들의 경우에는 여성, 환경, 성적 소수자 등의 문제를 자본주의 계급모순과 분리시키고 이 부문적인 모순을 자본주의와의 연결 속에서가 아니라 개별적인 현상으로만 취급하고 개별적인 문제의 해결에만 집중하면서 일종의 수정주의가 되고 있다. 반면 계급모순이라는 일반성만을 강조한다고 하면 일반성의 특수한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별적인 모순을 무시하게 되면서 교조주의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여성, 환경 등 부문적인 문제는 계급모순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면서도 그 자체의 특수하고 개별적인 측면을 충분하게 고려해야 한다. 계급모순의 해결 없이 여성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역으로 계급모순이 해결된 뒤에도 여성문제의 특수한 측면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을 통일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수정주의와 교조주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편성과 특수성은 동일한 수준에서 절충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성은 보편성의 하나의 계기인 것이고, 특수성이 보편성과 나란히 설 수는 없는 것이다.
기본적인 모순과 파생적인 모순, 주요한 모순과 주요하지 않는 모순을 혼동하지 않고, 그것들 사이의 차이를 보며 주어진 역사적 순간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연출하고 있는 모순을 파악하며, 이에 따라 실천활동을 행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기본적 모순이라는 것은 대상의 본질 그 자체의 모순되는 성격을 표현하고, 대상의 발전을 그 존재의 처음에서 끝까지 특징지우고 있는 모순이다(같은 책, p.201).
지난번에 비판한 NL노선은 바로 주요모순과 부차적으로 중요한 모순을 혼동하고 이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켜 버렸다. 한국사회가 독점자본주의라는 기본적 모순은 한국사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규정지우고 특징짓고 있는 모순이다. 이것은 제국주의의 문제도 국내외의 계급모순을 중심으로 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 일반이란, 어떤 특수한 제계기의 특성들을 평균한 것이나 절충한 것이 아니며 양쪽의 공통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제계기의 질료와 실체를 말하는 것도 아니며 원래 실재하는 특수한 계기 속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주고 있는 것이 일반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있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것이란 특수적인 것을 평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주요한 포괄적 특수적 계기를 말하는데 …… 사회적 생산이 갖는 제계기의 관계를 볼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일반의 특수적 계기인 생산, 소비, 분배, 교환 사이에 상호 제약관계가 보여지고 있는데, 특수한 계기 중의 하나인 생산이 포괄적인 주요계기로서 파악된다 …… 봉건사회, 자본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결코 단일한 것은 아니며 과거의 잔재와 미래의 맹아도 포함하는 상호 제약하고 있는 다양한 생산제관계의 복합체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복합적인 것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 봉건사회로 불려지는 하나의 유기적 총체, 하나의 주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들 내부에 하나의 계기, 예를 들러 봉건사회에서는 농업부분과 농업적 생산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업부분과 공업적 생산관계가 동시에 다른 제부분과 그 생산관계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며 근본적인 규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과 같이 특수한 생산관계가 전체를 대표하고 전체의 종차를 이루며 전체가 봉건사회라든가 자본주의사회라고 이름이 붙혀지는 것이다(見田石介, 마르크스의 방법론 연구, p186-189).
한 사회를 지배하는 관계 속에서는 생산, 분배, 소비, 교환이 하나의 총체 속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것이 서로 동일한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관계를 중심으로 해서 분배, 소비, 교환관계를 연구해야 한다. 자본주의 생산과 상품관계가 지배적인 사회라 하더라도 전 자본주의적인 생산, 소생산자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생산이 지배적이더라도 농업에서는 지주-소작관계가 부분적으로도 살아남아 있기도 하고, 기계제 대공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마찌꼬바 등의 소생산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전통주, 도자기, 돗자리 등 가내 수공업적 형태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소생산자들은 독점자본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끊임없이 몰락하지만 정리해고 된 노동자계급이나 몰락한 중소자본으로부터 끊임없이 충원되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의 의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한 시대의 지배적인 의식은 자본주의 지배계급의 의식이지만 봉건적 의식은 전통과 관습, 예법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살아남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과거의 잔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회주의 생산의 맹아적 형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점자본주의는 생산의 사회화로 사회주의 생산의 물질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고,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내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철폐하고 사회주의 생산형태로 가는 통과점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가 과거 봉건제 사회의 유산으로부터 태어났고, 여전히 과거의 잔재를 간직하고 있으며 미래 사회주의 사회의 맹아를 가지고 있지만 지배적인 생산과 분배, 교환은 자본주의적으로 이뤄진다.
어떠한 과정에 있어서도 만일 많은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 중에서는 반드시 주요한 것이 하나 있어 지도적이고 결적적인 작용을 하고, 기타의 것은 제이차적으로 종속적 위치를 점한다. 따라서 어떤 과정을 연구하더라도 만일 과정이 둘 이상의 모순이 존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면 모든 힘을 다해 주요한 모순을 찾아내야 한다. 주요한 모순을 포착한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사회에 관한 연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의 성질은 주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는 모순의 주요한 측면에 의해 규정된다.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모순의 주요한 측면이 변화한다면 사물의 성질도 그것에 따라 변화한다(같은 책, p190-191, 모순론에서 재인용).
자민통 NL세력들은 말할 것도 없고 ND/PD세력들의 오류의 근본적인 원천은 이 주요모순과 부차적인 모순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일한 수준에서 절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ND와 PD는 보편과 특수를 통일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의 실제적 적용에 있어서는 보편과 특수를 동일한 수준에서 절충적으로 놓고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ND와 PD도 자민통이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자본주의 모순을 분단이라는 특수한 모순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그것이 가진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신식민지주의로 나타나고 있는데 신식민지도 새로운 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식민지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신)식민지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전을 자본주의적 발전의 보편성이 제국주의에 대한 종속이라는 세계체제상의 지위에 의해 규정되는 특수성 속에서 관철되는 것으로, 즉 ‘독점강화/종속심화’를 그 축적의 역사적 경향으로 하는 신식국독자의 발전과정으로 총괄하는 것이다(서울사회과학연구소,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발전, P.346).
사물의 지배적인 성격은 지배적인 모순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처럼, 사회성격의 주요한 성격 규정은 특수성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다. 특수성은 보편성의 하나의 매개인 것이지 보편성을 대체하여 사회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식민지론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한국사회의 보편성에 의해서 특수성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대한 종속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지배적 성격이 규정된다고 하여 특수성을 보편성의 범주에 올려 놓고 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보편성은 그 자체로 보편으로서 관철되는 동시에 특수성을 매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성이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측면이라면 특수성은 부차적인 측면이다.
분단모순과 미제국주의의 문제도 한국자본주의의 계급모순이라는 주요 모순 속에서 특수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분단과 미제국주의의 문제는 한국사회 계급모순의 외화된 형태이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된 국가를 어떤 계급이 주도하는가를 중심으로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이 계급투쟁이 제국주의의 축인 미국과 사회주의의 중심국가인 쏘련과 중국의 대립으로까지 발전한 것이 한국내전인 것이다. 한국내전은 한국 내 계급투쟁과 전 세계적 차원의 계급투쟁이 집중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민족분단은 자국 내 계급모순이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계급모순인 제국주의 모순이라는 외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서의 반제 투쟁은 전 세계적 계급모순인 제국주의 질서의 약한고리를 끊어내는 것이고, 민족문제의 해결은 반드시 계급모순의 해결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시작하여 해방 이후에는 내전을 거치면서 민족이 분단되고 미제국주의의 직간접적 지배와 영향력 하에서 성장해온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특수성을 무시하고 자본주의의 계급모순의 해결만을 주장한다면 교조주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특수성은 한국이 독점자본주의라는 것, 국가는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행위원회라는 국가 독점자본주의라는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을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아니면 민족문제 해결을 몰계급적으로 바라보고, 반제국주의의 문제를 발전한 국가 대 저발전한 국가의 모순으로만 일면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분단문제의 해결은 몰계급적으로 해결되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의 변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몰계급적인 통일이 된다면 자본주의 흡수통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의 분단모순의 해결은 모순의 해결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지배력과 힘을 강화하고 남북 전체를 자본주의 모순의 집결지로 만들게 된다. 반제국주의의 문제는 한국사회가 독점자본주의라는 주요 모순을 해결하는 속에서 풀어가야 하기 때문에 최고의 반제투쟁은 한국사회를 변혁하여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물론 미군이 직접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제국주의는 한국혁명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혁명 이전이나 혁명 이후에나 미군철수의 문제는 반제투쟁의 주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2) 저발전이 아니라 독점자본주의의 높은 생산력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주요한 성격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고 그것도 고도로 발전한 독점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생산물을 상품으로 생산한다. 상품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이 생산양식을 다른 생산양식으로부터 구별하는 점은 아니지만, 그 생산물의 지배적이고 규정적인 성격이 상품이라는 것은 이 생산양식을 다른 생산양식으로부터 구별하는 점이다.(맑스, 자본론 3권, 비봉출판사, 김수행 역, p.1067).
NL노선은 한국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것을 부정하거나 부분적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지배적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그러나 몰계급적이고 비과학적인 NL노선의 포로가 되지 않은 사회과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조차도 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상품생산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지배적이지도 않고 대부분의 생산물은 사용가치를 위해 생산된다. 한국사회가 사용가치를 위한 생산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위한 상품생산이 지배적이라는 것은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더라도 경험적인 사실이나 현상적인 통계만으로도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 PD노선 역시 한국사회가 자본주의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고, 더 나아가 독점자본주의 사회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자들은 한국사회가 독점자본주의라는 보편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종속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저발전하거나 기형적이거나 종속과 예속이 심화된다고 하고 있다. 신식민지 논쟁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성격과 임무’를 보자!
“예속독점자본은 낮은 생산력으로 인하여”(백태웅,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논쟁, 한국사회의 성격과 노동자계급의 임무, P.67))
“예속적 독점자본은, 제국주의의 높은 생산력 수준, 원료와 기술과 시장의 의존이라는 축적 조건 때문에, 제국주의 자본과 경쟁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같은 글, P.69).
“제국주의의 신식민지적 지배하에서 낮은 생산력에 근거하여 지배계급으로 등장한 예속독점자본의 축적의 성격으로 인하여 부르조아계급 내의 분열도 뿌리깊은 것으로 나타났다”(같은 글, P74).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는 그 자체 틀림없이 자본주의사회이긴 하지만, 제국주의 국제분업질서에 예속되고 규제를 받음으로써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신속한 발전이 왜곡.지연되는 사회라는 점이다(P.94).
이점은 발전의 측면에 대한 강조점은 다를지라도 PD의 신식민지이론에서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ND와 PD는 독점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한국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이 생겨나고 여기서 변혁 전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예속성, 종속성, 기형성에서 한국자본주의의 변혁의 전망을 찾는다.
신식민지론자들은 한국에서 독점 자본주의의 발전은 제국주의에 의해 제한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로, 제국주의가 지배에 필요한 만큼의 발전을 이룬다고 하는데 이것은 축적의 강화와 독점의 심화를 자본주의 발전의 법칙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정책과 의도에 따라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물론 제국주의의 정책이나 의도, 이해관계가 식민지나 종속 국가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것보다도 객관적인 자본주의 발전법칙에 의해 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국주의 국가 대 신식민지 국가 사이의 관계 또는 제국주의 독점 자본 내 신식민지 자본 사이의 상호관계의 문제를 통해서 어떻게 자본주의 발전법칙이 이뤄지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종속 국가 내부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을 한편으로 하고 자본과 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와의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속 국가 내부의 노동자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와의 모순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이러한 외부적 모순은 내부의 모순이 외부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적대적 모순뿐만 아니라 종속 국가 자본 내부와 제국주의 국가, 제국주의 독점자본과의 비적대적 모순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적대적 모순은 저개발국 동맹 등 형태로 종속 국가가 자립성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사회주의 변혁을 통해 제국주의 종속관계를 끊어버리려 할 때는 적대적 모순으로 변할 수 있다.
기존의 신식민지이론에서는 종속 국가와 자본이 제국주의 자본과의 비적대적 모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신식민지 이론은 종속국가의 자본은 독자적 발전의 여지가 없이 제국주의 자본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매판자본이고 종속국가는 종속을 기꺼이 수용함으로써 종속 내에서의 발전만을 추구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종속국가와 제국주의 국가 간의 상호관계가 일면 협조관계와 대립의 관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식민지 국가 내부에서도 제국주의 지배관계를 영구히 함으로써 이 지배 관계 하에서 자신의 이해를 지키려는 부르주아와 지주, 행정, 사법, 경찰 등 지배세력들이 있는 반면에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지배 하에서 민족자본의 독자적 성장이 제한되어 있고, 식민지 국가의 자립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민족해방투쟁을 통해서 식민지의 경제적, 정치적 자립을 추구하는 경향도 존재하게 된다. 신식민지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지배관계의 유지 속에서 이해를 구하려는 세력과 이것을 탈피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는 세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신식민지 국가의 자립을 추구하는 세력은 사회주의 변혁을 추구하기도 했고,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 하에서도 의존과 종속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인 4.19의 경우에도 이승만정권의 독재에 항거하고 민족 자주화와 자립경제 달성을 주요한 목표로 내걸었다. 따라서 4.19혁명을 무참하게 짓밟고 등장한 박정희정권도 외형적으로 국가자주경제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박정희정권의 경제건설은 미국과 일본의 차관과 원조를 통해 철저하게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의존과 편입을 강화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박정희정권은 보호무역과 국산품 애용이라는 민족주의 구호로 자국 시장에 대한 자본의 지배를 넓혀가는 한편 기술자립을 추구하여 자국 독점자본의 독자적 형성에 집중하기도 했다.
박정희정권은 국가자본주의적 개입에 의하여 자국 독점자본의 형성을 도모했다. 박정희정권은 미제국주의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종속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자본주의 시장에 적극적으로 편입해 들어감으로써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독점자본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물론 국가의 개입에 의한 자국 독점자본의 형성과정은 자국 노동자인민에 대한 혹독한 착취와 수탈의 과정이기도 했다. 박정희정권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극심한 탄압과 사회 전체를 병영체제로 유지함으로써 초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농민수탈 등을 통해 자국 독점자본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 독점자본주의는 이러한 가혹한 착취와 수탈이라는 근본적 토대 없이 기술 경쟁력의 확보만으로 제국주의 독점자본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신식민지 국가의 자립화 경향은 계속되었는데 이에 대해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자본은 원조와 차관을 제공한 대가로 제국주의 자본의 특혜와 지배를 강화하려 했고, 기술사용에 대해 로열티 지급 요구, 보호무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 강화, 반덤핑 수출관세 부과 등으로 제국주의 자본의 이해를 도모하려 했다. 결국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국가 내부의 관계는 협조와 경쟁, 대립과 투쟁, 지배와 지배관계의 이용과 지배탈피 경향의 관계가 교차하면서 이뤄졌다. 식민지 국가가 정치적, 군사적 직접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식민지 해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족 독점자본주의의 형성이 불가능한데 비해 신식민지의 국가는 민족 독점자본의 형성이 가능하다. 제국주의 자본과의 상호관계에서 지배의 경향이 강화될 수도 있고, 지배로부터의 자립화의 경향이 강화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직접적인 자본축적의 주체로 나서면서 독점자본을 육성한 결과 대략적으로 박정희정권 말기인 1970년대 말기부터 독점자본이 형성되었다.
“일정한 정도의 자본축적이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전제조건이라면, 이제 거꾸로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자본의 가속적 축적의 원인으로 된다. 그리하여 자본축적에 따라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발전하고,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따라 자본축적이 발전한다”(맑스, 자본론, 1권 하, 비봉출판사, 김수행역, p.853).
이처럼 자본축적의 진전은 한국에서 독점자본주의를 발전시키고 여기에 따라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을 고도로 발전시킨다. 한국에서 대공업의 발전은 축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축적의 강화는 역으로 대공업과 새로운 생산방식과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은 신식민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낮은 생산력이 아니라 고도로 높은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하게 했고, 제국주의 국가의 더욱 높은 생산력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욱 더 높은 생산력의 발전을 추구하게 했다. 독점의 강화는 종속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를 비롯해서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고 독점의 발전 정도에 따라 타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 또한 독점은 맑스의 표현을 빌리면 “각국의 국민들이 세계시장의 그물에 얽히게 되는 것, 따라서 또 자본주의 체제의 국제적 성격의 증대 등등이 더욱더 대규모로 일어”나게 한다. 신식민지론자들은 일국에서 독점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또는 독점자본주의 발전의 조건인 세계시장의 편입이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발전의 법칙을 단순히 제국주의 국가의 의도와 이해관계에 의한 종속의 심화의 문제로만 일면적으로 바라본다.
“제국주의 자본과 경쟁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하고 결정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사물의 관계는 변화. 발전한다”는 변증법의 기초에 무지할뿐더러 한국자본주의를 비롯한 신흥개발국에서의 고도의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역사적, 구체적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아프리카, 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등 대부분의 저발전한 국가에서 제국주의 종속과 지배라는 수직적, 일방적 관계가 지속되고 강화되기도 하지만 한국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통해서 보듯 반대로 상호관계 속에서 지배력을 뚫고 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종속의 문제를 다루면서 다시 논의할 것이고 이후 한국자본주의의 위치의 문제를 다루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이와 함께 저발전한 국가와 제국주의 국가와의 관계 문제에 이어서 저발전한 국가의 상부구조로서의 파시즘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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